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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연구가 히데코와 수프 전문가 요시코의 맛있는 교환 일기

42년 전 여중생 히데코와 요시코는 작고 아담한 니가타현에 있는 사도섬에서 교환 일기를 주고받으며 특별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40여 년이 지난 지금, 각자만의 인생 스토리를 거쳐 ‘요리’라는 같은 주제로 다시 만났다. 히데코는 한국에서 유명 요리연구가가 됐고, 요시코는 일본에서 수프 전문가가 됐다. 그리고 42년 전 주고받았던 교환 일기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이번엔 서로에게 전하는 따뜻한 음식도 함께다.

On June 22, 2023

요시코에게
너와 함께 교복 입고 깔깔대며 사도섬에서 지냈던 시절이 40년 전이라니 믿어지니? 10대를 보낸 사도섬을 나와 40년 동안 각자의 인생에 얼마나 많은 히스토리가 있었는지…. 그런데 신기하게 지금 둘 다 요리하는 사람이 돼 다시 공감하며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야. 지난겨울 네가 새롭게 오픈한 수프 전문 카페에서 열었던 한식 쿠킹 클래스는 정말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이 됐어. 함께했던 제자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 일본에서, 이렇게 작은 시골에서, 일본인인 내가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한식 요리를 가르치다니… 그것도 40년 지기 친구의 수프 카페에서…. 모든 게 설렘 그 자체였었지. 고마워. 이번엔 내 차례지? 6월에 서울을 방문하는 너를 위해 재미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어. 기대해도 좋아. 그나저나 중학교 시절 주고받았던 교환 일기를 50대가 돼서 다시 하는 것도 즐겁고 설렌다. 중학교 때 아버지 고향인 사도섬으로 이사하면서 너를 처음 만났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함께 다니면서 맨날 모래사장을 따라 자전거를 타며 일기도 교환했었지. 그것도 기억하니? 너와 내가 같은 남자애를 좋아했던 거. 그래서 너를 처음으로 미워하기도 했었는데. 참, 너 그때 좋아하는 남자애한테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을 선물하겠다고 파티시에인 너희 아버지에게 고급 초콜릿 만들기 특강도 받았던 거 기억해? 나는 아직도 그때 배웠던 초콜릿 맛이 최고야.


나의 음식 선물은 …
이달은 사도섬에서 보낸 어린 시절 요리하는 아버지가 해주신 추억의 음식을 하나씩 끄집어내보자. 프렌치 셰프였던 우리 아버지는 크림 콘수프를 자주 해주셨어. 심플해 보이지만, 정성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늘 먹을 때마다 마음이 따뜻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나의 소울 푸드 중 하나야. 남자 문제로 너에게 서운해 울다가도 아빠가 만들어준 콘수프를 먹고는 위안받았으니까.(웃음) 어린 시절 아버지가 만들어준 것과 맛이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도섬에서 뛰어놀던 여중생 히데코의 혀와 머리와 마음의 기억까지 총동원해 만들어봤어. 수프 전문가인 너에게 내가 전하는 첫 번째 요리가 수프라니. 그래도 나의 10대, 사도섬의 추억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야.


히데코에게
우리가 언제 알게 됐을까? 계산해보면 무려 42년 전, 중학생 때였군. 친해진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서로 집이 바닷가 근처라 하굣길에 자주 해변을 걸으며 수다를 떨었던 것 같아. 당시에는 SNS 같은 것도 없었고, 서로 노트 한 권에 근황을 적어 주고받는 교환 일기가 유행이었잖아. 학교에서 있었던 일, 마음에 드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음식 등을 쓰고 답장을 읽는 즐거움이 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매일 학교에서 얼굴을 보면서도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았는지, 끊이지 않고 교환 일기를 주고받은 게 참 재미있지 뭐야. 그땐 큰 도시가 아닌 작은 섬에서 사는 게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시절 아름다운 추억이 너무 많은 것 같아 감사해. 우리가 대도시에서 만났으면 이런 추억이 있었을까? 이번 기회를 통해 나도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게 돼서 참 좋다. 그리고 신기한 게 또 있어. 히데코의 아버지는 프렌치 요리사셨고, 우리 아버지는 과자 전문의 파티시에였지. ‘음식’이라는 같은 분야에 종사하시는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지금은 둘 다 음식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니…. 인연이란 참 신기한 것 같아. 똑단발에 교복 입고 수다 떨던 우리가 지금은 성인이 된 아들까지 있다는 사실도 신기하고 또 신기해. 앞으로 즐거운 추억 되새기며 건강하게 나이 들도록 하자.


