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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엄마가 된 이후

On December 01, 2017 0

배우라는 무게를 벗고 엄마라는 새 옷을 입은 김정화가 말하는 ‘엄마’에 대하여.

 

골드 시퀸 브이넥 이브닝 드레스 에스카다, 로즈골드 큐빅 윙 드롭 이어링 스톤헨지,
로즈골드 웨이브 링·화이트 큐빅 링·블루 큐빅 링·에이치 링 모두 스톤헨지, 엔티크 소재 메탈 하이힐 펌프스 알도.

 

아직까지도 15년 전 MBC 시트콤 <논스톱> 속 톡톡 튀는 캐릭터로 기억되곤 하는 김정화는 이후에 출연한 작품이 흥행하지 못했어도 상관없었다. 그녀는 작품과 인기에 집착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양한 봉사 활동과 교회 활동으로 영역을 넓혔고, 그렇게 배우와 여자의 삶에 균형을 맞춰왔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일 년 후인 2013년 8월 CCM 작곡가 겸 전도사 유은성과 결혼했다.

결혼 후 지난 4년 동안 육아에 집중해온 김정화를 오랜만에 만났다. 카메라 속 그녀는 따뜻해 보였다. 몸짓에선 여유가 느껴졌고 표정에선 밝은 기운이 전해졌다. 이유가 있었다. '사랑'이었다. 아낌없이 주고 충만하게 받는 것. 김정화는 지난 4년간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누구보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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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_화이트 케이블 스웨터 이로. 우_블루 아이리스 캐시미어 케이블 터틀넥 에스카다.

 

두 아들을 출산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미모예요. 솔직히 조금 놀랐어요.
언제 복귀할지 모르니 조금이라도 살이 찌면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빼곤 했죠. 많이 걸었고 요가도 하루에 두 번씩 한 노력 덕분인지 출산 후 10kg이 빠졌어요. 모유 수유를 하면서 임신 중 찐 살은 거의 다 뺐는데,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몸매는 아니에요.


엄마가 됐다는 건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의미겠죠?
심리적인 부분, 정서적인 부분도 예전과 달라졌어요. 대담해지고 용감해졌죠. 아들의 애교 한 번, 미소 한 번에 없던 힘이 절로 생긴다니까요. 예전엔 삶의 목표가 불분명했다면 지금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관념이 분명해졌어요. 아이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가정을 아름답게 꾸리기 위해서라도 제가 더 열심히, 성실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이제야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아요.


육아가 결코 만만하지 않았을 텐데요.
결혼 전과 후의 삶이 완전히 다른 것처럼, 출산 전과 후의 삶의 패턴도 완전히 바뀌었죠. 아이를 낳은 것도, 엄마가 된 것도, 모든 게 처음이니까 당연히 힘들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운 적이 한두 번 아니죠. 무엇보다 내 아이이긴 하지만 아이도 한 인격체다 보니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더군요. 새벽이면 울고, 배고프면 더 우는데 미치겠더라고요. 남편도 저도 예민해져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죠.


육아 때문에 남편과 갈등도 있었나요?
체력적으로 힘드니까 서로 예민해진 적도 있지만 남편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어요. 새벽엔 제가, 오전엔 남편이 아이를 보는 식으로 번갈아가면서 돌봤죠. 무엇보다 남편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나는 이렇게 키우고 싶어" "나 어제 이것 때문에 힘들었어" 하는 식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육아에 대한 타협점을 찾게 되거든요.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존중해주니까 결국 싸울 일이 없더라고요. 남편이 아이를 너무 예뻐해요. 힘들어 까칠해져 있다가도 자기 전에 나란히 누워 아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웃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풀리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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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_옐로 플라워 시폰 드레스 순수, 아이보리 퍼 넥워머 세컨플로어, 화이트 페로 스티치 플랫폼 스니커즈 페이유에.
우_블랙 슬리브 울 터틀넥 렉토, 블랙 와이드 팬츠 로우 클래식, 화이트 페로 스티치 플랫폼 스니커즈 페이유에.

