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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lti Player`s Life

한 우물만 파라는 이야기는 이제 옛 말. 두 개의 직업을 멋지게 병치시키고 있는 존경할 만한 남자들을 만나보자.한 가지 일만 하기에도 피곤한 요즘같이 복잡한 시대에 왜 그들은 멀티 플레이어가 되었는가.<br><br>[2008년 6월호]

UpdatedOn May 27, 2008

WORDS 이소영(프리랜서) Photography 기성율

포토그래퍼 배병우, 구본창의 찬사를 받은 우리나라 최고의 사진 프린트 전문가이자 우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목수이기도 한 김명성 대표를 만났다. 그의 아름다운 3층집은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그가 5년 동안 혼자 지은 수지 아티스트 마을의 전설적인 건축물이다.

왜 당신은 두 가지의 일을 선택했는가?
프린트 전문가가 된 지는 20년이 넘었다. 그간 집을 만든 적도 여러 번 있었고 가구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여 전문 과정을 학교에서 배웠다. 친구인 사진가 허호, 조남룡 등과 같은 동네에 집 짓고 살다가 의기투합하여 우드 스튜디오를 열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목수로서 내가 필요한 가구 위주로 제작하고 있고, 가구점 오픈도 준비하고 있다. 목공이라는 것은 위험한 작업이다. 그래서 스튜디오에 오는 친구들을 가르친다기 보다 바르고 안전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있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여유와 갈망이 생겨서 몇 개의 일을 선택한 것이다.

프린트 전문가로서, 그리고 목수로서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해달라. 당신의 하루, 일주일, 한 달 스케줄이 궁금하다.
오전에는 7시부터 사진 프린트 전문 회사인 신사동 포토코아에 출근해서 프린트 작업을 한다. 요즘은 디지털 촬영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일이 예전처럼 넘치진 않지만 패션 화보, 영화 포스터 등은 아날로그 프린트를 진행하고 있다. 파인아트보다는 커머셜 작업을 선호한다. 일이 빨리 끝나면 우드 스튜디오에 와서 가구를 만든다. 요즘은 아내를 위한 화장대와 컴퓨터 책상을 만들고 있다.

막상 두 개 이상의 일을 하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보니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무엇인가?
자연스럽게 한쪽 일이 줄어들 수도 있다. 인간이 모든 것을 다 갖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다만 사진 프린트 전문가의 일은 우리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매우 힘들고 고되다) 우드 스튜디오의 작업은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고 앞으로 함께하고 싶다.

경제적, 정신적 수익은 얼마나 증대하였는가?
간혹 선물할 때를 제외하고는 나와 가족이 필요한 가구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현재 작업하는 가구는 아직까지 판매와 크게 직결되지는 않는다. 아직 내가 쓸 가구도 다 못 만들었다. 다만 우드 스튜디오 대표로서 회원의 편리를 도모하고 스튜디오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원이 많으면 작업할 때 불편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인원을 받을 수는 없다. 나는 목공소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리기보다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는 안정적인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한 가지 일이나 잘하자는 이들에게 당신의 성취감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성공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면 삶이 너무 힘들다. 많이 벌면 좋지만 나의 직업들은 돈이 목적이 아니다. 나이 드신 분 중에 돈은 많아도 할 일이 없는 분들이 많지 않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 나이에 맞는 일을 계속할 수 있으면 인생이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 투잡을 시작해놓고 마음이 불안하면 그만둬라. 투잡을 한다는 것은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투잡은 여차하면 직업을 바꾸기 위한 탈출구가 아니다. 사진 프린트 전문 회사인 포토코아는 아무것도 아닌 나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준 직장이고 사진 프린트 전문가의 일은 생활이다.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며 최선을 다한다. 목수로서 나는 자유롭다. 나는 한 가지 일만 하며 평생을 보낼 수 없다. 그러면 얼마나 고루하겠는가! 나는 목공소를 통해 나에 대한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었고 원래 하던 일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됐다.

당신과 같은 멀티 플레이어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불평을 가지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여유와 갈망이 생기고 기회가 생길 것이다. 한 가지 일을 잘하면 나머지는 어렵지 않게 해결이 될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 없이 일하면서 성공한 사람만 부러워한다면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나. 돈만 많이 벌고 싶어한다면 일이 고될 수밖에 없다.

