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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판 뜨는 해

‘메날두 시대’가 저물고 있다. 슬퍼하지 말자. 이제는 21세기 태생의 뉴 히어로 시대가 시작된다. ‘메호대전’ 이후 축구계를 이끌 2000년대생 선수들이다. 이미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우리는 신성들의 플레이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UpdatedOn January 08, 2022


마블의 아이언맨은 앞뒤가 똑같다. “내가 아이언맨이다”라면서 왔고, “나는 아이언맨이다”라면서 떠났다. 토니 스타크가 죽었으니 이제 어쩌지? 타노스보다 더 센 빌런이 나타나면 어쩌지? 돈워리. 우리에겐 스파이더맨이 있다. 피터 파커, 손흥민의 팬 톰 홀랜드가 빈자리를 메운다. 축구도 그렇다. 펠레, 요한 크루이프, 디에고 마라도나, 지네딘 지단 등 역사적 플레이어들이 작별을 고할 때, 마치 우리는 세상이 끝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슬퍼했다. 그런데 뒤돌아서면 새로운 영웅들이 기다란 행렬을 이루고 있다. 찬란했던 ‘메날두 시대’가 종점에 다가서고 있다. 이제 새로운 영웅 시대로 환승할 때가 왔다. 21세기에 태어난 천재들은 이미 차고 넘친다.

한국 ‘아재’들은 요즘 아이들이 2002년 월드컵을 잘 모른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곤 한다. 그 정도면 양반이다. 바르셀로나 신성 페드리는 스페인 국민들이 8강 대한민국전 패배에 울화통을 터트릴 때 엄마 배 안에 있었다. 2002년 11월 25일 출생자. 한국 기준 고등학교 2학년 때 프로에 데뷔해 골까지 넣었다. 고3 나이에 바르셀로나 이적, 대학교 신입생 나이에 스페인 국가대표팀으로 유로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다. 대선배들 틈에서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두 대회 모두 거의 풀타임 출전한 붙박이 주전이었다. 2020-21시즌에만 클럽과 대표팀에서 페드리는 73경기에 출전해 혹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스물이 되기 전에 이미 스페인과 바르셀로나의 붙박이 주전 미드필더다.

페드리는 오각형 타입, 즉 완성형 플레이어다. 모든 능력을 갖췄다. 나이도 어리면서 차비의 패스를 구사한다. 황소처럼 달려드는 상대를 볼터치 하나로 지운다. 미카엘 라우드룹의 플레이 메이킹으로 빽빽한 수비 블록을 무너트린다. 호리호리한 체격인데 상대 태클에 버티는 드리블 돌파는 리오넬 메시 같다. 기본 포지션은 측면에 서는 윙어지만, 경기 중에는 사실상 프리롤로 뛴다. 중앙, 측면, 2선, 3선, 어디든 상황에 맞춰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상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쇄도해서 직접 골문을 노리다가 어느 순간 센터 서클 부근에서 상대 공격 빌드업을 끊는다. 골킥으로 시작하는 빌드업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넓은 영역을 커버하는 체력, 포지션에 따른 전술 수행력, 경기 흐름을 읽는 감각, 그리고 모든 플레이를 해내는 테크닉을 갖췄기에 가능한 전방위적 경기력이다. 페드리의 시대는 이미 열렸다. 휘도가 옛 황금 멤버 시절 수준으로 올라가기만 기다리면 된다.

