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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시승

운전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면 봄이다. 마침 운전하라고 세 곳에서 불렀다.

UpdatedOn May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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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러비안 아쿠아 메탈릭 색상은 미니 슈퍼레제라 콘셉트카가 떠올라 더 설렌다.

캐러비안 아쿠아 메탈릭 색상은 미니 슈퍼레제라 콘셉트카가 떠올라 더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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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톱을 열면 차와 풍광의 경계가 옅어진다. 운전자의 마음도.

소프트톱을 열면 차와 풍광의 경계가 옅어진다. 운전자의 마음도.

소프트톱을 열면 차와 풍광의 경계가 옅어진다. 운전자의 마음도.

MINI New Mini Convertible

제주도 푸른 미니

슈퍼맨 하면 가슴팍 S자가 떠오른다. 메릴린 먼로 하면 펄럭이는 치마 장면이겠지. 컨버터블이라면? 멋진 풍광이 절로 연상된다. 모든 차에는 알맞은 풍광이 있다. 차와 풍광을 짝 맞출 때 운전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과장이 아니다. 모르모트가 되어 즐겁게 직접 겪었으니까. 제주도와 컨버터블. 더 바랄 게 없다. 뉴 미니 컨버터블이 제주도로 사람들을 불렀다. 이왕 즐길 거면 확실히 판 벌여주겠다는 뜻이다. 보통 시승 행사와는 달랐다. 보통은 차의 성능을 강조하면서 운전석으로 인도한다. 뉴 미니 컨버터블은 달랐다. 오감을 열고 느껴보라고 한다. 그럴 만한 차니까. 사실 성능은 이미 검증했다.

3세대 미니는 대중성을 확보하면서도 미니다운 정체성을 지켰다. 그 균형 감각이 뛰어난 차다. 그럼에도 몇몇 보완했다. 하부에 보강재인 V-스트럿 바를 장착해 강성을 높였다. 내장형 액티브 롤 바를 달아 안전도도 올렸다. 윈드 디플렉터도 추가해 오픈 에어링의 질도 높였다. 그리고 하만카돈 하이파이 라우드 스피커 시스템를 적용한 것도 눈여겨볼 점. 모두 소프트톱 열고 달릴 때 필요한 요소다. 컨버터블이니 열고 달려야 역시 제맛이라는 걸 기술로 권장한다. 차에 대한 설명은 사실 나중으로 미뤄두는 게 좋다. 이번 시승에선 머리로 이해하지 말고 오직 느끼는 데 집중했다. 시켜서 따른 건 아니었다. 그럴 만했으니까. 성산 일출봉 근처 베이스캠프에선 제주도만의 재료로 만든 자연식으로 배 채웠다. 미각을 자극해 다른 감각을 일깨웠다. 영민한 판단이었다.

싱그러운 기운 머금고 인근 해안 도로를 돌았다. 속도는 시속 30km. 빨라봤자 시속 50km 정도. 오직 하늘과 나 사이 철판 장애물이 없다는 데 집중했다. 제주도 바람은 마냥 보들보들하지만은 않았다. 윈드 디플렉터 역할이 컸다. 없었더라면 마음은 한가로워도 머리카락은 바삐 뒤엉켰을 테니까. 산보하는 속도에 맞춰 하만카돈 스피커 시스템에선 음악이 흘러나왔다. 귀에 착 감겼다. 드러머 남궁연이 미니 컨버터블을 위해 선곡한 수십 곡은 꽤 풍광과 어울렸다. 소프트톱 열고 콧노래 흥얼거리며 달리는 순간. 문득 이대로 바람이 되어도 좋을 것만 같았다. 산책하듯 달리다 보니 풍경에 스며들었다. 천천히 달려도 미니다운 거동을 못 느낄 리 없다. 서스펜션은 확실히 달라졌다. 딱딱함에서 탄탄함으로 숙성했다. 나이 먹으면 유해지는 우리네처럼 그렇게. 하지만 고집 부릴 땐 가차 없다. 그 덕분에 미니는 미니다울 수 있었다. 짧은, 아주 짧은 시승을 마치고 일렬로 주차된 뉴 미니 컨버터블을 바라봤다. 여지없이 ‘캐러비안 아쿠아 메탈릭’ 색상인 녀석이 돋보였다. 제주도를 지중해 어딘가로 바꿔주었다. 미니, 컨버터블, 제주도가 빚은 마법이랄까? 아, 봄이라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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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세대 프리우스는 연비뿐 아니라 주행 재미도 노린다.

이번 4세대 프리우스는 연비뿐 아니라 주행 재미도 노린다.

Toyota Prius

봄에는 연비 운전

꽃이 피는데 왜 나른한 걸까? 라디오도 켜지 않은 4세대 프리우스 조수석에 앉아 생각했다. 화요일 이른 아침이었고, 시동을 켜도 전기 모터는 적막했다. 동승한 기자가 먼저 운전대를 잡았다. 짧게 인사하고, 바로 주행을 시작했는데 할 말이 없었다. 낯을 가리는 30대 중반의 두 남자가 한 차를 타고 연비 운전으로 52km 코스를 이동한다는 게 부담이었다. 시승차는 선팅도 하지 않아 옆 차량에서 내가 하품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았다. 올림픽대로에 진입하자 반짝이는 한강 물결이 최면처럼 나를 졸음의 세계로 안내했다. 동승한 기자가 나를 흔들어 깨우자. 일산의 한적한 카페 테라스가 눈에 들어왔다.

