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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현무야

“여보세요? 전현무입니다. <아레나>면 화보 촬영하는 거죠? 그럼 하죠!” `남자의 자격` 호주 배낭여행 촬영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게이트를 빠져나오던 그와의 통화 내용이다. 며칠 후 스튜디오에서 그를 직면하니 다짜고짜 그런다.`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그리고 연이어 “형님이시네. 말 편히 하세요”란다.

UpdatedOn June 29, 2011



애초에 아나운서가 꿈이었던 건가?
아나운서보다는 MC! 어릴 때부터, 변웅전 선생님 등 추억의 MC들을 보면서 동경했었다. 아나운서 출신이긴 하지만 이상용, 이상벽 선배 같은 분들도 그랬고.
그랬구나. 그런데 그냥 평범하게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고 그랬잖아.
막연하게나마 어떻게 하면 MC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손범수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열전! 달리는 일요일>이란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걸 보고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라고 확신했던 것 같다. 그래서 범수 형이랑 비슷해지려고 대학도 같은 델 가고, 동아리도 똑같은 데 가입했다.
손범수가 전현무의 롤모델?
꼭 그렇다기보다는 막연하게 저 사람을 따라야겠다.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라는 거였다. 심지어 KBS까지 따라 들어왔다. 하하.
당신은 지금 연예인급인데 온전히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거다.
에이 엘리트 코스. 그런 거 들으면 닭살이 돋긴 하는데, 어쨌든 맞긴 맞네. 뭐, 공부는 조금 했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에게 재미있다고 해주셔서 감사한데, 그게 좀 창피한 부분이기도 하다. 연예인들과 매번 방송을 같이 하잖나. 그들의 주체할 수 없는 끼를 보면 정말 주눅이 든다.
박명수도 그런가?
하다못해 내가 좀 만만하게 보는 길(길성준)만 해도 그렇다.
예능 못하는 길에게도 설마 주눅이 들까.
아, 길에게는 그런 적 없다. 하하.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 보면, 내가 잘한다고 하지만 아직 멀었구나 하는 걸 많이 느낀다. 그들은 나와 다른 게, 후천적 노력보다는 원래 그렇게 재미있게 살아온 사람들인 거잖나. 반면 나는 지극히 일반적인 코스, 공부하래서 공부했고, 하지 말라는 거 절대 안 하면서 평범하게 살아온 인생이니까. 내가 방송에서 그리 주책 떨고 깝죽거리는 건 아마도 그에 대한 한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마음은 좀 알겠다. 평생 일탈 한번 해보지 못한 중년이 방송에서 어긋나다, 이런 거.
농담 삼아 이야기하는데, 난 정말 대한민국 입시제도의 피해자다. 잃어버린 그 10년 동안 못해본 게 너무 많다. 심지어 수학여행 때, 흔히들 하는 피고, 꺾고 하는 것조차 해본 적 없으니 말이다. 그리 억눌려 살다 보니 방송이란 것에 꽂히게 된 거다.
그래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길을 모색한 거구나.
주변의 기대와 살아온 방식을 모두 접목해서 어떤 게 제일 좋은 방법인가 찾아봤다. 아나운서라는 답이 나오더라. 그 길로 가되, 기존과는 다른 길을 걸어야겠다는. 왜? 한풀이를 해야 하니까. 단순히 아나운서 돼서 뉴스 진행하는 건 내가 살아온 거랑 똑같은 궤적을 되풀이하는 거니까.
어쨌든 시작은 뉴스 앵커였다.
YTN에서 2년 일할 때 했다. 그때도 이제 더 이상 이렇겐 못 살겠다. 그러고선 뛰쳐나왔다. 무의식중에 억눌려 있던 욕망이 빵 터진 거지.
믿기지 않겠지만 모범생으로 지방에서 공부만 했던 처지라 무척 공감이 간다. 하하.
형님도 나와 비슷한 또래잖아. 다 공감하는 부분이라니까. 우린 다 그렇게 살아온 거지. 우린 정말 할 수 있는 일보다 해야 하는 일들이 더 많은 사람들이었다. 대학 가면 네 맘대로 해라. 이런 말을 무슨 이데올로기처럼 들어왔으니까. 그게 너무 싫어서 KBS 아나운서로 채용된 순간, 됐다, 이제 내 마음대로 하련다란 자세로 방송에 임했다.
신문기자로도 합격하지 않았나?
맞다. <조선일보>와 YTN을 동시에 합격했었다. (독자들이 들으면 또 밉상으로 보일 거다) 대학 4학년 때 성적표는 모두 D 학점이었다. 속칭 언론고시 준비만 했었다. 아무튼 <조선일보> 기자증도 받았는데 1주일 만에 그만두고 YTN으로 갔다. 방송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앵커로서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니 재미없던가?
