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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DJ들을 만나다

테크노의 수도 베를린의 디제이들.

UpdatedOn September 0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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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 시미우스 Kid Simius(@kidsimius)

디제이, 프로듀서, 라디오 진행까지 다양하게 활동하는 키드 시미우스는 자신의 음악 장르를 특정하지 않는다. 음악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한 가지 장르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 생각하기 때문. 그는 1980년대 댄스 음악 성장에 영향을 미친 아르헨티나 디제이 ‘알프레도 피오리토(Alfredo Fiorito)’ 를 우상으로 꼽았다. 다채롭고 느긋한 발레아릭 비트의 아버지라 불리는 알프레도는 록, 하우스, 포크, 레게 장르가 섞여 있는 트랙을 만든다. 키드 시미우스도 그렇다. 빠른 템포의 EDM과 조악한 팝송의 조합, 45rpm 레코드를 33rpm 속도로 트는 등 색다른 경험에 목마른 관객을 위해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키드 시미우스는 직접 만든 음악을 청중에게 공개하고 그들이 춤추는 모습에서 희열과 중독성을 느껴 디제이를 직업으로 삼았다.


창작의 고통
디제이를 직업으로 삼았을 때 직면한 장벽도 있었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수입원으로 생각하면 압박감이 느껴집니다. 이 압박감은 창작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음원 제작,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것 외에도 할 일이 많다. “백만 시간의 이동을 견디며 잠과 일상을 포기하고 꾸준히 사교적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음악을 정말로 사랑한다면 이 모든 것이 별것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분명 존재합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음악이 싫어질 수 도 있죠. 아직까진 공연 후 만족감이 크기 때문에 이 직업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숨은 테크노 찾기
다인종이 모여 사는 베를린은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도시다. 스페인 그라나다 출신의 키드 시미우스는 12년 전 베를린에 왔다. “베를린은 젊음이 가득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입니다. 예술가인 저에게 안성맞춤인 도시죠. 유럽의 다른 수도보다 저렴한 물가도 장점입니다.” 베를린 클럽이 융성한다는 증거는 창의력 넘치는 다양한 파티다. 지역 대표로 자리 잡은 클럽에서 지역 디제이들이 공연을 큐레이팅하고 트렌드를 형성한다. “밤 문화가 매우 발달했어요. 제가 베를린에서 사는 건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명 클럽인 ‘베르크하인’ ‘파노라마 바’ ‘시시포스’는 저의 집이라고 할 수 있죠.” 어느 비밀스러운 곳에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 베를린이다. 페허 같은 겉모습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진귀한 공간이 사방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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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 Raven(@raven.unltd)

베를린을 ‘테크노 디제이들의 할리우드’라고 한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는 테크노 디제이는 모두 베를린에 있다. 테크노 디제이가 많으니 개성이 중요하다. 레이븐의 트랙은 올드스쿨과 뉴스쿨이 공존한다. 1970년대 고전 펑크 디스코 트랙의 중독적인 베이스 소리, 기타 리프, 드럼 솔로 부분을 샘플링하여 제작해 독보적인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기타 치는 디제이
레이븐은 자신만의 장르를 구축하기 위해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요즘 다시 기타를 치고 있어요. 테크노 기반의 음악을 만들지만 전통 테크노 사운드에 국한되기는 싫거든요. 반복되는 기계음에 현악기를 결합한 새로운 비트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레이븐의 트랙은 록적인 요소가 가미돼 비트가 다양하고 역동적이다. 레이븐은 다양한 시도를 하며 테크노의 한계를 확인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녀에게 클러빙은 공부다. 장르와 연령대가 다양한 클럽을 투어하며 그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에서 영감을 얻는다. “테크노 디제이가 아닌 일렉트로닉 뮤직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전자음악을 유연하게 다루고 싶어요.”

어웨이크닝 페스티벌(Awakenings Festival)
2022년 7월 31일 레이븐은 꿈을 이뤘다. 한적한 암스테르담 부지에 테크노를 위한 거대한 공간이 마련됐다. 어웨이크닝 페스티벌은 1997년부터 네덜란드에서 개최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테크노 행사다. 베를린 베르크하인 소속 디제이이자 테크노 레이블 설립자인 ‘벤 클락(Ben Klock)’과 이탈리아 디제이, 프로듀서 ‘조셉 카프리아티(Joseph Capriati)’ 같은 거장 디제이가 총출동한다. “세계 최고의 디제이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는 어웨이크닝 페스티벌은 저의 큰 꿈이었습니다. 제가 공연하는 댄스 플로어는 관객으로 가득 찼습니다. 음악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가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이고 앞으로 음악 생활에 큰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종착지
베를린은 골목 단위로 문화가 형성되는 로컬 문화가 뚜렷한 도시다. 음식, 문화, 상점은 지역색과 개성을 잃지 않았다. 베를린은 레이븐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도시다. “10년 동안 디제이 생활을 하며 수많은 나라를 다녔습니다. 유목민 같은 생활이었죠. 베를린은 제가 경험한 도시 중 저와 가장 잘 맞았습니다. 방향을 잡지 못하는 저에게 균형과 안정을 준 고마운 도시예요. 누구든 베를린에 온다면 그렇게 느낄 것입니다.” 누가 독일을 재미없는 나라라고 했는가. 베를린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재밌고 완벽한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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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라프 Métaraph(@metaraph_)

파격적인 패션으로 시선을 빼앗는 메타라프은 의상만큼 강한 음악 장르를 다룬다. 1990년대 초, 언더그라운드 문화에서 시작된 하드코어 장르는 과할 정도로 큰 킥 드럼 소리, 공격적이고 강력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날카로운 파장이 특징이다. 속도는 100bpm에서 200bpm으로 매우 빠르다. “이 장르가 매력적인 건 테크노의 반복적 비트에 변주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드코어는 다양한 요소와 효과가 들어갑니다. 다음을 예상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저의 독보적인 장점자 개성입니다.”