 

김정화의 목소리는 밝았다. 남편에 대해 말할 땐 큰 목소리가 더 커졌다. 아들 이야기에 환하게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한 남자의 아내로, 두 아들의 엄마로 사는 삶의 무게를 오롯이 인정하고 나니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삶이 펼쳐지더라는 그녀의 말이 뇌리에 꽂혔다. 몸도, 마음도, 감정도, 모두 전과는 달라졌다고 한다. 그녀는 엄마가 된 걸 아주 기쁘게, 그리고 아주 흔쾌히 받아들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엄마'가 됐다는 걸 실감하나요?
아이 때문에 내 걸 포기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질 때 '내가 정말 엄마가 됐구나'라고 느껴요. 처음엔 물론 '내가 이런 거까지 포기해야 해?' '이 시간에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욕심보다는 아이를 먼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최근에 삼척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는데, 큰아들이 바다의 파도를 보고 "엄마, 바다에 하늘이 있어요"라고 하는 거예요. 하얗게 이는 거품 같은 파도가 구름처럼 보였나 봐요.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럽던지…. 아이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느껴질 때 뭉클하고 감격스러워서 '엄마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하죠.


활동을 자제하고 가정과 육아에 집중한 것은 정화 씨만의 고집 때문인가요?
내 아이는 내 손으로 직접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커리어를 위해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긴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죠. 시어머니께서 두 달 동안 산후조리를 해주셨는데, 아이 목욕을 제가 못 시키게 하는 게 괜히 서운하더라고요. 어머니는 저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 배려하신 건데 말예요. 왜 그렇게 다 직접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어요. 아이에 대한 소유욕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렇다 보니 활동이 뜸해졌고 연달아 둘째 아이가 생기면서 공백기가 길어졌네요.


배우에게 공백기는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큰아들을 키울 땐 아쉽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주변에선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료 여배우들을 보면 질투 나거나 부럽지 않느냐?"고 묻는데도 저는 "난 지금이 좋아"라고 말했죠. 아이를 키우는 게 신기했고, 아이의 성장이 신비로웠어요. 그 안에서 얻는 기쁨이 더 컸기에 만족하며 살았죠. 그런데 둘째 아들을 낳은 뒤 조금 조바심이 생기더라고요. '더 나이 먹기 전에 뭔가를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둘째 아들이 돌이 되기 전에 활동을 시작했어요. CBS <새롭게 하소서>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는데, 일을 하면서 육아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고, 일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는 아이의 미소 한 방에 사라지곤 했죠. 여러모로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 같아 좋아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어요?
우리 엄마 같은 엄마요. 우리 엄마는 되게 엄했어요. 친구들과 싸우고 돌아오면 "그 집에 가서 사과하고 오라"는 식이었죠. 한 번도 제 편을 들어주지 않아 미운 적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게 엄마가 저를 사랑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내 딸이 어디 가서 미움받지 않기를 바라는, 예의 바르고 밝은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었던 거죠. 덕분에 제가 탈선하지 않고 바르게 자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아들에게 저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어요. 끝없는 사랑을 주되 적절히 훈육해서 반듯한 청년으로 자랄 수 있게 인도해주는 엄마요.


왠지 두 아들은 구김살 없이 애교 많은 아이일 것 같아요.
맞아요. 구김살 없이 밝고 친구와 싸우더라도 먼저 가서 사과할 줄 아는 아이예요. 얼마 전에는 미국 여행을 다녀왔는데, 낯선 환경에서도 외국인들에게 먼저 가서 "하이~" 하고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빵 터졌어요.


사랑둥이 아들로 키울 수 있는 비결이 뭘까요?
기도하는 습관인 것 같아요. 자기 전에 항상 두 아들과 함께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기도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거든요. 얼마 전엔 "하나님, 오늘은 아빠가 저를 천천히 데리러 왔습니다. 그래서 속상했습니다. 내일은 빨리 데리러 올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는데 짠하면서도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요. 이대로만 자라주었으면 좋겠어요.


두 아들이 정화 씨의 어떤 모습을 닮았으면 좋겠어요?
첫째는 아빠와 판박이예요. 둘째는 저를 닮았고요. 그런데 저는 두 아들 모두 남편을 닮았으면 좋겠어요. 소심한 저와는 달리 남편은 화끈하고 진취적이거든요. 교회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사교성도 좋고 자신감도 있어요. 연애할 때도 저한테 없는 모습이 많아서 좋았거든요. 아들이 부디 소심한 저의 모습은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기도해요.


