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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얼거리던 인터뷰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음악은 가볍고 밝고, 또 신난다. 게다가 신비한 이미지까지 있어 더욱 좋다. 그와 나눈 대화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두 시간에 걸친 흥얼거림이었다.<br><br>[2007년 3월호]

UpdatedOn February 21, 2007

Photography 우정훈 cooperation 엘록, 길옴므 Illustration 김창규 Editor 김현태

혹시 허밍 어반 스테레오라는 이름을 못 들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자책하지는 말자. 그렇다고 <아레나>의 음악 코너가 너무 언더 성향의 뮤지션을 소개한다고 오해해서도 안 된다.
만약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음악을 듣고 싶다면 통상적인 방법 이외에 두 가지가 더 있다. 하나는 바로 홍대 앞을 서성거리는 거다. 장담하건대, 열 곳 중 한 곳에서 그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싸이의 미니홈피들을 자주 방문하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싸이걸들이 가장 열광하는 미니 홈피 배경음악이 바로 이 밴드의 노래들일 테니 말이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음악 앞에 붙는 시부야케이니 라운지니 하는 구분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냥 가볍게 흥얼거리듯 들으면 된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좋은 얘기를 하기 전에 얼굴 붉힐 만한 주제부터 가자. 당신의 노래 중 ‘luv punch’가 M-FLO의 ‘miss you’를 표절했다는 말이 있다.
그 얘기일 줄 알았다. 하지만 그 건에 대해선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얼마 전 엠플로와도 친분이 있는 유명 프로듀서 그루브 안짱에게 ‘러브펀치’를 들려주고, 표절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구했다. 결과는 역시 표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 자신이 워낙 엠플로를 좋아하기에 영향을 아예 안 받았다고는 말 못한다. 하지만 그게 곧 표절이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음, 그런가? 이건 순전히 개인적 의견인데 스페인의 라까사아줄의 음악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라까사아줄? 그의 CD는 가지고 있지만 아직 들어보진 못했다. 어떤 곡의 어느 부분이 비슷하다고 느꼈는지….

딱히 꼬집어 어떤 곡의 어느 부분이라고 할 순 없고, 전체적인 곡 전개가 비슷하다고 느꼈다.
음, 사실 엠플로뿐만 아니라 가끔 음악팬들로부터 다른 가수들의 음악과 비슷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라까사아줄은 처음 듣는 소리다. 요즘은 워낙 인터넷 문화가 발달해 좋아하는 음악을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사이트에 올리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와중에 내 음악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표절은 있을 수 없다. 이건 내 자신에게 있어 떳떳하다.

그 기분은 잘 알고 있다. 가끔 내 기분에 충실해 글을 한번에 써내려가 다시 읽어보면, <아레나>의 분위기와 맞지 않아 고민할 때도 있다. 오히려 다른 잡지의 글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

자신의 음악을 어느 범주라고 생각하는가? 역시 시부야케이인가?
음, 난 항상 라운지 계통의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이 시부야케이라고 하더라. 맞다. 분명히 내 곡들 중 시부야케이 계열의 영향을 받은 음악들이 있다. 부인할 수 없다. FPM, 프리템포, 엠플로, 인디고 등 시부야케이 아티스트들을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음악도 자주 듣고…. 시부야케이도 좋고, 라운지라고 불러도 좋다. 어떻게 보면 팝 쪽에 더 가까운 것도 같다. 시부야케이나 라운지 모두 넓게 보면 팝의 범주에 들지만….

생각해보니,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음악은 지천에 깔려 있더라. 벨소리, 컬러링 그리고 싸이월드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악 중 하나인데, 수익 구조가 다른 가수들과 다를 것 같다.
음, 싸이월드에서 인기를 얻은 건 의외다. 사실 그 많은 사람들이 내 음악 자체를 사랑해줬다기보다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분위기와 내 노래가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수익 구조라? 지금까지 컬러링에 대한 정산을 딱 한 번 받아봤다. 금액도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물론 대량으로 음반을 찍는 가수가 아니니 수익 구조도 다르겠지만, 음원으로 다운받는 건 아직까지 가수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진 않는 것 같다.

