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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G man+woman

시대가 정치적이다. 개그도 정치적이다. 개그맨과 개그우먼을 바라보는 시선도 정치적이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틀렸다. 다만 이것은 해석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이 아니다.

UpdatedOn March 28, 2012




(좌) 안영미
안영미는 기분이 안 좋다. MBC가 파업을 해서 <해를 품은 달>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녁에 카레를 먹기로 했다며 웃었다
“뭘 봐?”

김꽃두레는 취업에 실패한 청년이며 신용불량자이며 친구들의 점퍼를 뺏어 입는 일진 녀석이다. 배기량 800cc가 넘는 바이크를 꿈꾸며 50cc 오토바이에 올라타는 노란 머리 자퇴생이다. 안영미는 김꽃두레가 시대적 목적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말은 진심 같다. 그러나 김꽃두레는 안영미를 벗어났다. 혼자 쏘다니며, 자꾸 뭐라고 말을 한다.

김꽃두레가 연기 같지 않다.
철없는 모습이 나와 닮았다. 그런데 김꽃두레처럼 그렇게 대책 없이 철없진 않다.
“민식이냐?” 이 대사 요즘 내가 흉내 내고 있다.
비슷한가? 민식이냐?
에이, 발음 좀 흘리고 모든 게 귀찮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야지.
이렇게? 아으, 민시기니아?
이제 좀 비슷하네.
<개그콘서트> ‘분장실 강선생’에 나올 때는 당신이 싫었다. 눈치 빠르고 머리 좋아서 연기할 때도 계산을 하는 것 같았다. 
아하하하. 진짜? 머릿속으로 계산하면서 한 적은 없는데. 난 주도면밀한 타입이 아니다. 
오해가 풀렸다. 말투와 포즈 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연기가 아니라. 연기 아니지? 맞지?
아하하하하. 연기를 왜 해.
안영미는 과하게 쿨해. 일상이 오버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처음엔 다 그렇게 본다. 가식적이야, 너 일부러 웃는 거지, 이런 얘기를 대학교 들어가면서부터 계속 들었다. 나는 그냥 즐거워서 웃는 거다. 시간이 지나면 안다. 아, 이게 안영미구나.
요즘 관심사는 뭔가?
<해를 품은 달>. 아, 오늘 마지막 회인데 MBC 파업 때문에 안 한다고 해가지고 지금 예민하다.
MBC 파업을 어떻게 생각하나?
파업? 아…. 정치는 관심 없다.
‘아메리카노’에서 ‘일진 점퍼’ 입은 어른으로 나온다.
점퍼 뺏는 애들 혼내주려고 코너를 짠 건 아니다.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흉내만 냈다.
흉내를 잘 냈다. 디테일이, 살아 있네.
모르겠다. 김꽃두레 캐릭터는 나랑 흡사한 게 많아서 그 생각 없는 발언들? 철없음? 이런 게 술술술 나왔다. 그리고 어우, 졸라 같은 10대들이 쓰는 단어를 아직 내가 쓰고 있다.
화장도 여성스럽게 하고 내숭도 떨어야 하나, 이런 회의가 들 때도 있지 않나?
맞다. 내가 못생긴 캐릭터인지 몰랐다. 그런데 버라이어티에선 못생기고 못난 사람인 거다. 여배우들 나오면 안영미는 못생겼다는 식으로 비교를 했다. 개그우먼이니까 웃음을 주기 위한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짜증이 났다. 그후로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안 했다. 그것 때문에 꽤 힘들었다. 개그우먼들끼리 모이면 이제 그런 거 받아주지 말자고 얘기한다. 게스트 중에 남자 배우가 나오면, 내 스타일 아니야, 이러면서 내가 그 남자 배우를 깔 수도 있는 거잖아.
개그우먼들끼리 모이면 그런 얘기도 하는구나.
우리끼리 공감 완전 장난 아니다.

