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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 유니버스

김순옥 유니버스

마블에 MCU가 있고 DC에 DCEU가 있다면 한국에는 임성한과 김순옥, 문영남, 쟁쟁한 세 작가의 얽히고설킨 막장 드라마 유니버스가 있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복길이 각 작가별 세계관과 인물들을 촌철살인 리뷰하며 계보도를 그렸다.

UpdatedOn March 0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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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JANG UNIVERSE 2•
김순옥 유니버스

“누군가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내일 이 드라마 다음 화가 궁금해서 못 죽겠다’ 생각이 드는 드라마를 쓰고 싶다”며 스스로 마련한 든든한 실드가 모든 걸 지켜주는 세계! 혈연과 계급에서 비롯된 인간의 욕망을 우화처럼 표현하는 성경 같은 극본! 다른 드라마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막장이란 칭호를 받는다면 김순옥 드라마는 “이해가 너무 쉬워서” 막장이 된다. 부모의 원수에게, 배신자에게 복수하고, 내 계급을 비웃은 자에게 복수한다. 이 간단한 도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복수를 당해야 하는 이유를 지독하게 만들어놓는다. 원한을 청산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어느새 다음 화 재생을 누른다.

CHARACTER COLOR GUIDE
복수의 화신 사이다 할머니 우유부단 조력자 사형감 대수대명 야망 있는 악인

<아내의 유혹>
이런 길고 집요한 복수극을 썼으면서도 한 번도 웅장한 연출을 하지 않는 미덕…! 그것이 ‘아유월드’를 있게 한다. <아내의 유혹>으로 밑천을 벌어서 <펜트하우스>를 지은 것이라 봐도 좋을 헝그리 정신 가득한 순옥 월드 더 비기닝.


구은재(장서희)
복수의 화신

“지금 신 앞에 맹세합니다. 정교빈, 신애리 죽이고 지옥 가겠습니다.” <인어아가씨>의 주인공 은아리영에게 죄책감을 덜고 적개심을 불어넣으면 구은재가 된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난다는 복수 판타지를 실현한 사람. 점 하나 찍은 걸로 알려져 있지만 아유월드를 아는 사람들은 안다. 은재는 불과 3개월 만에 5개 국어를 익히고 물공포증을 극복했으며 전신의 점과 상처 지문까지 제거했다는 사실을.


정교빈(변우민)
사형감

“나 같은 놈은 죽어야 돼!” 인간 말종이라는 말을 세상 단 한 사람에게 허용할 수 있다면 기꺼이 받아야 할 인물 1순위. 강간, 절도, 사기, 납치, 살인 미수, 살인… 존재하는 모든 죄목에 해당되는 사이코 범죄자 정교빈. 순옥 월드에 늘 등장하는,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남자’ 캐릭터의 시초인데 웃긴 건 작가만 미워할 수 없다고 생각할 뿐, 시청자는 그런 작가를 이상하게 여기며 사력을 다해 그 남자를 혐오한다. ‘작가의 애착 쓰레기’라고 고쳐 불러야겠다.


신애리(김서형)
야망 있는 악인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분노하며, 잔인한 일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이 없고, 남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에 순수한 희열을 느끼는 슈퍼 사이코패스. 들어보면 다 동기가 있지만, 납득하기엔 저지른 일의 스케일이 너무 크다. 복수를 당하는 동안에도 눈곱만큼의 반성조차 하지 않는다. 성장이나 서사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저 악쓰는 로봇에 가까운 존재로 고안된 캐릭터다.


민현주(정애리)
조력자

“우리 소희는 한 번도 내 커피 온도를 틀려본 적이 없어.” 커피의 물 온도가 정확히 100℃여야 마시는 취향이 확고한 사람이다. 구은재의 복수를 돕는 조력자로 자신의 실종된 딸 ‘민소희’의 신분을 은재에게 준다. 은재를 소희와 닮게 꾸미고, 소희가 할 수 있던 모든 것을 익히게 해 사라진 딸의 모습을 투영하는 섬뜩한 모성을 가진 엄마다.