퀴어 문화
베를린 하면 퀴어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저항, 자유, 개성은 베를리너가 가장 강조하는 키워드다. 저항 정신이 깃든 이 문화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낯설 수 있다. 메타라프도 자신의 개성과 사상을 패션과 음악으로 표현한다. 가죽, 라텍스 소재의 도발적인 의상에 가터벨트나 스터드가 장식된 액세서리를 다양하게 활용한다. 그의 트랙처럼 실험적이고 진보적이다. 메타라프는 자신의 행보를 통해 퀴어에 대한 편견과 경계가 허물어지고 자유와 다양성이 인정되길 바란다. 모든 개성이 인정받는 도시 베를린. 그는 이곳에서 퀴어 문화를 알리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콜롬비아 보고타 투어
2021년 10월 보고타 공연은 그의 음악 활동에 자극제가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한 번에 고를 수 있어요. 보고타 투어입니다. 드래그 아티스트와 관중에게 둘러싸여 무대를 즐겼던 순간은 아직까지 생생합니다. 전 세계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에너지를 그곳에서 찾았어요.” 엄청난 에너지를 얻고 온 메타라프는 그날을 동력 삼아 활동하고 있다. “보고타 공연과 같은 공연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어요.”

제로 퓨처
메타라프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제로 퓨처(Xero Future)’라는 이벤트 집단을 기획 중이다. “실현할 수 있는 미친 짓을 벌일 예정이에요. 제가 경험한 걸 관객과 나누고 싶습니다.” 제로 퓨처는 음악뿐만이 아닌 예술, 패션, 인터랙티브 설치까지 다양한 예술 매체를 이용해 새로운 문화와 경험을 관객에게 전할 예정이다. “베를린은 정의할 수 없는 도시입니다. 예술가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고,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그것을 지지해주고 경험을 제공해줍니다. 나를 가장 나답게 해주는 도시예요. 이곳을 떠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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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 아큘라 Elli Acula(@elli.acula)

실험적인 트랙은 관객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한다. 어떤 장르든 상관없다. 다리가 들썩이고 귀가 만족스럽다면 그건 성공한 트랙이다. 엘리 아큘라는 그런 음악을 한다. 1990년대 테크노와 일렉트로닉, 브레이크 비트까지 온갖 장르가 뒤섞인 팔색조 테크노를 다룬다. “공연을 즐기는 관객을 흥분시킬 수 있는 강한 비트를 선호해요. 예상치 못한 트랙으로 순간을 고조시키는 게 저의 역할이죠.” 기승전결이 완벽한 예술성 높은 엘리의 트랙은 사람들을 황홀하게 만든다. 엘리의 거센 테크노 사운드는 수많은 사람을 집어삼켰다.


레이브 더 플래닛(Rave The Planet)
테크노와 일렉트로닉 음악은 베를리너에게 일상적인 음악이다. “베를린은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거리에서 음악, 사랑, 자유를 함께 즐기는 도시입니다. 이런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건 음악을 하는 저에게 큰 행운이자 기쁨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테크노 축제인 ‘러브 퍼레이드’는 1989년 여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4개월 전 처음으로 개최됐다. 매년 개최되던 축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고, 2022년 여름 ‘레이브 더 플래닛’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열렸다. “오후 2시경에 시작되어 밤에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클럽으로 변합니다. 2백50명의 디제이가 50대의 트럭에서 각자 노래를 틀어요. 자신의 취향인 트럭을 찾아 길에서 음악을 즐기면 됩니다. 오직 베를린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에요.” 베를린은 활력과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도시다. 엘리는 활기찬 밤이 자신에게 예술적 영감과 창의력을 북돋아준다 말했다.

하이테크 서울(High tech seoul)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된 테크노 뮤직 페스티벌 ‘하이 테크 서울’. 베를리너가 사랑하는 클럽 베르크하인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붉은 조명과 화려한 레이저, 지하 벙커 공간까지. 테크노 마니아라면 열광할 요소가 가득하다. 하이 테크 서울은 ‘No Vip/Only Floor’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VIP 위주로 흘러가는 한국 클럽과 다르게 테크노 음악을 즐기는 레이버를 위한 파티임을 가장 잘 표현하는 문장이다. 엘리는 올해로 9번째 개최되는 하이 테크 서울에 참석하기 위해 7월 말 서울을 방문했다. 공연은 용산의 ‘더보일러스’에서 개최됐다. “DJ와 레이버들이 어우러져 뜨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공연을 통해 서울라이트와 깊은 유대감을 느끼며 도시와 연결되는 기분을 받았습니다.” 한국 레이버들의 열정을 느낀 엘리는 한국에서 새로운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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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Guest Editor 김나현

2022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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