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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테니까

내추럴 와인으로 두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외워두어야 할 이름이 있다. 알렉상드르 뱅이다.

UpdatedOn March 1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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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수미의 다시 만난 와인
    작은 네오 비스트로 ‘라피네’를 운영한다. ‘라피네’의 와인 리스트를 유기농 와인, 비오디나미 와인, 내추럴 와인으로만 구성할 만큼 자연주의 와인을 사랑하고, 궁금해한다. 또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만나고, 수없이 마셨던 어느 자연주의 와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매년 3월 국내에서 열리는 내추럴 와인 행사가 있다. ‘내추럴 와인의 모든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살롱 오(Salon O)’다. 올해로 2회째 개최되는 따끈한 이벤트인데, 수많은 내추럴 와인 수입사가 참가한다. 국내에 수입되는 거의 모든 내추럴 와인을 한자리에서 시음할 수 있다. 내추럴 와인 양조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흥미진진한 자리이기도 하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식당의 와인 목록을 만들 때, ‘살롱 오’에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러고 보면 내가 제1회 ‘살롱 오’에 참석했던,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내추럴 와인은 보통 사람들에게 여전히 생소한 장르였다.

‘살롱 오’에 참석한 대부분은 와인 업계와 요식 업계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살롱 오’ 주최자인 비노필의 최영선 대표에 따르면, 해가 한 번 바뀌었을 뿐인데 이번 분위기는 좀 다르다고 했다. 일반 대중의 관심도가 대폭 높아져, 행사 규모를 지난해 대비 2배 정도 키울 거란다. 내추럴 와인이 국내 시장에 소개되기 시작한 건 2014년 하반기부터. 그러나 내추럴 와인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시기는 조금 다르다. 이를테면, 비노필의 최영선 대표는 한국 내추럴 와인의 원년을 2016년이라고 말한다.

파리와 도쿄 등지에서 내추럴 와인은 이미 전성기를 한참 지나 그 도시에 정착한 지 10년이 되어가는 상태다. 내추럴 와인 애호가로서 ‘살롱 오’가 열릴 3월이 다가오니, 지난 ‘살롱 오’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도멘이 문득 떠올랐다. 루아르 지역의 알렉상드르 뱅(Alexandre Bain)이었다. 그날, 알렉상드르 뱅의 수입사 부스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알렉상드르 뱅은 루아르 지역에서 푸이 퓌메(Pouilly Fume, 소비뇽 블랑에에 사용하는 포도 품종)로 내추럴 와인을 만드는 와인 생산자다. 프랑스는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어마어마한 인기를 자랑하는 슈퍼스타이기도 하다. 생산량이 많지 않아 한국에 수입되는 양도 굉장히 적은 편이다. 대체로 그의 와인은 수입이 결정되는 순간과 동시에 예약이 마감된다고. ‘살롱 오’에서 그의 와인을 마실 수 있고, 그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설레었다. 시끌시끌한 인파 사이에서 알렉상드르 뱅의 와인을 하나씩 홀짝홀짝 모두 마셨던, 그 순간의 정신없고 열띤 기분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미 테이스팅한 다른 와인들 때문에 반쯤 취해버린 상태였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 맛은 날카롭게 기억한다. 그의 와인은 좀 남달랐다. 마시는 순간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푸이 퓌메로 소비뇽 블랑을 양조한다. 그의 와인은 퀴베(블렌딩된 와인)마다 개성이 뚜렷해서 몇 번이고 마셔도 계속해서 생각나는 묘한 마력을 지녔다. 그는 본 와인 양조학교에서 양조를 공부했다. 내추럴 와인에 대한 흥미를 일찌감치 느꼈던 그는 비오디나믹 농법으로 포도를 길러 완전히 익은 포도만을 손으로 수확한다. 양조하는 과정에서는 이산화황 사용을 최소한으로 제한한다. 알렉상드르 뱅의 도멘에는 2가지 타입의 석회질 토양이 있는데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두 토양에서 자란 포도를 블렌딩하여 여러 가지 퀴베를 만든다.

봄이 오는 것만 같은 3월의 어느 날 ‘살롱 오’에서 마신 알렉상드르 뱅의 소비뇽 블랑은 지금껏 내가 마셨던 여느 소비뇽 블랑과는 참 많이 달랐는데, 그의 소비뇽 블랑 안에서도 각 퀴베마다 굉장히 다른 풍미를 느꼈다. 취해서가 아니다. 이건 분명하다. 그의 와인은 늘 새롭다. 마셔본 와인이든 아니든 늘 나의 예상을 뒤엎었다. 그것이 아마 사람들로 하여금 알렉상드르 뱅의 와인에 열광하게 만드는 이유일 거다.

그의 와인은 모두 다른 맛을 선사한다. 대표적인 퀴베를 하나만 꼽기도 힘들 정도다. 그러니 제발, 어느 날 와인 숍을 들렀다거나 레스토랑을 방문했는데 메뉴에서 ‘알렉산드르 뱅(Alexandre Bain)’이라는 이름이 보이면 묻고 따질 것 없이 바로 주문하길. ‘일단 지금은 다른 걸 마시고, 다음 번에 마셔보지 뭐’라고 하면서 그 순간을 지나치면, 당신이 원하는 ‘다음 번’은 절대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냥 편견 없이 마시길. 무엇을 생각하든, 예상과는 다를 테니까. 물론 그의 와인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편이지만, 절대 후회 없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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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이경진
WORDS 방수미(레스토랑 ‘라피네’ 대표)
ILLUSTRATION 유승보

2018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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