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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의 영화

재즈 뮤지션으로 불리길 거부하는 무규정 존재 김오키는 하고 싶은 걸 한다. 발라드도 하고 펑크도 하고 영화도 하고 그림으로 음악도 만든다. 윤형근 화백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정규 11집 앨범 <Yun Hyong-keun>을 발매했고 연출을 맡은 영화 <다리 밑에 까뽀에라> 촬영을 마쳤으며, 곧 닥칠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끼도 두어 자루 준비해뒀다.

UpdatedOn October 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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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질문 먼저 해도 될까? 왜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나?
원래 자주 그런다. SNS 자체가 꼴 보기 싫은데 공연 홍보 때문에 하는 거라서 종종 이렇게 없애버린다.

SNS가 왜 싫나?
거짓말이잖아. ‘좋아요’와 팔로어 수에 미쳐서. 그렇게 사는 양 화면에서만 보여주고 있으니까. 실제로 만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경우가 태반인데 거기에만 갇혀 있는 거지. 실제로는 이웃집 사람들하고 인사도 안 하고, 쳐다보면 시비 거는 줄 알고 싸우는데. 인류애가 없는 시대다.

코로나19 때문에 점점 더 비대면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데?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이제 종말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공연을 못 하는 건 아쉽지만, 디스토피아로 가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아싸리’ 영화 <매드맥스>나 <워터월드>, 좀비 영화 같은 세계가 와도 좋다. 난 어릴 때부터 그런 세계에서 잘 살 자신이 있었거든. 내 마음대로 해도 되잖아. 그때를 대비해서 도끼 몇 개를 사뒀다. 디스토피아가 오면 난 완전 잘 살 거다. 자신 있다.

윤형근 화백의 작품을 비대면으로 볼 때와 직접 볼 때도 차이가 크던가?
아주. 솔직히 사진으로만 봤을 땐 ‘그냥 검은색 칠해놓고 비싸게 파는 현대 미술인가’ 싶었다. 그런데 실제 갤러리에서 그림을 마주하니, 아주 강한 인상이 들더라. 힘이 있더라.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이 사람은 다르다’고 느껴지는 기운 같은 것이랄까. 그 단순함 안에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윤형근 작가에 대해 몰랐지만 그의 삶이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청색과 다색으로만 작업한 그의 그림은 고요하고 말이 없다. 어떤 악상이 떠올랐나?
사람이나, 책, 영화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림은 말을 하지 않으니 풀어내기 어렵더라. 백현진 형의 그림을 음악으로 표현해보기는 했지만, 나는 그 형을 잘 알고 작품도 잘 아니 하나가 된 것처럼 연주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낯선 느낌으로 했거든. 그러니 오히려 너무 멋부리고 싶진 않았다. 그림을 실제로 마주한 첫인상을 계속 생각했다. 그림의 기운을 얻기 위해 그 앞에서 연주를 해보기도 했고, 함께 앨범을 만든 피아니스트 진수영과 베이스 연주자 정수민 세 명이서 그림을 보기도 했다. 분석하거나 공부하려고 하지 않고, 단순하게 보려고 했다. 세 명이 깨달은 직관적인 느낌을 꺼내서 녹음 당일 즉흥 연주를 했다. 원래 즉흥 연주를 많이 하지만 어느 정도 테마는 정하고 시작하는데, 이번엔 그냥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반복과 상승, 강렬한 힘이 표현된 것 같다.

그림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건 어떤 일이던가?
어떻게 보면 악보도 그림이잖아. 윤형근의 그림이 하나의 악보라고 생각하고 연주한 거지. 느껴지는 이미지를 그대로.

첫 정규 앨범 <Cherubim’s Wrath>는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거대한 뿌리>라는 김수영 시인 프로젝트 앨범을 내기도 했다.
이야기를 좋아한다. 영화도 좋아하고, 웹툰도 엄청 많이 보고. 중학생 땐 소설 쓰는 걸 좋아해서 가상 인물을 만들어 페이크 위인전을 쓰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보면 중2병 같고 창피하다. 지금은 비틀어서 웃기게 풀어내는 방식이 더 좋다. 진지한 걸 블랙코미디식으로 푸는 것. 직설적으로 어딘가에 대뜸 끼어들기보단 은근슬쩍 들여다보는 게 좋다.

당신의 노래 중 ‘코타르 증후군’을 좋아한다. 자신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는 증후군을 통해 좀비 같은 현대인을 우스꽝스럽게 풀어냈지. 김오키의 음악에는 늘 현 사회의 단면과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내 음악은 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다. 초등학생 때는 왕따를 많이 당했다. 선생님들한테도 촌지 안 준다고 많이 두드려 맞았고. 내가 부잣집 아들이었으면 그랬겠나? 그런 문제의식이 더 커지고 첨예해졌다. 그래서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지. 노동자 이야기도 노래하고, 그들이 당한 불의에 공감하고 같이 분노하고. 그런데 대의를 위해 희생하고 그런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내 개인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김오키가 가장 경계하는 건 뭔가?
돈 없이 궁상맞게 ‘예술병’ 걸린 것. 자기 음악은 예술이라고 생각하면서 돈도 못 벌고, 머리만 커가는 것. 그런 사람이 제일 싫다.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뭐, 집이 부자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밥 사 먹을 돈도 없는데 그러면 안 되지. 일단 인간의 도리를 하고 그다음에 뭔가를 해야 하는 거야.