뭐 내가 꾸던 꿈이 앵커는 아니니까. 그런데 방송이니까 재미있긴 하더라. 한쪽이 허전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공중파 3사의 쇼 프로그램이 나오면 ‘저기가 내가 있어야 할 자린데’라는 생각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YTN은 예능 프로그램이 없으니까. 그래서 다시 KBS 공채에 응시했던 거다. 기자보다는 아나운서가, 아나운서보다는 예능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그럼 애초부터 연극영화학과 같은 델 가지 그랬나.
용기도 없고, 그렇게 자라오지도 않았으니까.
아나운서로 입사해서 예능 프로그램 하고 싶다니까 부서에선 아무 말 없던가?
처음에는 견제를 많이 당했다. 내가 예능 프로그램 하고 싶어하는 건 다 알았다. 입사해서도 워낙에 그 사실을 떠들고 다녔거든. 그러니 시켜주긴 하는데 내가 좀 많이 간 거야. 보통 예능 아나운서들이 프로그램 출연해서 하는 것보다 쭉 더 나간 거지. 멘트의 수위 등에서.
KBS는 공영방송이니 좀 더 보수적이었을 거다. 그래서 더 혼났겠다.
초기에는 아나운서 품위를 떨어트린다고 많이 혼났다. 너 뭐하는 짓이냐고. 특히 연배 있는 선배들은 못 보는 거지. 너 왜 그렇게 사냐고. 비판이든 꾸중이든 다 새겨들었다. 하지만 내 목표는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내 어릴 적 꿈이 그건데, 난 이미 세팅이 다 돼 있는데 말이다. 참고는 하되 받아들이진 않은 셈이다.
<남자의 자격>까지 하고 있는 지금은 상황이 어떤지.
이제 많이 이해를 해주신다. 쟤는 원래 그런 애니까라며. 더욱이 방송 환경도 많이 변했다. 예전엔 맹목적인 비판을 했다면, 이젠 이해하며 조언을 해주시는 거다. 전현무는 별종이다.

예외다. 이렇게 됐다. 뭐 보수적인 면이 여전히 없진 않다.
<아레나>가 창간 초기에 여자 아나운서들을 섹시하게 보여준 적이 있다. 편집장이 KBS 아나운서실에서 우리를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하더라.
아, 거기가 여기? 기억도 못하던데? 아마 그랬을 거다. 그땐 더 보수적인 집단이었으니까.
‘밉상’이라 불리는 것.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달가워할 표현은 아닐 것 같다.
아닌데. 난 좋다. 밉상을 떨 땐 지켜야 할 수칙이 있다. 내가 만든 것이기도 한데, 딱 주먹으로 맞기 직전까지만 밉상 짓을 해야 한다는 거다. 막 까불다가도 분위기 심상찮으면 “아이고, 미안합니다”라며 치고 빠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이경규에게 맞지 않고 버티는 거구나.
그렇지. 화난 거 같으면 딱 붙어서 아부도 좀 하고 그런다. 그럼 형님도 다시 웃고. 그러면 또 치고 들어가고.
방송 투입 초기, 덕성여대에 간 에피소드가 있다. 여자한테 정말 잘 들이대더라.
미치겠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거든. 난 사실 여자랑 눈도 잘 못 마주치는 스타일이다. 부끄럼이 너무 많아서다. 헛소리라며 웃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진짜 그렇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연애 같은 거 안 해봤겠다.
그땐 진짜 눈도 못 쳐다봤다. 예쁜 애들은 다 날 무시하는 것 같았고. 하하. 요즘 애들에게 제일 부러운 건 이성에 대한 자신감이다. 난 그 시절에 여자 사귀면 큰일 나는 줄 알았거든. 말도 안 되게 억압된 삶을 산 거지. 아이고.
그럼에도 전현무 곁에는 여자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들 한다.
그러니까. 방송에서 그러는 것 역시 내 한풀이의 연장이다. 다시 말하지만 난 지난 10년 동안 잃어버린 게 너무 많다.
사실 이번 촬영에서도 전현무 곁에 섹시한 여자 모델 몇 명 붙여볼까 생각했었다.
불렀어야지! 나 혼자 뻘쭘하게 찍지 말고 여자들 불렀어야지! 아하하하.
외동아들이고 곧 마흔 줄에 접어든다. 부모님이 어서 장가가라고 하겠다. 어떤 여자를 곁에 두고 싶은가.
일단은 이해심이 많은 사람. 내 이미지가 그렇잖나. 바람둥이 같고, 여자들도 많을 것 같고. 하지만 클럽 같은 데를 내 평생 10번도 못 가봤다. 그런데 여자들이 날 못 믿는다. 작업남으로 알고, 아무 여자에게나 찝쩍거리고, 들이대는 남자로 생각한다니까. 술 먹고 굴러다니기나 하고 말이지. 그런데 난 술도 안 하고 담배도 안 피운다. 오늘 인터뷰 직전에도 집에서 영화 보며 졸다가 나왔는데 말이지. 내 생활 자체가 모범생형이다. 사람이 살아온 건 노력한다고 바뀌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하는 말인데, 지금까지 보아온 모습이 진짜 전현무가 아님을 이해해줄 수 있는 여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여자에게 그토록 에너제틱해 보이는 전현무가 쑥맥이라니 믿을 수 없다.
