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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2019년 주류 시장에서 화두가 될 술은?

싱글 몰트위스키와 프리미엄 스피릿에 이어 술 트렌드의 최전방에 서게 될 선수가 궁금하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내추럴 와인일까? 혹은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전통주?

UpdatedOn January 28, 2019

힙스터의 패션 아이템을 넘어설 내추럴 와인

“이젠 개나 소나 다 내추럴 와인이네.” 육성이 터져 나왔다. 틀린 말도 아닌데 뭐 어때? 게다가 남 욕한 것도 아니다. 내가 곧 ‘47’이라는 성의 없는 이름으로 12월 말 남산 자락에 내추럴 와인 보틀숍을 여니까. 이젠 푸드 칼럼니스트까지 나서서 내추럴 와인 소매를 한다. 그야말로 아무나 아무 데나 다 내추럴 와인이다. 2017년 문을 연 ‘바 빅 라이츠’ 그리고 ‘제로 컴플렉스’ 레스토랑의 셰프-소믈리에 듀오 이충후와 클레멍 토마상이 불러일으킨 내추럴 와인 붐은, 이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되었다. 이후로 제로 컴플렉스의 서브 브랜드인 ‘피크닉바’, 김지운 셰프의 ‘쿠촐로 테라짜’, 녹사평 언덕의 ‘슬록’, 청담동 6-3번지의 간판도 상호도 없는 다이닝 바가 대표적으로 자리 잡았고, 성수동의 ‘TBD’, 삼각지의 ‘음(mmm)’, 압구정의 ‘에세테라’도 내추럴 와인을 내세우며 성업 중이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도 바뀌고 있고, 이미 바뀌었다. 11월 초 오픈한 장진모 셰프의 레스토랑 ‘묘미’는 내추럴 와인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내추럴 와인에 대해, 얼리 어댑터들 사이에서만 불다 끝날 바람이라고, 교묘한 마케팅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의심 어린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사이 내추럴 와인은 이미 대중 시장에까지 내려왔다. 갓 거품이 피어오른 셈. 이미 내추럴 와인 시장은 매해 배수 이상의 성장을 하고 있지만 2019년은 그 거품이 최대한도로 팽창할 타이밍이다. 그만큼 폭발하는 수요 때문이다.

내추럴 와인은 기존의 점잖은 와인에서는 감지하기 어려웠던 야성적인 개성과 기세 좋은 분방함, 테루아와 공존하는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의 철학까지 모든 것이 대중을 매료시킨다. 입소문이 퍼질수록 호기심도 확산된다. 한 소믈리에는 이제 내추럴 와인을 콕 집어 추천해달라는 장년층의 와인 마니아 고객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만하면 내추럴 와인의 파죽지세는 보수 세력에까지 닿았다. 몇 해 앞서 내추럴 와인을 받아들인 일본에선 내추럴 와인이 오타쿠 정서와 결합해 하나의 서브 장르로 시장에 안착했다. 이래야 장기적으로 굳건하다. 한국의 내추럴 와인은 아직은 힙스터들의 패스트 패션 아이템에 더 가깝다. 내추럴 와인이 작은, 그러나 튼튼한 하나의 서브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그래도 몇 해는 더 가야 판가름 난다.

WORDS 이해림(푸드 칼럼니스트) 

젊은 세대를 새 동력으로 장착한 전통주

20대부터 30대까지 아우르는 ‘젊은 세대’가 전통주 업계를 움직이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전통주, #술빚기체험 등의 검색어를 넣어보니 결과가 놀랍다. 검색된 게시물은 무려 42만1천 개. 세련된 패키지의 술병과 함께 셀피를 찍는다든가, 술병과 잔을 놓고 ‘세팅 컷’을 찍는 등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이들은 전통주를 사 마시는 ‘상품’에서 직접 만들어 마시는 놀이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2019년에도 전통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계속 이어질까? 한주(韓酒) 전문 유통회사 양온주류 김동철 대표에 따르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외식 트렌드를 주도하는 강남구에서 ‘2018년 5월’ ‘청담만옥’ ‘견’ 등 전통주를 전문적으로 내세우는 레스토랑이 속속 생기고 있다. 예의 탁주, 청주, 증류주만을 전통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분류 중 하나에 ‘한국 와인’ 역시 포함된다. “지역의 특산물로 만드는 술을 지역 특산주라고 합니다. 이는 전통주의 영역에 속하고요. ‘한국에서도 와인을 만드느냐’는 질문을 거의 매일 받아요. 약 1백50여 개의 와이너리에서 포도는 물론 사과, 배, 감, 복숭아, 오미자 등 우리 땅에서 나는 다양한 과실로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광명동굴 와인연구소장 최정욱 소믈리에의 설명이다.