그럼 김오키가 가장 가까이 두려 하는 건?
재미있게 사는 것.

당신은 첫 등장부터 재즈의 이단아 같은 존재로 주목받았다. 어느 장르에도 귀속되지 않으려 하고 여러 팀을 만들어 가변적으로 움직인다.
나 스스로 재즈 뮤지션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실제로 재즈를 연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스탠더드 재즈는 이런 게 아니거든. 재즈의 어떤 요소만 갖췄다고, 색소폰만 분다고 재즈가 아니라는 거다. 새턴 발라드로서 하는 건 발라드고, 뻐킹 매드니스로서 하는 건 펑크다. 왜 평단에서 나를 재즈 뮤지션이라고 할까 생각도 많이 했는데, 평론가들도 이슈가 필요하니까 그렇겠지. 먹고살아야 하고. 마니아라는 사람들은 이상한 생각을 가진 것 같다. 음악은 그냥 듣는 거고, 재즈든 아이돌 음악이든 같은 음악인데 자기들이 높은 위치에서 뛰어나다고 생각하면서 장르를 묶고 가둬둔다. 그런 범주에 내가 들어 있는 게 싫었다. 궁상맞잖아. 그래서 나는 재즈 매체의 인터뷰를 안 한다.

어딘가에 갇히는 게 싫나?
밴드를 만들어 음악을 하고 공연을 하면 각자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야 하는데, 말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외운 것만 읊는 거지.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 그래야 자기 것이 생긴다. 사람마다 다른데 다 똑같이 살 필요가 있나?

이 사회에는 정상성에 대한 집착이 있지. 김오키는 거기에서 튀어나온 존재고.
참 이상한 세상이다. 규율을 지키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야 하는데, 지킬 건 안 지키면서 똑같이 살려고만 한다.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억압받고 자랐으면서도 지금도 남이 시키는 대로 똑같이 살아가는데, 그래서 난 좋다. 내가 튀니까. 한국 음악 신이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 그래야 경쟁 사회에서 내가 먹고살 수 있으니까.

최근엔 <다리 밑에 까뽀에라>라는 단편 영화를 연출했다면서?
B급 코미디 스릴러다. SNS를 비판하면서 속보다는 겉이 중요한 세상을 풍자한다. 영화 제작에 대해 잘 모르면서 그냥 들이박은 거다. 어설프다.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데?
쿠엔틴 타란티노, 박찬욱, 그리고 장률 감독. 장률 감독 영화에는 이상한 유머가 있거든. <필름시대사랑>에서 배우 박해일이 촬영장에 필름을 던지면서 “이게 영화야?” 하는 게 웃기더라.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에서는 뜬금없이 원숭이 권법 같은 게 나온다. 갑자기 이게 왜 들어가지? 그런 것들이 좋다.

김오키의 영화는 김오키의 음악과 비슷할까?
그렇다. 뒤죽박죽에 장르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장편 영화에도 욕심 있나?
<다리 밑에 까뽀에라> 후반 작업을 마치고 빠르면 10월쯤 찍으려고 준비 중이다. 장률 감독님이 “장편을 찍고 싶으면 장편을 찍어라” 하고 조언해주셨다. 단편을 많이 찍어본 다음에 장편을 찍으려고 했는데, 어차피 호흡이 다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하더라. 무술 달인이 요괴들과 싸우며 비법을 얻어내는 내용이다. 영화는 음악, 이야기, 이미지가 합을 이루는 복합 예술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좋은 매체다.

김오키의 다음 음악은 어떤 장르일까?
여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장르로 할 거다. 뭔지는 비밀이다.

 가장 최신의 김오키 

  • 열 한 번째 정규 앨범 <Yun Hyong-keun>

    한국 단색화의 거장 윤형근 화백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낸 김오키의 열한 번째 정규 앨범. 김오키가 클라리넷 솔로로 연주한 2개의 트랙과 김오키의 클라리넷과 진수영의 피아노 연주, 김오키의 클라리넷과 정수민의 더블베이스, 김오키의 색소폰과 진수영의 피아노, 정수민의 더블베이스가 한데 어우러진 총 6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 첫 연출 영화 <다리 밑에 카뽀에라>

    김오키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B급 코미디 스릴러. 친오빠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여동생 채리(원채리)는 의문의 여성 크리스탈(이수정)과 함께 살인마의 흔적을 쫓는다. 복수를 위해 뜻을 모은 두 여자는 드디어 친오빠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존재와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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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예지
PHOTOGRAPHY 이우정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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