두 개의 직업에 일맥상통하는 철학이 있는가?
내 욕심만 가지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건 가구건 소유자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나만 열의를 갖고 만들면 뭐하는가, 중요한 것은 그것의 주인이 되는 사람이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도전에 대해 설명해 달라.
누군가 진정한 목수는 판매를 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만든 가구들이 아까워서 못 쓰겠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가구는 쓰라고 만든 것이다. 오는 7월 사진가 조남룡과 스칸디나비안 가구와 인더스트리얼 가구를 판매하는 ‘라 메뉴펙처’를 청담동에 오픈한다. 내가 만든 가구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가구와 예술이 어우러지는 갤러리도 오픈할 예정이다.

결혼정보회사를 운영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 권량 대표를 만났다. 그는 성북성심병원 원장으로 일하며 환자의 질병을 꿰뚫어보는 데 하루 8시간을 보내고 그 이후 시간은 전문직 남녀 회원들의 인륜지대사 플래너로서 살아간다. ‘우리나라 최초’라는 타이틀에 목숨을 건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에게서는 긍정의 에너지가 넘쳤다.

왜 당신은 두 가지 일을 선택했는가?
원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IMF 당시 일본 은행의 도산과 은행장의 자살 뉴스를 접하고 충격을 받아서 경제와 경영에 대해서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의학 사교육 사이트 메디프리뷰 등을 운영해오다 결혼정보회사를 열게 되었다. 예전에 결혼정보회사에서 함께 일하자고 나를 찾아왔었다. 그 이유는 내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의 의사 회원 수를 보고 코마케팅을 하면 좋겠다는 판단에서였다. 한참 고민한 끝에 소중한 후배들의 DB를 내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5년 전부터 창립을 준비해왔다. 실제로 내가 결혼시킨 친구들도 여럿 있기에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고려대학교에서 MBA를 공부하며 경영에 대한 기초를 더 확실히 다졌다. 나는 ‘한국 최초’라는 타이틀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며, 남다른 결혼정보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로서 그리고 결혼정보회사 대표로서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해달라.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하여 책 보고 이메일을 체크한 후 6시 30분에 메리티스에 출근하여 매니저의 제안을 검토한다. 오전 9시에 병원에 출근하여 오후 6시까지 진료를 보며 중간중간 메리티스 매니저와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회의한다. 메리티스는 전문직 회원의 사이클을 고려하여 토요일은 휴무이고, 일요일에 문을 연다. 마지막 주 주말에는 마음이 급한 미혼 남녀를 배려하여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업무가 진행된다. 결혼정보회사 메리티스 (www.marritis.com)를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법조인과 의료인, 중앙 5급 이상의 고급 공무원, 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등 전문직 남녀를 대상으로 검증 체계를 거쳐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두 개의 전혀 다른 일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가?
내가 의료인이다 보니 의료업계 인맥이 많고 의료인으로서 신뢰성을 기반으로 결혼정보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나는 이메일 주소도 홈페이지에 공개하여 회원들과 온라인 대화도 하고 방문 상담에도 적극적이어서 돈독한 신뢰를 받고 있다.