2000년생 홀란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 이미 스타다. 웹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는 킬리안 음바페(1998년생)의 이적료를 1억6천만 유로(약 2천1백34억원), 홀란을 1억5천만 유로(약 2천1억원)로 매긴다. 손흥민(약 1천1백34억원)보다 대략 두 배 비싸다. 어린 나이, 스트라이커 포지션, 경기력, 실적을 모두 따지면 실제 시장에서 홀란의 이적료는 훨씬 비싸진다. 앞으로 10년 동안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부친 알프- 잉게 홀란이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시절 태어나 고향이 영국 리즈다.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노르웨이로 이주했고, 다섯 살 때부터 동네 클럽 브뤼네FK 아카데미에서 축구를 배웠다. 다섯 살 때 제자리멀리뛰기에서 163cm를 기록했을 정도로 운동 능력을 타고났다. 고1 나이에 브뤼네 2군에서 데뷔했고, 이듬해 노르웨이 최강자 몰데로 이적해 프로 데뷔했다. 당시 감독이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사임한 올레 군나르 솔샤르였다. 고등학생 때부터 홀란은 세상을 압도했다. 입단 2년 만에 몰데 최다 득점자(30경기 16골)가 되어 일찌감치 레드불 잘츠부르크로 이적했다. 오스트리아 무대 진출 2년째인 2019-20시즌 홀란은 자기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시즌 초반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더니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데뷔전에서 헹크를 상대로 전반전에만 3골을 터트려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한 경기 반짝’이 아니었다. 챔피언스리그 데뷔 5경기 연속 득점으로 내달려 조별리그에서만 8골을 기록했다. 빅 리그로 점프한 직후 경기력은 더 놀랍다. 도르트문트 데뷔전 후반에 교체로 들어가 해트트릭, 두 번째 경기에서 2골 1도움, 세 번째 경기에서 또 2골이었다. 2020-21시즌 챔피언스리그 10골로 시즌 득점왕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키가 크면(194cm) 순발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홀란의 피지컬은 온라인 게임에서 모든 수치를 최고로 설정한 ‘사기캐’처럼 완벽하다. 긴 다리, 폭발적 순간 스피드, 할 말을 잃게 하는 골 결정력까지 괴물 그 자체다. 홀란은 조만간 메가클럽으로 이적할 공산이 크다. 레알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와 유나이티드, 파리생제르맹 등은 이미 ‘얼마면 되겠니?’ 태세를 갖췄다.

파리에서 길을 잃은 네이마르에게 실망한 브라질 팬들은 요즘 비니시우스(2000년생)로 위안을 받는다. 앞서 소개한 두 선수처럼 비니시우스도 고2 나이로 프로에 데뷔했고, 1년 만에 브라질 역대 최고 몸값 2위인 4천6백만 유로(약 6백13억원)를 기록하며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준비된 슈퍼스타라는 기대와 달리 첫 3시즌에 드러난 비니시우스는 당혹스러웠다. 텅 빈 골문 앞에서 미끄러져 넘어졌고 엉뚱한 상황 판단으로 득점 기회를 날렸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세모발’이라는 비웃음을 샀다. 그런데 2021-22시즌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체제에서 비니시우스가 각성했다. 원고 작성 시점 기준으로 라리가 17경기 10골, 시즌 23경기 12골이다. 브라질 축구를 상징하는 ‘징가(ginga)’에 몸에 실어 상대를 녹여버린다. 대놓고 “상대 팀을 돕는 녀석”이라고 꾸짖던 대선배 카림 벤제마도 비니시우스의 달라진 모습에 찬사를 보낸다.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호비뉴, 네이마르로 이어지는 브라질 ‘조가보니토’가 21세기 첫 슈퍼스타를 배출한 것 같다.

세 선수 외에도 21세기 축구 천재는 우후죽순 출현 중이다. 비니시우스의 옆에는 2002년생 에두아르도 카마빙가가 카세미루의 후임으로 낙점받았다. 2003년생 플로리안 비르츠는 레버쿠젠과 독일 대표팀에서 골을 터트린다. 또래 주드 벨링엄도 도르트문트에서 몸값이 치솟고 있고, 세 살 위인 제이든 산초는 이미 8천5백만 유로(약 1천1백34억원)를 기록하며 맨유로 날아갔다. 라이벌 맨시티에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입에 침이 마를 날 없이 칭찬하는 2000년생 필 포든이 있다. 레스터 시티에는 프랑스 출신 2000년생 웨슬리 포파나가 주전 센터백으로, 바이에른 뮌헨에는 캐나다 출신 2000년생 알폰소 데이비스가 주전 풀백으로 맹활약한다. 벨기에 강호 헹크의 올 시즌 주전 골키퍼는 2002년생 마르텐 반데부르트다. 1999년생 유럽 챔피언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압도적이긴 해도 반데부르트도 조만간 벨기에 선배 티보 쿠르투아의 뒤를 이어 큰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21세기에도 사람이 태어날 줄이야, 하면서 살아왔는데 괴물 같은 꼬맹이들이 너무 많아 참 당혹스럽다. ‘메날두’는 이제 퇴장하셔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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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홍재민(축구 전문 기자)

2022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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