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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동 골목길 정경호

On April 24, 2017 0

늦은 오후 신사동 가로수길 골목, 급조된 세트, 툭 걸쳐 입은 카디건. 어느 것 하나 완벽하지 않은 자리에서도 정경호는 빛났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미씽나인>은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표류하면서 생기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담았다. 한때 잘나가던 아이돌 멤버였으나 생계형 연예인으로 전락한 ‘서준오’ 역할을 맡아 시청자와 만난 정경호는 까칠한 스타의 모습부터 생존을 위해 인간 본성을 드러낸 모습까지 다양한 감정을 표현했다. 극과 극을 오가는 설정에서도 그는 마치 널뛰듯 연기했다. 우스꽝스러운 분장도 마다하지 않았고 코믹한 설정도 제법 소화해냈다. 혹자는 정경호의 재발견이라고 평가했다. 

<미씽나인>에 애착이 많아 보여요.
현장 분위기나 배우들과의 호흡이 정말 좋았죠. (오)정세 형과의 호흡이 특히 좋았어요. 코믹한 요소가 대부분이었는데, 나중에는 너무 웃겨서 대사를 못 칠 정도였어요. 눈도 못 마주쳤고요. 오죽하면 감독님이 “그만해도 되겠다”며 말렸겠어요.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예요. 4개월 동안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촬영하면서 많이 친해졌거든요. 오늘 아침에도 단체 카톡방에 “잘 일어났느냐”며 안부를 물었죠.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한가 봐요.
캐스팅 제안을 받으면 가장 먼저 상대 배우가 누구인지 확인해요.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느낌이 좋으면 출연을 결정했죠. 다행인 건 지금까지 함께 작업한 모든 분들과 잘 맞았다는 거예요. 모든 작품이 다 기억에 남지만, 그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영화 <허브>예요. 강혜정 선배님, 배종옥 선배님과 함께 작업하면서 많은 걸 배웠죠.

<미씽나인>을 통해 얻은 것도 결국 사람인가요?
1백 명 정도 되는 스태프가 하나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전장에서 동료를 얻은 듯한 느낌이랄까요? 시청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순 없었지만 현장에서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시청자의 반응이나 평가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한물간 연예인 역할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그동안 연예인 역할을 많이 맡았네요?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는 철부지 스타였다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는 장애가 있는 연예인, <롤러코스터>에서는 안하무인 톱스타였고…, 이번에는 또 다른 아픔이 있는 스타였네요. 연예인이라는 설정은 같지만 모두 특징이 있는 캐릭터였어요. 직업이 연예인일 뿐이지 조금씩 다른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그 네 명의 연예인과 실제 정경호를 비교한다면 어떤가요?
명확하게 공통점은 없지만 어느 정도는 제 모습이 들어 있었죠.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점에선 <미씽나인>의 캐릭터가 가장 비슷하네요.(웃음)

쓸모없는 인간이라뇨. 겸손인가요? 
저는 부족한 사람이에요. 지금까지 한 번도 어떤 캐릭터에 빙의해 연기해본 적이 없죠. 제가 가진 것 중에 장점이 뭘까 고민하면서 연기해왔을 뿐이에요. 좋은 게 좋은 거고, 스트레스도 잘 안 받는 두루뭉술한 성격인데 확실하게 좋아하는 것 하나는 있어요. 바로 연기요.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만 해요.

연기가 왜 좋아요? 
제 방식대로 표현한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연기할 때, 카메라 앞에 있을 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할까요? 선배님들이나 다른 동료 배우들이 연기하는 걸 보면 ‘아, 저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싶고, ‘나라면 이렇게 연기했을 텐데’ 싶기도 해요. 이쪽에서 오래 일한 아버지는(정경호의 아버지는 <목욕탕집 남자들> <무자식 상팔자> 등을 연출한 정을영 PD다) 배우라는 길이 어렵다는 걸 아니까 반대도 하셨지만 지금은 아주 든든한 지원군이 됐어요.

배우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당연히 아버지겠죠?
제가 이 일을 사랑하고 연기에 집중할수록 아버지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 한번은 “아버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가 거절당했어요.(웃음) 배우로서의 바람은 아버지의 마지막 작품에는 출연해보고 싶다는 거예요. 근데 제가 아버지와 함께하는 첫 작품이 아버지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건 조금 슬프네요. 

 

배우는 타고나야 하나요? 노력만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나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는지, 노력으로 다듬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도 아직 제가 연기에 재능이 있는지,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거든요. 다만 노력이나 재능보단 자기만의 색깔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럼 배우가 가져야 할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해요?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착한 사람에게서 착한 연기가 나오고, 좋은 사람에게서 좋은 연기가 나오는 거거든요.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죠. 저요? 저는 아직 저를 몰라요. 그래서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는 중입니다.(웃음) 

 

그렇게 사랑하는 직업이지만 알려진 사람이라서, 유명인이라서, 배우라서 불편한 점도 분명히 있을 텐데요? 

없어요! 주변의 시선이나 관심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옆집 아저씨나 옆집 오빠 같은 편안함이 묻어나야 진정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물론 외출할 때 조금은 신경 쓰겠죠. 음주가무도 조심하고요. 그런데 그건 당연한 거예요.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건 의식하지 않아요.  



연예인이라는 자각이 별로 없어 보여요.
연예인이라고 해서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아요. 이제까지 배우로 살면서 남들의 관심과 시선이 크게 불편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주변에도 저와 비슷한 성향의 연예인 친구가 많고요.

수영 씨와의 연애에서도 그런가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제 성격 때문에 수영 씨한테 미안한 점이 많죠. 공개 연애도 저만 생각한 선택이었어요. 연애하는 게 잘못은 아니니까 떳떳하게 밝히자는 생각이었는데, 수영 씨에게는 여러 가지 불편함을 초래했죠. 미안했어요.

5년 차 연인이죠. 두 사람은 어떤 연인인가요?
드라마를 할 때뿐 아니라 늘 서로 응원해요. 이번에도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줬고요. 아직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초반에는 수영 씨가 저 때문에 화나는 일이 많았을 거예요. 제가 술도 좋아하고 친구도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서로 싫어하는 게 뭔지 알게 됐고, 저만 조심하면 앞으로도 싸움거리는 없을 거라 생각해요.(웃음)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민기원

2017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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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민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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