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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PARIS

한여름의 설산

한여름에도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사부아 몽블랑’으로 떠났다.

On June 2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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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설 위에서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제1회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 ‘샤모니(Chamonix)’가 있고, 스키 브랜드들의 본사가 밀집해 있으며, 매혹적인 설산과 광활한 자연이 펼쳐진 곳. 오늘은 프랑스 사부아 몽블랑에 관해 얘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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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_샤모니 시내의 모습. 우_빙하 얼음 동굴. 
 

 

필자가 초여름이 다 되어 사부아 지방 여행을 계획한 것은 적막한 곳에서의 휴식을 원하기도 했지만, 알프스 산맥을 중심으로 발전한 이 지방 고유의 스포츠와 문화, 산업 등을 접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샤모니, 몽블랑이라 하면 당연히 1924년 최초의 동계 올림픽이 생각나겠지만 트레킹을 하기에는 여름이 제격이다. 그래서인지 샤모니에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시기는 7월과 8월이다. 불어로 고산지 등반을 뜻하는 말인 ‘알피니즘(alpinisme)’도 알프스(Alps)의 이름에서 유래했고 샤모니는 ‘알피니즘의 세계적 수도’라고 불린다.

좁다란 산길을 돌고 돌아 찾은 고즈넉한 산장이 바로 옛 파리지앵이자 산업 디자이너였던 로맹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파리를 떠나 정착한 곳이다. 로맹은 이곳에 정착한 이후 정식 등반 가이드가 되었다. 로맹을 보면 1930년에 샤모니에서 ‘외지인’으로서 최초로 등반 가이드가 되어 그 경험을 소설로 쓴 프랑스 작가 로제 프리종 로슈(Roger Frison Roche)의 21세기판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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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_그림 같은 안시 호수. 우_레귀 뒤 미디 정상에서.
 

 

‘등반 가이드’라는 독특한 직업은 18세기에 몽블랑 등정이 세기의 관심사가 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산을 타며 가축을 돌보고 벼랑 끝에 매달려 원석을 캐던 사람들이 순전히 ‘산에 올라가 보고 싶어서’ 찾아온 과학자들과 모험가들을 도와 길을 제시해준 것이 등반 가이드라는 직업의 시작이다. 오늘날 프랑스에서는 1천8백여 명이 등반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설산을 걷는 법, 오르는 법 등을 교육하고 등반에 동행하며 때로는 실종자 수색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중에는 여성 가이드도 25명이 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기상 관측 기술이 발전하고 등산 장비가 좋아져 몽블랑은 더 이상 금지된 악마의 봉우리는 아니다. 해발 4,810m인 몽블랑은 일반인도 설상 훈련을 거치면 등반 가이드를 따라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 하루 종일 고원을 걸어 오를 용기가 없다면 ‘레귀 뒤 미디(L'aiguille du midi)’라 불리는 해발 3,842m의 뾰족한 산봉우리까지 오르는 케이블카를 타면 된다. 필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에는 스키 장비를 메고 케이블카에 오르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렇듯 봄이나 여름에도 자연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산 말고도 곳곳에 숨어 있는 보물 같은 호수들, 고급스러운 산장, 몽클레어와 로시뇰 등 고급 스키복 브랜드가 있으며, 사부아 지방 특유의 먹거리가 있어 사부아 몽블랑은 매력적인 곳이다. 파리 어디서든 에펠 타워가 보이는 것처럼 이 지방에서는 어디서나 눈 덮인 설산이 사방에서 웅장하게 우리를 굽어보고 있다. 게다가 샤모니는 파리만큼이나 국제적인 도시다. 인접한 스위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근대 등반의 성지라 할 수 있는 몽블랑을 보러 많은 사람이 계속해서 왔다가 떠나가고 때로는 그곳에 남기도 한다. 전설적인 알피니스트인 영국의 조지 맬러리가 말했듯, “그냥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산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글쓴이 송민주

글쓴이 송민주


통·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2년 전부터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EHESS)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다. <Portraits de Seoul>의 저자이며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서로 다른 문화를 소개하는 일을 사랑한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송민주
2017년 06월호

2017년 06월호

에디터
하은정
송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