막상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보니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무엇인가?
공보의들을 위한 정보 공유 사이트를 200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회원이 8천 명이 넘는다. 내가 결혼정보회사를 오픈한다고 하니 예상대로 회원들의 DB 공개를 걱정하는 안 좋은 글이 사이트에 올라온 적이 있다. 나는 장문의 답변을 올려서 허락 없이 DB를 공개하는 몰상식한 사람이 아님을 설명해야만 했다. 결국 회원들이 나를 믿어주어서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경제적, 정신적 수익은 얼마나 증대하였는가?
메리티스를 오픈한 지 오래되지 않았기에 경제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누구나 삶의 포인트로 기쁨을 꼽는다. 내가 아이디어를 낸 사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한 가지 일이나 잘하자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당신의 성취감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여름에 입는 짧은 소매의 옷이 시원하다고 해서 겨울까지 입을 수 없다. 겨울에 입는 두꺼운 옷이 따뜻하다고 해서 여름까지 입을 수도 없다. 모든 업종의 사람이 두 가지 일을 할 수는 없다. 세상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현재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각의 직업에서 위기와 성공의 하이라이트를 들려달라.
의학 사교육 사이트 메디프리뷰를 준비하며 급한 마음에 무턱대고 영어학원에 찾아가 의사와 의대생 교육을 위한 건물을 빌려달라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원장님이 나를 믿어준 덕분에 메디프리뷰를 운영할 수 있었다. 그분과는 평생 친구가 되었는데 재작년 그분의 부모님 건강검진을 해드렸더니 초기 대장암이 발견되었다. 다행히 초기여서 금세 치료할 수 있었다. 우리의 아름다운 인연이 아름다운 결과를 나은 것 같아 기뻤다. 그리고 바로 엊그제 인근 병원에서 보내온 흉부 CT를 보다 대동맥이 찢어져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급사의 위험이 있기에 빨리 수소문하여 입원시켰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로서 다른 의사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위험을 발견하여 생명을 살릴 때 보람을 느낀다. 물론 의사로서 위기도 있었다. 전문의 시험에 두 번이나 낙방했었다.(웃음) 메리티스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행복은 회원들이 결혼할 때마다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사실 결혼이라는 건 절대적인 선택의 문제다. 그런데 의외로 전문직 남녀들은(남들이 눈만 높다고 말하는) 연애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이야기가 통하는, 서로의 직업을 이해하는,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버팀목 같은 상대방을 원하게 된다. 하지만 일상은 너무 바쁘고 정신적 여유는 없고…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그래서 내가 전문직 남녀들의 중신아비 노릇을 하게 된 거다. 선배로서 나는 적어도 모두 경험을 해봤으니까 말이다.

당신과 같은 멀티 플레이어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나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남들과 다르게 이해한다. 거북이가 열심히 하면 토끼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거북이는 물속에서 할 수 있는 경주를 찾았어야만 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 자신의 강점과 연관된 일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멀티 플레이어가 되는데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인가?
의학 사교육 사이트 메디프리뷰를 운영하면서 순리에 대해 배웠다. 일이 잘되려면 때론 지나가던 사람이 도와주기도 하고 일이 안 풀릴 때는 기다리는 지혜도 필요하다. 사업은 어떤 정원의 나무와 같다고 생각한다. 어떤 모양을 만들어놓고 정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지켜보며 관리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두 개의 직업에서 일맥상통하는 철학이 있는가?
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로서 기계를 이용하여 사람의 몸을 들여다본다. 특히 영상의학과는 암 진단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내가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올바른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결혼 역시 부풀림이 없는 정확한 정보가 생명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새로운 도전에 대해 설명해달라.
오래전부터 생각해오던 신용카드 사업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다시 한 번 도전할 계획이다.(웃음) 메리티스 대표로서는 앞으로 코디네이션, 헤어&메이크업 서비스 등을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연애에 서툰 전문직 미혼 남녀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훌륭한 건축을 하려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사람들의 삶을 담는 곳이 바로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와인은 사람과 같다. 사람을 잘 알고 싶으면 많이 만나보아야 하고, 와인에 대해 알고 싶으면 많이 마셔보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 같은 철학으로 두 가지 직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서주완 대표를 만났다.

왜 당신은 두 가지 직업을 선택했는가?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가로 활동해오면서 오래전부터 식도락, 와인 동호회를 운영해왔다. 와인을 좋아해서 공부하다 보니 애호가를 넘어서 전문가 대우를 받게 되었고 와인 컨설팅도 시작하게 됐다. 건축은 특히 연륜이 필요한 분야여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올리기엔 시기상조라 내 20대의 9할 정도를 투자한 취미인 식도락과 와인을 이용한 와인바와 레스토랑을 결합한 55° 와인& 다인(wine &dine)을 오픈하게 되었다.

와인 컨설턴트, 와인바 대표 그리고 건축가로서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해달라.
그간에는 주로 건축 기획 일을 했으나 앞으로는 설계에도 중점을 둘 예정이다. 메이필드 호텔 전체의 와인 구비 컨설팅과 직원들의 와인 교육을 담당했으며, 레스토랑 ‘그란 구스토(Gran Gusto)’도 컨설팅했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MBC FM 91.1 <서현진의 세상을 여는 아침>에 출연하여 우리나라 유일의 라디오 와인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매일 저녁에 55° 와인&다인으로 출근한다. 이곳의 건축 디자인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와인은 적당한 가격에 제공하고 싶어서 직수입을 하고 있다. 내가 수년 동안 맛본 수만 가지 와인 중에서 좋았던 와인들을 리스트업했다.

