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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의 아이템

유행하는 물건에는 주인이 있고, 가진 자에게는 선망의 시선이 이어진다. 지금 인기 절정의 제품들만 골라, 제품에 담긴 허영의 이미지를 벗겨 보았다.

UpdatedOn January 01, 2022

  • 아이폰 13 프로 맥스

    스마트폰의 반대편에 아이폰이 있다. 아이폰은 단순한 스마트 기기가 아니다. 이미지다. 아이폰을 쓴다는 것은 ‘나는 촌스러운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어디까지나 주장이다. 아이폰을 써도 촌스러운 건 촌스러운 거다. 갤럭시 사용자로서 억울할 때가 많다. 내가 아이폰을 쓰면 세련돼 보이려고 발악하는 모양새일 것 같아 일부러 갤럭시를 고집한다. 어쨌든 아이폰에는 젊고 세련된 이미지가 씌워 있어 스스로를 힙하고 모던한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구입하기 불편하다. 십대들의 유행은 철이 바뀌면 끝나기 마련인데, 십대들에게 아이폰의 인기는 식지 않는다. 젊은 사람은 아이폰을, 어른들은 갤럭시를 사용하는 게 경향처럼 굳어졌다. 아이폰 13 프로 맥스는 아이폰 중 가장 크고 비싸다. 1TB 모델은 2백만원이 넘는다. 카메라와 프로세서가 좋아서 영화 수준의 영상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화면도 넓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폰이라는 점이고, 아이폰 중 최고 사양이라는 것이다.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가장 비싼 아이폰을 사용하는 내 모습이 중요하다.
    EDITOR 조진혁

  • 롤렉스 데이저스트

    롤렉스보다 고가의 시계는 많다. 하지만 부의 상징을 논할 때 롤렉스만큼 유명하고 독보적인 브랜드가 또 있을까? 그중 2천만원을 호가하는 데이저스트는 부를 자랑하기 위한 국내외 래퍼들의 수단으로 자주 쓰였다. 어떤 래퍼는 한 팔에 서너 개를 찼고, 누구는 시계 곳곳에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박아 차고 다녔다. 래퍼들은 이런 행위를 ‘플렉스(flex)’라며, 자신의 노력으로 일군 성취를 자랑스럽게 드러냈다. 이유가 뭘까. 롤렉스의 어떤 면이 부를 자랑하고 싶은 이들의 상징이 됐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정확히 영문을 알 수 없지만 시류가 되는 현상이 있고, 그게 커지면 문화가 되기도 한다. 롤렉스의 의지와 별개로 롤렉스는 부를 자랑하는 동시대 수단이 됐다. 하지만 롤렉스는 단순히 비싼 시계가 아니다. 모든 모델이 쓰임새를 극대화한 고급 툴 워치이고, 자타공인 시계의 정확성과 내구성이 뛰어나다. 이런 브랜드 네임 밸류와 별개로 롤렉스로 시간을 확인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CONTRIBUTING EDITOR 양보연

  • 돔 페리뇽

    술 못 마시는 사람도 돔 페리뇽은 안다. 가치가 높은 샴페인이라는 것도 만연하게 퍼진 사실이다. 마릴린 먼로가 가장 사랑했던 샴페인이기도 하다. 제임스 본드는 돔 페리뇽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돔 페리뇽 1952년산을 마실 줄 아는 이는 악당일 수 없다.” 견장처럼 생긴 라벨은 압도적이고, 그 자체로 고급스럽다. 만일 내 손에 들어온다면 모든 게 고민거리가 될 터다. 돔 페리뇽을 담을 잔, 마실 공간, 공간의 분위기, 애티튜드. 성공의 상징 같은 이 술은 마릴린 먼로 외에도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사랑받는다. 할리우드 스타를 동경하는 이들도 있다. 동경하는 스타가 선택한 술이라면 누가 마다할까. 돔 페리뇽이 마냥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유구한 역사와 최고급 샴페인이라는 점도 있지만, 스타가 사랑한 술이라는 꼬리표도 한몫한다.
    EDITOR 정소진

  • 루이스폴센 PH 2/2 퀘스천 마크

    조명이 공간에 끼치는 영향이란 뭘까. 빛은 참 신비롭다. 비슷해 보여도 색온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어느 방향에서 빛이 들어오는지에 따라 공간이 판이하게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루이스폴센의 조명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공간을 드라마틱하게 전개할 수 있도록 도왔다. 루이스폴센은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빛이 공간에 아름답게 번지도록 디자인해왔기 때문이다. 1백 년이 넘는 브랜드의 히스토리는 이 제품을 공간에 두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음을 말하고, 루이스폴센의 빈티지 조명만 모으는 유수의 컬렉터들이 있다는 건 구매욕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전구 못지않게 저렴한, 인터넷에 널린 최저가 조명들과 루이스폴센은 뭐가 다를까. 같은 공간에 두고 켜보면 차이를 극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조명은 감성이나 예술의 영역이기 전에 빛이다. 공간에서 필요한 부분을 제대로 밝혀주는지, 기능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면, 제아무리 아름다운 빛이라도 허영일 것이다.
    CONTRIBUTING EDITOR 양보연