(우) 강유미
강유미가 오해에 대해 말했다. 목소리에 대해서도 말했다. 강유미가 여성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성스러워진 건 아니다. 
“예쁜데”

개그우먼은 예쁘지 않고 예뻐서도 안 된다. 이것이 개그우먼에게 바라는 시대의 요구다. 강유미가 예뻐졌다. 그러자 방송이 언론이 심지어 여론마저 강유미의 외모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한 걸음 물러나서 바라보면 한심스럽고, 한 걸음 더 물러나서 바라보면, 미안하다. 그리고 지금 한 여자의 마음을 생각한다. 스스로 광대라고 말하며 웃는 예쁜 개그우먼의 시대를 생각한다.

같이 있으면서 놀랐다. 원래 여성스러웠나?
응. 나는 사람들이 연기와는 다른 내 모습을 알아봐줄지 알았다.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사람들은 TV에 나오는 모습만 보고 판단한다. 무대에 올라가 있는 그 5분이 차곡차곡 쌓여 이미지가 된 거다. 포악하고 못생긴 여자로 받아들인 것 같다.
그래서 미국에 갔구나.
그래서 간 건 아니다. 미국에 가는 건 어릴 적부터 꿈이었다. 배우고 싶은 것도 있었다.
예뻐지려고 미국 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예뻐지려고 미국 가는 사람도 있구나, 나는 그걸 이번에 알았다.
나는 당신이 당당하게 ‘나 성형했다’고 말하길 바랐다.
음… 뭐라고 해야 할까. 떳떳하지. 다른 사람이 수술해도 존중하고. 그런데 거기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하면… 성형에 관한 토론 프로그램뿐 아니라 성형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토크쇼란 토크쇼는 다 섭외가 들어왔다. 거절했다. 그런 곳에 나가서 어린 시절 상처 얘기하며 울고불고할 필요를 못 느꼈다. 예뻐지고 싶은 마음은 여자라면 다 가지고 있을 텐데.
남자인 나도 예뻐지고 싶다!
하하. 
오늘 촬영은 어땠나? 우아한 드레스를 입었다. 
예쁜 걸 입으면 신난다. 요즘은 예뻐졌다는 얘기를 많이 해줘서 좋다. 자신감도 생겼다.
그건 너무 아름답고 소중한 거다.
그래서 성형한 거 후회 안 한다. 그런데 내 목소리가 정말 이상한가?
그러게. 강유미 목소리 이상하다는 댓글이 많아서 나는 정말 이상한 줄 알았다. 그런데 직접 들으니, 예쁜데.
얼굴은 바뀌었는데 목소리는 어쩔 거야, 라는 댓글을 봤다. 예쁘지 않은 건 아는데 ‘목소리 어쩔 거야’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인가?
예쁘기만 한데. 음반 내도 되겠다. 안영미랑 둘이 미미밴드를 만들 거라고 들었다. 코미디에선 우락부락한 여자 역할을 했으니까 미미밴드에선 예쁜 거 해라.
예쁜 걸 하고 싶은데, 사람들 앞에만 서면 그 사람들을 만족시켜주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웃긴 걸 하고 있다. 나는 피가, 그냥 어쩔 수 없는 광대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에도 무대가 그리웠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구나.
나 착하다.
만나볼까?
개인적인 만남을 말하는 건가?
응!




황현희
황현희가 쓰지 말라고 한 얘기가 있다. 그래서 안 썼다. 하지만 말은 했다. 응원하고 싶었다.
“무섭냐?”

