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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봄, 그림책에도 봄이 왔어요

아직은 연하디 연하지만 곧 튼튼하게 자랄 새싹을 보면 아이를 참 많이도 닮았단 생각이 든다. 더없이 여리고 작지만 씩씩하게 흙더미를 헤치고 올라와 빠끔 고개를 내민 모습이 어쩜 그리도 당당하고 귀여운 걸까. 그래서 봄은 ‘아이의 계절’인지도 모른다. 책장 가득 따사로운 봄기운을 머금은 ‘봄 그림책’을 모아보았다. 그림책에도 봄이 활짝 피었다!

기획
박시전 기자
2018.03.16

 

ⓒ 천유주 글ㆍ그림, <팔랑팔랑>, 이야기꽃


 ->  팔랑팔랑
천유주 글ㆍ그림, 1만2000원, 이야기꽃

꽃피는 봄날 시작된 작은 인연에 관한 이야기. 반짝반짝 햇빛이 빛나는 날, 나비가 소풍을 나왔다.

꽃 무더기 흐드러진 나무 아래 자리를 잡는 나비. 잠시 후 책 한 권을 들고 나타난 아지가 나비가 자리 잡은 벤치에 나란히 앉는다.

어색하게 벤치 끝에 앉아 눈치만 살피던 나비와 아지를 이어준 건 바람 따라 팔랑팔랑 나부끼다 나비의 콧잔등에 내려앉은 꽃잎 한 장이다. ‘후~’ 하고 불었을 뿐인데 꽃잎이 날아간 곳은 하필이면 아지의 콧잔등.

이렇게 어색한 정적이 깨지고 나비는 “김밥 드실래요?” 묻고, 아지도 기다렸다는 듯 “아이고, 고맙습니다!” 하고 답한다. 팔랑팔랑, 살랑살랑~ 사방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괜스레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는 봄날의 동화.





 


 ->  꼭꼭 봄바람
송현주 글ㆍ그림, 1만5000원, 반달

민들레가 한창인 어느 봄날, 아이가 고양이와 함께 무언가를 찾아 나선다. 가는 곳마다 “없네, 없어” 하며 아쉬워하는 아이. 들에는 민들레도 있고, 달걀 꽃도 있고, 갓 피어난 클로버와 강아지풀도 있는데 도대체 뭐가 없다는 걸까?

그때 어디선가 나비 한 마리가 날아오르고 아이는 나비를 잡으러 다가가지만 그만 아슬아슬하게 놓쳐 버린다. 그 순간 ‘어’하며 아이가 바라본 곳엔 민들레 들판이 펼쳐져 있다. 아이가 찾던 건 민들레 씨앗이었다.

보송보송 달린 솜털 같은 민들레 씨앗을 ‘후~’ 하고 불고 싶었던 것. 그런데 갑자기 불어온 봄바람에 민들레 씨앗이 날아가고 아이는 “바람 미워!” 하며 야속한 봄바람을 탓한다. 아이의 독백을 통해 따사로운 ‘봄 풍경’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  봄이다!
줄리 폴리아노 글, 에린 E. 스테드 그림, 1만800원, 별천지

봄을 기다리는 설렘을 고스란히 담은 그림책. 옷을 꽁꽁 싸매 입기엔 따뜻하고, 그렇다고 훌훌 벗어던진 채 뛰놀기엔 조금 애매한 늦은 겨울의 풍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년의 눈에 비친 바깥세상은 여전히 ‘갈색투성이’다.

사방에 펼쳐진 갈색에 질린 소년은 더 이상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다는 듯 결심을 하고 땅에 씨앗을 뿌린다. 비를 기다리고, 싹이 트기를 기다리는 소년. 하지만 돋보기까지 동원해 자세히 들여다보고 숨 죽인 채 땅에 귀를 대보지만 새싹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새들이 씨앗을 전부 쪼아 먹어 싹이 안 나는 게 아닐까?’, ‘곰들이 와서 하도 시끄럽게 발을 굴러대니까 싹이 안 나는 게 아닐까?’ 소년의 엉뚱한 상상이 귀엽기만 하다.

