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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가 사는법

On August 04, 2017 0

오랜 공백에도 그녀의 파워는 여전했다. 역시, 이효리였다.


"정상에서 사라지는 건 쉬워요. 그런데 멋있게 잊히는 건 어려워요."
지난 2013년 가수 이상순과 웨딩마치를 울린 뒤 방송계를 떠난 이효리. 4년 만에 본업인 가수의 모습으로 6집 앨범 <블랙>을 들고 돌아왔다. 천천히 내려갈 때가 된 것 같다는 그녀는 솔직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밝혔다.

"언제나 멋있고 싶어요. '텐미닛' 때도, '유고걸' 때도, '치티치티 뱅뱅' 때도 그게 멋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음악과 퍼포먼스, 패션을 택했어요. 지금은 이게 멋있다고 생각하니까 하는 거예요."

이효리는 무언가 만들고 싶은 마음과 대중 앞에서 노래하고 싶은 욕망, 후배와 경쟁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컴백을 결심했다. 4년 만에 음반을 내다 보니 긴장되고 대중의 평가가 두려웠을 법도 하다.

"두렵다기보다는 설레고 재미있어요. 예전에는 '잘될까 안 될까?'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까?' '이 노래를 좋아할까?' 이런 걸 고민했다면 지금은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걸 잘 표현하려고 고민해요. 사람들이 좋다고 공감하길 바라는 것보다, 내 것을 발산하고 싶은 욕구가 커졌죠."

그녀는 욕구에 따라 6집에 수록된 10곡 중 9곡의 작사를, 8곡의 작곡을 했다. 지난 6월 선공개된 '서울'은 그동안 보여준 이효리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곡이었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넘어 우울하기까지 했다.

"제가 2살 때부터 30년 이상 서울에서 살았어요. 곡을 만들 당시 서울이 어두웠어요. 광화문에서 촛불 시위를 하던 때였거든요. 서울이 화려하고 예쁠 땐 몰랐는데, 요동치는 모습을 보니 제 고향이 아련하고 안쓰럽더라요. 제주로 떠나기 전엔 서울이 미웠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서울이 나쁜 게 아니라 서울에 살 때 제가 어둡고 답답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괜히 서울을 미워했다. 서울도 참 좋은 곳인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노래를 썼어요."

이효리는 그녀의 아련함을 제주와 서울을 교차해 보여주는 뮤직비디오로 부연 설명했다. 서울이 미웠지만 서울을 나쁘게 그리지 않는 데 중점을 뒀다.

"서울을 촬영할 때 미세먼지가 굉장히 심했어요. 그래서 아쉬워요. 의도는 그게 아니었거든요. 반면 제주를 촬영할 때는 날씨가 굉장히 좋았어요. 금악오름이란 곳에서 촬영했는데 조그맣게 물이 고인 오름이에요. 날마다 연못의 모습이 다른데, 저 때는 마침 물이 많이 고여 있었어요. 운이 좋았죠."

타이틀곡 '블랙' 역시 같은 분위기를 이어간다. 다만 이효리 자신에게 더 집중했다. 그동안 정열적인 레드나 상큼한 오렌지 등 갖가지 컬러로 자신을 표현했던 것을 떠올려 변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컬러를 고심했다. 그 결과 그녀를 있는 그대로 용기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컬러는 '블랙'이라는 답을 얻었다.

"저를 설명하는 수식어를 보면 컬러가 많아요. '그 컬러를 다 걷어냈을 때 나는 어떨까, 그래도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줄까'라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사람들이 저의 한 면만 보는 게 슬펐어요. 항상 밝게 웃는 이효리만 있진 않거든요. 제 안엔 어두운 면과 슬픈 마음도 있어요. 그래서 모든 걸 내던져보자고 생각하고 음악에 녹여냈죠."

이효리가 자신의 어둡고 슬픈 면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지난 2013년 발매한 5집 앨범 <모노크롬>에서 시작됐다. 경쾌하고 신나는 리듬에 현란한 춤을 추던 그녀가 느린 템포와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겉모습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한탄하는 가사를 담은 '미스코리아'로 활동한 것. 당시 '미스코리아'의 직설적인 가사가 화제가 됐고,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했다. 이때 이효리는 '텐미닛'만큼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을 했단다. 그리고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더 솔직하게 전달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수는 두 부류인 것 같아요. 엄청난 기술로 남의 곡을 멋있게 감동적으로 표현하는 가수와 자기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할 수 있는 곡을 쓰는 가수요. 저는 엄청난 기술을 가진 게 아니라서 다른 사람의 곡을 부를 때 역량이 부족하단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내가 잘하는 게 뭘까'라는 고민을 했죠.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게 자신 있더라고요. 말로 하는 것도 글로 적는 것도요. 그래서 말로 떠들기만 하지 말고 노래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 노래를 만들었어요."

