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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하며 알게 된 순간들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이석구 작가

'딸의 눈에 비친 아빠는 설거지 하다가 자주 멍을 때리는 편이고 집 안 여기저기서 잠든 모습으로 발견되기 일쑤다. 책 읽어주기 솜씨와 연기력이 뛰어나서 인형놀이 상대로는 최고이며 놀이터에 갈 때는 친구 없을 때를 대비해서 꼭 데리고 가야 하는 사람이다'

 

어떤 아빠의 모습이 떠오르나요?친근한 아빠라고만 생각하기엔 어딘지 모르게 미소를 띄우거나 웃음 짓게 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지는 저 글 속 '아빠'는 누구일까요? SNS에서 딸과의 일상을 담은 그림 일기로 많은 이들을 키득거리게 만든 주인공, 이석구 작가가 딸과 함께하는 일상을 엮은 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을 냈습니다.

하루 하루 아빠와 딸의 보석 같은 일상이 눈부시게 펼쳐지는...이라기 보다 마치 내 이야기 같거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아빠의 일상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많이 웃게 되는 만큼 감동 포인트도 여러 곳입니다. 특히, 툭 던진 딸의 한마디가 어른의 말보다 더 깊이 있고, 뇌관을 찌르는 것 같은 장면을 마주 할 때면 '어른은 아이에게서도 배운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딸과 함께 인형 놀이를 하고, 구연 동화를 하는 아빠를 찾기 힘들다는 말에 직업적 특성이라며 겸손해 하는 이석구 작가가 그린 일상은 참 따뜻하고 솔직합니다. 매일 매일 아빠 되기를 하는 중인 이석구 작가를 만나 책과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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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Q. SNS에서 재미있게 보던 '아빠와 딸'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와서 너무 기뻤어요. 그런데 이 주제로 책을 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 같은데요.
그림책 연출력을 키우기 위해 연습 삼아 일상툰 같은 형식의 그림 일기를 그려야겠다고 다짐하고, 가끔 여유 있을 때마다 SNS에 올리곤 했습니다. 딸 얘기가 주변에서 반응이 좋았는데, 사람 마음이라는게 호응이 좋으니 딸 에피소드 위주로 모으고 올리게 되더라구요. 이후 책으로 출간하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 들으면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나왔습니다(웃음).

Q. 딸도 이 책을 봤나요? 반응이 궁금해요.
'딸이 좋아하겠다', '딸에게 아주 소중한 추억이 되겠다' 등등의 말을 듣곤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미지근한 반응 뿐이네요. 아마도 집이 작업 공간이라서 모든 과정을 지켜봐서 그런 것 같아요. 이번 책도 따로 의견을 물어보긴 했어요.

나(작가) : 책 읽어 봤어?
딸 : 응 봤어. 금방 다 읽었어.
나(작가) : 어땠어?
딸 : 재밌었어.

