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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복합 문화 공간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해서 모두 큰 건 아니다. 작고 강력한 공간들.

UpdatedOn February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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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공간, 포제
변화가 필요하다. 어디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 불가능한 시도만이 생명력을 지니는 시대다. 공간도 그렇다. 공간은 새로운 콘텐츠를 먹으며 자란다. 지금 성수동 공장 지대 한편에선 다름을 추구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름은 포제다. 크리에이티브 그룹 ‘포지티브 제로’가 만들었다. 외벽에는 벽돌 대신 커다란 유리창을 설치했다. 지나는 사람들이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의 표정과 그 얼굴 너머 전시된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다정한 카페는 맛 좋은 커피와 다채로운 문화 행사로 살아 숨 쉰다. 카페 포제의 문을 열고 들어가 조용히 빈 의자에 앉았다. 바우하우스풍의 간결한 가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회화 같은 공간은 선반의 장식을 통해 더욱 비현실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내장된 붐박스, 오디오들이 한쪽 벽을 가득 채웠다. 카세트테이프 감기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미니멀리즘 공간을 채우는 것은 레트로 감성만이 아니다. 아티스트의 활발한 전시도 공간을 채우고 있다. 포제의 공간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이며, 각 층마다 다른 콘셉트를 보여준다. “전시는 주기적으로 바꾸고 있어요. 여러 공연과 이벤트도 전개해요. 변화 없는 단조로운 공간은 지양해요. 매번 독창적이며 다름을 추구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 되길 바라죠.” 대표 신상호가 말했다. 전시를 보고 다시 1층 카페로 돌아왔다. 창가에 앉아 포제의 시그너처 메뉴인 카페 토닉을 주문했다. 베를린 더반의 원두를 사용한 에스프레소에 토닉 워터를 더한 메뉴다. 입맛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소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9길 7
인스타그램 @cafe_p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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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마시고 나무 깎고, 루디먼트
책상 모서리 하나에도 정성이 들어가면 감동이 배가된다.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도 작가의 땀이 묻어 있는 작품은 가슴에 더 와닿는다. 루디먼트가 그렇다. 카페 구석구석에는 작은 소품들이 놓여 있다. 도마, 숟가락, 버터나이프, 그리고 인센스 홀더 등. 모두 나무로 제작한 것들이다. 부드럽게 마감된 소품들에서는 만든 이의 흔적이 보인다. 목공을 하는 김이래 대표는 목공방과 카페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공간을 탄생시켰다.
1층에는 목재들이 한가득 쌓여 있고 목공 기계가 움직이는 생생한 제작 현장이 담겨 있다. 2층을 오르니 따사로운 햇빛을 맞으며 커피를 홀짝이는 전혀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자리 잡고 커피를 마시다 보니 주인장이 조용히 종이와 연필을 내민다. 손님들의 그림을 직접 코스터로 제작해준다고 했다. 직접 적삼목을 깎고 다듬어 그림을 새겨준다. 단지 잠깐 머물다 가는 모든 이들에게 정성을 다한다. 앉아 있던 의자와 테이블은 모두 주인장의 솜씨다. 이곳을 채우는 모든 요소에서는 루디먼트의 호흡과 취향이 묻어난다. 루디먼트 공방에서는 클래스도 연다. 클래스에서는 우드 카빙 수업을 진행한다. “클래스에 참여하는 손님들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꾹 참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는 게 루디먼트가 나아가는 원동력이에요. 손님들이 열심히 갈고닦은 작품들을 보면 뿌듯하죠.” 대표 김이래가 클래스를 진행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찾아주는 모든 이가 디자이너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창작의 기회를 열어주는 루디먼트의 공기는 따뜻했다.

