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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과 섹스

`9·11과 이슬람 테러리즘의 번성은 스커트의 부족에서 기인했다`는 새로운 가설. 진상 규명을 위해 <아레나>가 성적 억압과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관계를 살펴보았다.<br><br>[2006년 8월호]

UpdatedOn July 20, 2006

Words 칼 라담(Carl Latham) Editor 박인영

2001년 9월 11일 아침 10시. 포틀랜드발 보스턴행 비행기가 지연되면서 모하메드 아타가 21세기 세계 정치를 뒤바꾸게 될 테러를 수행하는 것을 돕는 동안 그의 짐은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 남겨졌다. 맨해튼을 뒤덮은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고 그의 가방은 수사관들에게 맡겨졌다. 그리고 발견된 유언장. 자신의 죽음을 예상한-하지만 747기의 조종석에 앉아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 중 하나와 충돌한 이후의 결과를 과소평가한-그는 너무나 우스꽝스러운 지시사항들을 남겼다. 그는 부검이 ‘착한 무슬림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명기했고, ‘임신한 여성이나 깨끗하지 않은 사람이 내게 작별인사를 하러 오는 걸 원치 않으며, 여자들이 무덤을 방문하길 원치 않는다’고 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성기 주변을 물로 닦을 사람은 성기에 맨살이 닿지 않도록 손에 장갑을 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웬만한 사람이라면 모하메드 아타가 여성 및 섹스와 관련해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다.
자, 물론 우리는 서방세계와 중동 문화 사이에서 몸서리치는 증오를 불러일으킨 세력들이 있다는 것도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외교 정책과 아랍·이스라엘의 갈등에 대해 당신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거기엔 분명 분노가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거대한 지정학적 개념이 모든 것을 얘기해주진 않는다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다. 급진적인 이슬람주의자의 분노가 팔레스타인 상황과 점령국인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 때문이라면, 왜 서방세계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에 대해서는 비상사태를 취하지 않는 것일까? 또 외교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간섭이 그 원인이라면 왜 뉴욕은 한 번도 분노한 니카라과이 조직의 위협을 받은 적이 없는 걸까?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이 급진주의자들을 이렇게 몰고간 그 어떤 것 말이다. 모하메드 아타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구에 대한 그들의 분노는 성심리적인 장애라는 심층적 문제 때문에 더욱 커진 건 아닐까?

