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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군대에 간다

전화를 받았다. “친한 축구 선수들이 군대에 가는데요, 가기 전에 같이 사진 찍고 이야기도 나누면 어때요?” 그래서 이근호, 하대성, 백종환을 만났다.

UpdatedOn December 29, 2012




인생에서 축구란 뭘까…. 공을 좇아 도망치듯 달리다 보면 문득 삶에 대해 생각하기도 할까? 그 순간 주변을 본다. 친구가 있다. 친구에게 공을 준다. 같이 달린다. 이근호, 하대성, 백종환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함께 다녔다. 셋과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이들이 여전히 한 팀에서 기나긴 경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있을 때 힘이 된다는 말은 진부하지만 옳다. 이근호는 2012년에 아시아 최고 선수가 됐고, 하대성은 K리그 최고 미드필더로 선정됐으며 백종환은… 명성 있는 선수의 친구가 아니라, 당당히 한 팀의 주축 선수가 되었다. 그는 팀을 구했다. 그리고 이제 군대에 간다. 같이 간다. 물론 계속 축구를 한다.


셋이 같이 입대하죠?
하대성 아니에요. 둘만 가요.
둘만?
이근호 대성이는 신의 아들이에요. 
하대성 입구까지 같이 갑니다.
군대 가는데 여자친구들이 기다려준다고 하나요?
이근호 여자친구는 저희가 군대 가 있는 동안 하대성 군이 준비하는 걸로.
계속 축구를 하겠지만 그래도 군대에 가니까 우울하죠?
백종환 그래도 혼자 가는 게 아니어서 위안이 돼요. 셋이 같이 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이근호 대성이는 엄청 싫어할걸.
백종환 열심히 돈 벌 친구를 한 명 밖에 놔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2년 동안 대성이가 열심히 벌어서 저희 먹여 살릴 거예요.
하대성 전화기 꺼둘 겁니다. 농담이고요. 벌어야죠. 친구들한테 맛있는 거 많이 사주려면.
백종환 선수에게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올해 강원 FC가 계속 강등권에 있었잖아요. 시즌 막바지에 와서야 강등권에서 탈출했고, ‘강등권 탈출골’을 직접 넣었잖아요. 한 건 하고 군대 가는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백종환 이 친구들은 강등권에 있어본 적이 없어서 모를 거예요. 저도 그렇고 감독님부터 코치 선생님들까지 마음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잔류 확정된 거 알았을 때 진짜 홀가분했어요. 마음 편히 군대 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강등권에서 고군분투하는 친구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하대성 저는 솔직히 종환이한테 어차피 너는 군대 가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쟤가 골을 넣고 우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굉장히 의식을 하고 있었구나, 마음에 짐을 지고 뛰고 있었구나, 하고 느꼈어요. 힘들었나 봐요.
셋이 정말 친한가 봐요.
이근호 5학년 때부터 친구였으니까. 알 거 다 알고 더 이상 ‘깔 게’ 없는, ‘까는’ 것도 지겨울 정도로. 이제 음… 예를 들어 이 친구들이 경기를 하면 항상 체크하게 돼요. 선발인지, 이겼는지, 골을 넣었는지, 사소한 것까지 응원하게 되고, 힘이 돼주고 싶고.
하대성 어릴 때부터 같이 운동하고 같이 자고 그랬으니까. 근호하고는 프로에 와서도 같은 팀에 있었고. 어떻게 보면 가족보다 서로에 대해 더 잘 알 거예요. 특히 여자 관계에 대해.
셋 중 여자를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은 이근호 선수일 거 같아요. 아까부터 보니까 눈웃음을 치더라고요.
하대성 맞습니다.
이근호 아니에요. 진정한 꾼은 대성이에요. 아까 사진 찍을 때 봤죠? 끼 부리잖아요.
이 문제는 일단 백종환 선수가 여자를 가장 많이 만난 건 아니다로 결론 내죠. 친구가 여자 말고, 축구로 아시아 최고가 되는 걸 보는 기분은 어떤가요?
백종환 저는 근호를 어릴 때부터 봤으니까, 근호가 힘들어한 거, 고생한 거 다 알잖아요. 그런 것에 대해 보상받는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이근호가 백종환의 손을 잡으며 ‘오~’ 하는 입 모양을 취했다. 그러자 백종환이 이근호를 보며 말했다.)
백종환 입금해.
하대성 아시아 넘버원 축구 선수한테 주는 거잖아요. 저는 받아보겠다는 생각조차 못했거든요. 그런 상을 가장 가까운 친구가 받으니까 저까지 영광스럽고 뿌듯해요.  
트로피를 보고 압도당했어요. 그렇게 큰 트로피는 처음 본 거 같아요.
백종환 미사일 나갈 거 같던데요. 기관총같이 생겼더라고요.
이근호 저는 솔직히 시상식장 가서, 물론 아시아에서 최고로 좋은 상인데, 감격스러웠다기보단 정신이 없었어요. 수상 소감을 영어로 해야 하거든요. 기뻐할 겨를도 없이 스피칭 연습하면서 ‘틀리면 안 된다, 틀리면 안 된다’ 이 생각만 계속 했어요. 결국 수상 소감 말하면서 엄청나게 더듬었어요.
그러니까 이제 영어도 잘해야 돼요. 다 조금씩 하시죠?
백종환 Little bit? 하하.
한 선수는 강등권 탈출골을 쐈고, 한 선수는 아시아 최고 선수가 됐고, 다른 한 선수는 올해 K리그 최고 미드필더로 선정됐죠.