 

레드 웨이스트 리본 디테일 이브닝 드레스 에스카다, 화이트 페로 스티치 플랫폼 스니커즈 페이유에.

 

김정화는 여느 여배우들과는 조금 달랐다. 쭈뼛쭈뼛한다거나, 새초롬한 눈길을 준다거나 하는 까칠함은 없었다. 처음 만나는 스태프에게도 먼저 인사를 건넸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리고 스태프와 매니저를 동료쯤으로 여기지 않고 가족처럼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말과 행동에서 진심이 느껴진 건 그녀가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방증하는 게 아닐까. 무엇보다 호탕한 웃음 소리에서 '소심했다'던 과거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소심한 성격이라곤 믿을 수 없는 밝은 모습인데요?
남편과 연애하면서, 결혼 후 아이를 낳으면서 성격도 바뀌었어요. 예전엔 말이 거의 없었죠. 친한 사람도 몇 없었고요. 사람이 많은 자리는 불편했어요. 기자들도 인터뷰하기 어려운 배우로 저를 꼽았을 정도니까요. 그런 제가 연기를 했다고 생각해보세요. 가면 우울증 같은 게 있었어요. 겉으론 밝고 활기찬데 뒤돌아서서 혼자 있을 땐 한없이 우울해지곤 했죠.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노력해 성격이 바뀐 부분도 있지만 남편을 만나면서 좋아진 것 같아요.


그럼 정화 씨는 남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아내인가요?
저는 생각이 많은 편이에요. 무언가 하나를 하더라도 "괜찮을까?" "고민해보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신중하죠. 거침없는 성격의 남편도 저를 만나서 조금 바뀐 것 같아요. 서로서로 중화됐다고 해야 할까요? 예전과 달리 신중해지는 남편을 볼 때마다 우리가 좋은 시너지를 내는 부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남편에게 첫눈에 반했나요?
아뇨.(웃음) 기아대책 홍보대사로 일하던 중 책을 한 권 출간했는데 그 안에 음악을 실으려고 하다 보니까 작곡가가 필요했어요. 지인들에게 CCM 가수로 활동하는 남편을 추천 받았어요. 첫인상은 제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죠. 외모도 제 스타일이 아니었고요. 그런데 알면 알수록 좋은 사람이더라고요. 재미있는데 그 안에 어른스러움이 느껴졌죠. 무엇보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제 곁을 지켜주었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의지하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연애를 시작한 지 일 년 만에 결혼했어요.


정화 씨가 꿈꾸는 가정은 어떤 모습인가요?
소통이 잘되는 집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보통 가정의 아빠들은 일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아내, 자식과 대화가 거의 없잖아요. 아빠가 대화하려고 노력한다면 그 가정은 화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한 끼는 같이 밥을 먹으려고 해요. 그게 저녁 식사면 더 좋고요. 다행인 건 남편이 잘해주고 있어요. 저는 아빠와 아들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잘해내려고 노력하고요. 제가 꿈꾸는 가정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해요.


이젠 아내, 엄마가 아닌 여배우로 돌아와야죠.
남편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그동안 내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라고 느껴요. 세상엔 제가 모르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모든 사람에게 배울 점이 있는데 말예요. 사람들의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이 연기에도 녹아들었으면 해요. 한편으론 연기가 더 어려워지기도 했어요. 저는 진실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볼 때 그 진심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잖아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지난 4년은 저를 돌아보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그동안 배운 것을 토대로 진짜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더 많이, 자주 활동할 테니 지켜봐주세요.


이제는 여배우스러운 모습으로 대중과 만나겠다는 그녀. 욕심부리지 않아도 괜찮다. 이미 그녀는 세상을 다 가진 '엄마'니까.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배우라는 무게를 벗고 엄마라는 새 옷을 입은 김정화가 말하는 ‘엄마’에 대하여.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인터뷰
이예지
사진
목나정
헤어
율하(제니하우스 청담힐)
메이크업
정혜선(제니하우스 청담힐)
스타일리스트
박송미, 박다은

2017년 12월호

이달의 목차
에디터
하은정
인터뷰
이예지
사진
목나정
헤어
율하(제니하우스 청담힐)
메이크업
정혜선(제니하우스 청담힐)
스타일리스트
박송미, 박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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