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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후카세

두 번째 내한 공연을 앞둔 세카이노 오와리. 보컬 후카세와 함께 서울 골목을 누볐다.

UpdatedOn December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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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디테일의 데님 베스트·데님 팬츠·페도라는 모두 더 스톨른 가먼트, 안에 입은 셔츠는 태우, 스터드 슈즈는 프라다 제품.

어떻게 저런 상상이 가능할까. 세카이노 오와리는 앨범을 새로 내놓을 때마다 독특한 세계관을 펼쳐 보인다. 음악, 무대, 뮤직비디오, 패션 등으로 이루어진 그 세계는 기괴하면서도 아름답고, 또 이질적이면서도 편안하다. 보컬 후카세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꿈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잠에서 깨어난 뒤 꿈을 기록하고 음악으로 펼쳐 보인다. 세카이노 오와리의 음악을 경험하는 것은 그의 꿈속을 탐험하는 것과도 같다. LA, 대만, 뉴욕을 거쳐 서울에 온 후카세를 만났다.

촬영 중 후카세의 인스타그램을 살펴봤다. 무척 바빠 보이더라.
지금은 한국에 와 있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 뉴욕에 있었다. 그전에는 대만에 머물렀고. 라이브 공연이나 뮤직비디오 촬영 등으로 해외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시차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즐겁게 잘 지내고 있다. 아주 바빠서 정신없지만 조금 졸린 것 빼고는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해외에선 어떤 영감을 얻었나?
외국에서 지내다 보면 음악적인 자극도 받지만 무엇보다 시각적인 충격과 영향을 많이 받는다. 물론 일본에도 다양한 예술과 문화가 존재하지만 다른 나라의 스트리트 컬처는 또 다르게 느껴진다. 나 또한 스트리트 컬처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성장해왔다고 생각하기에, 다른 나라의 스트리트 컬처에 공감하고 영향도 받는다. 최근 뉴욕에서는 핼러윈을 즐기고 왔다.

머리는 조커 분장 때문에 초록색으로 염색한 건가?
하하. 100% 영화의 영향은 아니다. 뮤직비디오 촬영 때문에 염색했다. 파란색으로 염색하려 했는데, 파란색은 빨리 빠진다고 하더라. 초록색이 가장 오래 지속된다고 해서 초록색으로 염색했는데, 신기하게도 영화 <조커> 개봉과 시기가 맞물렸다.

한국에 자주 왔다. 한국 스트리트 문화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
문신이 굉장히 신선했다. 나는 일본의 온천 문화를 매우 좋아하는데, 몸에 문신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일본 온천은 입장할 수 없다. 조폭으로 오해받거나 다른 손님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어서다. 그래서 온천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은 문신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스트리트 문화에서 가장 부러운 것은 젊은 세대의 문신이었다. 지금 촬영 현장의 스태프들만 해도 문신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 점이 부럽지만 나는 온천욕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 문신은 못 할 것 같다.

지난해 에픽하이와 협업했다. 한국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에픽하이와 작업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가 기억난다. 우리 멤버와 일본 스태프가 대부분인 술자리에 에픽하이가 참여했는데, 그 세 멤버가 그날 참석한 사람들을 대동단결시켰다. 하나로 단합되는 멋진 술자리를 만들어주었다. 단순히 비즈니스를 넘어 소통을 굉장히 중시하는 문화가 인상적이었다. 그 중심에는 에픽하이가 있었고, 지금도 아주 고맙게 생각한다. 안주 중에 삭힌 홍어가 있었는데, 계속 그걸 먹이더라. 굉장히 특이한 맛이었다. 어쨌든 그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무척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작업자들과 친밀한 교감을 나누는 것이 ‘세카이노 오와리’답다.
다른 해외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단순히 스튜디오 세션으로만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전에 식사나 술자리 등을 통해 교감을 나눈 후 작업했다. 비단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세카이노 오와리의 음악은 멤버들 간의 교감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음악을 만들어오고 있다.

교감을 하는 것은 음악에 진정성을 더하기 위한 노력인가?
함께 일하는 사람이 아무리 프로라고 해도 처음 만난 사이라면, 조심스러운 부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불편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고,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목표이기에 최대한 자연스러운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교감을 쌓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결과물도 자연스럽다.

 

“우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음악을 만들어오고 있다.”