주소 서울시 성동구 아차산로7길 15-8
인스타그램 @rudimen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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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동 작은 온실, 식물관PH
항상 꿈꿔왔다. 도심 속에서 풀 냄새를 맡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기를. 온전히 나무와 식물들로 그득한 곳이 생기길 바랐다. 마침 수서동에 작은 식물원이 탄생했다. 이름은 식물관PH다. 커다란 쇠문을 여니 새하얀 온실 모양을 한 이곳에는 풀과 나무 내음이 풍성했다. 온통 하얀 벽으로 마감한 내부는 관엽 식물들이 푸른빛으로 가득 메우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분주하다. 한편에선 커피를 내리고, 다른 한편에선 나무에 물을 준다. 또 한편에선 온·습도를 쟀다. 식물관은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운영된다. 식물관 내부도 자연 채광과 환기 시스템을 갖춘 온실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각자 제 역할을 분주하게 해내는 중이다. 식물들이 건강하고 신선하게 유지되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원을 구경하다 보니 다른 공간들도 궁금해졌다. 식물관PH는 식물원, 전시 공간, 그리고 팝업 스토어로 이루어진다. 계단을 오르니 전시 공간이 펼쳐진다. 식물관PH 의 신생 갤러리로 지금까지 사진전부터 토분 전시까지 총 3회에 걸쳐 전시들을 기획해왔다. 모던하고 세련됐지만 식물관 PH만의 고루함은 품고 있다. 바닥에 놓여 있는 빈티지 오브제에서는 왠지 모를 웅장함이 느껴진다. 커피 한 잔과 빵 한 조각을 베어 문 채 전시를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주변 소음은 사라진다. 가장 위층에 위치한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는 팝업 스토어도 진행한다. “식물관의 전시를 통해 보여드린 작품들은 한두 달 동안만 소개하고 창고에 그대로 두기에는 안타까움이 컸어요. 그래서 프로젝트 스페이스를 운영하기 시작했죠. 전시 형태도 유지하면서 손님들이 작품들을 더 가깝게 느끼실 수 있도록 준비한 공간이에요.” 식물관PH 현신혜 팀장의 말 속에선 작품 하나하나를 아끼는 마음이 보였다. 카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곳은 엄연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식물들의 호흡 속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고유한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이 되는 것이 식물관PH의 목표다. 어쩌면 그 목표를 이뤘는지도 모르겠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34길 24
인스타그램 @sikmulgw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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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지하 예술 탐험, 나인앤드 벙커
바쁜 일상을 지나치다 보면 취향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지금껏 추구하고 사랑하던 감성이 흐릿해질 때 그것들을 되찾기 위해 일상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사람들이 북적이는 문화 공간은 집중하기 힘들다. 나인앤드 벙커는 취향을 찾아주는 소규모 문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각예술 콘텐츠 기업 ‘나인앤드’가 운영한다. 아기자기한 망원동 골목에 어두운 지하로 인도하는 검은색 문이 있다. 입구부터 대피소나 방공호 느낌을 물씬 풍긴다. 계단을 내려가면 화려한 색감의 조명들이 맞이한다. 조명이 비추는 곳에는 감각적인 그림들이 걸려 있다. 그림 옆에는 작은 메모지가 붙어 있다. 작품 내용을 압축한 글 한 줄. 2020년은 아티스트 ‘아갸미’가 첫 전시로 문을 열었다. ‘난 예뻐’라는 제목으로 아갸미만이 추구하는 미의 기준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전시는 매달 새로운 아티스트와 메시지로 운영된다고 한다. ‘나인앤드 랩’도 선보인다. 9명 이상의 현업 아티스트로 구성된 멤버십 제도로 회원권을 구매하면 3개월 동안 나인앤드 커뮤니티를 즐길 수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현업 작가에게 그림을 배울 수 있는데 프리 드로잉부터 원데이 클래스까지 다채롭게 구성된다. 잊고 있던 취향을 되찾기에는 제격이다. “나인앤드 벙커는 대중이 최대한 쉽고 가깝게 즐길 수 있는 전시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해요. 관객이 직접 그림을 그리는 참여형 아트워크도 준비하고요. 장르에 국한되기보다는 대중과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고 다양한 시도를 좋아하는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이재훈 대표가 말했다. 지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나인앤드 벙커 ‘대피소’로 떠나고 싶어졌다. 잊었던 나만의 취향을 찾기 위해.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19길 12
인스타그램 @9and_bu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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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GUEST EDITOR 정소진
PHOTOGRAPHY 김사윤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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