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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르의 시선

보스니아 출신의 로이터 통신 수석 사진기자 다미르 사골은 인터뷰 내내 ‘공정’과 ‘정확’이란 단어를 입버릇처럼 말했다. 정확하고 공정한 눈으로 진실을 담고자 하는 까닭이다.

UpdatedOn August 26, 2016

보스니아에 내전이 일어났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기운 좋은 청년은 물론이고 어린아이와 여자 그리고 노인들. 보스니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든 세대가 어떤 방식으로든 전쟁에 참여해야만 했다.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저 멀리 유학을 간 보스니아 청년 다미르 사골(Damir Sagolj)도 급히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육군에 복무하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1995년, 다미르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시파 프레스 통신에서 일하며 로이터 통신사에 사진을 공급했다. 2년 후 그는 보스니아 주재 로이터 사진기자가 됐고 20년 동안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분쟁 지역을 누비며 보도 사진을 찍었다.

그가 몸담고 있는 로이터 통신사는 신속성, 정확성, 중립성을 모토로 내세운다. 여러 통신사들 중 사진 서비스가 가장 강력한 무기인 로이터의 사진은 종종 미국 신문과 아랍 신문 1면을 동시에 장식하기도 한다. 로이터가 추구하는 ‘중립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중국 베이징 주재 로이터 통신 수석 사진기자로 여전히 뜨겁게 활동 중인 그가 지난 7월 내한했다. 9월 25일까지 열리는 <로이터 사진전: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에서 다미르 사골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새벽 6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 모든 불이 꺼져 캄캄한 평양광장에서 불빛 하나가 김일성 초상화만 비추는 장면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북한’이 다미르의 작품이다. 베테랑 보도 사진기자로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는 다미르 사골을 만났다.

‘Spotlight’ ⓒ Damir Sagolj/Reuters 
2011년 북한의 홍수 피해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했다. 숙소 창문을 통해 찍은 사진이다.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김일성 초상화만 밝게 빛나고 있다.

‘Spotlight’ ⓒ Damir Sagolj/Reuters 2011년 북한의 홍수 피해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했다. 숙소 창문을 통해 찍은 사진이다.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김일성 초상화만 밝게 빛나고 있다.

‘Spotlight’ ⓒ Damir Sagolj/Reuters 2011년 북한의 홍수 피해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했다. 숙소 창문을 통해 찍은 사진이다.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김일성 초상화만 밝게 빛나고 있다.

‘Travel on Earth’ ⓒ damir Sagolj/Reuters 
시장 골목에서 아프간 남자가 닭싸움에 참여하고 있다. 전쟁이 지나간 나라에서는 닭싸움이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자 도박이다. 탈레반 법에 따라 엄격하게 금지됐기 때문이다.

‘Travel on Earth’ ⓒ damir Sagolj/Reuters 시장 골목에서 아프간 남자가 닭싸움에 참여하고 있다. 전쟁이 지나간 나라에서는 닭싸움이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자 도박이다. 탈레반 법에 따라 엄격하게 금지됐기 때문이다.

‘Travel on Earth’ ⓒ damir Sagolj/Reuters 시장 골목에서 아프간 남자가 닭싸움에 참여하고 있다. 전쟁이 지나간 나라에서는 닭싸움이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자 도박이다. 탈레반 법에 따라 엄격하게 금지됐기 때문이다.

Spotlight(02)’ ⓒ Damir Sagolj/Reuters 
전쟁으로 가장 고통받는 사람은 어린아이들이다. 아기가 눈도 못 뜬 채 가냘픈 숨을 쉬고 있다.

Spotlight(02)’ ⓒ Damir Sagolj/Reuters 전쟁으로 가장 고통받는 사람은 어린아이들이다. 아기가 눈도 못 뜬 채 가냘픈 숨을 쉬고 있다.

Spotlight(02)’ ⓒ Damir Sagolj/Reuters 전쟁으로 가장 고통받는 사람은 어린아이들이다. 아기가 눈도 못 뜬 채 가냘픈 숨을 쉬고 있다.