결국 기다리다 지친 소년이 새로운 놀이거리를 찾아 나서려는 바로 그 순간, 소년의 눈앞에 봄이 다가와 있다. 봄이 되어 새싹이 돋아나고 생명이 활기를 띄는 풍경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  모두 행복한 날
루스 크라우스 글, 마르크 시몽 그림, 1만1500원, 시공주니어

추운 겨울, 동물들은 깊은 겨울잠에 빠져 있다. 바위틈에서, 나무 구멍 속에서, 동굴 속에서…. 그러다 하나둘 눈을 뜨기 시작하는 동물들. ‘이들을 깊은 잠에서 깨운 건 과연 무엇일까?’라는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매우 단순한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졌다.

마르크 시몽의 따뜻한 목탄화와 루스 크라우스의 단순하면서도 정제된 글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1949년, <코를 킁킁>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최근 원제(The Happy Day)에 충실한 제목 <모두 행복한 날>로 개정판이 나왔다.

책의 마지막 장면에 눈 속에 핀 노란 꽃을 발견한 동물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이 바로 이 책의 타이틀인 ‘모두 행복한 날’이다. 동물들을 겨울잠에서 깨운 주인공은 눈 속에서 피어난 노란 꽃 한 송이였다.

이 자그마한 꽃을 통해 만물의 소생으로 인한 기쁨과 행복은 큰 동물이든 작은 동물이든, 힘 있는 동물이든 약한 동물이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임을 알게 한다. 1950년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






 ->  내 마음
천유주 글ㆍ그림, 1만2000원, 창비

터벅터벅 공원으로 걸어와 계단에 걸터앉는 소년. 챙겨 온 간식을 먹으려는데 비둘기 한 무리가 나타나 소년의 간식을 다 먹어버리고, 마침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지나가는 짝꿍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어보지만 짝꿍은 모르는 척 새초롬하게 지나쳐버린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으려 공원에 전단지를 뿌리는 소녀를 본 소년은 도와주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오늘은 왠지 속상한 날이다. 그때 강아지 한 마리가 소년의 곁으로 오고 소년은 그 강아지가 바로 소녀가 찾던 강아지란 걸 알게 된다.

도망가는 강아지를 잡으러 계단을 올라가니 이미 소녀는 강아지를 만난 상황. 다음 장에 발그레한 볼로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는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소녀와 친구가 되기라도 한 걸까? 첫 장면엔 없던 소년의 가방에 매달린 작은 인형은 소녀의 보답인 걸까? “자, 이제 집에 가자!” 혼잣말하며 집으로 향하는 소년의 발걸음이 한결 경쾌해 보인다.

봄날의 공원에서 벌어진 소소한 이야기를 시간순으로 담아낸 <내 마음>은 이렇다 할 큰 사건은 벌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소년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게 되는 따뜻한 봄바람 같은 책.






ⓒ 한자영 글ㆍ그림, <비야, 안녕!>, 비룡소


 ->  비야, 안녕!
한자영 글ㆍ그림, 1만1000원, 비룡소

비 오는 날 풀숲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툭 투 둑, 빗방울이 떨어지자 풀숲에 있던 지렁이가 “와, 비다!” 반가워하며 땅 위로 머리를 쏘옥 내민다. 비가 반가운 건 지렁이 말고도 더 있다.

후둑, 후두두둑, 툭탁 투닥 투다닥! 떨어지는 빗소리를 따라 봄나들이 하던 지렁이는 어느새 달팽이, 거북이와 친구가 되어 비를 즐기고 있다. 퐁 퐁 퐁! 물 왕관도 쓰고, 촉촉한 나뭇잎 사이를 통통통 뛰어다녀도 보고, 슈웅~ 나뭇잎 배도 탄다.

말간 물웅덩이에 비친 얼굴을 보고 배시시 웃으며 신나는 하루를 보낸 꼬물이 삼총사는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비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비야, 안녕!”
말간 그림과 느림의 미학이 돋보이는 책. 빗방울이 만들어낸 경쾌한 음악에 몸도 마음도 즐거워진다.