불과 2~3년, 우리나라에 애시드재즈와 시부야케이 계열 음악들이 소위 말해서 떴다. 만약 조금만 더 일찍 나왔다면 클래지콰이급 정도의 인기를 얻었을 것 같은데, 아쉽지 않나?
전혀. 클래지콰이 전에도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가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묻히지 않았는가? 클래지콰이 덕분에 이 장르가 많이 주목받은 건 사실이다. 나 역시 이들에게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은 것 같다. 호란씨 같은 경우 대중적인 인기도 많을뿐더러, 알렉스 같은 경우는 일본 쪽 뮤지션들과 활발한 컬러브레이션으로 국제적 인지도도 높여가고 있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는 1인 밴드다. 그동안의 여성 보컬도 훌륭했지만, 특별히 같이 일해보고 싶은 보컬이 있나?
일해보고 싶은 한국 여성 보컬이 몇 명 있다. 제이, 보아, 엄정화, 에즈원 그리고 인순이 등….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3집을 준비하면서 이 보컬이 아니면 안 되겠다 싶어서 공동 작업을 요청했다. 그런데 그녀를 비롯한 그녀의 소속사 사람들 중 한 명도 허밍 어반 스테레오를 모르더라. 아직은 인지도가 부족하다.

영감을 주는 뮤지션이 있나? 이상하게도 프로들에게 이 질문을 하면 나조차 처음 들어보는 리스트를 대더라. 솔직히 음악을 직업으로 하기 전까진 보통의 애호가가 아니었겠는가? 입문기도 있을 테고.
(웃음). 첫 번째 생각나는 사람은 보사노바의 대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다. 그리고 마이클 잭슨. 워낙 어릴 때부터 마이클 잭슨을 좋아했다. 하우스나 라운지 계열의 음악이라면 가리지 않고 들었다. 요샌 팝을 많이 듣는다. 비욘세나 팀버레이크의 노래를 듣는다. 한국 대중가요도 많이 듣는다.

대개 그러더라. 인디에서 출발해도 이름이 알려지면 대중의 취향에 맞춰 음악이 변하고, 결국엔 원래 있던 골수팬들에게 변절했다는 욕을 먹고.
음, 대중가수가 대중의 취향에 맞춰 노래를 만드는 건 당연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만 고집하는 건 어떻게 보면 이기심의 발로다. 그건 아마추어도 할 수 있다. 대중가요는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곡을 만드는 게 대중가수고…. 물론 처음부터 함께해온 골수팬들은 그 변화가 아쉬울 수도 있다. 정말 좋아하는 것일수록 남들과 나누기보다 혼자만 갖고 싶은 심리가 있으니까.
내 경우도 그렇다. 요즘 나를 좋아해주는 팬들은 ‘지랄’을 매우 좋아한다. 지랄은 그동안의 내 음악과 약간 성격을 달리하는 곡인데 말이다.

외모만 스타일리시한 줄 알았더니 말도 멋들어지게 한다.
실은 만화책에서 읽은 거다. <나나>에서 나온 말이다. 테라시마 노부인가? 그 친구가 한 말인 것 같다. 읽으면서 공감했다. 여기서 써먹을 줄은 몰랐지만.

요즘 허밍 어반 스테레오 이지린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다섯 가지만 떠오르는대로 나열한다면?
자동차, 여행, 애플, 시계 그리고 라이카 카메라다. 닷지나 미니로버, 포드의 머스탱 등의 차가 요즘 관심사다. 여행과 시계야 원래 좋아하는 것들이고, 애플 같은 경우 요즘 맥 프로그램에 재미가 들려 아이맥에 푹 빠졌다. 그리고 라이카 카메라가 사고 싶다. 특히 갖고 싶은 건 화이트 디룩스3.

꼭 라이카여야 하는가? 카메라에 대해선 나도 좀 알아서, 라이카 말고도 저렴한 것들로 소개해줄 수 있는데.
라이카의 성능도 성능이지만, 솔직히 라이카가 좋다. 디자인도 좋고. 무엇보다 그 빨간 로고가 좋다. 다른 카메라가 라이카를 대신할 순 없다.

갖고 싶은 것만 보면 완전 키덜트족이다.
(웃음).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만드는 음악에 바로 이런 나의 취향들이 묻어난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음악은 가볍고 밝고, 또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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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우정훈
cooperation 엘록,길옴므
Illustration 김창규
Editor 김현태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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