두 개의 전혀 다른 일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가?
55° 와인&다인은 나의 커뮤니티 공간이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담는 곳이다. 훌륭한 건축을 하려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사람들의 삶을 담는 곳이 바로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와인은 사람과 같다. 사람을 잘 알고 싶으면 많이 만나보아야 하고, 와인에 대해 알고 싶으면 많이 마셔보아야 한다. 유명 와인학원에 다닌다고 해서 와인에 대해 잘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요즘은 와인 컨설팅을 포함한 레스토랑 컨설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내가 와인 전문가이며 식도락가, 건축가이기에 레스토랑을 오픈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최상의 컨설팅을 해줄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건축적 요소에 대해 면밀히 제안할 수 있으며, 와인&식도락 전문가로서 내가 정한 최고의 수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컨설팅을 함으로써 내 기준을 점점 높여갈 수도 있다.

한 가지 일이나 잘하자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당신의 성취감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사람의 행복은 절대적 가치로 단정지을 수 없고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하나의 일만 했을 때 행복한 사람도 있고, 하나의 일만 평생 했을 때 늘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 같아 회의감이 들 수도 있다. 다른 무엇인가를 했을 때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것을 해보는 것이 좋으며 이왕 시작했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각각의 직업에서 위기와 성공의 하이라이트를 들려달라.
건축을 하는 과정에선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 끊임없는 관심과 반목이 필요하다. 매일매일이 쉽지 않다. 건축가로서 성공을 말하기엔 아직 때가 이르다. 얼마 전 내가 기획한 수복형 재개발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청계천이 복원되어서 종로, 을지로 일대의 유서 깊은 음식점들이 어디론가 떠나야 했다. 재개발 중인 청진동 건과 연계하여 청계천 인근의 음식점들을 청진동으로 이전시키는 프로젝트였다. 흩어져 있던, 흩어져가는 오래된 음식점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내가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이상이었다. 이 음식점들을 한 곳에 모아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계획은 결국 우리나라의 성장 위주 정책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지만 내가 마흔이 되었을 즈음 꼭 실현하고 싶은 프로젝트이다. 건축가가 음식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이 프로젝트는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건축가이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어려운 점은 와인을 좋아하다 보니, 더 좋은 와인을 경험하고 싶은 욕심에 경제적으로 무리가 되기도 한다.

멀티 플레이어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세상에는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보통은 하고 싶은 단계에서 잘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하고, 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면 최대한 잘할 수 있게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준비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해야만 하는 일인지, 아닌지 알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새로운 도전에 대해 설명해달라.
지금처럼 두 가지 일을 병행해 나가려 한다. 내년에는 독립해서 건축 사무소를 낼 계획이다. 프랑스에서는 와인과 잘 어울리는 프랑스 요리의 만남을 ‘마리아주(결혼)’라고 한다. 친구들, 손님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좋지만 요즘은 결혼에 대해서 신중히 생각하고 있다.

평일에는 수트를 단정히 입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마케팅 매니저, 주말에는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클럽에서 DJ로 변신하는 조성우 차장에게 직접 들어보는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행복에 대하여.

왜 당신은 두 가지 일을 선택했는가?
음악을 좋아해서 DJ 친구들이 많았고 항상 DJ가 멋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5년 전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나도 DJ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길로 조퇴하고 DJ 친구와 함께 용산에 가서 믹서, CDJ 등 기본 장비를 샀다. 그리고 기본 방법만 배우고 그날 밤 당장 친구의 바에서 DJ로 데뷔했다. 6개월 후에 5백 명이 모인 파티에서 공식적으로 데뷔했다. 실수도 많이 했지만 너무 즐거웠다.

마이크로소프트 차장으로서, 그리고 DJ로서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해달라.
아카데믹 마케팅 매니저로서 특히 우리나라 학생들이 글로벌 시대에 맞추어 나갈 수 있도록 교육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제안하는 글로벌 교육 과정을 돕기도 하고 IT업종에 꿈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MS 기술을 이용하여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DJ로서는 프로모터가 제안하는 스케줄을 선별하여 주말에 호텔 파티나 클럽 등에서 디제잉을 한다.