‘Epilogue’ ⓒ Damir Sagolj/Reuters 
미군 위생병이 전쟁의 한복판에서 이라크 아기를 안고 있다. 총성 속에서 이라크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Epilogue’ ⓒ Damir Sagolj/Reuters 미군 위생병이 전쟁의 한복판에서 이라크 아기를 안고 있다. 총성 속에서 이라크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Epilogue’ ⓒ Damir Sagolj/Reuters 미군 위생병이 전쟁의 한복판에서 이라크 아기를 안고 있다. 총성 속에서 이라크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전쟁은 나라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개인의 역사를 바꾼다. 당신 역시 촉망받는 엔지니어에서 사진기자로 인생을 바꿨다.
모두가 원치 않았지만 떠밀리듯 전쟁에 참가해야만 했다. 그 기간에 엔지니어 공부를 멈출 수밖에 없었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그간 익혀온 기술 대신 새로운 기술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버지가 보스니아에서 유명한 언론인이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진로를 정할 때 늘 플랜비로 생각한 것이 사진기자였다. 전쟁을 겪으면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사명감으로 내가 이 직업을 선택했다고 기대한 사람들에겐 다소 미안한 이유다. 하하. 어떤 책임감이 생겨서라기보다, 기왕이면 아는 분야를 새 직업으로 택하고 싶었다.

주로 분쟁 지역에서 보도 사진을 많이 찍었다. 분쟁 전문 사진기자인 셈인가?

로이터 통신사에서 처음 15년간은 주로 분쟁 지역을 다뤘다. 하지만 통신사라는 특성상 무거운 주제 외에도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같은 가벼운 소재도 취재할 수 있었다. 다양한 주제를 두루 다룰 수 있는 것이 통신사 기자의 매력이다.

1990년대는 유럽의 분쟁을, 2000년대에는 중동 지역의 분쟁, 9.11 테러 등으로 바쁘게 지냈다. 2009년에 아시아로 와서 태국을 거쳐 현재 중국 베이징에 머물고 있다. 분쟁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생기면 어디든 달려간다. 앞으로는 리우 올림픽을 취재하러 브라질에서 한 달간 머물 예정이다.

현존하는 다양한 통신사들 중 로이터만의 특징이 있다면?
로이터는 뉴스 통신사 중 가장 크고 많은 뉴스를 전달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클라이언트가 어떤 이미지를 원하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지를 듣고 그에 부응하려고 한다.

로이터 안에서 경영진의 요구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강제하는 것들이 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긍정적인 강제다. 남들과 다른 사진 말고, 공감의 폭이 넓은 보편적인 사진도 다룬다. 무엇보다, 사진은 윤리 규정을 중시한다.

반드시 정확하고도 공정한 사진을 내보내야 한다는 점을 마음 깊이 새긴다. 눈길을 끌 만한 사진을 만드는 대신, 있는 그대로를 충실하게 담아내고자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뉴스 통신사로서 좋은 전략이 아닌가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보도 사진기자의 윤리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달라.
나 역시 보스니아 내전 당시 카메라 너머의 사람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카메라에 포착된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낄지, 이후 어떤 트라우마를 갖게 될지 잘 이해할 수 있다. 모든 저널리스트는 윤리 문제로 고민한다. 매일 부딪치는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로이터의 규칙, ‘공정하고 정확한 뉴스 보도’를 마음에 새긴다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진실이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대변하고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은가? 혹시 이것이 연출된 상황은 아닌가?’를 고민한다. 가장 쉬운 예로, 요즘은 디지털 작업을 하다 보니 드라마틱하고 예쁜 사진을 만들기 쉬워졌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는 통신사 사진기자이므로 예술적인 해석보다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게 목표다. 늘 그 점을 염두한다.

흔히 이런 논란이 있지 않나? 카메라 앞에서 쓰러져 있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우선인지, 사진을 찍는 것이 우선인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지침은 없다. 개인이 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 있다. 만약 쓰러진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이가 나뿐이라면 기꺼이 그를 돕고, 다른 누군가가 있다면 재빨리 사진을 찍겠다. 꼭 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 상황은 대개 발생하지 않는다. 셔터를 누르는 1초면 충분하다. 사진을 찍고 도와주면 된다. 사진기자라는 사명감보다 인간이 우선 아닐까? 누군가 고통에 처해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면 사람을 살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전쟁을 경험한 사진기자와 경험하지 않은 사진기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전쟁이라는 극적인 상황을 경험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는 사진기자의 경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점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것이 빠르게 강력한 힘으로 몰아친다. 여기서 어떻게 대처하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경험하지 않고서는 잘 와 닿지 않는다. 나 역시 전쟁 경험이 분쟁 지역 사진기자로 활동하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번 전시에서는 ‘북한’이라는 당신의 작품이 화제다. 이 사진으로 2012년 세계보도사진전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고, 어떤 것을 느꼈나?