나의 음식 선물은…
어릴 적 가장 기억나는 건, 방과 후 집에 돌아오면 집 안에서 언제나 달콤한 냄새가 진동했어. ‘오늘은 쇼트케이크 스펀지구나. 다음은 슈크림의 슈네’ 하며 어떤 디저트인지를 단번에 맞출 수 있을 정도였지. 달걀을 대량으로 계량해 나누고, 밀가루를 체에 치는 등 아빠의 일이 재미있어 보여 늘 도와드리곤 했어. 우리 아버지의 푸딩은 부드러운 일본의 전통 푸딩과 달리 탄력이 있었어. 오늘 히데코에게 그 푸딩을 선물하려고 해. 요즘은 열여섯 살 딸이 베이킹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 작은 바람이 있다면, 아버지께서 손녀가 만든 푸딩을 맛보실 수 있으면 좋겠어.


3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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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데코’S RECIPE

옥수수 크림수프

재료
베샤멜소스 버터 50g, 밀가루(박력분) 75g, 우유 500ml
양파 1개, 올리브오일 1큰술, 크림 스타일 옥수수 통조림 1캔(400g), 생크림 50ml, 닭 육수(또는 채소 육수 1L), 월계수 잎 2장, 소금·후춧가루·설탕 약간씩

만들기
1 먼저 베샤멜소스를 만든다. 소스 팬에 버터를 타지 않도록 녹인 뒤 밀가루를 넣고 약불에서 잘 섞는다. 밀가루가 고슬고슬하게 볶아지면 우유를 넣어 크림 상태로 갠 뒤 나무 주걱으로 저으면서 약불에서 보글보글 끓인다.
2 양파는 얇게 썰고, 다른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넣어 가열하고 중간 불에서 양파를 볶는다.
3 ②에 크림 옥수수 통조림을 넣고 가볍게 볶다가 닭 육수와 월계수 잎을 넣는다.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여 20분 정도 푹 끓인다.
4 ③을 핸드믹서로 곱게 간 뒤 다시 냄비에 붓고 ①의 베샤멜소스를 넣어 약불에서 섞는다. 농도는 우유나 육수로 조절하고 소금, 후춧가루, 설탕으로 간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생크림을 넣는다.

3 / 10
“정말 어렵게 찾은 사진이야. 중학교 시절 너와 나. 함께한 시간이 참 많았는데 정작 사진이 많지 않더라고. 네가 다음에 시골 다녀올 때 꼭 찾아봐주길 바랄게.”

“정말 어렵게 찾은 사진이야. 중학교 시절 너와 나. 함께한 시간이 참 많았는데 정작 사진이 많지 않더라고. 네가 다음에 시골 다녀올 때 꼭 찾아봐주길 바랄게.”

  • “정말 어렵게 찾은 사진이야. 중학교 시절 너와 나. 함께한 시간이 참 많았는데 정작 사진이 많지 않더라고. 네가 다음에 시골 다녀올 때 꼭 찾아봐주길 바랄게.”“정말 어렵게 찾은 사진이야. 중학교 시절 너와 나. 함께한 시간이 참 많았는데 정작 사진이 많지 않더라고. 네가 다음에 시골 다녀올 때 꼭 찾아봐주길 바랄게.”
  • “지난겨울, 너의 카페에서 10년 만에 만났을 때지. 한식 쿠킹 클래스도 좋았고, 너와의 수다도 즐거웠어. 또 하나의 멋진 추억을 만들어줘 고마워. 그런데 우리 교복 입은 사진이랑 비교해보니 정말 많이 늙었다.(웃음)”“지난겨울, 너의 카페에서 10년 만에 만났을 때지. 한식 쿠킹 클래스도 좋았고, 너와의 수다도 즐거웠어. 또 하나의 멋진 추억을 만들어줘 고마워. 그런데 우리 교복 입은 사진이랑 비교해보니 정말 많이 늙었다.(웃음)”
  • “이 레시피는 <아버지의 레시피>라는 책에도 소개된 거야. 이 책이 나오고 나서 가장 먼저 일본에 계신 아버지께 드렸는데 정말 좋아하시는 걸 보면서, 왜 진작 하지 못했을까 싶더라고.”“이 레시피는 <아버지의 레시피>라는 책에도 소개된 거야. 이 책이 나오고 나서 가장 먼저 일본에 계신 아버지께 드렸는데 정말 좋아하시는 걸 보면서, 왜 진작 하지 못했을까 싶더라고.”