  • 샤넬 클래식 플랩 백

    해가 바뀌어도 샤넬 오픈 런은 여전하다. 가격은 꾸준한 상승세고, 구매자는 줄을 잇는다. 평일 오전 매장 대기자 수가 1백 명대에 달한다. 샤넬 클래식 플랩 백은 현재 1천만원을 거뜬히 넘었다. 인스타그램에선 샤넬 플랩 백 없는 사람이 없던데, 다들 오픈 런으로 구매한 게 아닌가 싶다. 샤넬은 비싸지만 대중적이다. 지하철만 타도 플랩 백 멘 사람이 보인다. 번잡한 열차 안에서 가방에 흠집 날까 조심스럽지만, 흠집 걱정보단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클 거다. 샤넬이니까. 샤넬을 가진 자라면 일상 사진에 샤넬 로고를 슬쩍 노출해줘야 한다. 그래야 댓글도 달리고 관심도 받는다. 가방 예쁘단 칭찬만큼 만족스러운 소리도 없다. 명품에 관심 있다면 샤넬 로고가 주는 압박감을 느껴봤을 것이다. 1천만원이 넘는 가격에 오픈 런 뛰지 않으면 소유하기 힘든 귀한 로고다. 갖기 어려운 것을 가진 자를 선망하는 건 자연의 이치 같은 것이다. 샤넬 클래식 플랩 백을 가지면 남들의 부러움이 부록처럼 달려온다.
    EDITOR 정소진

  • 까르띠에 러브링

    까르띠에는 매출로 따지면 세계 3대 명품 시계 브랜드이자, 4대 명품 보석 브랜드다. 엄청난 사랑을 받는다. 브랜드의 헤리티지 또한 럭셔리를 상징한다. 그중 러브링은 이름 뜻처럼 사랑과 관련이 깊다. 용도는 커플링, 예물로도 쓰이고, 각자의 경제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까르띠에를 사랑의 증표로 주고받았다는 건 부의 상징처럼 읽힌다. 결혼 생활에서 행복의 기준에 부가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값비싼 명품 반지를 주고받아도 불행할 수 있고, 실반지 하나만 주고받아도 백년해로하는 커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커플링이란, 예물이란 허영이 아닐까? 러브링에 수놓인 반짝이는 보석과 말끔한 디자인, 그리고 까르띠에라는 이름 그 자체로 으쓱해지는 기분은 달콤하지만 그게 다가 아닐 것이다.
    CONTRIBUTING EDITOR 양보연

  • 다이슨 에어랩 스타일러 컴플리트

    헤어드라이어가 50만원이 넘는다. 고데기는 더 비싸다. 다이슨 에어랩 스타일러 컴플리트의 정식 가격은 59만9천원이다. 헤어드라이어계 샤넬이라 불린다. 이 비싼 걸 누가 사나 싶었는데, 없어서 못 판다. 공식몰은 품절된 지 오래고, 품귀 현상에 웃돈 얹어 거래되고 있다. 장발인의 고된 삶을 선택한 입장에선 납득할 수 없다. 고데기가 중요한 게 아닌데, 머리는 ‘얼굴빨’인데 말이다. 다이슨 제품이 조금 더 쉽고 편하기는 하다. 머리 모양도 잘 만들어지고…. 그런데 비싼 값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다른 제품과의 작은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작은 차이가 두세 배의 가격 차이를 만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연구개발 비용과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된 가격일 거다. 그리고 60만원짜리 고데기로 머리를 말리고 출근하는 삶을 산다는 것. 어디 가서 자랑하지는 않지만 누가 놀러 왔을 때 화장대에 슥 올려둘 만한 것. 그 행위와 만족감도 가격에 포함됐다.
    EDITOR 조진혁

  • 메르세데스-AMG G63

    편한 차는 아니다. 전기차도 아니고. 요즘 대세인 혁신적인 요소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G63은 없어서 못 판다. 기다려야 살 수 있다. 중고로 되팔아도 가격 방어가 잘된다. 2억원이 넘는 수입차의 중고 가격이 높은 경우는 드물다. 희소성 높은 스포츠카가 아닌 이상에야 어림없다. G63을 타고 오프로드를 등반하는 사례도 드물다. 그건 유튜브감이다. 운전하기 편한 것도 아니고, 적재공간이 넓은 것도 아니다. 고급 휘발유만 먹는데 연비도 낮다. 아무리 따져도 효용이 없다. 그러나 땅값 비싼 동네에선 G63이 인기다. 잘나가는 연예인들은 G63을 타고, 성공한 사람들은 흰색·빨간색·검은색 G63을 산다. 아버지 때는 성공의 척도가 그랜저였다면 지금은 G63이다. 오너들은 G63의 강점으로 ‘하차감’을 꼽는다. 다른 말로 하면 허영일 것이다. G63은 허영의 요건을 완벽히 갖췄다. 비싸고, 불필요하며, 불편하지만 멋있다.
    EDITOR 조진혁

나이키 권도1

구두를 신지 않는 날 유일하게 신는 신발이 나이키 에어포스 화이트다. 제일 만만하니까. 어디든 다 잘 어울리고 닳으면 또 사면 되니까.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신다 또 다른 에어포스로 갈아치웠다. 에어포스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난해서인데, 사실 내 취향은 무난하지 않다. SNS 피드에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를 자랑하는 글이 올라오면 마음이 혹할 때도 있다. 남자친구의 한정판 조던을 훔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 욕망의 불씨가 스멀스멀 올라오지만 동시에 회의감도 든다. ‘운동화에 그 돈을 투자한다고? 매장 앞에서 날밤 샐 필요가 있나?’ 두 마음이 공존하던 찰나 권지용의 ‘피스마이너스원’과 협업한 한정판 ‘권도1’을 욕망하는 자들의 아우성으로 난리가 났다. 컬러는 새하얗고 점자 패턴이 새겨져 있다. 발목 뒷부분에는 피스마이너스원 심벌 데이지꽃이 자수로 박혀 있다. 딱 내가 원하던 거다. 무난해서 어느 스타일과도 어울리지만, 갖기 어려워 특별한 것. 남자친구가 왜 한정판 조던을 사 모으는지 알겠다.
EDITOR 정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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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정소진
CONTRIBUTING EDITOR 양보연
PHOTOGRAPHY 박도현

2022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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