황현희는 정치적이다. 황현희도 안다. 그리고 황현희도 다른 개그맨처럼 ‘정치적’이란 수식어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황현희는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이다. ‘소비자 고발’ ‘집중토론’ 같은 코너가 우연히 나온 게 아니다. 말투와 목소리, 관심, 성격, 습관, 행동이 투영된 것이다. 그런데 가장 정치적인 상황은 황현희마저 ‘정치적’이란 감투를 버거워한다는 것이다. 이게 오로지 당대만의 무게인지 오래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신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개그맨이다. 당신의 개그는 그걸 감추지 않는다.
관심 많다. 난 염세주의자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삐딱선 타는 것과는 다른 거지?
내 생각이 확고한 거다. 그런데 그런 이미지를 깨기 위해 시작한 게 ‘위대한 유산’이다. ‘위대한 유산’에는 일부러 내가 당하는 설정을 넣었다. 지적인 이미지가 강한 게 개그맨으로서 좋은 일만은 아니다.
황현희를 보면서 정치적 성향은 어떤지 궁금했다. 난 반MB다.
좌파구나. ‘사마귀 유치원’ 좋아하겠네. 나는 ‘사마귀 유치원’을 좌마귀 유치원이라고 부른다.
당신은 뭔데?
정치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정치를 되게 좋아한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그들끼리 머리싸움을 벌이는 게 너무 재미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겠지만, 왼쪽은 선동하는 경향이 있다. 오른쪽은 지나치게 그들만의 리그다. 근데 정치에 관한 거는 인터뷰에 쓰면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최근의 어떤 사건들 가운데 지지하는 것과 지지하지 않는 것은 뭔가?
(한참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거 절대 쓰지 마라.
아… 알겠다.
나는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다. (또 한참 얘기했다.) 하지만 이런 얘기 함부로 하면 난리 난다. 요즘 선거 때문에 민감해서 정치 얘기는 아예 안 하려고 한다. 이런 적도 있다. 아는 사람이 밥이나 먹자고 해서 갔더니 후원금 모집하는 자리였다. 사회 봐달라고 해서 갔더니 정치인 출판기념회였다. 바로 나와버렸다.
성향이 뚜렷하고 관심도 많은데 개그에선 자유롭게 드러내지 못하니 답답하겠다.
전 세계 공통적으로 재미있는 개그 소재가 정치랑 섹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두 가지를 못하게 하니까.
그래도 요즘 비교적 자유로워지지 않았나?
일본과 미국에 비하면 전혀 자유롭지 않다. 옛날보다는 나아졌지만.
이미지를 바꾸려고 ‘위대한 유산’을 했다고 말했지만 “이거 어디 갔어”라고 외칠 때조차 황현희 보이스는 다큐멘터리적이다. 그래서 웃기다.
‘소비자 고발’ ‘범죄의 재구성’ ‘집중토론’ ‘남보원’ ‘불편한 진실’ 이런 코너들이 다 진지한 코드다. 나는 개그가 가장 웃긴 상황은 진지할 때라고 생각한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조사하면 다 나와”라고 말할 때도 나는 무대에서 절대 웃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었다.