딸에게 책에 사인을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처음에는 흥미를 느끼고 즐거워 하더니 그것도 몇 권 하더니 귀찮아하더라고요. 하지만 큰 반응을 얻을 수 있는게 있죠. "아빠랑 놀까?"하는 한마디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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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Q. 아들을 기르는 엄마들이 남자 아이에 대해 공부 하듯 딸을 기르는 아빠도 여자 아이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
남자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인지 딸이 아직 어려서인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성별에 따른 차이를 크게 느끼지는 못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모여서 노는 자리는 엄마가 따라다니고, 단체로 놀 때 모습을 접할 일이 없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네요.
문득 좀 더 크고 사춘기가 오면 남녀 차이에 따른 이해와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하지만 그건 그때 고민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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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Q. 그림 속에서 느껴지는 딸의 이미지는 활발하고, 책을 좋아하고, 직관적인 유머 감각(?!)이 있었어요. 아빠의 그림이나 행동에 대해 촌철살인 멘트를 하는 것이 아주 재미있었고요. 아빠로서 딸의 이런 모습을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유머 감각이 특별히 뛰어난지는 모르겠어요. 주변 아이들이나, 강연 등 여러 상황에서 만난 아이들의 말을 듣다 보면 엄청 재밌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의도치 않게 때때로 엉뚱하고 때때로 황당하지만 재밌는 말을 하는 건 내 아이만의 특별한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제 그림일기에 많이 공감하신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냥, 딸이 너무 너무 재밌습니다. 요즘도 많이 웃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Q. 딸이 밥 먹을 때 김을 맞춰 올려주는 에피소드나, 하교길 일부러 늦게 오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한다거나, 초인종을 누를 때 목소리 톤을 바꾸며 장난을 친다는 것. 그야말로 ‘딸 바보’ 아빠의 면모를 보여준 에피소드라고 느꼈어요. 많은 노력을 하신건가요? 아니면 자연스레 ‘딸 바보’로서 나오는 행동인가요?
노력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성향 탓인 듯 합니다. 내가 아기만 보면 엄청 좋아해서 젊은 남자치고 흔치 않다는 생각을 연애 시절에 했다고 아내가 말해준 적이 있어요. 아이를 좋아하고, 시덥지 않은 농담도 많이 하고, 어리숙하고 엉뚱한 실수들도 많이 하는 아이랑 비슷한 수준이라 잘 어울리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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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Q. '아빠로서의 이상향을 두고 거기에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한 인터뷰를 봤어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빠로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깊은 고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어떻게 키워야하나?'라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합니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같은 끝나지 않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답도 없고 평생을 고민해야 할 문제에요. 게다가 내 인생도 어쩌지 못하고 있는데, 아이를 꼭 이렇게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아빠가 되어야겠다', '너는 이렇게 자라야 한다'같은 건 어렵겠다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냈어요.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살라고 하며 마냥 내버려두는 건 아니구요(웃음). 지금까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딸이 더 성장한 후 진지한 의견 충돌이 일어난다면, 내가 지금과 같은 태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도 미래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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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Q. 육아는 대부분 엄마 중심으로 이루어져서 아빠의 이야기가 많이 없어요. 그래서 작가님의 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에서 아빠가 딸을 기르는 모습을 솔직하게 볼 수 있어 좋았는데요. 아빠의 육아가 엄마의 육아와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엄마가 육아의 중심인 사회적 구조에서 오는 차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집과 주변에서 보는 상황을 보면 대부분 아빠는 '괜찮아. 해봐'라는 느낌이라면 엄마는 '위험해. 조심해야지'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뒤바뀐 경우도 봤습니다만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그런 듯 해요. 아빠의 육아는 '괜찮아'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혹시, 귀찮아서일까요?

Q. 자식이 커갈수록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태도나 행동도 달라지잖아요. 앞으로 딸에게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어떤 아빠가 되고 싶다기보다 그냥, 아빠로 남아 있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어렵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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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Q. 지금까지 느낀 육아의 고충은 무엇이 있었나요?
답이 없다는 것? 아기 때는 체력적으로 힘든게 제일이었는데 말이죠.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른다는 점이 제일 힘든 것 같습니다. 처음이라 모르는게 너무 많고,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결정은 해야하고 그 결과는 어찌될지 모릅니다. 그런 선택과 결정의 순간이 계속 이어지는게 힘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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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Q. 인형놀이와 구연동화(?)를 해주는 것이 정말 인상깊었어요. 아빠로서 하기 쉽지 않잖아요. 딸이 엄마보다 더 재미있게 느낀다고 하는데, 비결이 뭔가요?
직업적 특성 때문이지 않을까요. 그림책 창작을 위해 다양한 소재를 생각하며 모으고 주제를 고민하고 이야기 구조를 만드는 등 다양한 일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랑 놀 때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걸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이가 어떻게 하면 재밌어할까'를 생각하며 계속 놀아주다 보면 조금씩 발전하는 것 같아요. 책을 많이 읽어주면서 구연 능력이 느는 걸 확실히 느꼈거든요. 물론, 재밌게 읽어주려는 노력도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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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Q. 초등학교 4학년 딸에게도 조금 있으면 사춘기가 올 텐데요. 심리적인 대비를 하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춘기는 하나의 인격체로 독립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하던데,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서 내가 놀아주지 않아도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웃음). 물론, 감정의 변화가 크기 때문에 힘들게 하면 당황스러울 것 같긴 합니다만, 지금은 그런 모습이 전혀 상상이 안되네요. 이 또한 그때 가서 생각하려합니다. 미리 생각해봐야 현실은 늘 그것과는 다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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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Q. 딸과의 일상은 앞으로도 계속 기록해 나가실 예정인가요? 시즌2를 기대해도 될까요?
이번에 낸 책이 태어나서 10살때까지 기록인데, 그러면 시즌2는 20살 성인인가요(웃음) 청소년기를 기록해도 재밌겠네요. 처음부터 계획하고 만든 책이 아니다보니 아직 계획은 없습니다. 베스트셀러가 되면 빠르게 시즌2를 준비하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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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그림책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Q. 마지막으로, 육아 중인 세상의 모든 아빠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적당히 힘내요, 우리~.
 

Credit Info

에디터
양한나
자료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