정하늘(오영실)
사이다 할머니

‘아유월드’에서 가장 보편적 상식을 가진 인물. 본능적으로 나쁜 사람이 누구고, 누구를 도와야 하는지 알고 있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은재의 복수를 돕고, 은재를 괴롭힌 이들을 응징한다. 모든 등장인물이 한 덩어리가 되어 싸우는 아수라장에서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왔다! 장보리>
‘아유월드’에 예산을 들여 퀄리티를 높이면 ‘장보리 월드’가 된다. 연민정이라는 악인을 이용해 거의 모든 종류의 범죄를 저지르게 만들고 끝내 그를 징벌하는 내용이지만, 이 과정에서 연민정이라는 인물에게 많은 사람들이 연민을 느끼고 감정 이입을 하는 바람에 권선징악의 의미가 희석되고 악행에 열광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순옥 월드의 악인이 스스로 참회하여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패턴도 연민정을 통해 가장 두드러진다.


김인화(김혜옥)
야망 있는 악인

“왜 이렇게밖에 못 살았어! 왜!” 한복 업계의 유서 깊은 가문 비술채의 침선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시숙인 정원을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하고 친딸을 잃는 인물. 인생의 모든 가치 중 최고는 야망이기에 20년 만에 자신의 친딸이라며 나타난 장보리를 앞에 두고 통곡을 하면서도 ‘왜 이렇게 천하게 자랐냐’고 말하는 여자다.


연민정(이유리)
야망 있는 악인

인화가 양딸로 삼을 만큼 인화를 꼭 닮아 출세욕이 강하고,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라면 모든 사람들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희대의 악인.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족족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납치, 절도, 위조 등은 밥 먹듯이 하지만, 그런 악행으로 겹쳐지는 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어린 소녀의 모습이다.


문지상(성혁)
대수대명

“뜨거운 욕조 속 개구리처럼, 하루에 딱 1℃씩만 올려줄게. 차라리 빨리 죽여달라 소리칠 때까지.” 연민정이 악인이라는 걸 가장 먼저 눈치 채고 응징을 시도하는 인물로 나중에는 왜 저렇게까지 집착하는지 의문이 생길 만큼 저런 대사를 맨날 비장하게 하고 다닌다. 그래서인지 연민정에게 매번 살해 협박을 당하다 결국 죽는다.


장비단(김지영)
조력자

연민정이 낳고 장보리가 기른 딸. 이 드라마의 악행이 쉬어 가는 보루 같은 존재다. 김순옥의 드라마에 꼭 있는 영악하고 똑똑한 어린아이로 혼자서 유치원을 다니고, 양모와 양부 앞에서 애써 밝은 척하며 아픔을 삭힌다. 혼자서 드라마의 모든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 여섯 살 비단이는 환상에 가깝다.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똑똑하게 자라 어른들의 위안이 되어준다는 속 편한 생각이 만든 환상.

<펜트하우스>
모두 이 드라마가 미쳤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았다. 최근 막장 드라마의 새로운 세대로 분류되는 <스카이 캐슬>과 <부부의 세계>가 지닌 빠른 전개 속도와 서스펜스 형식의 장점을 모조리 흡수했다. 거기에 김순옥 작가만의 ‘개연성이 없어도 상관없어’라는 공격력이 더해지며 2020년 최고의 매운맛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심수련(이지아)
복수의 화신

언제나 플랜 B가 준비된 복수극의 주인공. 주단태라는 인물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인물. 복수를 다짐하는 데까지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법 같은 것을 이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공포를 조성해서 서서히 그리고 처참하게 응징하는 것을 원하는 듯.


주단태(엄기준)
사형감

사이코패스이자 소시오패스. 모든 인간을 도구로 취급한다. 아내도 자식도 예외는 없다. 주도면밀한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번번이 당하며, 본인은 자신이 원해서 아무 여자와 관계를 갖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성공을 위해 본인의 몸을 이용하는 모양새. 매번 당하고 타격을 입어도 늘 자신이 이겼다며 조용히 웃고 정신 승리를 하는, 나쁜데 이상한 인물.