그러고 보니 황현희가 한 코너는 전부 고발 성격을 지닌다. 동료 개그맨들이 ‘너는 왜 만날 진지해? 왜 늘 비틀어서 봐?’라고 얘기 안 하나?
평소에는 장난 많이 친다. 그런데 굳이 여기 와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나?
하지만 웃지도 않고 무뚝뚝해서 당황했다.
말이 많은 편은 아니다. 그리고 개그맨을 가볍게 보는 사회 분위기도 있다. 난 그게 싫다. 개그맨을 너무 불쌍하게 생각한다. 난 불쌍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다.
안다. 휴대폰 광고도 찍었다.
난 LG 광고를 찍었는데 SK의 모델은 원빈이랑 신민아였다. 내가 생각해도 웃기더라고. 사실 일본이나 미국에선 개그맨들이 천재 대우를 받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광대, 딴따라, 이렇게 생각한다. 길을 가다 보면 사람들이 나를 보며 웃고 지나간다. 기분 되게 나쁘다. 보고 웃어주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나쁘다.
에이, 그 사람은 장동건이 지나가도 웃을 거다. 하지만 기분 나쁜 거 이해한다. 충분히 이해되는 사회 분위기가 있으니까.
인식이 바뀌면 좋겠다.
개그맨들이 사업도 많이 하던데 당신은 안 하나?
관심 없다. 개그만 잘해서 오래 하고 싶다. 가끔 카메오로 드라마에 출연하는 건, 돕는 거다. 조연으로 연기를 한다든가 이런 거 흥미 없다.
주연을 하라고 하면 할 거지?
더 안 한다. 재미가 없는데. 사람이 재미있는 거만 하면서 살 순 없지만 나만큼은 그렇게 하고 싶다.
이런 말 어이없는 거 아는데, 개그맨인데 자존심이 세고 철학도 있다.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없으면서 그 일을 하는 건 무의미하다.
그래, 그렇긴 한데 어떤 개그맨은 개그를 다른 일을 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개그맨이 있다. 개그맨이 되고 싶어서 이쪽에 들어온 게 아니라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들어온 애들. 어쭙잖게 트위터나 이용하려고 하고. 나는 직구를 던지는 정통파 친구들이 들어오면 좋겠는데 자꾸 기교파, 변화구를 던지는 친구들이 들어온다. 그런데 그런 친구들은 개그판에서 못 버티고 빠져나간다. 왜냐하면 이 일은 개그를 사랑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다. 개그는 고도의 두뇌 플레이다. 동선과 대사의 토씨 하나하나를 1초까지 맞춰가면서 5분에 달하는 작업을 하는 건데, 그걸 매주 하려고 해봐. 지금 <개그콘서트>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랑 똑같다. 합격 못하면 방송에 못 나온다. 그러니까 기교로는 못 버틴다.
눈빛이 무섭다. 승부욕도 강할 것 같다.
6세짜리 조카랑 씨름할 때도 안 져준다.   
버라이어티에 나가서 MC를 맡아도 잘할 것 같다.
내 캐릭터가 통하려면 나이가 38세쯤 돼야 할 것 같다. 후배들한테 장난이나 치면서 말도 두서없이 해야 하는데 지금 나이는 어정쩡하다.
그때까지 어디로 가지 마라.
그런데 이렇게 얘기해놓고 당장 내일 버라이어티 MC를 할 수도 있다. 재미있으면 하는 거다. 사람을 웃기는 일이면 안 할 이유가 없다.
짐승을 웃기는 일도 할 것 같다!
걔들을 어떻게 웃겨.




