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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 자녀까지 받아들이겠다' 노소영의 갑작스러운 심경변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태도를 번복했다. 최 회장이 가정으로 돌아온다면 소송을 취하하고 혼외 자녀까지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On May 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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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이혼소송 본격 시작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지난 4월 7일,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전연숙) 심리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첫 변론기일에 "최 회장이 가정으로 돌아온다면 위자료와 재산분할 소송을 모두 취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이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의 사이에서 낳은 혼외 자녀까지도 가족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이는 노 관장의 기존 입장을 뒤집는 발언이었다. 노 관장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정을 지키려고 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젠 남편이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심경을 밝히고 최 회장을 상대로 이혼 맞고소를 진행한 바 있다.
 

혼외자녀 품겠다 vs 여론전이다

노 관장의 입장 번복 배경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는 노 관장이 실제로 최 회장과의 가정을 유지하기로 마음을 바꿨을 경우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혼소송 도중 자녀 문제, 주변의 시선, 경제적 여건 등을 이유로 입장을 바꾸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렇다면 노 관장이 동정론을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혼소송에서의 비공개 진술은 보통 외부에 노출하지 않지만 노 관장은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민감한 혼외 자녀 문제까지 직접 언급해 대중의 이목을 단번에 집중시켰다. 이는 최 회장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노 관장과 달리, 이기적인 태도로 소송을 강행하고 있다는 인식을 남기기 쉽다. 노 관장의 발언에 최 회장 측이 "대중의 감성을 이용한 여론전일 뿐, 그 진정성은 전혀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번째, 가정을 회복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법원에 전달해 재산분할 과정에서 유리한 입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노 관장은 현재 3억원의 위자료와 더불어 최 회장이 보유한 SK의 지분 18.29%(1,297만 5,472주) 중 42.29%를 요구하고 있다. 당시 SK 주식 종가 기준으로 1조 3,000억원 상당의 금액이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주가가 빠졌지만 여전히 9,200억원 안팎의 금액으로 평가된다. 일반 이혼 사건에서는 혼인 기간 5년이 지속될 경우 '특유재산(상속재산)'을 부부의 공동 재산으로 본다. 하지만 특유재산이 경영 활동 및 대주주 지분 상속과 관련됐다면 이혼소송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이때 혼인 기간이 20년 이상일 경우 배우자가 재산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고 판단한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혼인 기간은 30년 이상이다. 노 관장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고 판단된다면 특유재산이라고 할지라도 분할 비율을 좀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책 배우자의 거부로 '이혼을 당하는 입장'이라는 점과 노 관장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일방적인 이혼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재산분할에 유리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노 관장이 입장 번복을 했지만 재판부는 양측 모두 소 취하 의사가 없다고 판단해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부가 첫 변론기일에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 목록을 제출하라는 재산 명시 명령을 내린 것은 재산 분할 방식을 따르겠다는 의미다. 이는 이혼 여부를 더 이상 쟁점으로 삼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핵심 쟁점은 '재산분할액'이 얼마나 인정될 것인가다. 최 회장은 재산의 대부분을 아버지인 고(故)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점에 주력할 것이고, 노 관장은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정권이 SK그룹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점을 입증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의 법률대리인은 "노 관장이 동거인과의 사이에서 난 자녀도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법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는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자녀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없는 전근대적인 사고"라는 유감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별거 10여 년째, 한때는 '내조의 여왕'

대기업 총수의 아들과 대통령 딸의 만남. 한때는 세기의 결혼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에 최 회장과 노 관장의 말로는 더욱 씁쓸하다. 노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1남 1녀 중 장녀로, 고 최종현 선경그룹(SK그룹의 전신)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과는 미국 시카고대학교 유학 중 처음 만났다. 교제를 이어가던 두 사람은 노 전 대통령의 취임 후인 1988년 결혼했다. 결혼식은 노 관장의 은사였던 이현재 당시 국무총리의 주례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노 관장은 한때 내조의 여왕으로 불렸다.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로 구속 수감된 최 회장을 만나러 일주일에 세 차례나 면회를 갈 정도였다. 그런 노 관장에게 감사의 의미로 최 회장이 장미꽃과 카드를 건넨 것은 이미 공공연하게 밝혀진 일화 중 하나다. 대외적으로는 애틋한 사이인 듯 보였으나 정략결혼으로 인한 쇼윈도 부부라는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한편 2015년 최 회장이 수감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면에 반대하는 편지를 보낸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갖가지 불미스러운 사건에도 연루됐다. 노 전 대통령의 집권 당시인 1990년 SK가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는데, 사위의 기업인 SK를 키우기 위한 대통령의 입김이라는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SK(당시 선경)는 사업권을 반납하고 YS정부로 정권이 바뀐 이후 제2이동통신이 아닌 한국이동통신 지분을 4271억에 인수하게 된다.

최 회장은 2015년 한 일간지에 보낸 편지에서 그간 노 관장과의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았음을 고백했다. 최 회장은 "논리적이며 자율적인 내 성격과 달리 노 관장은 강한 성격과 예민한 의사표현 방식으로 자주 부딪혔다"면서 "노 관장의 표현 방식이 둘 사이의 성격 차이로 인한 갈등을 심화시켰고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매우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2009년 말부터 별거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노 관장과의 불화와 함께 이혼 의사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의 사이에서 낳은 혼외 자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 관장은 "가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협의 이혼에 응하지 않았다. 최 회장이 2017년 7월, 이혼조정을 신청했음에도 노 관장이 이혼에 합의하지 않아 조정이 불성립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노 관장의 의사는 굳건했다. 혼인관계 파탄에 책임 있는 측이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 법리상 이혼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노 관장의 맞소송으로 이혼소송은 새 국면을 맞았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실익을 추구하겠다는 의지였다. 팽팽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노 관장은 다시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입장을 호소하고 있다. 노 관장의 진짜 의중이 모호한 가운데 장기전이 예고되는 이혼소송의 결말에 대중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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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결과에 따른 SK의 변화는?

재산분할로 청구한 지분을 이혼소송에서 받아낼 경우, 노 관장은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2대 주주로 등극한다. 지주사인 SK 전체 지분의 7.81%를 보유하면서 최 회장 다음으로 많은 최대 주주의 지위로 올라가게 된다. SK는 그룹 주력 회사인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이들 자회사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손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지배구조다. SK 지분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권한과 이어진다. 노 관장이 승소할 경우 2대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SK그룹 경영권이 넘어갈 가능성은 낮게 평가되고 있다. SK 주식만 보면 최 회장의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6.85%, 남동생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이 2.36%,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0.09% 등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SK는 이들 특수 관계인 지분만으로도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최 회장이 승소할 경우 이혼소송에 따른 '오너 리스크'를 없애고 그룹 경영이 안정된다. 현재 사실혼 관계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혼인신고도 할 수 있다.

CREDIT INFO

에디터
박주연
사진
서울문화사DB
2020년 05월호

2020년 05월호

에디터
박주연
사진
서울문화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