이봐. 이렇다니까. 내 말 안 믿잖아. 난 집에 있는 거 좋아한다니까. <비타민>을 통해 알려지긴 했지만, 체력까지 저질이다. 내 몸엔 에너지가 없다. 힘이 있어야 여자한테 집적거릴 것 아닌가. 그냥 나는 영화 보다가 자는 게 더 좋은 사람이다.
집에서 그렇게 늘어져 있는 남자라고? 푸하하.
그렇다니깐. 그게 좋은 사람이 바로 나라고. 그걸 알면 사귀고 나서 나에 대한 의심을 절대 안 할 것 같긴 하다.
여자가 심심한 남자라고 싫어할 것 같은데.
에이. 여자랑 있을 땐 잘해줘야지. 내 모든 걸 바쳐서 재미있게! 이놈의 선입견 때문에 의심하는 게 문제란 말이지. 여자한테 전화 오면 누구야 하고 의심부터 하니까.
눈은 아주 높을 것 같다.
외모를 보지 않을 순 없다. 나도 남잔데. 그런데 굳이 과를 따지자면 섹시하고 글래머러스한, 이런 부류는 아니다.
또 거짓말한다.
글래머라고 할 줄 안 거군. 난 참하고 순한 사람이 좋다. 민낯이 예쁜 사람! 쭉쭉빵빵한 여자는 부담스럽다. 그녀들이 나를 무시할 것 같단 말이지. 뭔지 알겠지? 사귀면서 날 무시할 것 같은 거. 내가 너 만나주는 거야라고. <스타 골든벨>을 함께했던 이채영과도 친하다. 그녀도 날 편한 오빠로 여기고 연락을 하는데, 난 그것도 부담스럽단 말이지. 왜? 무시할 것 같으니까. 네가 남자냐? 뭐 이럴 것 같아서. 하하.
다시 일 이야기로 조금 돌려서, 아나운서와 연예인의 간극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많이 느낄 것 같은데.
있다. 내 숙명처럼 따라다닌다. 뭐 정체성 혼란이라기보다는 방송 환경 자체가 너무 빨리 변화하고 있기에 다 혼란이다. 예전에는 모범답안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게 다 혼합되어 퓨전화되었기 때문이다. 이건 사실 나만 겪는 혼란은 아닐 거다. 그래서 그냥 이걸 즐기자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지금의 전현무는 예능인으로 각광받는 위치에 있다. 그럼 옆구리를 자꾸 콕콕 찌르는 유혹이 있을 거다.
‘좋을 때 나와라’고들 한다.
아마도 고민을 안겨주는 유혹일 것이다.
그럼. 유혹은 분명 많다. 그렇게 봐주시는 건
정말 고맙다. 그런데 나 자신이 회사를 박차고
나갈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으로선 그럴 만한 경쟁력을 갖춰 그 유혹을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는 위치까지 가는 게 목표다.
지금 프로그램 몇 개 하고 있고, 얼마 벌고 있나?
TV 방송 4개에 라디오 게스트 1개 하고 있다. 1만8천원짜리 4개와 7천원짜리 1개. 하하. 주급으로 따지면 총 7만9천원 벌고 있다. 굳이 이 출연료만 따지면 달력 모델보다 낮은 수익이다. 돈의 유혹은 정말 크다. 지금 하는 프로그램의 정식 출연료를 따지면 월급쟁이 아나운서보다 훨씬 호화로울 텐데 말이다.
내 홈페이지 타이틀을 ‘예능의 자격’이라고 해뒀다. 나 자신에게 항상 묻는다. 넌 자격을 충분히 갖춘 사람이냐고. 아직은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선이 아니다. 현재 <남자의 자격>은 토크 프로그램에선 그나마 합격선을 받은 전현무의 리얼 버라이어티 가능성을 시험하는 단계다. 예능 프로그램은 의외로 영역이 아주 넓다. 스튜디오, 토크, 게임, 리얼, 시트콤 등등. 이 모든 걸 다 잘할 순 없다. 다만 어떤 프로그램이 기획돼 출연자 섭외를 할 때마다 내 이름 석 자가 항상 거론될 수 있을 때가 아까 말한 선언의 순간일 것이다.
연기에도 관심 있을 것 같은데.
물론이다. 아, 노래는 묻지 마라. ‘넬라 판타지아’ 부르는 것 봤겠지만, ‘쉿’이다. 연기는 드라마도, 영화도 다 해보고 싶다. 하하. 시트콤이 뭔가 거론 중이긴 하다. 거기서부터 천천히 시작해볼 거다.
손범수를 보고 MC의 꿈을 키웠고, 이제 리얼 버라이어티의 단계까지 와 있다. 당신은 어디까지 나아가고 싶은가.
뭐가 꿈이냐면. 예능 프로그램은 계속 만들어지잖나. 영화감독들이 송강호를 떠올리듯, PD들이 날 떠올리는 순간을 펼치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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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주영
PHOTOGRAPHY 안주영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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