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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착취당하나

NFT가 게이머를 ‘현질’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리라 기대했다. NFT는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통용될 화폐이자, 빛이었다. 하지만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현재 출시된 NFT 게임들은 게이머를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에 더 단단히 종속시킨다. NFT 게임이 공격적이고 착취적이라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UpdatedOn January 09, 2022


올해만큼 게임판이 혼란스럽고 또 뜨거웠던 적이 없었던 듯하다. 바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 NFT 때문이다. 골골대던 게임사도 NFT만 끼얹으면 주가가 하늘로 치솟으니 무안 단물이 따로 없었다. 유저들은 페이투윈(Pay to Win, P2W), 즉 돈을 내야만 강해지는 게임은 저물고 게임을 하면서 돈도 버는 플레이투언(Play to Earn, P2E)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껏 반기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에 고혈을 빨렸던 암흑기는 가고 정녕 여명은 찾아오는가.

이론적으론 완벽하다. NFT란 디지털 복제물에 진품의 오라(Aura)를 부여하는 일종의 인감도장과 같다. 대체 불가능하다는 건 복제품에 앞서는 존재감, 진품이란 얘기에 다름 아니다. 인위적으로 콘텐츠에 진품 도장을 찍음으로써 창작자는 자신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창작은 할 수 있어도 플랫폼이 수익을 대부분 가져가던 현재의 웹 2.0과는 궤가 다르다. 이용자가 플랫폼 종속에서 벗어나 콘텐츠에 대한 편익을 오롯이 가져가는 이른바 웹 3.0의 시대다. NFT는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생태계에 진입하는 입장권(토큰)으로 기능한다. 캐릭터, 아이템, 일러스트 등 게임 내 자산은 NFT를 거쳐 유동화가 가능해진다. 지금까지의 게임이 서비스 종료와 함께 종말을 맞는 세계였다면 NFT 기반의 게임은 영원히 끝이 나지 않는 네버엔딩 스토리에 가깝다. 게임이 질렸다면 자산을 NFT로 바꿔서 토큰지갑으로 옮긴 뒤 다른 게임 내 자원을 구매하면 된다. 유저는 더 이상 게임 회사에 종속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렇듯 이론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현재 시중에 풀려 있는 NFT 게임들은 정말로 게이머를 자유롭게 만들고 있을까. 괴리는 적지 않다. 실상을 보면 두나무 온라인이거나 빗썸 RPG인 경우가 허다하다. 2018년 스카이마비스가 출시한 <엑시 인피니티>는 필리핀의 국민 게임이자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NFT 기반 게임으로 불린다. 캐릭터(엑시)를 수집하고 전투하거나 교배시키면 토큰을 수집할 수 있다. 필리핀 사람들이 엑시 인피니티에 열중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토큰을 가져다 팔면 웬만한 직장인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를 놓고 보면 1990년대 포켓몬스터 피카츄 버전보다도 못하다. 그래픽을 입힌 코인 채굴과 별 차이가 없다. 국내 NFT 대장 게임으로 칭송받는 위메이드의 <미르4>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게임의 재미를 논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NFT로 변환 가능한 재료인 흑철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캘 수 있는지에만 관심이 모인다.

그래서인지 NFT 게임 회의론이 적지 않다. XBOX의 수장 필 스펜서는 일부 NFT 기반 게임이 공격적이고 착취적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세계 최대 온라인 게임 스토어 스팀은 NFT 활용 게임을 전면 금지했다. 국내 게임물관리위원회도 NFT 기반 게임에는 족족 등급 분류 취소 판정을 내리고 있다. NFT를 통해 유저들이 디지털 자산에 대한 권리를 창조하는 유산계급으로 거듭날 줄 알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전보다 플랫폼에 더 심하게 종속된 무산계급으로 전락하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게임 아이템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일명 ‘쌀먹’이란 현상이 있긴 했다. 하지만 결코 게임 문화의 주류가 되진 못했다. 쌀먹이란 명칭부터 애초에 게임이란 재미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한다며 조롱하는 의미가 강했다. 조직적으로 게임 재화를 수집해 현금화하는 작업장들도 결코 양지로 나오지 못했다.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를 무너뜨려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게임사들은 이들과 전쟁을 선포했고, 유저들도 이들을 멸시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NFT 게임은 다르다. 쌀먹의, 쌀먹에 의한, 쌀먹을 위한 공간이다. 누구 작업장이 더 큰지 다투는 투쟁의 장에 다름 아니다.

블록체인, 웹 3.0, NFT가 약속했던 개방성과 자유는 어디로 가고 이런 흉물이 주조된 걸까. 현재의 NFT 게임은 엄밀한 의미에서 NFT의 성질을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다. 유저가 게임 회사를 거치지 않고 자율적으로 자산을 NFT화할 방법이 없다. NFT는 애초에 개인 간 자율적인 계약인 ‘스마트 컨트랙트’를 지원하기 위해 탄생했다. 하지만 현존하는 NFT 게임들은 거래 방법을 시스템이 강제하고 있다. 아이템을 게임사가 찍어내는 가상화폐로 바꾸는 것 외에는 자산을 이동할 다른 방법이 없다. 본질적으로 아이템베이, 아이템매니아 식의 현금 거래 사이트와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 현금을 벌라고 게임 시스템이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NFT가 게임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남는다. 게임, 특히 온라인 게임은 폐쇄적인 생태계를 요구한다. 콘텐츠의 소비 속도, 재화의 수요와 공급을 적절히 조절하지 않으면 게임은 금세 황폐화되고 유저들은 떠나간다. 그래서 게임 회사들은 론칭 전부터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의 업데이트 로드맵을 설정한다. 헌데 NFT를 매개로 한 게임 간 자산 이동은 시스템이 설정한 모든 장애를 단번에 극복하는 ‘데우스엑스마키나’로 작용할 수 있다. 마치 풀스탯을 찍고 이세계로 떨어지는 양산형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타 게임에서의 강함이 신규 론칭한 게임에 이전된다면 상황은 도돌이표, 결국 P2W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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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신진섭(게임 칼럼니스트)

2022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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