박성광
박성광은 그런 개그맨이 아니다. 그런 게 뭔데? 박성광의 마음속에 있다.
“마음속에”

‘용감한 녀석들’에서 박성광은 <개그콘서트> PD가 못생겼다고 말한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개그콘서트> PD가 권력자라는 사실을 폭로한다. 또한 이 폭로는 <개그콘서트> PD가 쥐고 있는 힘은 정당한 것이라는 암묵적인 동의를 기저에 두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동의할 수 없는 힘들의 무법지대다. 개그가 아니면 무엇으로도 이것을 희화할 수 없다. 하지만 개그가 왜 그것을 말해야 하는가? 그리고 왜 그것을 말할 수 없는가?

예전에 했던 ‘박대박’도 그렇고 ‘나를 술 푸게 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요즘 하는 ‘이기적인 특허소’도 그렇고, 박성광은 시사 문제에 관심이 많은 개그맨 같다. 
관심 있다. 하지만 웃음이 더 중요하다.
코너를 짜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아야겠지?
아침에 눈뜨자마자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뉴스를 본다. 나는 그런 게 습관이 돼 있다.
요즘은 달라진 것 같기는 한데 비교적 최근까지만 해도 연예인들이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는 걸 꺼렸다. 아무래도 좀 부담스럽나?
개그맨 입장에서만 말하자면 작년, 재작년까지만 해도 그게 심했다.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 할 때 뭐랄까, 좀 그랬다. 그런데 (최)효종이 고소 사건 이후로 유해졌다.
박성광의 정치 성향은 어떤가?
개인적으로 입장을 갖고 있다. 국민이니까 당연한 거 아닌가.
다들 말을 못한다. 그냥 웃기는 게 좋다고만 말한다.
하루 종일 정치 생각만 하며 살진 않지만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건 국민의 의무다. 관심을 가져야 비판도 할 수 있다. 관심을 어디까지 어떻게 표출하느냐가 중요하다. 기사 잘못 나가면 곤란해진다. 그러니까 차라리 관심 없습니다, 라고 얘기하는 거다.
안철수가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할 만한 사람이면 해야지. 엉뚱한 사람이면 하지 말아야겠고.
박근혜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누가 되든 나라를 잘 이끌어가면 좋겠다.
마음속에 지지하는 사람은 있나?
있다.
개그맨이 정치 풍자를 하면 쟤들이 뭘 알고 저러나? 하고 생각하는 잘난 양반들도 있다.
그동안 개그맨들이 그런 이미지를 쌓아왔나 보지. 우리 잘못이다. 바꿔나가려고 노력하겠다.
원론적이고 도덕적이고 하나마나 한 얘기를 하니까 당황스럽다.
재미있게 해야 하나? 재미있게 하겠다.
굳이, 안 그래도 된다.
개그맨들 공부 많이 한다. 그런데 그에 비해 인정 못 받는다. 많은 분들이 개그맨들 고생한다, 똑똑하다, 이런 말씀 하시는데 실상 원빈을 더 좋아하고 현빈을 더 좋아하고, 아이돌을 더 좋아한다. 그게 현실이다. 하지만 많이 나아졌다. 휴대폰 광고에도 개그맨이 나온다. 휴대폰 광고는 개그맨이 거의 못 찍었다.
개그맨들이 정말 똑똑한가?
‘난사람’이라고 하나? ‘난사람’들이 많다. 솔직히 웃기는 걸로 짱 먹었던 애들이 모인 게 이쪽이잖아.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정상이 아닌 것 같다.
김치 사업을 하고 있다. 잘되나?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처음 하는 거니까. 제일 어려운 거는 무슨 세, 무슨 세, 거 있잖아, 세금. 직원들 월급도 누군 얼마 줘야 하고 누군 얼마 줘야 하는지 어렵다.
국가가 세금을 많이 걷는다고 생각하진 않나?
맞다. 솔직히 많이 버는 분들이 많이 내면 좋겠다.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이 내고, 세금을 쓸 만한 데다 쓰면 좋겠다.
맞다. 그런 생각 많이 한다. 그리고 그게 다 우리 돈인데 왜 자기들이 생색을 내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가 뽑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니 믿어야겠지.
‘이기적인 특허소’에서 신문의 정치, 사회면에 나올 만한 사안들을 건드리고 있다.
그런데 이제 그렇게 안 하려고 한다. 평범하게 가려고 한다. 안 그래도 ‘용감한 녀석들’에서 독하게 하니까. 좀 유하게 하려고 한다. 
<개그콘서트>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최효종 사건 이후로 오히려 가벼운 유머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정치 풍자가 강해지는 게 아니라.
우선 웃음이 중요하니까. <개그콘서트>는 어른만 보는 게 아니다. 다양한 연령, 특히 어린 학생들도 신경 써야 한다.
하지만 풍자만큼 강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개그의 정수는 풍자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풍자는 비판과는 다르다. 그래서 욕심도 난다. 하지만 연속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계속 풍자 개그를 하면 그런 쪽으로 이미지가 굳어져서 다른 걸 하기 어렵다. 그래서 조심스러운 거다. 내가 다른 개그를 해도 다 풍자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풍자 개그, 정치 개그 이런 게 현장에서 의외로 잘 안 터진다. 심각하니까. 사람마다 정치 성향도 다르다. 모든 연예인이 마찬가지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고루 사랑받고 싶다.
개그맨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하다가, 야, 너 어디 가서 그런 얘기 함부로 하지 마, 위험해, 라고 말하는 주제가 있나?
있지. 제작진 욕. 야, 그런 얘기 여기서 하지 마. 나중에 따로 얘기하자. 이렇게 말한다. 직장 상사 욕 안 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나.
나중에 따로 얘기하자고 한 곳이 무대 위였구나.
아, 그러네.