 

페스티벌, 내한 공연 등 한국에서 여러 차례 무대에 섰다. 이쯤 되면 한국 팬들이 익숙해질 법도 하다.
한국 팬들이 가진 애정의 크기는 정말 대단하다. 공연 때마다 팬들의 열정이 와닿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공연이 끝난 뒤 들려오는 앙코르 외침이다. 앰프 소리보다 더 크게 느껴지고, 오히려 우리의 사운드가 더 작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한국 팬들의 앙코르 소리가 너무 커서 무대 뒤에 있던 멤버들끼리 놀라 눈만 마주 본 기억이 있다.

<Eye> <Lip>은 각기 다른 앨범인데 동시에 발표했다.
먼저 곡들이 완성된 상태였고, 전부 한 앨범에 담을 수 없어 두 장으로 나눠 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출시하고 보니 <Eye>는 굉장히 케미컬한 앨범이 되었고, <Lip>은 이펙트와 같은 디지털을 사용하지 않은 오가닉한 앨범이 됐다.

세카이노 오와리는 앨범마다 독특한 세계관을 펼쳐 보인다. 세계관은 어떤 계기로 어떻게 구축하는가?
어려서부터 꿈을 자주 꿨다. 꿈에서 본 영상을 가사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Eye>의 ‘Re:set’은 악몽에서 비롯됐다. 어느 날 악몽을 꾸었고, 잠에서 깨자마자 그 악몽에 대한 곡을 썼다. 주로 꿈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꿈은 무의식이기도 하다. 자신의 무의식을 대중에게 드러내는 게 부담스러운 적은 없었나?
세상에 나를 표현하거나 발산할 때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물론 상대를 차별하거나 상처를 주는 말은 안 한다. 또 지금은 SNS 시대인데, 발언을 하는 데 오히려 예전보다 덜 자유롭다는 생각이다. SNS가 서로를 감시까지는 아니어도 열린 공간인데 모두가 발언에 민감하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하고픈 말을 오히려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아티스트로서 그런 반감이 두려워 내 생각이나 표현을 감추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자유의 영역이라 생각하기에 두려워하지 않고 표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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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카이노 오와리는 무대, 앨범, 패션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전방위적인 활동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최근 4년간 느낀 것인데, 내가 공연이나 뮤직비디오 제작, 패션을 잘한다고 의식한 적이 없다. 못하는 것 같아 엄청 많은 시간을 할애해 노력했다. 꾸준히 노력한 결과 조금씩 좋은 평가를 받게 된 것 같다. 부족한 부분도 시간과 노력을 쏟다 보니 잘하게 됐고,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 있던 음악도 더 많이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

요즘 자극받는 건 무엇인가?
연기다. 연기자들을 만나거나, 영화를 볼 때 자극을 받는다. 그 이유는 연기자는 캐릭터에 몰입해서 그 사람이 되어 연기를 해낸다. 나 역시 무대에서 노래를 할 때 내가 곡을 쓸 당시의 감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공연에 익숙해지면 적당히 음정과 박자에 맞춰 쉽게 ‘복붙’하듯 부르게 되는데, 그러면 팬을 기만하는 게 되니까. 나는 무대에 오르는 매 순간 진심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인지 고민이 많다. 연기자들을 보며 나 또한 내 노래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아티스트로서 그런 반감이 두려워
내 생각이나 표현을 감추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밴드 활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무엇인가?
솔직해야 한다. 의외로 솔직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도록 자문자답을 계속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필요하고, 또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좋은 곡을 만들고 싶지만 잘 팔렸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한다. 아티스트로서 입에 담기 거북한 말이지만 솔직한 심정이니까. 말하기 어려운 부분조차 말할 수 있는 솔직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그런 마음으로 음악을 하고자 한다. 그래야 진정성 있는 음악을 할 수 있으니까.

보통 밴드들은 멤버가 바뀌기도 하는데, 세카이노 오와리는 원년 멤버 그대로다.
마음에 절대 담아두지 않는 것이 우리의 룰이다. 마음에 담아뒀다가 뒤늦게 말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다.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지금 할 말은 바로 하는 솔직함을 중요하게 여긴다. 마음에 담아두면 언젠가는 폭발하게 되고, 개선의 여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할 말은 바로 하는 게 밴드의 유지 비결이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우리는 뭘 기대하면 될까?
조금 어려운 표현일 수 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한 인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런데 인간이라는 것은 오가닉하고 케미컬한 점이 양립할 수밖에 없다. 그게 현대인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에게 오가닉하고, 케미컬한 현대인의 인간다움을 전달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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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코트는 우영미, 레오퍼드 니트와 지퍼 디테일 팬츠는 모두 닐 바렛, 슈즈는 닥터마틴, 선글라스는 본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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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이잎새
HAIR & MAKE-UP 에구치 히로키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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