백종환 선정되는 게 마땅하다 생각했어요. (백종환이 하대성을 보며 멋쩍은 듯 말했다.) 귀 막고 있어. 초등학교 때부터 봐왔잖아요. 대성이 정말 잘했어요.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이 친구 덕분이에요. 이 친구의 플레이를 내 플레이랑 비교하면서, 저만큼 해야겠다, 저 친구만 쫓아가야겠다, 생각했거든요.
이근호 제가 옆에서 지켜보면요, 대성이는 공격이었고 종환이는 수비였어요. 그런데 신체 조건이 비슷하니까 뭘 하든 같이 하게 되는 거예요. 훈련하다가 둘이 살벌해질 때도 있었어요. 지금 종환이 얘기를 들으니까 그때 왜 그랬는지 알겠어요. 대성이는 상상 못할 정도로 잘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친구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고 제가 만약 감독이 되어 K리그 선수들로 베스트 팀을 만든다면 하대성이라는 친구를 중심에 두고 다른 선수들을 뽑을 것 같아요. 그리고 선수로서, 제가 공격수니까, 나한테 도움이 되는 미드필더를 꼽으라고 하면 하대성 선수를 뽑을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힘들 때까지 뛰어야 겨우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선수예요. 그런데 이 친구는 너무 공을 잘 차요. 감각이 좋죠. 부러울 정도로.


백종환 인터뷰가 끝나고 하대성이라는 선수가 이근호 선수에게 거액을 헌납할 예정입니다.
이쯤에서 K리그 최고 미드필더에게 돌직구 하나 던질게요. 소속팀인 FC 서울이 우승했잖아요. 하대성 선수가 주장이고요. 그런데, 그런데… 서울은 수원한테 왜 만날 지나요?
이근호 주장으로서 정신력에 문제가 있지 않나….
백종환 직접 들어봐야죠, 뭐.