양세형
PC방에 가면 양세형 같은 꼬마가 한둘 있을 것 같다. 정말로 양세형은 PC방에 있던 꼬마였다.
‘게임폐인’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오잉?”

결국 ‘게임폐인’은 적나라한 보고서가 됐다. 하지만 보고서는 과장됐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폐인’을 봤다. 그러나 ‘게임폐인’이 드러내는 단면을 모두가 안다. 낄낄대며 웃는 사이 불현듯 그것을 느낀다. 그래서 개그가 위대하다. 하지만 양세형이 의도한 바는 아니다.

<코미디 빅리그>에서 1등 했다. 1등!
시즌 1 때는 꼴등이었다. 그런데 웃긴 게, 그때도 내가 ‘아메리카노’팀을 도와줬잖아. 내가 아메리카노팀인 줄 알고 2등 한 거 축하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양세형은 캐릭터가 있다.
나는 모르겠는데 사람들은 까부는 이미지가 캐릭터라고 한다.
귀여워서 여자들이 좋아한다.
남자들은 싫어할걸?
난 아니다. ‘게임폐인’은 물론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폐인’을 희화하는 코너가 됐다.
청소년 여러분 이제 게임 그만하세요, 이런 메시지를 전하려고 ‘게임폐인’을 한 건 아니다. 우리 팀의 찐찌버거 박규선 씨가 사람들이 PC방에서 헤드셋 끼고 대화하는 모습이 너무 웃기다고 해서 코너를 짠 거다. 젊은 사람들은 게임 한두 번씩은 해봤잖아. 폐인이었던 사람도 있을 거고. 그래서 무조건 공감대가 형성되겠다 싶었다. 게임중독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짰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폼 나겠지만 그렇게 짠 게 아니다.
‘게임폐인’은 디테일이 뛰어나다.
나랑 예삐공주 이용진 씨는 한때 게임폐인이었다. 우리가 PC방 폐인이 아니었다면 코너를 그렇게 짤 수 없다. 조사해서는 못하는 거다. 경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력해야 한다. 노력밖에 없다. 아이디어 안 나오면 나올 때까지 매달려야 한다.
어떤 게임을 좋아했나?
리니지. 스타크래프트 같은 건 게임폐인에 안 끼워준다. 레벨 키울 수 있는 게임이 게임폐인의 요소가 크다. 왜냐면 끝이 안 나니까. 하는 만큼 성과가 나오니까. 그래서 나는 작업장에 맡기기도 했다. 일할 때는 레벨 못 키우니까, 뒤처지기 싫어서 돈 주고 키워주는 데 맡긴 거다. 지금은 안 한다.
의도는 없었겠지만 관련된 질문은 많이 받았겠다.
정부에서 게임 관련 세미나 같은 걸 하는데, 거기 초청받았다. 게임을 많이 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개그맨으로서 당신의 장기는 뭔가?
개그맨이 됐을 때 개그맨 형들이 너는 연기도 못하고 개인기도 없고, 그렇다고 아이디어를 잘 짜는 것도 아니고, 얼굴이 웃기게 생긴 것도 아니고, 어쩔 거냐고 했다. 키도 나보다 더 작은 형들이 있어서 키 작은 역할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팠다. 아이디어를 짜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못하지만 까불고 장난치는 연기는 그나마 할 수 있으니까 나한테 잘 맞는 걸 짜기 시작한 거다. 아이디어는 노력하면 누구나 짤 수 있다. 좀 힘들지만.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만화방에 자주 갔다. 각 만화별로 1, 2권씩만 빌렸다. 1, 2권만 보면 대충 캐릭터 나오고 어떤 시추에이션으로 돌아가는지 안다. 거기서 소스를 빼오기도 하고, 영화도 보고. 그리고 지하철 타고 처음부터 끝까지 간다. 그냥 한 칸 한 칸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본다. 그러면 웃긴 사람들 한두 명씩은 꼭 있다. 관찰을 한다. 지금도 인터뷰하면서 리액션 하나하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캐치하게 된다.
나를 관찰하고 있다고?
직업병이다. 평상시에도 땅 보고 걷는 게 아니라 주위를 관찰한다. 재미있는 건 메모하고. 그리고 나는 사색에 빠지는 걸 좋아한다. 취미가 낚시다. 시도 쓰고.
시도 쓴다고?
잘 쓰는 건 아니다. 힘들 때 나만의 비밀 용어로 함축적인 글을 쓴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진다.
아주 혹독한 정치 코너를 짜볼 생각은 없나?
개그맨들이 정치 풍자를 하려면 코너를 무한대로 짤 수 있다. 이러이러한 걸 짜서 누구를 우습게 만들어주십쇼, 청탁을 받으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재미가 없다. 세상에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왜 개그 짤 때까지 재미없는 걸 생각하나? 보는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개그맨으로 살면서 행복할 땐 언젠가? 관중이 박수치며 웃을 때?
들은 얘기로 웃길 수도 있다. 누굴 따라 해서 웃길 수도 있고. 하지만 코미디는 100% 짜는 거다. 공감을 이끌 만한 얘기를 우리가 만들어내는 거다. 요즘은 인터넷을 많이 해서 어디서 베껴오면 다 걸린다. 우리가 창작해서 만든다. 개발하는 거다. 관객이나 시청자가 웃어주면 우리가 개발한 게 성공한 거잖아. 안 웃을 때도 있지만, 아이디어 회의할 때 기대감, 이런 게 있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웃을까 기대할 때도 정말 좋다. 나는 개그하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 개그맨 아니면 뭐했을까, 생각하면 막연하다.
개그맨 인터뷰를 읽을 땐 독자들도 기대하는 게 있을 거다. 웃길 거라는 기대.
개그맨이 웃기는 직업이긴 하지만 항상 웃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웃겨주세요, 라고 하면 웃긴 얘기를 지어내서 인터뷰를 웃기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진심은 아닐 거다. 그리고 나는 평소엔 약간 조용한 타입이다.
남자들도 당신을 싫어할 리가 없다.
그런데 나 오늘 재미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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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SUE

