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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이 최고다

자우림 정도의 품격을 보여주는 밴드가 한국에 또 있나? 무엇보다 그들은 스스로를 의심하는 존재다. 자우림은 9집이 최고라고 말한다. 어떤 면에서?

UpdatedOn November 25, 2013

김진만, 김윤아, 구태훈, 이선규

▲ 김진만이 입은 검은색 터틀넥 니트는 카이아크만, 검은색 라이더 재킷은 노앙, 검은색 팬츠는 오디너리피플 제품. 김윤아가 입은 니트 머플러·체크 셔츠·블루 패턴 미니 원피스는 모두 생 로랑, 골드 뱅글은 프리마돈나, 이어링은 젬마알루스 제품. 구태훈이 입은 검은색 터틀넥 니트는 유니클로, 검은색 라이더 재킷은 산드로 옴므, 검은색 팬츠는 버버리 프로섬 제품. 이선규가 입은 검은색 터틀넥 니트는 빈폴, 검은색 라이더 재킷은 타임 옴므, 검은색 누빔 팬츠는 씨와이 초이 제품.

선공개곡 ‘이카루스’ 도입부에 김윤아 씨 목소리가 등장하고 악기 하나만 조용하게 연주되잖아요. 자우림의 수준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김윤아 기뻐요.

휴지가 수면에 닿으면 소리 없이 순식간에 가라앉잖아요. 그 느낌을 받았어요. 드럼, 기타, 베이스가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그려지고요. 그 악기들을 연주하지 않고도 연주하고 있는 상태를 만들었다고 봐요.
김진만
제대로 보시는 거죠.

네. 제가 제대로 보네요.
김윤아
그 부분을 좋게 만들려고 많이 비워놓았어요.
구태훈 이번 앨범은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하시더라고요.
김진만 명예 졸업자니까.

아, <나는 가수다>?
이선규 색안경을 끼고 자우림을 봤던 분들이 계셨던 거 같아요. 금지곡도 많아서 과격한 밴드인 줄 알았는데 <나는 가수다>를 보시고, 재밌는 애들이구나, 좋은 음악도 있구나, 대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8집은 소리를 눌러서 세팅한 느낌이었잖아요. 이번 앨범도 그래요? 아까 촬영할 때 CD를 잠깐 들어보니 좀 다른 것 같았어요.
김윤아
1·2·3집 때까지는 소리를 꼼꼼하게 채워 넣어서 만들었어요. 그때는 스튜디오에서 앨범을 만든 경험이 적었고,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었죠. 방어적인 입장에서 사운드를 채워 넣은 거예요. 4집부터는 그런 작업에 진력이 났다고 할까요? 이제 밴드로 돌아가자, 다 비우고 여백을 즐기면서 밴드를 하자, 생각해서 8집까지 그런 작업을 이어갔어요.
8집에서 어느 정도 이 작업이 완성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번 앨범 작업을 시작하면서 편곡적인 장치나 사운드적인 요소에 촘촘한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1·2·3집 때처럼요?
김윤아
지금은 경험이 많아졌고,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안목을 갖게 됐어요.

급격한 변화네요.
김윤아 연습을 하기 위해 다 같이 스튜디오에 들어갔을 때 처음에는, 자우림이 최근에 해온 방식과 달랐기 때문에 멤버들을 제가 좀 밀어야 했어요.

계속 계속 다시 연주하게 했다는 거죠?
김윤아
예를 들어 어제 드럼 녹음을 끝냈는데 오늘 다시 치자고 한 거죠. 계속 그렇게 오빠들을 괴롭혔어요.
구태훈 자우림이 다시 큰 캔버스를 꺼낸 거죠. 스튜디오를 옮겨 다니면서도 녹음을 했어요. 디지털 믹서가 있는 곳에서도 해보고 아날로그 믹서가 있는 곳에서도 해보고, 그중에서 좋은 것들을 뽑았어요.

김윤아, 구태훈

◀ 김윤아가 입은 물방울무늬 실크 블라우스는 모스키노, 빨간색 테일러드 팬츠는 퍼블리카 아틀리에 제품. 구태훈이 입은 검은색 터틀넥 니트는 유니클로, 물방울무늬 셔츠는 H&M, 검은색 팬츠는 버버리 프로섬 제품.

멜론이나 네이버 뮤직 같은 데 순위 차트가 있잖아요.
봐서 아시겠지만 소비가 너무 빨리 되는 시대예요. 창작자들의 허무함이 상당할 것 같아요. 어쩌면 지금처럼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될지도….

이선규 언젠가 자우림도 지쳐서 나가떨어질지도 모르죠.
시대에 역행하겠지만 남들 안 하는 거 우리는 재미있게 하고 있다는 게 묘하게 쾌감을 주더라고요. 우리는 음원을 다운로드하는 것보다 CD로 음악 듣는 걸 좋아하고 CD 재킷 구경하는 것도 좋아해요. 그래서 아직은 우리가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자, 라고 서로 합의를 한 거예요.
구태훈 저는 요새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티스트가 CD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있잖아요. 사람들이 그걸 찾아요.
그러니까 무대 정면보다 뒷면을 보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래서 뮤지션들이 CD는 잘 안 팔리니까 CD에 신경을 안 써도 되겠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스스로 가치를 떨어뜨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김윤아 자우림의 마지막 음반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습니다.

