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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악역, 이정재

27년 차 연기 베테랑 이정재는 영원하다.

On September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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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드라마로 데뷔한 그는 올해로 연기 경력 27년의 베테랑이다. 그동안 <태양은 없다>(1999), <시월애>(2000), <오! 브라더스>(2003), <하녀>(2010), <암살>(2015) 등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20년째 톱스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8월 5일 개봉한 누아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는 마지막 청부 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 분)'과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 분)'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 하드보일드 추격 액션 영화다. 극 중 이정재는 레이 역을 맡아 집요한 추격전을 펼치는 무자비한 킬러로 활약했다. 그에게 '인생 캐릭터 갱신'이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깊이 있는 캐릭터 분석과 표현 능력으로 영화판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온 그는 이번 캐릭터도 기존과 다른 독특함을 부여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연기에 깐깐하기로 소문난 황정민도 "이토록 집요하게 캐릭터를 분석하는 연기자는 처음 봤다"고 말할 정도다. 귀금속으로 온몸을 휘감은 화려한 의상에 목을 뒤덮은 타투 등 화려하고 섹시한 레이의 스타일링은 모두 이정재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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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그런 말 들어본 적 있나? '이정재가 악역 맡으면 흥행한다'는 말. (웃음) 사실 뭐가 됐든 흥행하면 좋은 거 아닌가. 악역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캐릭터라 매력적이다. 이번 레이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도 그 때문에 즐거웠다. 내가 고민한 것을 테스트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어떤 아이디어를 공유했나? 개인적으로 캐릭터를 분석할 때 스태프의 의견을 따르는 편이다. 왜냐면 내 생각을 고집하면 결국 '이정재'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캐릭터만큼은 내 상상력이 개입되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런저런 의견을 냈다.

어떤 의견을 냈나? 의상팀에 개인 스타일리스트와 협업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룩 자체에 대한 아이디어보다는 의상에 '묘한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국적인 장면이 많은 영화에서 과하지 않되 묘한 매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여러 옷과 액세서리, 심지어 핑크 가발도 써보고 '문신'도 해봤다. 영화에 들어가기 전에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비주얼을 정리해나갔다.

감정이 없는 캐릭터다. 그래서 '묘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레이가 하는 행동에 대해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 없이 그냥 그럴 것 같아라는 믿음을 관객에게 주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비주얼, 표정, 눈빛이 중요했다. 무서워 보이는 연기는 1차원적이라는 생각에 '섬뜩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 찰나의 순간을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레이의 독특한 말투와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일본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의 말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감독님의 제안이었다. 여러 톤으로 영상을 찍으면서 조율해나갔다.

이정재 특유의 목소리가 있다. 이른바 '긁는 저음'이라고 할까? 나이 먹으면서 목소리도 늙어가는 것 같다. 어렸을 땐 내 목소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긁는 저음이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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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등장 신은 언제나 화제가 됐다. 모든 배우가 영화에서 자신이 나오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그 어떤 장면보다 신중하게 찍게 된다. 나오는 장면의 횟수가 한정적이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순 없었지만 그 최선의 경계치가 어디일까 하는 고민을 했다. 장면마다 의미를 많이 집어넣고 조그마한 설정을 깨알같이 했지만 물론 그건 나만 아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

액션 촬영 중 왼쪽 어깨가 파열됐다고 들었다. 수술을 해야 하는데 요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촬영하고 있어서 미루고 있다.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박정민도 출연한다. 어땠나? 일단 다리가 너무 예뻐서 스태프가 놀랐다.(웃음) 그리고 무대에서 춤추는 장면이 있었는데 춤선이 아주 곱더라. 사실 박정민 씨가 맡은 '유이'라는 역할이 참 어려운 캐릭터다. 과하면 보기 불편하고 덜하면 맛이 안 나는 역할인데, 그 안에서 똑똑하게 표현하는 걸 보고 놀라웠다. 저 연기는 애드리브인지, 설정인지 헷갈릴 정도로 잘했다. 물론 나도 이런 역할에 욕심이 나기도 하지만 정민이의 연기를 보고 난 다음이라 엄두가 안 난다.

이정재의 액션을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배우에게 액션 장면에서 중요한 건 동작보다 표정이다. 잠깐 지나가는 찰나의 표정에서 더 폭력적인 혹은 잔인한, 또는 절실함이 스쳐야 한다. 그 짧은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는 온종일 캐릭터의 감정을 유지해야 한다. 그게 또 영화라는 작업, 배우라는 직업의 묘미이기도 하다.

영화 <신세계>의 주역 이정재와 황정민이 7년 만에 호흡을 맞췄다는 사실로 개봉 전부터 주목받고 있다. 형은 하나도 바뀐 게 없다. 그때도 체력이 좋다고 느꼈는데 여전했다.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아서 집중력이 좋고,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보통이 아니다. 형은 오로지 영화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박)정민이도 마찬가지다. 서로 얘기하지 않아도 소통이 잘되는 분위기였다. 그런 게 현장에서 중요하다.

첫 연출작 <헌트>(가제)는 어떤 상황인가?(<헌트>는 이정재의 첫 연출작으로, 지난 1999년 영화 <태양은 없다>에서 호흡을 맞춘 절친 정우성과 이정재가 21년 만에 다시 만나는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 사실 지금도 (정우성의 출연이) 확실히 결정 난 건 아니다. 계속 어필 중인데 빨리 결정을 해줬으면 좋겠다.(웃음) <헌트>는 예전부터 써온 시나리오다.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출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내년에 찍을 예정이다.

친한 친구이기도 한 정우성 역시 같은 시기에 영화가 개봉했다. 데뷔한 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시사회가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는 자리가 두렵다. 그런데 친구 작품은 제 작품인 것처럼 엄청 찾아본다. <강철비2>를 봤다. 지금 극장가가 예전 같지 않아서 경쟁보다는 동맹을 해야 할 때다.(웃음) 동맹을 해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

태국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현지 스태프와의 호흡은 어땠나? 꽤 경험치가 높은 실력자들을 만나서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아침 인사를 할 때 긍정적이고 친근한 에너지를 전해줘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요즘 언제 가장 행복한가? 매년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느끼는 것이지만 일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배우로서 캐릭터를 분석하고 고민하는 자체가 즐겁다. 동시에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
2020년 09월호

2020년 09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