이효리는 '말'로 직접적으로 전하는 것보다 눈으로 보여주고, 음악으로 들려주면서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의 힘을 느꼈다. 인터뷰를 하고, SNS에 글을 올려봤지만 말로 전달했을 때 와 닿는 게 적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뭘 하려고 사람들을 바꾸는 것보다 내가 스스로 무언가 하는 걸 보여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의 강요가 아니라 '이효리가 하는 거 보니까 괜찮겠다'라면서 자연스럽게 따라 하실 수도 있잖아요. JTBC <효리네 민박>을 시작한 이유도 같아요. '바쁘게 살지 마세요' '가족과 행복을 소중하게 생각하세요' '유기견을 입양하세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제가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니까 자연스레 공감하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효리는 가사를 썼고, 가사 전달에 대해 고심을 많이 했다. 누구를 비난하거나 깎아내리는 걸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누가 들어도 위로받을 수 있는 곡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려고 집중했다. 그녀가 쓴 가사를 살펴보면 그런 의도가 더 분명히 드러난다.

이효리는 "너에게 하고픈 말/걱정하지 말라는 말/슬퍼하지 말라는 말/잘 해낼 수 있다는 말/예쁘단 말"(<예쁘다> 중)로 치열하게 살았던 20대의 이효리를, "영원한 그댄 다이아몬드/지나온 서러웠던 나날들/눈물로 모두 씻어 보내고/꽃 같던 그때 얼굴 그대로/웃으며 떠나가시오"(<다이아몬드> 중)라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한다. 또한 '견디기 힘든 하루/살아야만 하는 저 어린 소녀들/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하늘만 보네/비야 내려 비야 내려/먼지 날리는 이 땅을 적셔주렴"(<비야 내려> 중)이라고 메마른 세상이 촉촉해지길 기원한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상하지 않는 식빵과 주름살 하나 없는 잡지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다고 느꼈어요. 나이가 드니까요. 마치 영원한 게 있는 것처럼 살았던 게 아이러니했어요. 다 변하고 늙고 죽고, 지금 괴로움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잖아요. 제 인기와 영광도 영원하지 않다는 걸 많이 생각했어요. 제가 TV에 몇 년을 안 나오니까 동네 초등학생들이 저를 몰라요. 그런데 아이유가 오니까 난리가 난 거예요. 제가 연예인이었다고 해도 안 믿어요. '요가 선생님이죠'라면서요. 눈에 안 보이면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면서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걸 세련되게 말하고 싶었어요."



"이 사람, 저 사람 다 만나보고 깨달은 진리가 있어요. '그놈이 그놈이다'예요. 
이걸 알면 결혼해서도 잘 살아요. 결혼을 해도 다른 사람에 대한 환상이 없거든요." 


'국민 섹시퀸' 이효리를 이토록 변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그녀는 가수 이효리와 예능 속 이효리, 소길댁 이효리 모두 자신의 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감춰졌던 부분을 드러낸 촉매제가 있었을 터. 이효리는 제주도와 요가, 남편 이상순을 꼽으며 모든 게 조화돼 자연스럽게 자신을 이끌었다고 했지만 그 무엇보다 이상순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제 앨범을 두고 '남편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음악적으로는 별개예요. 오빠는 오빠가 좋아하는 장르가 있고, 저는 제가 좋아하는 장르가 있어요. 오빠는 데모를 만들 때 기타를 쳐주는 게 전부예요. 오히려 '네 거니까 알아서 해'라고 말해요."

'너는 너 나는 나'라고 말하지만 이효리는 이상순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여태까지 만났던 남자친구들을 모두 사랑했지만 이상순처럼 이렇게 사랑해본 적이 없단다. 그녀는 이상순을 '좋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점을 하나만 꼽기 어렵다며 무한한 사랑을 드러냈다.

"일단 감정 기복이 별로 없어요. 저는 감정 기복이 심해요. 그래서 연예계에서 인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민감해서 유행에도 예민했던 거예요. 오빠는 딱 중간이에요. 제가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만나고, 내려갔다 올라오면서 만나는 거죠. 그래서인지 '이 사람은 항상 여기에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화를 낼 때도 있긴 해요. 운전할 때랑 누가 저를 괴롭힐 때요. 가족을 지켜야 된다는 본능을 갖고 있어요. 제가 옆에 타고 있으면 누가 운전을 조금만 험하게 해도 엄청 화를 내요. 밥을 먹는데 누가 사진을 찍으면 '밥 먹고 있는데 왜 사진을 찍고 그러세요'라고 해요. 원래 화가 없는 사람이에요. 보니까 부모님이 사이가 좋으세요. 오빠는 부모님이 싸우시는 걸 한 번도 못 봤대요. 기본적으로 화가 마음속으로 들어오지 않은 사람이죠. 저는 화가 많으니까 이게 중화돼요."