이틀 후에 9집 앨범을 공개하는데 음원 차트에서 1등을 못하면 서운하겠죠?
이선규
차트가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는지 최근에 알았는데… 자우림은 절대 못해요.
김윤아 이거 한번 보세요. 저는 예전에 실시간 1위 한 걸 캡처해놨어요.
이선규 일주일도 못하잖아.
김윤아 일주일은 안 바랍니다. 이 순위를 무시하고 갈 수는 없어요. 차트에 아예 등장도 못하고 아무도 관심을 안 갖는다면 자우림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지는 못할 거예요. 냉정한 얘기지만 누군가 투자를 해야 앨범을 만들 수 있는 거잖아요.
돈을 많이 투자해야지 퀼리티 있는 음악이 나온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돈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방식이 있거든요. 우리가 원하는 엔지니어, 편곡자와 작업을 하려면 돈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차트도 신경을 써요. 근데 줄 세워가지고 1등부터 10등까지 하기를 바라지는 않고요, 자우림한테 걸맞은 선의 관심, 그 정도의 관심만 유지된다면 당분간은 이런 방식으로 음악을 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희도 줄 세우기 할 때 있거든요. 8집 나왔을 때 차트 캡처해놨어요. 보세요.
이선규 정말? 우리가?
김윤아 한참 했어.

이선규

▶이선규가 입은 검은색 반소매 톱은 시스템 옴므, 패턴 턱시도 재킷과 패턴 팬츠는 모두 플러스, 골드 체인 네크리스는 엠주, 안경은 트리티 제품.

거의 모든 노래를 김윤아 씨가 부르잖아요. 듀엣을 하면 어울릴 가수가 있을까요?
이선규
안 어울릴 거 같은데, 피처링이라고 하죠, 보통?
안 어울려요. 외로울 거예요, 그 사람이.
김윤아 저는 김C형이랑 백현진 선배면 좋을 거 같아요.
제 목소리가 뿅 하고 쏘는 느낌이니까 까끌까끌하면서 땅땅한 남자 목소리가 들어오면 잘 어울릴 거 같아요.

뭐, 음악은 각자 듣고 싶은 방식으로 듣는 거지만, 그래도 창작자 입장에서 9집을 듣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김윤아
이어폰보다는 헤드폰으로. 이번 앨범은 사운드를 넓혀놓은 느낌이라 이어폰으로 들으면 재미가 덜할 거예요.
김진만 술 마시기 전에 듣는 게 좋아요.
이선규 고리타분한 말일지 모르겠는데요, CD로, 순서대로 들으면 좋겠어요. 곡 순서뿐만 아니라,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의 빈 시간 같은 것도 의도를 가지고 만들잖아요. 0.1초만 늘려도 느낌이 굉장히 다르고. 한 명이라도 더 저희가 뭘 들려드리고 싶었는지를 이해해주시면 좋겠어요.

<나는 가수다>가 자우림에게 무엇을 줬나요? 명예 졸업장 말고요.
김윤아 <나는 가수다> 공연할 때 따뜻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앞으로도 너희는 지금처럼 음악을 가지고 놀아, 하고 싶은 대로 해,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느꼈어요, 객석에서.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물론 예전에도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안 좋아하지 않을까에 대해 많이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런 생각을 조금도 안 했어요. 의심이 안 들었어요.

이번 앨범이 최고겠네요?
김진만
녹음할 때 신경이 예민해지긴 했었죠.
김윤아 그렇지. 이번 앨범이 최고였던 거 같아요.
김진만 ‘님아’라는 노래가 있는데 선규가 기타 솔로를 굉장히 여러 번 쳤어요. 윤아가, 아, 거기는 좀, 이런 식으로 계속 얘기를 하고 그럴 때마다 다시 치면서 완성했어요. 근데 다음 날 윤아가 그거 좋은데, 다시 한 번 쳐보자, 이러는 거예요.
테이프가 몇 개 나왔더라? 그래서 선규가 저한테, 도대체 어떻게 연주하면 되는 거냐? 이랬어요. 그러다가 믹스 들어가기 전전날, 아우, 이러면서 막 미친 듯이 친 게 있거든요.
김윤아 나왔어요, 그날.
김진만 이 노래가 약간 실성한 느낌으로 기타를 쳐야 하거든요. 그게 녹음 끝나기 전전날 나오더라고요.
이선규 아우, 빡쳐. ‘님아’ 솔로 꼭 들으세요.

김윤아

Editor: 이우성
photography: 장덕화
STYLIST: 채한석
hair: 박선호
make-up: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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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우성
Photography 장덕화
Stylist 채한석
Hair 박선호
Make-up 김은주

201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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