 ->  사계절
존 버닝햄 글ㆍ그림, 1만원, 시공주니어

봄, 여름, 가을, 겨울…. 때가 되면 찾아오고 다시금 떠나가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버닝햄 특유의 따스한 일러스트로 묘사했다. 낮은 산등성이 아래 작은 농가가 자리해 있다.

집 앞에는 드넓은 옥수수 밭이 펼쳐지고, 너른 들판에는 짐승들이 뛰놀며, 작은 연못에는 오리떼가 한가로이 헤엄친다.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 만물의 생명이 움트고 자라는 모습은 물론 계절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게 되는 책.


겨울을 지나 농가에 찾아온 봄이 세상 만물을 깨우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봄이 지나고 생명의 열기로 가득한 여름이 찾아온다.

타오르는 태양과 그 덕분에 풍성해진 자연…. 사계절의 변화를 찬찬이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 속에 어우러져 살아가는 동물과 인간의 모습이 아름답고 조화롭게 느껴진다.






 ->  덩쿵따 소리 씨앗
이유정 글ㆍ그림, 1만2000원, 느림보

땅속에서 씨앗이 ‘덩’ 눈을 뜬다. 그러자 뿌리가 ‘쿵’ 발을 내밀고, 새싹이 ‘따’ 고개를 내민다. 무럭무럭 자라난 나무는 한여름 더위에 ‘쿵쿵’ 꽃을 피우고, 가을에 ‘척’ 열매를 맺는다.

날이 추워져 나뭇잎이 하나둘 땅으로 떨어지면서 나무의 기운이 땅속으로 ‘쿵쿵쿵’ 스며든다. 다시금 봄이 찾아오자 또 다른 생명의 씨앗인 나비의 알이 ‘덩’ 깨어난다. 생명이 움텄다가 사그라지고 다시금 태어나는 과정을 우리 장단에 맞춰 신명나게 보여주고 있다.


이유정 작가는 우리 장단에 서양의 리듬과 달리 독특한 생명 순환의 에너지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연의 순환을 그대로 담은 중모리 장단에 매료되어 이 특별한 작품을 선보였다고 한다.






 ->  노랑나비랑 나랑
백지혜 지음, 최정선 기획, 1만2800원, 보림

책의 첫 장면, 푸른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의 팔에 노랑나비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다음 장을 넘기니 아이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돌아서 있고, 노랑나비는 어디론가 부지런히 날아간다.

마치 숨바꼭질을 시작하기라도 하려는 듯. 그다음부터는 하양, 분홍, 보라 예쁜 꽃들이 가득 피어 있다. 우리 옛 그림의 전통과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화가 백지혜가 전통 채색화 기법으로 우리 꽃의 은은한 아름다움을 담아낸 이 책에는 모두 10편의 화접도가 등장한다.

꽃은 하나같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꽃들이다. 철따라 꽃이 피는 작은 정원을 가꾸는 집은 드물어졌다지만 고개를 돌려 아파트 화단, 공원, 길가, 이웃집 담장, 무심코 지나쳤던 골목의 빈터를 보면 우리 주위에는 여전히 어여쁜 꽃들이 피어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걸음을 멈추고 주위의 꽃들에게 눈길을 돌리라고, 그 꽃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제각각의 생김새와 향기와 아름다움을 한껏 누리라고 일러준다.

노랑나비와 아이가 꽃길에서 숨바꼭질하며 자연과 교감하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자 꽃잎 속, 혹은 잎사귀 뒤에 보일 듯 말 듯 숨은 노랑나비를 찾아내는 숨은그림찾기 책이기도 하다.

 

아직은 연하디 연하지만 곧 튼튼하게 자랄 새싹을 보면 아이를 참 많이도 닮았단 생각이 든다. 더없이 여리고 작지만 씩씩하게 흙더미를 헤치고 올라와 빠끔 고개를 내민 모습이 어쩜 그리도 당당하고 귀여운 걸까. 그래서 봄은 ‘아이의 계절’인지도 모른다. 책장 가득 따사로운 봄기운을 머금은 ‘봄 그림책’을 모아보았다. 그림책에도 봄이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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