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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을 기대하다

매일 조금씩 서울은 달라진다. 지형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서울은 어제와 다르다. 묵묵히 성장하며 생의 임무를 다하는 가로수들이 여름이면 가지가 잘리고, 겨울이면 고독한 풍경을 시민에게 선사하듯. 반복되는 풍경 속에서 우리는 지난 계절과 다른 마음과 차림으로 새로운 해를 맞는다. 2019년의 바람은 지난해보다 맑았으면 한다. 갈등과 분열이 먼지와 함께 사라지길. 또 서울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스물여섯 명의 서울 남자들에게 물었다. 2019년 서울에 바라는 것은 무엇이냐고.

UpdatedOn January 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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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배우

서울 곳곳에 늦게까지 운영하는 도서관이 생기면 좋겠다. 일을 마치고 들를 수 있는 작은 쉼터라고는 술집, 카페, 음식점이 전부다. 어른의 놀이 방식은 그렇게 제한된다. 늦은 오후부터 새벽 2시까지 운영되는 도서관이 동네마다 생겨 책을 읽고 원하는 공부도 하고 그러다 잠시 졸기도 하면서 긴 밤을 보내봤으면 한다.

 

고건 광고 AE

2002년 월드컵 응원전처럼 서울 사람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뜨겁고 큰 행사가 하나 열리면 좋겠다. 정기적으로 개최되면 더욱 좋고.

 

박태욱 제품 개발자

주말에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나 관광지가 턱없이 부족하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이기에 좋다고 알려진 장소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공간이 되고 만다.

 

강명석 홍보인

젊은 층은 수도권으로 이사 가고, 정부는 지방 도시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책정한다. 서울 슬로건은 ‘함께 서울’인데 젊은이는 점차 서울에서 ‘함께’ 잘살기 힘들어진다. 젊은 사람들도 ‘내 집’을 소유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서울이 되기를 바란다.

 

곽기곤 사진가

서울에 공원이 늘어나면 좋겠다. 서울은 매우 빠르게 경제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 대신 사소한 기쁨과 즐거움에 대한 감각이 부족하다. 마찬가지로 여유도 없다. 그 빈자리에 공원이 자리한다면 어떨까 싶다.

 

김민혁 제품 디자이너

디자이너를 위한 취업 센터나 모임, 작업실이 있으면 좋겠다. 일본에 비해 한국은 디자인에 관심이 적은 것 같다.

 

이동열 아티스트프루프 대표

서울이 귀여웠으면. 버스도, 신호등도, 건물도, 사람들도 모두 귀여웠으면. 표지판도 귀여워서 한 번 볼 걸 두 번 보게 만들고, 불법주차 딱지도 귀여워서 막 모으고 싶게 만들었으면. 아, 귀여운 걸로 치면 고양이가 최고니까 서울의 고양이들은 귀여운 만큼 대접받았으면. 귀여운 서울에서는 고양이 명예부시장도 가능할 텐데.


소호현 퍼포먼스 마케터

지방에서 올라와 살고 있다. 서울 집값이 너무나 높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한다. 정말 너무 비싸다. 사회 초년생들이 큰 부담 없이 집을 구할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계재현 새러데이 모닝스 대표

2주 전 친한 친구가 아기를 낳았다. 태명이 ‘아코’인데, 아코를 만난 이후로 세상을 보는 각도가 자전거 안장 위에서 조감도로 바뀐 것 같다. 지금 태어나는 세대에 묘한 관심과 책임이 느껴진다. 이 도시를 조금 더 높고 먼 곳에서 바라보게 됐다. 2019년에는 지금을 사는 우리가 앞으로 이 도시에서 살아갈 세대를 위해 피부에 와닿는 변화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


김봉석 대중문화 평론가

서울 시민의 다양한 일상에서 공유경제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효율적인 미래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장영철 건축가

서울에서 공동체가 지닌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예를 들어, 동네에서 안 쓰는 물건을 내놓고 함께 파는 개라지 세일이라거나, 결이 비슷한 디자이너들이 함께하는 장터 혹은 도시 성곽을 함께 답사하는 일, 누구든 와서 먹을 수 있는 야외 오픈 키친 같은 행사. 이런 일들이 생기면, 서울을 돌아다니는 맛이 나지 않을까.


오존 뮤지션

다 함께 잘되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 우리는 너무 각자 열심히 사는 것 같다. 질투하고 시기하고 경쟁하면서 말이다. 그런 건 조금 줄이고 서울 사람들끼리라도 서로 잘 지내면 좋겠다.


지윤근 홍보인

숨 막히는 서울에서 좋아하는 순간 하나. 출근길 ‘지옥철’에 탑승해 빽빽한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며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그때에 안내 방송으로 흘러나오는 기관사의 한마디다. “오늘 하루도 힘내십시오.” 그 나긋한 목소리를 들으면 짜증이 가신다. 우리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닐까. 서로 나긋한 목소리로 부드러운 한마디를 건넬 수 있을 정도, 그 정도의 여유를 품으면 좋겠다.