한국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계기는 우연한 데서 왔다. 다음카카오, 쿠팡 등 온라인 매장에서 전통주를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한국 와인의 판매율은 대폭 상승했다. “다음카카오의 ‘선물하기’ 기능에서 판매되는 한국 와인의 수량이 월등히 높아요. 다양한 전통주 전문 레스토랑과 주점에서 경험한 한국 와인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앞으로도 온라인 채널을 통한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 전망합니다.” 최 소믈리에가 덧붙였다.

전통주 업계에서 2018년은 이례적인 해였다. 제대로 된 전통주를 만드는 양조자, 이들을 믿고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 양조자와 소비자 그 중간에서 전통주의 가치를 재정립하기 위해 애쓴 유통업자와 마케터, 소믈리에까지. 이 모든 이들의 호흡이 잘 맞떨어진, 성공적인 해였다. 전통주를 술 자체의 품질만으로 평가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전통주 시장은 어제보다 오늘이 새롭고, 올해보다 내년이 더욱 뜨거울 것이다.

WORDS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종량세 이슈로 불꽃이 튈 맥주

2018년 7월. 맥주 애호가들은 분노와 비통에 휩싸였다. 맥주 과세 방식을 현행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하는 안이 회자됐기 때문이다. 맥덕들은 ‘4캔에 1만원’으로 묶어 팔던 수입 맥주 프로모션을 즐길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다. 종가세는 제조 원가에 이윤, 판매관리비를 더한 가격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출고가가 과세 표준이 된다. 반면 수입 맥주의 과세 표준은 수입신고가(관세 포함)다. 맥주 수입 업자들은 세금을 내고 난 뒤 이윤과 관리비를 가격에 포함해왔다. 종량세 방식은 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종량세로 전환될 경우 주세는 리터당 8백35원 내외로 전망되는데, 8백35원이 과세된다고 가정하면 국산 크래프트 맥주는 1천원 이상, 국내 대기업 맥주는 3백63원 저렴해지며, 수입 맥주의 가격은 89원이 오른다. 맥덕들이 울분을 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입 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 ‘4캔에 1만원’이라는 ‘해피맥 세트’를 누리지 못할까 싶어서다.

개편안은 잠시 주춤하다 지난 10월, 다시 도마에 올랐다. 기획재정부가 종량세 방식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종량세로의 전환은 맥주 시장 구석구석을 뒤흔들 예정이다. 수입 맥주 브랜드는 한국 내 생산을 검토하게 된다. 당장 오비맥주가 스텔라 아르투아 등 수입 중인 해외 맥주를 국내 생산 방식으로 돌리는 방안을 타진 중. 이때 관건은 맥주의 품질과 아이덴티티다. 오비맥주는 수입하던 호가든을 국내 생산 방식으로 전환했다가 다시 해외로 이전한 이력이 있다. 호가든이 국내 생산될 당시 호가든의 오랜 팬들은 호가든을 저버리기도 했다.

한편 종량세로의 전환이 새롭게 달굴 시장이 있으니 바로 국내 소규모 수제 맥주 시장이다. 지난 11월 10일,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전국 수제 맥주 양조장과 펍 36곳에서 ‘수제 맥주 종량세 반값 데이’를 열었다. 하루 동안 종량세 시행 시의 수제 맥주 가격으로 맥주를 공급하는 이벤트였다. 좋은 재료로 고품질의 맥주를 소량 생산하려는 국내 크래프트 맥주 업계는 종가세 방식에 대해 ‘좋은 맥주를 만들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과연 종량세의 시행은 국산 수제 맥주의 선진화를 이끌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좋은 재료를 ‘때려 넣어’ 만든 국내 수제 맥주의 탄생만큼은 기다려봐도 좋을 것이다.

EDITOR 이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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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경진
WORDS 이해림(푸드 칼럼니스트) ,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201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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