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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시승하다

이 차는 시동을 켤 때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시속 150km로 달릴 때 스티어링 휠조차 떨리지 않습니다. 이 차는 자동차가 아닙니다. 렉서스 RX 400h를 타는 것은 미래를 엿보는 일입니다. <br><br>[2006년 11월호]

UpdatedOn October 20, 2006

cooperation 렉서스 Editor 김영진

하이브리드라고 불리는 전기연료 자동차가 시판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공상과학 만화책에서나 보던 미래 자동차가 현실이 된 것이다. 브루스 윌리스가 출연한 <제5원소>의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과학자를 꿈꾸던 아이들의 목표점이던 전기 자동차! 그런 자동차를 난생 처음 타게 됐다. 기대감과 함께 뭔지 모를 서러움이 몰려왔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신발 질질 끌고 다닌다’며 매 맞고,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서 크레파스로 낙서했다’며 매 맞은 어린 시절이 떠올라 그랬는지 모르겠다. 물론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와 말썽질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항상 맞았던 터라 기름 걱정 없이 자동차를 드디어 탈 수 있게 됐다 싶어 회한이 몰려왔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에서 처음 판매가 시작된 전기연료 자동차, 렉서스 RX 400h는 럭셔리 수입 자동차 이상의 의미였다.
물론 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RX 400h는 RX 350과 달라진 게 전혀 없어 보였다. ‘이건 아니잖아~’ 한껏 기대를 가졌던 미래 자동차가 기존의 SUV와 전혀 다르지 않다니, 뭔가 속은 느낌이 살짝 들었다. 전기연료 자동차, 차세대 연료 자동차, 미래 자동차라고 머릿속에 박힌 단어의 이미지는 유선형의 날렵하고 심플한 형상인데, RX 400h는 그냥 자동차였다. 하이브리드에 대한 과대망상이 지나쳤던 것일까? 전기연료 자동차란 석유연료 대신 전기연료로 움직이는 자동차다. 말하자면 연료통은 배터리가, 엔진은 모터가 대신한다. 전기연료 자동차라고 해서 기능적 요인 때문에 특별히 달라질 디자인은 없는 셈이다. 그래도 아쉽긴 했다. 윙도어라도 되어야 차세대 자동차를 대하는 맛이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겉모습만 같을 뿐 녀석의 주행 느낌은 전혀 달랐다. 시동키를 돌리는 순간 비로소 녀석은 미래 자동차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시동음이 전혀 없었다. 무음이었다. 녀석은 자신이 출발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계기반의 ‘Ready’라는 단어로 알려왔다. 기존 엔진 동력 장치를 가진 차의 필수 장치였던 스타트 모터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전원 스위치를 ‘on’에 놓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더 이상 “부르릉” 하고 울리는 엔진 시동음의 맛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무슨 매력으로 키박스를 돌리지 싶었다. 하지만 무음의 시동은 기존의 자동차에 대한 개념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시동음이 없다”라는 말 한 마디만으로 녀석의 진가를 보여주는 듯했다. 시내에서 발렛파킹을 부탁할 때도 “하이브리드 자동차라 시동 걸 때 소리가 나지 않으니까 주의해주세요”라는 말에 주차 요원 또한 놀라는 눈치였다.
녀석이 전기연료 자동차라고 해서 배기음의 퍼포먼스를 만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RX 400h가 100% 배터리와 전기모터로만 움직이는 자동차는 아니다. V6기통 3300cc 엔진에서 힘을 보탠다. RX 400h는 시동을 걸 때는 모터의 동력으로, 힘과 가속을 얻고자 할 때는 엔진에서 동력을 얻어낸다. 말하자면 아이들링이 없는 차인 셈인데, 정차와 운행을 반복하는 시내 주행 시에는 별도의 석유연료 소비가 없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필요가 없는 저속 주행에서도 배터리의 힘만으로 운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차다.
이런 운행 시스템을 통해 연비를 효과적으로 개선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저속 운행에서만 작동하는 반쪽짜리 동력기관은 아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순간적으로 힘을 얻고자 할 때는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작동하여 힘을 증가시킨다. 두 가지 유형의 엔진이 있는 셈인데, 3300cc 엔진에서 211마력의 힘과 엔진룸에 장착된 전기모터 MG2 모터에서 167마력, 그리고 뒷바퀴의 또 다른 전기모터 MGR 모터에서 68마력을 더해 최대 출력은 272마력의 힘을 낸다. 이 세 개의 동력 발생 장치는 자동 제어 방식을 통해 작동하고 전기모터의 경우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의 역할도 수행한다. 자기네들이 알아서 힘을 필요로 할 때 모터와 엔진을 켰다 껐다 한다는 것. 불필요한 연료 낭비를 막고 필요한 곳에 동력을 전달해주는 것이다.
주행 중에 이 세 개의 동력 발생 장치의 움직임을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기모터와 배터리에 의한 동력원이 전달되면 바퀴로 에너지가 전달되는 화살표가 작동되고, 엔진에서 동력원이 전달되면 엔진의 화살표가 바퀴로 전달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개가 동시에 작동하면 화살표가 동시에 표시된다. 그리고 모터에 의한 배터리 충전 표시 확인은 화살표가 반대로 표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가지 다른 동력 시스템은 시승감 역시 확연히 달랐다. 전기모터의 힘으로만 차가 움직일 때는 차의 떨림은 물론 배기음도 전혀 없었다. 스티어링 휠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속도감 역시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타이어 마찰음과 바람 소리가 전부였다. 엔진이 작동할 때는 역시 기존 자동차에서 느껴지는 배기음과 차 떨림이 존재했지만, 시속 200km까지 속도를 올릴 때 전혀 차원이 달랐던 배기음과 차 떨림 때문에 차의 속도가 언제 200km까지 올라갔는지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장점인 연비에서도 놀라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RX 400h는 연료 탱크 용량이 65ℓ다. 200km 정도 시내 주행했을 때 RX 400h의 연료 게이지의 바늘은 한 칸밖에 내려가 있지 않았다. 리터로 환산하면 약 16ℓ의 연료로 200km를 주행한 셈이다. 물론 운전 습관에 따라 연비는 크게 다를 수 있지만 2355kg이나 나가는 차의 연비가 ℓ당 12km에서 13km가 나온다는 것은 굉장히 높은 연비다. 1600cc급 준소형 세단과 비슷한 연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RX 350과 다르지 않은 외관 때문에 실망도 했지만 RX 400h는 전혀 다른 동력 시스템을 가지고 한 차원 다른 시승 느낌을 전해주는 차였다. 렉서스가 그동안 추구해온 정숙성과 편의성이 하이브리드에 의해 그 결정체가 완성된 듯했다.
물론 절정의 정숙성을 얻기 위해 전기모터 시스템을 개발해온 것은 아니지만 렉서스라는 브랜드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시스템이라 여겨졌다. 렉서스는 ‘하이브리드는 곧 렉서스’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프리우스 이후 전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고 있다. RX 400h가 비교적 높은 가격임을 따져본다면 20%의 연비 절감 효과는 실질적인 경제적 측면에서 그다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특히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세금 감면 정책이 전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RX 400h는 특별한 메리트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도 렉서스가 RX 400h의 판매를 시작한 것은 확고한 하이브리드 메이커의 이미지를 심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괜한 트집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렉서스 RX 400h는 럭셔리 수입 자동차 이상의 의미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RX 400h, 하이브리드 자동차로서 충분히 미래 자동차의 이미지를 가진 차로 손색이 없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에서 하이브리드 역사는 RX 400h에서 출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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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peration 렉서스
Editor 김영진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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