천서진(김소연)
야망 있는 악인

역시나 사이코 같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아등바등 살다가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악인이 되어버린 인물이다. 아버지, 남편, 외도 상대… 늘 사랑과 인정에 굶주려 있어 시청자에게 연민을 자아내지만 이제 그 갈망을 채우기엔 돌이킬 수 없이 늦어버렸다.


로건 리(박은석)
조력자

부모가 입양한 동생 민설아가 자신에게 장기 이식을 해준 뒤 파양됐다는 사실을 알고 남은 생을 민설아를 위해 살기로 결심한 부잣집 아들. 민설아가 힘들 때는 무슨 일을 했는지, 부모에겐 어떤 책임을 물었는지 알 수 없지만 설아가 죽고 난 후에 생모인 심수련을 겁박하며 등장했다. 심수련의 조력자가 되지만 그마저도 시원치 않다.

<펜트하우스2>
처음엔 김순옥 작가의 16부작은 어떨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역시나(높은 시청률 때문이라고 하지만) 방영과 동시에 세 번째 시즌까지 예정되고 말았다. 이미 세계관의 확립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주단태 파멸’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펜트하우스2>가 그 결말에 어떤 방식으로 복잡하게 다가갈까?


천서진(김소연)
야망 있는 악인

제일 기대되는 건 역시 다른 모든 캐릭터가 머문 궤도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자적인 세계를 만든 천서진의 활약이다. 이유 없는 악인 주단태, 맹목적인 복수전 상태에 진입한 심수련, 선과 악 사이에서 계속 심판의 경험만 쌓고 있는 오윤희, 그리고 그들 바깥에 자신이 갖고 있는 결핍과 열등감에 맞서 싸우는 천서진이 있다. 나는 천서진을 통해 조커에게 이입하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이해되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황후의 품격>
입헌군주제를 실행하는 가상의 국가 대한제국. 궁중 암투 퓨전 사극이라 소개하지만, 사이코패스인 태후와 황제 모자가 제국의 선량한 백성 하나를 괴롭히다 그 백성에 의해 몰락하는 혁명극에 더 가깝다.


오써니(장나라)
복수의 화신

연극배우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품고 성실히 살아가던 오써니는 하루아침에 황후가 된다. 그런데 결혼하고 보니 남편과 시어머니는 사이코패스였고 매일 살해 협박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황실을 제거하려는 역적 취급까지 받게 된다. 그러나 평생 밝고 바르게 자라온 여자 오써니는 자신의 누명을 벗는 데 그치지 않고 황실의 민낯을 세상에 밝히고 정의를 위해서 복수한다.


이혁(신성록)
사형감

사이코패스 황제. 자신을 너무 엄하게 훈육한 아버지에 대한 반감으로 인성파탄자가 되었다는 설정인데 납득이 되진 않는다. 사기, 폭행, 고문, 납치, 살인 모든 죄를 저지르고도 ‘황제’라는 이유로 혐의를 벗는데 더 황당한 건 이런 인간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구석을 찾아내어 어필하는 대목이다. 절대악에 가까운 캐릭터를 다루는 이런 황당한 태도는 <펜트하우스>에서도 이어진다.


민유라(이엘리야)
야망 있는 악인

자신의 기구한 팔자를 죽을 만큼 고치고 싶었던 여자.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황실의 사무관과 황제의 내연녀가 되지만 나중엔 그 악행에 중독되어 자신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도 잊고 만인에 대한 복수를 품는 악인.


태후 강씨(신은경)
사형감

사이코패스 태후. 나라를 손에 넣으려 한다. 남편, 아들, 시어머니. 자신과 연관된 모든 관계에 아무런 애착이 없으며 그에 대한 동기도, 본인이 의지하는 숨겨진 관계도 없다. 철저히 권력을 잡고 싶다는 욕망만 품고 사는 해괴한 인물이다. 보통 악인은 그렇다. 사연이 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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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예지
WORDS 복길(대중문화 칼럼니스트)
COOPERATION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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