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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말고 환경을 위하여

최근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대란이 있었다. 이벤트 취지는 친환경이다. 하지만 이를 놓고 논란이 많다. 제로웨이스트를 위해 리유저블 컵을 선보였지만, 정작 이 컵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졌다. 프로모션이기에 몰리는 인원으로 인한 노동력 착취는 물론, 한 번에 열 잔 이상 주문하여 음료를 버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리유저블 컵 이벤트 외에도 매달 머천다이징 제품을 선보이느라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냐는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스타벅스는 그린워싱 기업이 아닐까.

UpdatedOn November 13, 2021


당황스러운 기사를 읽었다. 나도 평소에 자주 스타벅스를 즐기던 사람이기에 ‘스타벅스 굿즈’는 관심의 대상이다. 물론 사본 적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쟁탈전을 벌이는 물품에 대해서는 호기심이 가기 마련이다.

플라스틱 환경문제가 대두되는 시대다. 지구 대표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도 환경문제 해결에 동참했다. 내 기억으로 처음 시도된 친환경 정책은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시는 고객에게는 일회용 컵이 아닌 머그컵에 담아준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기획된 리유저블 컵은 나름 환경적으로 좋은 의미로 기획되었을 것 같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스타벅스 스스로가 ‘스타벅스 굿즈의 파괴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것. 잠을 잊고 새벽부터 줄서 대기하며 프리미엄 거래도 서슴지 않는 한국인의 스타벅스 사랑. 이벤트로 만든 스타벅스 굿즈 리유저블 플라스틱 컵을 대중에게 내놓은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 일이 환경적으로 어떤 일을 가져올지 간과한 것 같다. 리유저블 컵을 얻기 위해 마시지도 않을 음료를 열 잔 이상 주문하고 심지어 버리기까지 하는 스타벅스 광팬들의 마음을 읽지 못한 것 같다.

자, 여기서 정말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봐야 한다. 좀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석탄이나 천연가스, 원자력 발전보다 더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만약 태양광 발전 시설을 위해 들어가는 원료, 생산 공정, 폐기물 등이 다른 발전 방식보다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과연 무엇을 더 친환경이라고 해야 할까. 스타벅스의 친환경 리유저블 플라스틱 컵도 마찬가지다. 반복해서 음료를 담아 마실 수 있는 것은 친환경이지만, 스타벅스 광팬들이 그 컵을 쟁탈하기 위해 하는 행동은 친환경이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서 깨달을 수 있는 점은, 정말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은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사항들을 심도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문제는 너무도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해결책을 제시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스타벅스에서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컵을 내놓았지만 그 컵을 얻기 위해 커피 열 잔을 내다버리게 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고객들이 리유저블 컵을 가지고 다니면서 음료를 담아 마실지는 다른 문제다. 우리가 열심히 집집마다 플라스틱 분리수거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절반도 되지 않고 대부분은 소각된다. 생수통으로 사용되는 PET는 그나마 분리가 잘되는 플라스틱 소재다. 그래서 최근 폐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옷감이나 신발이라고 나오는 제품들은 대부분 재활용 PET 소재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제품에는 재활용된 PET라는 R-PET(Recycled PET) 설명이 붙어 있다. 반면 햇반 용기, 간편식 포장지 등은 기능성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플라스틱 소재가 섞여 있다. 햇반 용기 바닥에는 ‘OTHER’라고 찍혀 있지만, 실제로는 폴리프로필렌(PP) 소재 사이에 에틸렌비닐알코올(EVOH) 필름이 있는 복합 소재다. EVOH는 산소 투과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95%의 PP와 5%의 EVOH가 햇반 용기의 정체다. 햇반 용기를 재활용하려고 다른 PP 플라스틱과 섞어 재생하면 불순물인 EVOH 때문에 재생품의 품질이 떨어진다. 그래서 재활용의 분리 선별 단계에서는 햇반 용기를 쓰레기로 분리한다. 이런 복합 소재 플라스틱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재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플라스틱도 위와 같이 소각하는 방향으로 분리된다. 세척 후 녹여서 다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자니 여러 가지 혼합물이 많아 품질이 떨어져 활용 가치가 낮다.

바야흐로 20세기는 플라스틱의 시대였다.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 등 그 시대에 가장 많이 사용된 첨단 도구가 시대를 일컫는 말로 사용됐듯이 말이다. 나도 스타벅스를 자주 가지만 스타벅스 굿즈는 동경의 대상이다. 나도 언젠가 정말 마음에 드는 굿즈가 등장한다면 비친환경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굿즈를 쟁탈하고 싶을지 모른다. 이처럼 고객의 인지도를 확보한 기업들은 환경에 대한 이벤트를 할 때 더더욱 깊은 고민을 해 혹시 발생할지 모를 비친환경 사고를 막아야 할 것이다. 내가 스타벅스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였다면, 폴리프로필렌으로 이미 만들어버린 리유저블 컵을 획득하는 방법을 색다르게 기획했을 것 같다. “스타벅스 외부에서 버려진 스타벅스 일회용 컵을 1백 개 수거해오면 교환해드립니다”, 또는 리유저블 컵을 주면서 리유저블 컵을 사용할 때마다 새로운 리워드를 제공하는 등 실제 사용과 연결된 이벤트를 하면 어땠을까 싶다.

비슷한 사례로 ‘파리기후협약’이 떠오른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각국 주요 인사들이 프랑스 파리로 모였다. 그들이 환경을 위한 회의를 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모였는데 그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와 사용된 석유 에너지는 무엇일까 하는 논란이 있었다. 물론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배출된 오염이라고 하지만, 스타벅스 리유저블 플라스틱 굿즈로 인해 벌어진 현상과 유사해 보인다. 우리의 활동 하나하나가 다 환경에 연결되어 있으니, 진정한 친환경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스타벅스와 같은 네임밸류가 높은 기업들이 정말 스마트한 방법으로, 실제 사용 단계에서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친환경 이벤트를 하길 기대한다.

어디선가 스타벅스 담당자의 하소연이 들리는 것 같다. 기후변화 대응 기술과 사업, 환경 정책을 다뤄본 사람들은 안다. 친환경은 어렵다. 정말 어렵다. 스타벅스와 같은 네임밸류가 높은 기업들이 친환경 정책을 폈다가 상당히 곤란해진 경우가 많다. 그래도 계속해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람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우리 생활을 좀 더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스타벅스를 응원한다. 다음 굿즈는 정말 친환경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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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정소진
WORDS 이동헌(과학기술 칼럼니스트)

202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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