    2022년의 2등을 위해 #1

    2022년은 특별한 해다. 2가 반복된다. 그리고 이건 12월호다. 2가 반복되는 해의 마지막 달이라 2등만을 기념하련다. 올해 각 분야의 2위들을 재조명한다.

  • ISSUE

    이란, 세 소녀

    히잡 시위를 계기로 이란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혼란기를 겪고 있다. 혁명의 주체는 시민이고 시위대를 이끄는 이들은 히잡을 벗어던진 10대, 20대 여성이다. 세상은 혼란할지라도 일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란의 10대, 20대 여성과 인스타그램 DM으로 짧은 대화를 나눴다. 혁명 속을 살아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옮긴다.

  • ISSUE

    보이지 않는 공로

    영화 한 편엔 수없이 많은 제작자들의 정성과 노력이 담기지만 관객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제작자들의 공로를 ‘제12회 해밀턴 비하인드 더 카메라 어워드’가 기린다.

  • ISSUE

    2022 Weekly Issue #2

    돌아보면 2022년 대한민국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오미크론 확산부터 대선 이슈, 전쟁과 경제 이슈 등 매일이 격동의 나날이었다. 우리는 주 단위로 2022년을 돌아본다. 2022년 1월 첫째 주부터 11월 둘째 주까지 . 우리의 눈과 귀를 번뜩이게 한 국내외 이슈들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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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한 편, 소설 한 권은 벽돌 하나에 불과하다. 그것들이 쌓이며 성을 이룬다. 작가의 세계는 그렇다. 때로는 인상적인 작품이 성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고, 벽돌의 배치에 따라 기발한 아이디어가 발견되기도 한다. 우리는 작가와 함께 그의 성을 투어하며, 작품의 토대가 된 벽돌들을 하나씩 뽑아 들었다. 지금 각 분야에서 가장 유별난, 돋보이는 작가들의 영감 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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