하대성 일단 축구장 밖에서까지 수원에 대해 언급하는 게 좋지는 않아요. 수원에 대해서는 얘기조차 꺼내고 싶지 않아요. 그만큼 좀… 글쎄 뭐, 서울은 준비 과정이 1년 내내 똑같아요. 어느 팀이라고 해서 더 특별하게 준비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수원은 우리랑 만나면 일주일 전부터 연습을 다르게 한대요. 정신적으로 수원 선수들보다 저희가 약한 게 아닌가? 라이벌 간의 싸움은 축구 실력을 겨루는 게 아니라 정신력이라든지 투지의 싸움이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부족하지 않나. 이렇게 얘기하면 안 되겠지? 안 되는 걸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데, 수원은 상대하기 껄끄러워요. 까다로운 상대라는 느낌이 들어요.
두 팀의 경기는 항상 격하잖아요. 그런데 서울에 친한 선수도 있을 거 아니에요? 정말 누군가 진지하게 싫어지기도 해요?
하대성 경기장 안에서만 그러는 거예요. 경기 끝나면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요.
이근호 엄청 웃겨요. 운동장 안에서는 죽일 거처럼 열받아하다가, 운동장 밖에서 딱 마주치면 엄청 어색해해요. 불편해하고.
아, 웃겨. 둘은 서울과 수원이 경기하면 서울을 응원하나요? 이런 거 밝혀도 되나?
백종환 저는 서울을 응원하죠.
이근호 저도 서울.
이근호 선수가 소속된 울산 현대가 아시아 클럽 챔피언의 자격으로 클럽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에 출전합니다. 북중미 챔피언 몬테레이와 경기를 하는데요, K리그가 끝나서 몸이 많이 가라앉아 있을 것 같아요.
이근호 음, 그럴 수도 있는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나 클럽 월드컵대회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어서 특별하게 느껴져요. 기다려지고, 빨리 경기하고 싶고, 그래서 준비하는 과정도 다른 때보다 즐거워요.
그 경기를 이기면 첼시랑 붙는 거죠?
이근호 저희도 그걸 꿈꾸는데, 몬테레이 팀이 너무 강해요. 그래서 일단 그 경기만 생각하고 있어요.
선수는 확실히 팬들과 생각이 다르네요. 팬들은 첼시랑 붙을 것만 기대하고 있거든요.
이근호 첼시하고 붙기 전에 엄청 강한 팀을 이겨야 하는데 그 생각은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첼시랑 경기하고 싶죠…. 


셋이 한 팀에서 뛰면 좋겠죠?
백종환 저는 프로 와서 이 친구들이랑 같은 팀에 속한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일단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지금도 이렇게 재밌고 즐겁잖아요. (백종환이 하대성을 보며 말했다.) 넌 (근호랑) 한 팀에 있어봤잖아.
하대성 서울에서 셋이 같이 뛰면 좋겠어요.
이근호 강원 무시하냐? 울산 무시하냐?
하대성 아, 그런 거 아닌데, 다른 팀을 내가 잘 몰라서. 서울은 생활하는 것도 그렇고, 훈련도 되게 즐거워요. 그래서 이 친구들이 서울로 와서 같이 훈련하면 무척 즐거울 거 같아요. 
이근호 그런 생각해요. 종환이가 공을 뺏어서 대성이한테 주면 대성이가 저한테 주고, 제가 마무리하는 거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저는 대성이랑 한 팀에서 볼을 차봤고, 내년부터는 종환이랑 한 팀에서 볼을 차니까 다행이죠. 대성이랑 볼 찰 때는 둘 다 너무 잘됐어요. 내년에도 종환이랑 같이 잘될 수 있게 해보려고요.
관전 포인트네요.
이근호 그런데 대성이랑 있었을 때 단점이라면, 대성이가 볼을 잡으면 희한하게 저한테 패스를 많이 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쟤는 볼 잡으면 근호만 찾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감독님도 일부러 농담처럼 말하셨어요. “야! 너 근호만 준다.”


하대성 나는 그런 거 못 느꼈는데 상황을 알고 나니까 나중에는 너한테 줘야 할 때도 다른 사람한테 줬다니까. 그런데 볼을 잡으면 눈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주게 돼 있잖아요. 근호가 그만큼 활발하게 움직이고 좋은 위치에 있으니까 많이 줄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백종환 선수도 내년에 이근호 선수만 눈에 보이는 거 아닐까요?
백종환 기대돼요. 고등학교 때 이후로 10년 만에 발을 맞추니까.
하대성 너 오른쪽 윙백 들어오면 진짜 근호만 줄 수도 있겠다.
백종환 그러네.
하대성 선수가 자원해서 입대하면 셋이 즐겁게 공을 주고받을 수 있어요.
백종환 그래!
하대성 이근호 하하하!

이근호 선수(왼쪽)와 백종환 선수(가운데)가 입은 니트는 모두 카이아크만, 하대성 선수(오른쪽)가 입은 니트는 클럽 모나코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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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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