나카가와 히데코는


15년째 서울 연희동에서 ‘구르메 레브쿠헨’이라는 쿠킹 클래스를 운영 중이며, 일본 요리부터 지중해 요리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진행된다. 또한 에세이와 레시피 북 등 10여 권이 넘는 책을 출간했으며, 현재도 집필 중에 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히데코의 사적인 일상> 등에서도 다양한 히데코의 모습을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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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코’S RECIPE

푸딩 아라모드

재료
달걀 2개, 정제 설탕(그래뉴당) 60g, 우유 200ml, 브랜디 2ml, 버터 약간, 푸딩 틀
캐러멜 정제 설탕(그래뉴당) 3큰술, 뜨거운 물 1큰술
장식 생크림(설탕을 조금 넣고 섞음), 과일 (또는 과일 통조림) 2가지

만들기
1 우유는 중탕으로 데우고 정제 설탕을 넣어 잘 녹인다. 이때 우유가 끓지 않게 주의한다.
2 달걀은 잘 풀어놓는다.
3 볼에 설탕을 녹인 우유와 달걀을 섞어 부드럽게 저어준다.
4 ③에 브랜디를 넣고 잘 섞은 뒤 면포나 거름망에 거른다.
5 냄비에 분량의 캐러멜 재료를 넣고 갈색이 날 때까지 졸인다.
6 연기가 나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버터를 얇게 바른 푸딩 틀에 재빨리 붓고, 그 위에 ④를 푸딩 틀의 80%까지 채운다.
7 베이킹용 트레이에 푸딩 틀을 일렬로 배치하고, 푸딩 틀의 3분의 1까지 물을 붓고 170℃ 오븐에서 20분 정도 굽는다.
8 오븐에서 꺼내 한 김 식으면 냉장고에 넣어 식힌 뒤 푸딩 틀 내부를 나무 꼬치로 천천히 한 바퀴 돌리면서 접시에 뒤집어 푸딩을 꺼낸다.
9 푸딩을 그릇에 담고, 거품 낸 생크림과 과일이나 과일 통조림으로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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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좀 더 건강하셔서 우리 딸이 만들어준 푸딩을 꼭 드셔보셨으면 좋겠어. 히데코 아버지의 건강도 빌게. 우리도 건강하자.”

“아버지가 좀 더 건강하셔서 우리 딸이 만들어준 푸딩을 꼭 드셔보셨으면 좋겠어. 히데코 아버지의 건강도 빌게. 우리도 건강하자.”

  • “아버지가 좀 더 건강하셔서 우리 딸이 만들어준 푸딩을 꼭 드셔보셨으면 좋겠어. 히데코 아버지의 건강도 빌게. 우리도 건강하자.”“아버지가 좀 더 건강하셔서 우리 딸이 만들어준 푸딩을 꼭 드셔보셨으면 좋겠어. 히데코 아버지의 건강도 빌게. 우리도 건강하자.”
  • “푸딩이 다 익었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표면이 부풀어 올랐는지, 나무 꼬치로 찔러보았을 때 아무것도 묻어 나오지 않았는지로 확인하면 돼.”“푸딩이 다 익었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표면이 부풀어 올랐는지, 나무 꼬치로 찔러보았을 때 아무것도 묻어 나오지 않았는지로 확인하면 돼.”
  • “나는 건축을 하다가 최근에 수프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어. 재미있지?(웃음) 다행히 많은 분이 사랑해주셔서 바쁘지만 행복하게 일하고 있어.”“나는 건축을 하다가 최근에 수프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어. 재미있지?(웃음) 다행히 많은 분이 사랑해주셔서 바쁘지만 행복하게 일하고 있어.”

하야시 요시코는


사도섬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도쿄를 비롯해 각국의 음식 여행을 즐겨 해왔다. 건축을 전공해 관련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2년 전 오래된 건물을 직접 리모델링해 수프 전문점과 카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수영(프리랜서)
사진
김정선, 히데코·요시코 제공
요리
나카가와 히데코(@hideko_nakagawa), 하야시 요시코(@soup_hayashi)
2023년 06월호

2023년 06월호

에디터
김수영(프리랜서)
사진
김정선, 히데코·요시코 제공
요리
나카가와 히데코(@hideko_nakagawa), 하야시 요시코(@soup_hayas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