민규동 영화감독

미세먼지 많은 날, 마스크 쓴 시장님의 얼굴을 보고 싶다. 심각성을 깨달은 이들이 깨끗한 공기를 위한 필사의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우리의 내적 각성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안전벨트나 음주운전처럼 인식의 변화에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문화지체 현상이다. 쉽게 말해 사람들은 공기청정기는 사지만,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다. 더 무뎌지기 전에 서울의 마스코트인 시장님이 먼저 마스크를 쓰면 어떨까. 나도 모르게 따라 쓸 수 있게.


정용준 소설가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붙은 시를 잘 읽고 있다. 그러나 시 대부분이 전형적이고 비슷한 느낌이어서 아쉽다. 시민이 지하철을 이용하며 여러 시를 읽는 것만으로 시가 무엇이고, 얼마나 다양하며, 여러 매력이 있음을 알고 느꼈으면 한다. 또한 지하철뿐만 아니라 버스정류장에서도 시를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김장환 에이전시가르텐 대표

서울은 높은 건물들이 가득한 도시로 개발되어 아쉬움이 크다. 옛 서울이 지닌 고색창연한 느낌이 보존되고 존중된다면 더욱 멋진 서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광혁 토탈 콘텐츠 랩 소장

걷고 싶은 지역이 많으면 좋겠다. 도시 산책은 단순히 걷는다는 행위만을 뜻하지 않는다. 시골길, 산책로를 걷는 일과 도시에서 걷는 일은 분위기가 다르다. 도시는 빌딩숲들 사이에 걸을 만한 거리와 골목이 있어야 한다. 또한 그런 곳에 시대적, 역사적, 디자인적으로 볼거리가 많아야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찾아온다. 앞으로 서울이 지금보다 문화적으로 더욱 풍성해지고 수준 높은 볼거리가 많아지길 바란다.


최중호 제품 디자이너

국내 디자이너의 팝업 전시가 서울의 다양한 장소를 통해서 보다 많이 기획되면 좋겠다. 전시를 위해 작업한 디자인이 아닌 디자이너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결과를 선보이는 것이다. 기업과 브랜드 중심이 아닌 디자인을 만들어낸 디자이너를 조명하는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


금정연 서평가

시내에 주차 공간이 많아지면 좋겠다. 시내에 차를 몰고 가면, 마음 편히 몇 시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은 물론, 5~10분 잠깐 주차하기도 어렵다. 서울은 차가 참 많다.


김종관 영화감독

서울시는 항상 디자인이 아쉽다. 직접적인 주관이 담긴 디자인보다, 훌륭한 창작을 받아들이고 지원해주는 제도를 많이 만들어주길 바란다.


이재준 버즈 숍 & 스탠 서울 대표

서울의 크래프트 비어 시장이 2019년에도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전 세계 ‘톱티어’ 양조장 제품이 활발히 수입되고, 국내 다양한 양조장들이 유쾌한 서브컬처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이정훈 건축가

서울에 다양한 콘셉트의 소규모 공원이 조성되면 좋겠다. 서울은 녹지 공간이 적을 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천편일률적이어서 큰 감흥을 느끼기 어려운 도시다. 작지만 아이디어 넘치는 오픈 스페이스야말로 일상에 큰 구심점이 될 것이다. 동네마다 조성된 공원에 새로운 감각을 입혀 다양한 아이덴티티를 만들면 좋겠다.


박준 시인

나무들에게 잘해줬으면 한다. 오래되고 큰 나무가 많은 서울에서 살고 싶다. 나무 그늘이 많은 서울에서 살고 싶다. 나무가 나무처럼 살 때 사람도 사람처럼 살 수 있을 것이다.


구승민 건축가

각 마을, 동마다 쌈지공원처럼 작지만 알찬 문화 공원이 생기면 좋겠다. 법적인 공지나 비효율적인 어린이 놀이터 시설물, 스트리트 퍼니처로 채워지는 고정된 공원보다는 생활 마당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주민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도심의 아주 작은 여백이 되는 공간을 원한다.


김현성 레스토랑 KEEM 오너 셰프

모두가 조금 더 많이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기를. “Koreans never say sorry.” 한국인과 결혼하여 5년을 서울에서 지낸 영국인 친구가 한 말이다. 길 가다 부딪히거나 ‘Excuse’한 상황이 생겨도 좀처럼 사과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안한 마음은 모두 느끼겠지만 그 마음을 조금 더 표현하는 서울이 되었으면 한다.


루이스박 공간 디렉터

청년을 위한 저렴한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 대학생 기숙사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니, 일종의 사설 기숙사를 만드는 건 어떨까. 공용 공간으로 코인 세탁기, 휴게실, 주방을 사용하되 방은 따로 쓰는 셰어 하우스. 빈 건물이나 노후된 건물을 활용하면 좋겠다. 다른 방면으로 서울시나 시민 단체가 빈 건물을 매입해 젊은 아티스트에게 작업실로 내주고, 인근 학생들이 방문해 아티스트에게 현장 학습을 수강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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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이경진
ILLUSTRATION Hyehoney

201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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