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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송승헌

포근한 날씨에 기분이 좋았던 그날, 고요하고 아늑한 카페에서 송승헌과 마주했다. 그와 함께 커피를 나눠 마셨다.

On December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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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헌이 ‘연예부 기자들이 뽑은 실물 갑’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이견을 표하는 이는 드물 터. 조각 같은 비주얼의 소유자로 데뷔 직후부터 인기를 얻은 송승헌이지만 그에겐 늘 ‘연기력 논란’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매 작품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그가 OCN 드라마 <플레이어>에서 수려한 외모에 재치 있는 언변, 타고난 배짱까지 겸비한 프로 사기꾼 ‘강하리’를 연기하며 그간의 연기력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송승헌은 매회 시원한 액션, 사이다를 들이켠 듯한 대사로 통쾌함을 선사해 시청자들에게 호평받았다. 이로써 그는 극 중 인물처럼 ‘사기 캐릭터’가 됐다.

“고재현 감독님이 배우 송승헌이 갖고 있는 연기 패턴을 버리고, 인간 송승헌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사실 감독님과의 인연이 꽤 길거든요. KBS2 <여름향기>에 출연할 때 조연출로 만났고, OCN <블랙> 때 촬영 B팀 감독님이셨어요. 감독님이 ‘내 이름을 건 작품이 있는데 같이 하자’고 하셔서 알겠다고 했는데, 그게 <플레이어>였고요.”

극에서 ‘강하리’는 팀을 이끄는 카리스마를 지녔으며 유머러스하고 능청맞다. 송승헌은 가벼움과 진중함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하며 캐릭터를 표현했다. 고 감독은 송승헌이 멋있어 보이려고 할 때마다 ‘더 장난스럽게’ ‘유쾌하게’라고 주문했다.

“감독님은 제 본모습이 좋으셨대요. 제가 낯을 가려 사람에 따라 행동에 온도 차가 있거든요. 저를 오랫동안 봐온 감독님은 제 본모습을 아니까 그 모습 그대로 연기하길 바라셨어요. 왜냐하면 우리 드라마가 복수극이긴 하지만 경쾌하게 푸는 것이 목표였거든요.”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와 그리는 분위기는 명확했지만 그럼에도 송승헌은 걱정하는 마음이 앞섰다. 평소 모습 그대로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연기를 하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 혹여 시청자들에게 장난치는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됐단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시청자들은 “송승헌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고 평가했다.

“인상 쓰고 힘을 줘서 말해야 하는 장면 같은데 가볍고 편하게 연기하니 무언가 빼먹은 느낌이었어요. 극 중에서 기자를 사칭하는 장면이 있는데 가발을 착용하자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하지 않겠다고 거절했는데, 주변사람들의 권유 끝에 도전했죠.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좋더군요. 멋진 캐릭터만 하던 어렸을 땐 연기 평가가 혹독했는데,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니 오히려 좋아하시는 것 같았죠. 시청자의 반응이 제 생각과 달라 의외였지만 반응이 좋으니 괜찮았어요.”

송승헌은 종전과 다른 스타일의 연기를 하는 것이 “불안했다”고 말했지만 이 작품을 통해 장르물에 매력을 느꼈다. 앞으로 로맨스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란다.

“‘송승헌한테 저런 면이 있었어?’라는 말을 들으니까 힘이 났어요. 장르물의 매력을 알게 된 거죠. 멜로 없이 한 사건을 좇으면서 결론에 도달하는 장르물의 특색이 좋았어요. 케이블에서 방영되는 작품이다 보니 공중파보다 표현 방식이 자유로운 것도 재미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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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지 않은 채로 하는 배우 생활은 제게 지옥 같은 시간이었어요. 오죽하면 사람들이 저를 왜 좋아하는지 의문을 가졌었죠. 하지만 이젠 달라졌어요. 배우로서 어떤 자세로 연기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연기하는 게 지옥이었어요

지난 1995년 즉석 카메라로 찍은 사진으로 의류 회사 모델 모집 광고에 응모해 연예계에 발을 들인 송승헌은 이듬해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통해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송승헌’ 역을 맡아 이의정과 커플로 활약하며 일약 스타가 됐고, <그대 그리고 나>(1997), <해피투게더>(1999), <가을동화>(2000), <여름향기>(2003), <에덴의 동쪽>(2008), <마이 프린세스>(2011), <닥터진>(2012), <사임당, 빛의 일기>(2017)까지 쉬지 않고 활동을 이어왔다. 배우 중 그처럼 쉬지 않고 활동하는 이가 드물 정도. 그러나 정작 송승헌은 얼마 전까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고민을 했단다.

“어느 날 갑자기 데뷔하고, 매니저가 생기고, 연기를 하고 있었어요. 어리둥절한 채로 20대가 지나고 30대가 됐는데도 여전히 연기를 하는 게 맞나 싶었죠. 준비되지 않은 채로 연기를 시작했으니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밤을 새우며 하는 촬영이 힘들었어요. 가끔 채널을 돌리다가 <가을동화>가 방영되면 보지 못해요. 20대의 제 모습이 풋풋하지만 욕먹을 만한 연기를 했더군요. 되돌아보면 당시 전 웃질 못했어요. 방송이 펑크나면 안 되니까 힘들어도 참고 연기했죠. 제게는 지옥 같은 시간이었어요. 오죽하면 사람들이 절 왜 좋아하는지 의문을 가졌어요. 마치 영화 <트루먼 쇼>처럼 ‘사람들이 나에게 장난을 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죠.”