사실 북한은 언론인의 자격으로 방문하면 큰 위험이 없는 나라다. 나는 지금까지 총 세 번 북한을 다녀왔는데 그때마다 다양한 감정이 들었다. ‘북한’이라는 사진 속에서 내가 경험한 강렬한 느낌을 볼 수 있을 거다. 수많은 사람들이 퍼레이드에 참여해 열광하는 모습이나 중앙광장 지날 때 열광적인 모습. 축구 경기에서 빈틈없이 기획한 응원을 하는 것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언론인으로서, 기자로서 많은 기대를 접어야만 한다. 외국 언론인들 역시 북한이라는 나라의 일부만을 볼 수 있다. 제한된 장소와 시간 때문에 좀 더 많은 것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기대를 접어야 한다는 것이 아쉽다.

이번 전시를 둘러봤다고 들었다. 가장 인상적인 사진을 하나 꼽는다면?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좋아하는 영화나 책을 고르려 해도 그날 기분에 따라 달라지지 않나. 하지만 이번 전시는 보도 사진이므로, 촬영된 나라와 사건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미얀마 양곤에서 일본인 사진가가 총을 맞고 쓰러진 장면을 포착한 사진이 있다.

내 동료이기도 한 아드리스 라티프 기자는 이 사진으로 2008년에 퓰리처 상을 수상했는데, 그가 없었다면 미얀마 양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사진을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꼽고 싶다.

 

‘Reality(02)’ ⓒ Damir Sagolj/Reuters 
전쟁이 지속되면 사람들은 죽음에 무감각해진다. 거리 곳곳에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되니까.

‘Reality(02)’ ⓒ Damir Sagolj/Reuters 전쟁이 지속되면 사람들은 죽음에 무감각해진다. 거리 곳곳에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되니까.

‘Reality(02)’ ⓒ Damir Sagolj/Reuters 전쟁이 지속되면 사람들은 죽음에 무감각해진다. 거리 곳곳에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되니까.

‘Spotlight(01)’ ⓒ Damir Sagolj/Reuters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Spotlight(01)’ ⓒ Damir Sagolj/Reuters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Spotlight(01)’ ⓒ Damir Sagolj/Reuters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Reality(01)’ ⓒ Damir Sagolj/Reuters 
길게 늘어선 피란 행렬 속에서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Reality(01)’ ⓒ Damir Sagolj/Reuters 길게 늘어선 피란 행렬 속에서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Reality(01)’ ⓒ Damir Sagolj/Reuters 길게 늘어선 피란 행렬 속에서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Emotion’ ⓒ Damir Sagolj/Reuters 
소년은 유리창 너머로 자신의 집이 폭격당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분노한다.

‘Emotion’ ⓒ Damir Sagolj/Reuters 소년은 유리창 너머로 자신의 집이 폭격당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분노한다.

‘Emotion’ ⓒ Damir Sagolj/Reuters 소년은 유리창 너머로 자신의 집이 폭격당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분노한다.

20년 동안 세계를 누비며 사진을 찍었다. 지금 다미르 사골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인가?
셔터를 누를 때마다 이 사진을 수백만 명의 사람이 본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책임감이 훨씬 커졌다. 그만큼 개인적으로도 발전을 많이 해왔다고 생각한다.

사진기자를 막 시작했을 무렵, 20년 전 새긴 긍정적 마음과 열정 또한 변함이 없다고 자부한다. 내가 로이터 사진기자로 일하는 것은 월급이 많아서도, 세계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어서도 아니다. 단순히 이 일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내가 진심으로, 변함없이 좋아하는 일이다.

좋은 보도 사진과 좋은 사진. 두 가지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보도 사진은 공정하고 해당 사건과 분명한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아름다운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좋은 사진은 그저 기분 좋은 사진이면 된다. 객관적 정보 없이 감정을 끌어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좋은 보도 사진을 ‘의자 두 개에 걸쳐 앉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아름다움과 공정함이라는 두 개의 의자에 균형 있게 걸쳐 앉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좋은 사진은 공정함이라는 의자 하나를 빼도 상관이 없다. 로이터 통신사 사진은 약간의 보정도 허락하지 않는다. 현장을 그대로 전할 것. 아주 단순한 규칙이다.