시리아에서 태어나 레바논에서 성장한 작가 베티 발삼은 <테러의 베일:테러리즘의 비밀스러운 뿌리>라는 책을 통해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아랍 테러리즘이나 테러를 지배해온 사담 같은 지도자들, 거기에 여성들을 위협하고 신체적인 손상을 가하고 있는 중동 문화의 과거까지 깊이 파헤쳐보면 이런 폭력의 뿌리에는 왜곡되고 자연스럽지 못한 성욕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왜곡된 성욕’은 이집트의 학자이자 급진적 이슬람 원리주의운동의 대부인 사이드 쿠트브(Sayyid Qutb)의 말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슬람 파시스트 문학계의 <나의 투쟁>(히틀러의 저서)이라고 묘사되기도 한 <이정표>는 1950년대 그의 미국 여행기를 담고 있다. 책에서 그는 어느 콜로라도 교회의 디스코 파티에서 남녀가 시시덕거리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반감을 표현했다. 그는 ‘신을 신봉하는 고귀한 신자는 진흙탕 속에 빠지고 있는 사람들을 경멸한다’며 ‘인류사회에 건강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가치들이 없기 때문에 오늘날 인류는 벼랑 끝에 몰려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죽은 후에도 서구를 혐오하는 테러리스트들에게 계속해서 영감을 불어넣게 된다(그의 동생은 어린 시절 오사마 빈 라덴의 스승이자 멘토였다). 그들이 우리를 경멸하게 된 것은 부분적으로 성과 여성에 대한 비교적 자유로운 우리의 태도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정통적인 회교도들이 우리를 그렇게 증오하게 된 것은 서구의 난잡한 부도덕함 때문이라는 논쟁도 있어왔다. 그리고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무슬림 테러리스트들의 유전자 일부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문명의 충돌’에 대해 얘기할 때 수많은 말들을 인용할 것이다. 그러나 섹스와 성에 대한 태도가 충돌하는 부분에서는 그 어떤 요소보다 폭발력이 크다. 미국에서 레즈비언들은 결혼을 하고 독일에서는 월드컵 매춘 슈퍼마켓이 합법적이며 영국에서는 가장 잘 팔리는 일간지에 매일 아침 아주 저질스러운 헤드라인과 함께 가슴을 노출한 여자들의 사진이 실린다. 그러나 이란·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 우리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들의 성스러운 조국들 - 에서는 남녀의 분리가 너무 엄격해서 7세가 지나면 남매들이 서로의 생일파티에 참석하는 것도 종종 금지되고, 남편과 아내는 공공장소에서 서로를 만질 수 없으며, 남자들을 자극할 만한 어떤 성적인 자세도 범죄로 간주된다. 스카프 밑으로 머리카락이 한 오라기라도 나오면 ‘성적인 힘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매질을 당할 수 있고 아내들은 바람을 피웠다는 의심만으로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여자들은 처녀성을 잃었다는 이유로 남자 형제들에게 살해당해왔고 화장을 한 여성들은 ‘서구의 악에 물들었다’는 이유로 고소된다.
이런 나라에서 온몸에 강력한 사춘기의 충동이 흐르고 있는 10대 소년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상상해보라. 그리고 그런 느낌을 악으로 간주하는 것이 어떤 것일지 생각해보라. 서구세계와 연관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이 어떨지 생각해보라. 그리고 이런 문화권에서 온 소년이 그 모든 것들을 보며 살고 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지 상상해보라. 심리치료사인 체리 포터는 <타임>지에 이렇게 썼다. ‘전 세계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이제 막 싹트고 있는 자신의 성욕에 대해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는 미혼의 젊은 남성들에게 이슬람 근본주의가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그들은 용인되지 않는 자신들의 성적 환상을 어떻게 해소할까? 결국 그들은 욕망의 대상에게 자기 혐오감을 투사할 것이고 그들에게 ‘불순한’ 생각을 갖게 만든 사람들을 비난할 것이다. 어쩌면 이런 사회들은 집단적인 정신병에 사로잡혀 있을 수도 있다. 편집증처럼 그들은 이 세상을 둘로 나눈다. 자신들이 순수하고 좋다며 이상화시킨 사회와 자신들을 파괴하려 한다고 믿는 사악한 사회로 말이다. 상상 속의 신과 핫라인을 발전시키는 과대망상은 편집증 환자들에게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편집증 환자’의 패턴이 런던이나 리즈, 듀스베리, 에리스베리 - 2005년 7월 폭탄 테러를 저지른 남자들의 고향(<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이들 중 두 사람은 가족 이외의 여성들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 에서도 그대로 행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신은 소위 ‘함부르그 셀’- 독일에 숨어서 9·11 테러를 계획하고 실천에 옮긴 사람들 - 과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 나이트클럽 공격을 계획했다는 혐의로 올 3월에 재판을 받은 런던의 급진주의자들을 떠올릴 것이다. 경찰이 기록한 보고서에는 ‘춤추고 있던 쓰레기들 중 그 누구도 손을 들고 자신이 무죄라고 말할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
알카에다 전문가이자 <테러 기지 영국>의 저자인 닐 도일은 급진주의자들 사이에 배포되고 있는 인쇄물들을 모니터하고 있다. 그는 테러리즘과 성적 억압 사이의 관계를 주목해왔다. “급진적인 이슬람주의자가 쓴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서구에서는 국기를 속옷으로 사용한다는 내용이었지요. 그건 다소 이상한 기획이었어요. 그는 잡지 모델들이 성조기 끈팬티를 입고 있는 것이 얼마나 충격적인지 설명했습니다. 분명 그 문제에 대해 많이 조사했을 겁니다. 그는 서구 여성들을 돼지나 매춘부로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걱정스럽게도 급진적 견해 중 가장 급진적이라고 볼 수 있는 이런 생각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드문 것이 아니다.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 직후에 실시된 설문조사를 보면 영국 무슬림 중 32%가 ‘서구 사회가 퇴폐적이고 비도덕적이며 무슬림들이 그것을 끝낼 필요가 있다’는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들의 생각은 우리 사회가 ‘인류 역사가 목격한 최악의 문명’이자 ‘간통이라는 비도덕적 행위’에 몸이 갈가리 찢겼다고 비난한 오사마 빈 라덴의 견해와 대체로 일치한다. 중도적인 영국 무슬림 위원회의 이크발 사크라니도 젊은이들이 자연스럽지 못한 성적 행위를 간접적으로 자극하는 과도한 인쇄물들의 집중세례를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다.