갑자기 배우가 된 송승헌은 연기가 어려웠다. 데뷔작인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의 첫 촬영 땐 대사 한마디를 하며 NG를 100번 내기도 했다. 그런 그를 두고 배우를 교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었단다.

“스튜디오 촬영 스케줄이 있으면 ‘방송국에 불이라도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괴로웠어요. 당시 제 연기가 부족하니까 배우 교체설까지 나왔는데 동엽이 형이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자고 했대요. 그리고 제게 술을 사주시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셨어요. 처음 연기했을 때 NG를 내서 혼났던 이야기를 하며 절 응원해주셨죠. 동엽이 형이 없었다면 배우 송승헌도 없었을 거예요.”

그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팬레터 한 통을 받고부터다. 대다수의 팬레터엔 ‘좋아한다’ ‘멋있다’ ‘사랑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는데 그 팬레터에는 송승헌의 가슴을 울리는 한마디가 더 있었단다.

“팬레터 마지막 줄에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당신 때문에 감동을 받고 행복한 사람이 있습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돈을 버는 일로만 생각하고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감동을 준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그때부터 진지한 자세로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로서 어떤 자세를 갖고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 후 그에게 찾아온 영화가 <인간중독>(2014)이다. 늘 정의로운 캐릭터만 연기해온 그가 부하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는 캐릭터에 도전한 것. 그동안의 행보를 고려했을 때 파격적인 시도였다.

“어릴 땐 멋지고 정의로운 캐릭터가 아니면 연기하지 않았어요. 캐릭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마침 대본을 받았어요. 천천히 읽는데 불륜을 저지르는 주인공의 감정에 마음이 아프더군요. 노출이 있음에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출연했는데 그때부터 연기가 재미있어졌어요. 저를 옭아매던 기준을 느슨하게 푸니까 한결 편해지더군요. 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졌죠. 액션이나 B급 코미디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최근 <미션 임파서블>을 보고 톰 크루즈처럼 나이 들어도 멋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보다 열다섯 살이나 많은 배우가 어색함 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었어요.”
 

비혼주의 아니지만 결혼이 두렵기도

인터뷰에서 또 다른 화두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였다. 드라마 <플레이어>에서 해커 ‘임병민’ 역을 맡은 이시언의 일상을 담으려는 <나 혼자 산다>에 송승헌이 잠시 등장했기 때문. 그는 당시 이시언과 편하게 장난을 치며 동네 형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나 혼자 산다> 중 시언이의 스케치 장면에 잠깐 출연했는데 그 파급력에 놀랐어요. 방송 후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고 만나는 사람마다 <나 혼자 산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출연 제의를 받고 고민해봤는데 아무래도 예능 출연은 부담스러워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면 웃겨야 한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저와 친한 소지섭이 tvN 예능 <숲속의 작은 집>에 출연한 것을 봤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먹기만 하더라고요.(웃음) 저 역시 똑같을 것 같아 예능에 출연하는 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요즘 예능보다는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 봐요. 북핵과 남북 문제 같은 세상의 이슈에 관심이 생겨 <썰전> <외부자들> 등을 보게 되더라고요.”

송승헌에 대한 시청자들의 또 다른 관심사 중 하나는 박나래와의 만남 여부. <나 혼자 산다>에 출연 당시 송승헌이 박나래에게 관심을 보였기 때문. “박나래와 만났느냐”는 질문을 들은 그는 웃으며 모두 그 만남이 성사됐는지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만나는 분마다 ‘박나래 씨하고 언제 만나요?’라고 묻더군요(웃음). 그런데 아직까지 못 만났어요. 전에 팀 회식을 한다고 ‘나래바’에 오라고 시언이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 못 갔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가보려고요. 주량이 얼마나 되냐고요? 술을 잘 마시진 못하는데 술자리를 좋아해요.”

이윽고 송승헌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1976년생으로 결혼 적령기인 그가 어떤 여자와 가정을 꾸릴지도 큰 관심거리이기 때문. 그에게 이상형을 묻자, 그는 오히려 “이상형과 결혼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더니 여태까지 이상형과 결혼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며 나이 들수록 외모보다 다른 것을 고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어렸을 땐 외모를 중요하게 여겼는데 이젠 현명한 사람이 좋아요. 감정적이고 현실 파악이 느린 제게 조언을 해주고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주관이 뚜렷하고 직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한편으론 두렵기도 해요. 오랫동안 혼자 살아 혼자만의 시간이 익숙한데 갑자기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면 불편할 것 같거든요. 하지만 비혼주의자는 아니에요. 언젠가 좋은 인연을 만나면 결혼할 거예요. 친구들이 아이를 데리고 모임에 나오는 것을 보면 부럽거든요.”

그는 인간 송승헌으로서 40대에 이루고 싶은 것은 “결혼!”이라고 답했다. 더 늦기 전에 가정을 이루고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아이를 낳고 싶다고. 그러면서 배우 송승헌으로서 열심히 연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작품이 성공하지는 못해도 배우에게 남는 것은 작품뿐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사랑도, 일도 모두 놓치지 않겠다는 송승헌의 제2막은 지금부터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더좋은이엔티 제공
2018년 12월호

2018년 12월호

에디터
김지은
사진
더좋은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