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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의 아빠 맘 모르겠니, 속초로 향한 두 남자

육아 선배들이 늘 해주던 말이 있다. “같이 놀아줄 때가 좋은 거야, 방문 닫고 들어가면 땡이야.”

On February 0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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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이의 사춘기를 현명하게 잘 넘겨보자는 말을 아내와 늘 해왔다. 사춘기인 주안이를 마주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주안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며, 우리 부부가 할 수 있는 유익하고 행복한 시간들을 계획하고 있었다. 헌데 주안이는 육아 선배들이 얘기하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가는’ 시기가 아직 오지 않은 듯하다. 친구들과 통화하면서 게임을 하거나 약속을 하고 놀 때는 거리를 두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우리와 함께 보내길 바랐다.

한편 주안이가 조금씩 사회 구성원으로 변하는 모습이 자랑스럽고 기뻤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내 아들도 변하겠지’ 하고 쉽사리 예상했던 내가 참 우습고, ‘그래, 내 아들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바라봐주자’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주안이가 겨울방학을 시작했을 때다. 12월 마지막 주는 모든 학원이 휴강이다. 그때가 기회라는 걸 아는지 주안이는 가까운 곳이라도 가족여행을 떠나자며 조르기 시작했다. 연말이기도 했고, 아내가 공연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터라 할 수 없이 나와 둘이서 속초 당일치기 여행을 갔다.

가는 길에 주안이는 크리스마스에는 꼭 봐야 하는 명작 <나 홀로 집에 2-뉴욕을 헤매다>를 보며 연말 분위기에 한껏 들떠 있었다. 지난 뉴욕 여행에서 영화에 나온 호텔이나 공원을 방문했던 얘기까지 해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속초에 도착했다.

주안이의 연말 여행 목적은 무엇보다 ‘시원하게 뻥 뚫린 바다를 보는 것’이었다. 주안이는 실제로 앞에 펼쳐진 뻥 뚫린 바다를 보면서 걷고 뛰고 행복해했다. 멋지게 포즈를 취하며 사진도 찍고, 같이 오지 못한 엄마 얘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주안이가 말했다. “아빠, 여기 살면 건강해질 것 같아. 폐가 깨끗해지는 기분이야.” “아빠가 이 부근에서 군복무를 했는데, 그때 진짜 건강했었어. 아빠 근무했던 곳에 가볼래?”

그 길로 주안이와 나는 내가 군복무했던 곳 입구에 가서 사진도 찍고 군대 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참 듣던 주안이가 “군대에서 선배들이 후배를 괴롭혀?” 하고 미간을 살짝 찡그리면서 물어왔다. “아빠는 또래보다 조금 늦게 군대에 가서 내 또래의 선임이 있었어. 그 선임이 매일 라면물을 끓여 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는데 그걸 복잡하게 생각하면 괴로운 거고, 상관의 명령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한 거지”라고 이야기해주니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다. “아빠, 군대에 가는 건 어떤 거야?” 주안이는 군대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아 보였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 따뜻한 우동을 맛있게 먹으면서도 군대 얘기는 끊이지 않았다.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기대와 설렘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주안이는 이번 여행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새삼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아들이 고맙고 소중하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아들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
2024년 02월호

2024년 02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