가장 최근에 논쟁을 불러일으킨 건 영국 무슬림 의회 의장인 가야수딘 시디키 박사의 발언이다. 성적인 부적절함과 극단주의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아레나> 측에 이렇게 털어놓았다.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사회적 소외와 분노, 좌절감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으니까요. 무슬림들 사이에는 아주 낮은 자존감이 존재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들에게 명성과 영광, 잘못된 만족감을 가져다줄 일을 기꺼이 할 수 있는 겁니다.”
성적 억압과 지나친 폭력 사이의 이런 관계가 급진적인 무슬림들에게만 국한된 건 아니다. 서구 사회에도 그런 전례가 있다. 영국의 극우 세력은 오랫동안 억압받아온 은밀한 동성애자들로 가득했다. 1991년에 열성적인 극우 운동가였던 니키 크레인은 자신이 게이라고 커밍아웃했다. 그는 에이즈로 죽어가고 있었다. 그는 소수자들을 위협하던 10년의 세월을 마무리함으로써 자신의 신나치 친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1999년 전 국가전선 창설자인 마틴 웹스터는 BNP의 리더인 닉 그리핀(그는 계속 부인하고 있지만)과의 ‘관계’를 상세히 묘사한 기사를 썼다.
실제로 극우세력에 몰래 침투한 한 남자는 이 운동이 공식적으로는 동성애를 비난하고 있지만 1980년대에는 극우운동 창설자의 거의 절반가량이 게이였다고 주장했다. 런던에서 수제 폭탄을 터뜨렸던 데이비드 코플랜드는 여자친구가 한 번도 없었고 자신이 호모로 오해받는 걸 극도로 두려워했다. 한편 미국에서 기독교재건주의자들로 불리는 근본주의 종파는 동성애, 간통, 혼전
성관계를 저지른 사람들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여성에게만 해당되었다.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에서 또 다른 설득력 있는 증거를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의 테러 공격의 근본적인 동기는 물론 이스라엘의 점령이지만, 우리가 팔레스타인인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분노의 심리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분명히 있다. 런던에서 폭탄이 터지기 직전 정부의 정책연구소인 데모스는 ‘심장과 마음’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1996년에서 1999년 사이에 일어난 자살 테러 지원자들뿐만 아니라 약 1백50명의 자살 테러범 모집자들과 교관들을 인터뷰했던 나스라 핫산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영토 박탈과 민족적 모멸감에 상처받은 테러리스트들의 마음은 앙갚음을 하고 싶은 분노로 들끓고 있다. 여기에 성적으로 분리된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억압된 성적 좌절감이 더해진다.’
1978년 이스라엘의 은행에 폭탄을 터뜨리려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크리스천으로 개종한 전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월리드 소에바트는 또 다른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가 선호하는 자살 투쟁에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데 있어 성적 좌절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했다. “나는 순교를 할 경우 천국에서 72명의 처녀가 나를 기다릴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오직 나만을 원하는 커다란 눈의 그 처녀들은 내가 결코 볼 수도, 말을 걸 수도 없었던 또래 여자들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72명 중 누군가를 얻는 것이 일종의 집착이 되었다. 죽은 후에 마음껏 완벽한 섹스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동정을 잃고 싶지만 해결책은 찾을 수 없는 소년에겐 엄청난 매력이 될 수 있다.
이런 욕망은 장난이 아니다. 그것은 실제다.
그리고 사춘기 무슬림들의 마음속에서 그것은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결국 여자들을 맛보고 싶어 하는, 아랫도리의 통증으로 고통받는 젊은 극단주의자들은 이런 이슬람 극단주의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우리 정부 지도자들을 신뢰할 수 있다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전제적인 이슬람 국가에 억지로라도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뉴욕의 정치학 교수인 아스마 발라는 이렇게 말한다. “민주화는 무슬림들이 아랍인으로서의 생활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도록 도울 수 있을 때에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무슬림들이 신과 성적 억압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코란을 재해석할 때에만 그들 사회는 진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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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Words 칼 라담(Carl Latham)
Editor 박인영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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