두 개의 전혀 다른 일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가?
현대의 마케팅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다. 파티에 자주 가고, DJ로서 새로운 파티를 진행하다 보면 남보다 빠르게 트렌디한 비주얼, 데커레이션, 다양한 사람들을 접할 수 있다. 회사만 다니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면 친목 범위가 정해져 있겠지만 나는 새로운 곳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IT회사는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 IBM에 있을 때 매년 딱딱했던 연말 모임을 재즈 밴드와 칵테일이 주를 이루는 스탠딩 파티 형식으로 바꾼 적이 있었다. 사장님이 등장할 때 그림자 효과를 주어서 재미를 가미하기도 했다. 반응이 좋았고 아직까지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기존의 세미나와 같은 행사가 아니라 DJ, VJ의 음악에 맞추어 제품을 보여주고 명사 두 명이 나와서 배틀 형식의 소개를 하는 론칭쇼를 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내가 DJ가 아니었다면 떠올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DJ로서의 나는 감성적인 경향이 많은 동료 DJ들에게 비즈니스 노하우를 짚어주기도 한다. 두 직업의 부족한 면을 서로 보완하여 밸런스를 맞춘다면 나만의 강점이 될 수 있다.

막상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보니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무엇인가?
회사에서는 일 잘하는 마케팅 매니저가 되고 싶고, 클럽에서는 감각 있는 DJ가 되고 싶은데 양쪽에서 색안경을 끼고 나를 대하는 경우가 있다. 일할 때는 두 개의 직업을 완전히 분리하고 싶다. 마케팅 매니저로서, DJ로서 완벽하진 않겠지만 노력하고 있으니 조만간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경제적, 정신적 수익은 얼마나 증대하였는가?
초기에는 DJ를 한 달에 7~8회 이상 해서 몸이 다소 피곤했으나 요즘은 프로모터를 통해 내가 꼭 하고 싶은 것만 선별하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 오히려 주말에 DJ를 하면 그 다음날 출근했을 때 기분 좋고 스트레스가 싹 풀린다. DJ를 한다는 것은 내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최고의 방법이다. 돈도 벌 수 있지만 수입 증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각각의 직업에서 위기와 성공의 하이라이트를 들려달라.
두 개의 직업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이 비슷하다. 마케팅은 직접적인 세일즈보다 파티처럼 여러 사람들을 즐겁게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마케팅 행사를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와서 즐기면 보람을 느끼고, DJ로서도 들려주고 싶은 음악을 공개하였을 때 사람들이 환호하고, 모두 하나가 될 때 행복하다. 무엇이든지 과정은 힘들다. 마케팅을 위해서 부서 간 결정도 수렴해야 하고 테스트 기간도 거쳐야 한다. 집에서 매일 하루에 1백 개 이상의 트랙을 듣고 디깅하고(Digging; 음악 찾기) 셀렉션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믹스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중요하지만 트렌드를 너무 앞서 나가기보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도 배려해야 한다. 2시간 동안 DJ를 하기로 했다고 하면, 그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고 부드럽게 이끌어야 한다. DJ로서 힘든 적은 없었다. 솔직히 사람들이 너무 안 왔다든가, 반응이 좋지 않을 때 실망한 적은 많다.

당신과 같은 멀티 플레이어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걱정부터 하지 말고 하고 싶으면 일단 해봐라. 해보고 재미있으면 계속하고, 피곤하거나, 여자친구가 싫어하는 등 잃는 것이 생기면 그만두면 된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 이렇게 도전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당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찾을 수 있다.

두 개의 직업에서 일맥상통하는 철학이 있는가?
시장에 대한 분석이 중요하다. 빠른 결단과 분석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과 새로운 도전에 대해 설명해달라.
계획을 장기적으로 세우는 편은 아니다. 하루하루 충실하게,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 1년 이내에 나의 첫 번째 앨범을 낼 예정이다. 그리고 지금 진행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아카데믹 페스티벌의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7월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2009년 회계 연도가 시작된다. 내년에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마케팅으로 회사에서 더욱 인정받고 싶고 저 사람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도, 성공한다는 평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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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WORDS 이소영(프리랜서)
Photography 기성율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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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디자인 트렌드의 중심에서 삼성전자가 비스포크 홈을 공개했다. 기사에서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로쿠치나 2022’에 전시된 비스포크 홈을 살피고 디자이너들과 함께 가전 디자인의 트렌드를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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