커피 한잔으로 졸음을 떨쳐냈다. 돌아가는 코스는 내 차례였다. 시트 위치를 맞추고, 사이드미러를 조절했다. 룸미러도 맞춰봤는데, 리어 윈도가 더 낮아져서 그런지 후방 시야는 답답했다. 기어로브를 센터페시아에 놓는 대신 그 빈자리에는 무선 충전기를 설치했다. 도자기 같은 질감이 마음에 들었다. 아이폰을 올려뒀지만, 지원하지 않았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주행 정보가 표시됐다. 연비 운전을 게임처럼 즐기라고, 에코저지 화면에서는 에코 점수도 보였다. 운전대 뒤편의 풀 컬러 HUD에도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자 소리 없이 움직였다. 이전에는 전기 모터 특유의 모기 소리가 들렸는데, 이제는 그런 소음마저 사라졌다. 이 어색함을 어찌해야 하나? 라디오라도 켜면 좋으련만, 연비를 위해 에어컨도 켤 수 없는 상황이었다. 봄날의 햇살은 모든 창을 뚫고 들어와 우리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커피를 마신 그 기자도 눈이 맑았다. 텅 빈 제2자유로를 달렸다. 아니 이동했다.

시속 70km까지 전기모터로 주행 가능했기에, 나는 가솔린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경차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졌고, 더블 위시본 리어 서스펜션은 안정을 제공하는 동시에 노면의 덜컹거림을 지워버렸다. 내 인생에 이보다 고요했던 날이 있었을까? 흐르는 땀을 닦으며, 연비를 확인했다. 35km/L를 상회했다. “날이 덥네요.” “네….” 우리가 나눈 대화의 전부다.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한 프리우스는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고정된 요람 같았다. 진동과 소음을 잡기 위한 토요타의 노력이 우리를 더욱 어색하게 만들었다. 정체 구간에 이르자 더 이상 연비 운전을 감당할 수 없었다. 빨리 이 어색함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할수록 연비는 떨어졌다. 도착했을 때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31km/L이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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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치는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완벽한 헤어핀 구간이다. 저 아슬아슬한 커브를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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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XF는 믿음직스러운 제동 장치와 정교한 스티어링 휠을 갖춘 진짜 프리미엄 비즈니스 세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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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guar All New XF

음악과 여수 그리고 XF

봄이면 여수와 밤바다가 동시에 떠오른다. 여수에서는 보다 빨리 벚꽃을 보고, 한적한 밤바다를 거닐 수 있다. 그래서 기대한 것은 한가로움이었다. 재규어 XF를 타고 프리미엄 비즈니스 세단에 반쯤 누워 남도의 풍경을 느끼는 것. 하지만 시승 행사에 참여해보니 그럴 겨를이 없었다. 한가롭게 시선을 돌릴 틈이 없었다.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중압감과 업힐과 다운힐에서 RPM에만 집중할 뿐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따금 조수석에 앉았을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가열하게 주행했다. 더 빨리, 더욱 역동적으로 새로운 XF를 시험했다. 그때가 봄이었던가? 시간이 지나 기억에 남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XF 재생 목록에 들어 있던 ‘여수밤바다’와 ‘벚꽃엔딩’일 것이다. 너무 뻔하잖아! 소리치면서도 그 노래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곡들은 전부 영어였으니까. XF와는 총 4개 코스를 달렸다. 우선 디젤 모델인 20d 프레스티지의 강력한 가속 성능을 시험하는 고속도로 주행 구간, 예술인마을에서 과일 한 접시를 먹고 나서는 굽이진 업힐에서 정교한 스티어링 휠과 8단 자동변속기를 시험했다. 그러고 나서 한옥마을에 들러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의 25톤 프레스티지로 다운힐과 고속도로 주행으로 시승을 마쳤다. 분명한 것은 내가 매우 특별한 장소들을 돌아다녔다는 것이다. 그곳이 어딘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풍경 몇 개는 아직도 생생하다. 지리산 자락의 지안치다.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헤어핀 구간으로 덜 삶은 라면 가락처럼 생긴 도로다. XF로 업힐을 하기엔 최적이었다.

주행 모드를 다이내믹으로 바꾸고, 패들 시프트로 기어를 변속하며 속도를 냈다. 기존보다 190kg 가벼워졌지만, 강화된 차체 강성과 낮은 무게중심이 헤어핀 구간을 통과할 때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줬다. 든든했다. 스티어링 휠은 민첩하고, 정확하게 반응했다. XF의 마력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아직 봄이 덜 온 듯 숲은 빈 갈색 풍경만 보여줬다. 여수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은 작은 시골길을 지날 때 들었다. 1km에 달하는 좁은 직선 도로. 도로 양옆에는 벚꽃과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 있었다. 도로 밖은 드넓은 과수원이었다. 속도를 낮췄다. 10.2인치 인컨트롤 터치 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BGM을 바꾸며 이 풍경을 기억하기로 했다. 때마침 올드 비밥이 흘러나왔는데, 한국의 시골 마을과 묘한 조화를 이뤘다. 한가로움과 긴장감이 뒤섞인 전혀 다른 종류의 여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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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김종훈,조진혁

2016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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