보도 사진이 갖는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인가? 인간의 고통을 미학적으로 담는다는 의미인가?
이 질문에 대해 ‘고통을 사진으로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가?’로 바꿔서 답을 하겠다. 고통을 미화한다는 의미는 분명 아니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되, 사람들이 보기 불편해하는 이미지는 아닌지를 고민한다는 뜻이다.

내 작업 중 들것에 실려온 남자를 찍은 사진이 있다. 나는 셔터 스피드를 조절해서 사진 뒷부분을 뿌옇게 처리했다. 현실을 전달하되 불편하지 않은 방식을 택한 거다. 이처럼 항상 균형감 있는 사진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보기에도 좋으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 것. 나는 그것이 미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엔 역으로 질문을 던지겠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내 생각과 다를 수 있다. 나에게는 현실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다. 미학이라는 관점에서 사진을 판단하는 것은 꽤 어렵고 철학적인 문제다.

보도 사진기자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던져지기 일쑤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전, 어떤 것을 가장 고민하나?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뉴스를 판단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보도 사진을 녹음이라고 생각해보자. 중요한 소리가 소음에 묻히지 않게, 가장 중요한 소리만 녹음하고 싶을 거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에서 가장 관련성이 깊은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찍겠다는 직관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현장을 뛰어다니는 수백 명의 사람 중 누구를 인터뷰할 것인가’ ‘이 스토리에 연관성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가’가 좋은 보도 사진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이제는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으로 지구 반대편의 소식을 생생하게 보고 들을 수 있다. 보도 사진 역시 미디어 툴의 변화가 시급하지 않을까?

요즘 드는 생각 역시 한 장의 사진만으로는 현장을 전부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것이 그 사건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인지를 판단해 미디어를 선택하고자 한다. 사진이 주요 도구이긴 하지만 뉴스에 필요하다면 다른 도구를 사용할 거다. 실제로 동영상을 찍고 내레이션을 입혀 기사를 내기도 했다.

특집이나 장기 프로젝트를 취재할 때 어떤 도구를 택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졌다. 결과물이 아마추어 수준이 되지 않도록 다양한 장비를 공부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디지털이 됐건 종이 신문이 됐건 1면은 여전히 한 장의 사진이 장식한다. 아직까지 나에게는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뉴스 판단력’은 역시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부분인가?
아버지가 유명한 언론인이었던 것이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저명한 저널리스트들을 보며 자랐으니까. 보고 들은 것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뉴스 판단력이 발달할 수 있었다.

그래도 초창기에는 실수를 하지 않았나?
이 점은 로이터 통신사의 문화와 관련이 있다. 취재 이슈를 발제하면 즉시 상사와 이야기를 나눈다. 취재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인가 논의하고 나면 절반 정도 승인이 떨어진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난 뒤 찍은 사진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는 경우가 없다. 지금 나는 사진기자이자 에디터로, 또 관리자로 일한다. 내가 관리하는 사진기자들의 아이디어를 듣고, 뉴스 핵심 내용과의 연관성, 앵글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나눈다.

사진가마다 맞는 주제가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 어떤 주제를 배정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물론 스스로 ‘좀 더 잘할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다. 사진보다 동영상이 효과적인 취재 방식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을 때도 있다. 이런 일들을 여러 번 거치다 보면 점점 더 나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최근에 인상적인 취재가 있었다면?
동료 기자 중 한 명이 최근 홍콩에서 인간처럼 생긴 로봇을 취재해왔다. 스칼렛 요한슨을 꼭 닮은 로봇이었는데 다양한 각도에서 정말 많은 사진을 찍어왔다. 사진을 쭉 보다가 그에게 “혹시 동영상을 찍어놓은 것이 있나?”라고 물었더니 15초 분량의 비디오를 보여줬다.

로봇이 움직이고 말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을 묶어 패키지로 만드니까 아주 강력한 작품이 됐다. 이제는 어떤 툴을 이용해 뉴스를 보도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음을 시사하는 취재였다.

로이터 통신에서 하는 ‘일’ 말고, 혹시 개인적으로 다큐 사진집을 낼 계획이 있나?
로이터 통신사의 업무에 내 역량을 120% 쏟고 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휴가 때 찍는 사진조차 버거워 전부 부인에게 맡길 정도니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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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이준열
editor 서동현

2016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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