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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와 영화 평론가의 대화

미술의 영상 작업과 실험 영화를 교차시키는 것은 미술계에도 영화계에도 `핫`한 화두다.

UpdatedOn September 10, 2012




1 존 토레스, 사랑에 관한 어떤 독백, film still, 2004 
2 존 토레스, 너를 잡지 않고 어떻게
너를 잡을 수 있을까, film still, 2004 
3 존 토레스, 이복형제, film still, 2004 
4 존 토레스, 한밤중의 구체적인 것들, 2011 
5 존 토레스, 무성영화, film still, 2011 
6 존 토레스, 뮤즈, film still, 2011 
7 존 토레스, 마팡 아킷, film still, 2011

8, 9, 10  하룬 파로키와 안드레이 우지카, 어떤 혁명의 비디오그램, film still,1992

 

영화제가 미술 전시와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로테르담 영화제의 경우 미술 작가들의 영상 작업을 영화제 내에 소개하거나 반대로 영화감독에게 설치 작업에 가까운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작년 베니스 영화제는 오리종티 부문에서는 실험적인 타 장르 작품들을 대거 초청하기도 했다. 물론 항상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었지만 영화계에서 알기 힘들었던 영상 작품들이 많이 소개될 수 있었다.


영화계 평단의 반응은 어땠나?
너무 낯선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이건 설치 작업이지 영화라고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아핏차퐁처럼 미술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다리를 놓는 작가를 환영하기도 한다.
이번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 실험적 영화를 제작해온 하룬 파로키와 안드레이 우지카의 ‘어떤 혁명의 비디오그램’은 전시장과 극장 모두에서 상영됐다.


원래 전시장을 염두하고 만든 것은 아니었다. 두 작가 모두 기존의 영상물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파운드 풋티지 방식에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재밌게도 이런 파운드 풋티지 작업이 미술 전시장에 대거 들어오게 된 시기와 묘하게 일치하면서 최근 영상 설치 작업의 형식과 잘 어울리게 됐다. ‘어떤 혁명의 비디오그램’도 그중 하나다. 사실 파운드 풋티지 작업은 영화와 미술에서 서로 계속 만나왔다. 존 토레스의 작품도 극장과 전시 공간에서 같이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과 극장은 관람 조건이 다르다. 보는 환경도 다르고 영상에 대해 관객이 기대하는 것에도 분명 차이가 있다. 어떻게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걸까?


존 토레스나 아핏차퐁 모두 영화를 블록 단위로 사고한다. 즉 영화를 서사적인 인과관계가 아니라 장면 단위로 다루면서 완전히 다른 방식의 작동 원리를 만들어낸다. 마치 A전시실에서 B전시실로 옮겨 다니는 듯한 구조다. 결국 상이한 영상 블록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다중채널 설치 작업으로 상영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그것을 모아놓아도 느슨하게나마 전체가 묶이는 새로운 영화 형태가 된다.


영화를 전시장의 구조와 유사하게 만든다는 언급이 흥미롭다. 전시장에 자주 가나?
개인적으로 전시장 환경을 좋아한다. 대부분 영화는 극장에서 뚫어져라 관람하는데 전시장에서는 돌아다니며 산만하게 작업에 접근한다. 결과적으로 영상 작업을 촉각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마치 하나의 건축물을 둘러보듯 영상 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 쪽에선 오히려 산만한 관객을 아쉬워한다.
새로운 영상 작업에 맞는 관객은 아직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 너무 몰두하거나 너무 산만한 극단적 관객만 남은 것은 아닌가 싶다.   
WORDS 이미연(미술가)

 

시집은 예쁘다
2011년도 김수영문학상에 빛나는 시인 서효인이 새삼 시집 디자인을 이야기한다. 놀랍게도 시집은 예쁘다.

최근 문학동네와 문예중앙이 시집 출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한국 출판 시장의 시집 출간은 금요일 밤 홍대 앞 같은 활기를 보이고 있다. 치밀한 기획 아래 정기적으로 출판되는 시집 모음은 출판사의 성격을 결정하기도 한다. 문학 출판사의 자존심이 시집에 어려 있는 것이다. 1970년대부터 한국 문학의 굳건한 양대 산맥이 되어온 문학과지성사, 창작과비평사는 각각 4백 권과 3백 권이 넘는 시집을 꾸준히 내고 있으며 판매량도 가끔이나마 본전(?)은 친다. 여기에 민음사, 문학동네, 문예중앙 등 이른바 유명 출판사가 경쟁적으로 시인선을 낸다.
덕분에(다행히 시집 가판이 있다면) 시집 코너가 알록달록하다. 소설과는 달리, 시집은 그 ‘번호 매김’이 확실하고 디자인의 ‘일렬종대’가 정연하다. 그렇기에 시집을 모아 서가에 좌르륵 꽂아놓으면 그 흐뭇함이 금메달리스트의 코치와 같은 질량이 되는 것이다. 그럼 이쯤에서 주요 문학 출판사의 시집 디자인을 일갈해보는 작업을 허무맹랑하게 짧은 분량으로 해보자.
 문학과지성사   이제하 선생이 이어오는 시인의 캐리커처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다소 경직돼 보이는 사각형 디자인도 모아놓으면 전통과 권위 그 자체다. 1권부터 415권까지 같은 판형에 같은 디자인이라는 건, 사랑스러운 끈질김 아닌가. 
 창비   시뻘건 김남주 시집과 판화 느낌의 신경림 시집은 시대의 바이블이었다. 지금이 ‘컷’의 시대라고 창비는 판단한다. 시와 관련된 결정적 ‘장면’이 표지에 있다. 사진이든 그림이든 시를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면야, 창비 시선은 늘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민음사  순결해 보이는 흰 바탕에 정사각형과 원이 있다. 민음사 시집은 단순한 기하학으로 독자의 시선을 잡는다. 유니크하다. 양장본이라 단단하다. 양장본이라 무겁다! 시를 좀 더 진중하게 보게 만드는 마력이 두터운 양장에 서려 있다.
 문학동네  파격적인 서체. 파격적인 판형. 문학동네 시인선의 등장은 기분 좋은 파격이었다. 파격 중의 파격은 표4라 불리는 뒷면에 있다. 추천사나 시인의 말이 들어갈 자리에 어떤 무늬(?)가 있다. 이 무늬가 뭐니? 읽어라, 거기에 답이 있다.
 문예중앙  손에 쥘 때, 아! 시집이구나 싶다. 펴서 종이를 넘길 때, 역시 시집이구나 싶다! 문예중앙 시인선은 시집의 기본적인 모양새를 따르되, 거기에 예술적 표지로 스스로를 구획한다. 그 구획 안쪽에는 ‘쿨함’이 있다. 멋진 디자인이다. 
WORDS 서효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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