술 마시는 스타일도 정반대다. 이효리는 취하려고 술을 마시지만 이상순은 술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효리는 이상순에게 "술을 조절할 줄 알 때 만나 다행"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단다.

"저는 술을 취하려고 마시다 보니 되게 오래 마셔요. 그런데 오빠는 한 잔, 두 잔 마시는 스타일이에요. 오빠는 조용히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하는 반면 저는 술자리를 좋아해요. 마시면서 노는 거요. 노래방까지 가야 술자리가 끝나죠. 제주도에선 노래방 가려면 차로 한 시간을 가야 돼서 노래방 앱을 깔았어요. 밤에 한 잔씩 마시면 저는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불러요. 그럼 오빠는 너무 듣기 싫대요. 제가 그러면 오빠는 다른 데 가서 술을 마시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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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는 이상순의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을 매력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항상 열정적으로 끝장을 보는 이효리에게 이상순은 "효리야, 뭐 하려고 그러니. 편하게 살아. 내려놔"라고 이야기한다고. 이상순의 그런 모습이 그녀를 지금처럼 부드럽고 편안해 보이게 만들었을 것이고, 이효리의 열정적인 모습이 그를 더 밝고 활동적인 사람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덕분에 두 사람은 지금 가장 핫한 '국민 부부'로 거듭났다. 하지만 이효리는 누구든 자신들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상대방을 나무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저희 모습을 보면서 '너무 부럽다. 저 부부는 어떻게 서로 저렇게 잘하냐'라고 하세요. 그런데 돈을 안 벌고 내려놓고 살면 그렇게 돼요.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 와서 피곤한데 서로 말이 예쁘게 나갈 리 없잖아요. 저는 젊었을 때 힘들게 살아서 지금 여유롭게 살 수 있어요. 그냥 있는 돈을 아껴 쓰며 살자고 생각하거든요. '왜 나한테 저렇게 안 해줘, 왜 안 도와줘'라고 다그치지 마시고 남편이나 아내가 하루 종일 나가서 일했다는 사실을 꼭 생각하시길 바라요. 제가 이 사람, 저 사람 다 만나보고 깨달은 진리가 있어요. '그놈이 그놈이다'예요.(웃음) 마찬가지로 '그 여자가 그 여자'예요. 이걸 알면 결혼해서도 잘 살아요. 결혼을 해도 다른 사람에 대한 환상이 없거든요. 그걸 모르고 새로운 사람에게 뭘 기대하면 안 돼요."

이효리 역시 결혼 전에 불안함이 있었다.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바람을 피울까 봐 몹시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늘 걱정이었어요. 남편 말고 제가 바람을 피울까 봐요. 아직도 그 생각은 유효해요. 저만 그래요? 왜냐하면 결혼 전에 2년 주기로 남자친구가 바뀌었거든요. 친구도 별로 없고 어려서부터 일을 해서 아무것도 몰랐어요. 유일하게 절 이해해주는 사람이 남자친구였던 거죠. 그래서 남자친구가 없는 시간이 너무 힘들고 외로웠어요. 이별을 했으면 아픔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참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바로 만났어요. 지나고 보니까 '정말 잘못했구나' 싶더라고요. 제가 요가를 하고 나서 꿈을 꾸면 만났던 친구들이 순차적으로 나와요. 요가에서 과거는 몸이 기억해 하나씩 풀려 나와 사라진다는데, 스스로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지 꿈속에 그 친구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고 가더라고요. 아직 몇 명 남았어요.(웃음)"

그녀는 가수 이효리, 예능 프로그램의 이효리, 소길댁 이효리 모두 그녀 자신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때에도 숨김없이 솔직한 그녀를 보고나니 '역시 이효리!'라고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오랫동안 '가수 이효리'로 남아 대한민국 여성들의 워너비로 머물러주길 기도한다.

오랜 공백에도 그녀의 파워는 여전했다. 역시, 이효리였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객원 에디터
김지은
사진
키위미디어 그룹 제공

2017년 08월호

이달의 목차
에디터
하은정
객원 에디터
김지은
사진
키위미디어 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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