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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포착한 다큐멘터리 <갓스피드>는 공개 직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다본테 졸리(Davonte Jolly)가 <갓스피드> 이전과 이후에 대해 얘기한다.

UpdatedOn August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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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크리스마스에 벌어진 사건이다. ‘illegal Civ’라는 10대들이 만든 영화 스튜디오에서 스케이트보드 신을 쫓는 영상을 공개했다. 1시간가량의 <갓스피드(Godspeed)>에는 14명의 스케이트보더들이 순차적으로 등장한다. 그들이 도시를 달리고 트릭을 펼치면, 카메라는 어안렌즈나 트래킹으로 스케이트보더들의 트릭을 정교하게 담는다. <갓스피드>는 스케이트보드 트릭을 모은 영상이라는 점에서 ‘스케이트보드 트릭 모음’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카메라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스케이트보드 신으로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간다. 스케이터들은 건물에서 트릭을 펼치다 시설 관리인으로부터 쫓겨나고, 때로는 말다툼을 벌인다. 영상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계속 등장한다. 하지만 스케이터들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공공시설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사람들의 통행에 방해를 준 건 사실이니까. 불편해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옳기에 스케이터들은 머쓱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스케이터들은 트릭을 시도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유는 재밌어서. 시민들이 쉬도록 배려한 벤치, 휠체어 통행을 위한 경사, 건물 난간, 도심의 계단, 계단 손잡이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기에 굉장히 위험한 곳이다. 위험하니까 그곳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탄다. 한 시간가량의 영상을 보고 나면 스케이터들의 시선에 동화된다. 도시의 장애물, 벽과 난간, 계단 손잡이들이 탈것으로 보인다. 스케이터들에게 도시는 놀이공원처럼 보일 거다.

영상에선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 멋있다고 환호하는 친구들, 구경하는 사람, 한마디 하는 경찰 등 스케이트보더들이 겪는 일상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는다. 아니 취할 수 없다. 스케이트보드 신에선 나쁜 짓도, 틀린 것도 없으니까. 스케이트는 놀이다. 놀이는 재밌어야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 어려운 기술을 구사하면 대단한 거다. 대단해서, 나도 해보고 싶다. 잘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트릭을 연습하러 공원에 나서면 친구를 만나고, 다른 친구의 트릭을 구경하고,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근황을 묻고, 음료를 마시고, 사람들이 오는지 확인하며 삼삼오오 모여서 새로운 트릭에 도전하는 것. 성공하면 하이파이브 한 번 하고 마는 것. 스케이트보드 문화다. 다른 근사한 이유를 더 붙일 수도 있겠지만, <갓스피드>의 솔직함을 닮기로 했다. 스케이트보드 문화에 대해 더 궁금한 것은 <갓스피드>를 제작한 LA의 필름메이커 다본테 졸리에게 물었다.

스케이트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건 언제부터였나?
2010년부터 비디오를 제작해오고 있다. 친구들과 카메라를 공유하며 스케이트보드 타는 일상을 촬영하다 보니 어느새 친구들을 위한 필름메이커가 됐다.(웃음)

당신에게 영향을 준 아티스트는 누군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늘 내게 큰 영감이 되었다. 그는 천재다. 그의 모든 커리어를 함께했고 지켜봐온 나로서는 그의 성장이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 주목해야 할 스케이트보더는?
‘이쇼드 웨어(Ishod Wair)’가 눈에 들어온다. 그가 요즘 가장 주목할 만한 스케이트보더 아닐까.

다큐멘터리에 나온 스케이트보더들은 어떻게 만났나?
대부분의 친구들을 스케이트파크에서 만났다. 친구인 나켈 스미스(Na-kel Smith)로부터 많은 사람을 소개받았고, 앞서 말한 이쇼드 또한 그렇게 만났다.

<갓스피드>를 제작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언제였나?
첫 번째 촬영지는 샌프란시스코였다. 이른 아침에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는데, 출발부터 모든 카메라 장비와 짐이 실린 밴을 도둑맞았다. 도둑들이 우리 짐을 모조리 훔쳐갔다. 하루 종일 우울하던 찰나 우리에게 카메라 두 대를 빌려줄 만한 이를 찾았고, 그렇게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촬영이 시작됐다. 그런 행운이 없었다면 그 수많은 트릭을 영상에 담을 수 없었을 것이다.

가장 힘들었던 촬영은?
호주에 갔을 때다. 10인의 스케이터가 절벽 바위에서 스케이팅하는 장면을 담아야 했다. 현장에 비디오그래퍼는 나뿐이었고, 절벽 촬영은 듣는 것만으로도 아찔한데 후반부로 갈수록 난이도가 점차 높아졌다. 숨 막힐 정도로 힘든 촬영이었다.

스케이트보더를 촬영하는 이유는 뭔가?
스케이트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멋진 트릭을 펼치는 순간을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제작하는 걸 사랑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인생을 담아내는 것 같다. 50대가 기대되는 건, 젊은 시절 촬영해놓은 영상들을 보면 얼마나 멋질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스케이트보더들은 놀라운 삶을 산다. 항상 여행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세상을 새롭고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스케이트보더들은 무엇을 원한다고 생각하나?
대부분은 전문가가 되길 원하고, 일상에서 벗어나 그저 스케이트보드만 타길 원한다.

다큐멘터리에 담고자 했던 스케이트보드 신의 이면은?
나는 항상 내 친구들이 얼마나 멋지고, 사랑스럽고, 재밌고, 용감한지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우린 하나의 거대한 가족과 같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스케이트보드 신이 지금 필요로 하는 건 무엇이라고 보나?
돈! 가족을 부양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재능 있는 스케이트보더들이 정말 많다.

당신의 영상이 다른 스케이트보드 영상과 다른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촬영하는 사람들과 내가 영상을 편집하는 방법이다. 특별한 편집 방식을 사용하는데, 적어도 나는 그게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레퍼런스는 자라면서 봐온 수많은 뮤직비디오들이다. 스케이팅이나 음악, 변화 같은 내게 동기부여가 될 만한 것들은 모두 좋아한다.

<갓스피드>를 비롯한 당신의 작업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부담은 없나?
세상에 내 친구들의 재능을 보여줄 수 있어 행복할 따름이다. 영상이 노출됨으로써 친구들은 마침내 가족을 부양할 수 있게 되었고, 내가 큰 도움이 됐다는 걸 깨닫는 중이다.

차기작은? 다음 계획은?
그저 더 많은 영상을 제작하고 싶다. 의류 브랜드도 만들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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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정소진
ASSISTANT 강예진

2021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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