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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On February 10, 2017 0

포즈를 취하는 게 어렵다는 최민용을 카메라 앞에 세웠다. 쑥스럽다더니 척척 해낸다. 끼는 녹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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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방송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하<하이킥>)에서 까칠남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던 최민용은 지난 10년 동안 대중과 거리를 두었다. 예측할 수 없는 4차원 행보로 놀라게 하더니, 어느 때는 산속으로 들어가 장작을 패며 살았으며, 한때는 열쇠공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꿈꾸기도 했다. 단절된 생활 속에 점점 기억에서 잊혀가던 그가 다시 세상 안으로 들어왔다.

<복면가왕>에서 최민용이 “나 아직 살아 있어요”라고 말하듯 수줍게 웃어 보이며 가면을 벗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하이킥>에서 입었던 카디건을 착용하고 출연한 <라디오스타>는 10년 전 그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게 했고, <무한도전> 속 하하와의 티격태격 브로맨스는 미처 알지 못했던 최민용의 예능감을 확인케 했다.

<무한도전> 방송 다음 날 만난 최민용과의 대화는 희로애락을 넘나들었다. 재미있는 이야기에 빵빵 터지다가도 지난 시간 함께 아파하고 울어준 가족 이야기에 금세 눈물을 글썽거린다. 자기만의 감성이 짙은데, 자기주장도 확고해 할 말은 꼭 해야 하는 성격이다.


10년 만에 컴백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세상이 많이 변하기도 했고.
낚시하는 모습, 열쇠방에 있는 모습, 캠핑장에서의 모습 등이 사람들에게 찍히고, 그게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근황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더라고요. 다시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게 겁이 나 한참을 고민했죠. 그런데 저를 기다려주고 기억해주시는 분들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방송 출연을 결심했어요. 오늘 인터뷰 역시 팬분들에게 보답하는 의미예요. 10년 전에 <우먼센스>와 인터뷰도 했었고.

<복면가왕>에서 가면을 벗었을 때,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짜릿했어요.
사실 재작년부터 출연 제안이 있었어요. ‘노래하는 아티스트들이 서는 무대에 내가 감히?’라는 생각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라며 거절했죠. 컴백을 고민하던 작년 가을께 제작진이 “이제는 출연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다시 제안해주셨고, ‘할 거면 제대로 한번 해보자’ 싶어 곡 선정부터 무대 구성까지 직접 했어요. ‘못 알아보면 어쩌나’ ‘무대를 망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어요. 가면을 벗었을 때 소스라치게 놀라는 방청객을 보고 속으로 ‘방청객 알바가 일을 잘하는구나’ 싶었죠.(웃음) 저의 컴백이 이 정도로 화제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생각보다 노래를 잘하던데요?

노래를 직업으로 하는 가수분들께는 죄송해요. 어쭙잖은 배우가 노래하는 꼴이잖아요. 그래서 ‘노래를 잘하자’는 마음보다는 ‘큰 실수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무대에 올랐어요. 예전에는 차에 노래방 기계가 있을 정도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긴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연기할 때 감정을 잡기 위해 듣는 쪽으로 바뀌더라고요. 감정을 잡는 데 음악만큼 좋은 건 없거든요.

<무한도전> 출연 때문에 사전 답사까지 했다면서요? 덕분에 미션을 너무 빨리 수행해서 분량이 안 나왔다고요?

<논스톱>에서 만나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하하 씨한테서 어느 날 연락이 왔어요. <런닝맨>에 출연해달라는 거예요. 잘 못할 것 같아 거절했더니 이제는 <말하는대로>에 나와달래요. 어르신들의 삶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에 제가 나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나 싶어 또 거절했죠. 그랬더니 이번에는 <무한도전>에 나와달래요. 참 끈질긴 녀석이죠?(웃음)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어 출연하겠다고 했죠. 이왕 하는 거 잘하고 싶어 미션에 대해 사전 답사를 했어요. 그랬더니 너무 빨리 미션을 수행해버린 거예요. 방송 분량도 제대로 못 뽑았죠 뭐.

<복면가왕>부터 <라디오스타> <무한도전>까지 컴백 프로그램이 모두 예능 프로그램이네요?

제 주변 지인들은 ‘쟤 왜 저러나’ 싶을 거예요. 안 하던 짓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시청자분들도 놀라셨겠죠? 그래도 저를 찾아주는 곳에서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여전히 <하이킥>의 ‘까칠 민용’으로 기억되는 건 어떤가요?
싫지 않아요. 당연하다고 생각하죠. 까칠한 이미지를 깨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다만 2010년 영화 <창피해>에 출연했는데,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요. 그 영화에 출연할 때도 에피소드가 많았거든요.

어떤 에피소드요?
원래는 베드신이 있었어요. 작품에 꼭 필요한 장면이라면 찍었겠지만, 가십성 장면인 것 같아 감독님께 “베드신을 꼭 찍어야 한다면 출연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말했죠. 결국 제가 이겼어요.

매니저 없이 혼자 활동하는 모습에 놀랐어요. 오늘도 큰 가방 하나 메고 혼자 왔고요.
1995년, 그러니까 제가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는 매니지먼트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스케줄 봐주는 현장 매니저 한 명, 스타일리스트 한 명이 전부였죠. 양동근 씨와 옷가방 들고 다니면서 스케줄을 소화했던 기억이 나네요. 모든 걸 아날로그 방식으로 했었죠. 그러다가 만난 소속사와 분쟁이 있었고 그 후로는 매니지먼트를 구하는 게 심적으로 힘드네요.

많이 힘들었나 봐요.

한창<하이킥>에 출연할 때였어요. 당시 소속사한테 부당한 대우를 받았죠. 법적 분쟁에 휘말렸고 도저히 함께 일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갔고, 결국 제가 직접 운전하고 다니면서 스케줄을 소화했어요. 소속사를 잘못 선택한 제 잘못이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아픔만 있어요. 트라우마죠. 그래서 최근에 기획사에서 “함께 일해보자”고 연락이 많이 오는데도 보류하고 있어요. 함께 일할 동료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만 솔직히 엄두가 안 나요. 매니저 없이 함께 일하던 분신 같은 스타일리스트와 같이했으면 하는데 출산을 했기 때문에 사정이 여의치 않고요. 그래서 최근에 들어오는 방송 스케줄을 다음 달로 미뤘어요. 다 소화할 수 없을뿐더러 팀을 꾸린 후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싶어서요.

인연을 소중히 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10년 동안 쉬면서 인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떤 인연이든 소중히 하자. 사람보다 중요한 건 없다.’ <복면가왕> PD와는 서로 캐스팅을 도와줄 정도로 친한 친구가 됐죠. 악연으로 만났다가도 서로 한 발씩 양보하고 맞춰가다 보면 좋은 인연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돈과 명예보다 중요한 게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1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가 많네요. 먼 훗날, 머리 희끗해졌을 때 벤치에 나란히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는 친구 한 명만 있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거라잖아요.

그래서 옷도 10년 넘게 입고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웃음) <라디오스타>에서도 10년 전 옷을 입었고 지금도 10년 넘은 옷을 입고 있네요. 한 번 맺은 인연은 질리도록 가져가는 스타일이에요.(웃음) 쇼핑을 하지 않은 지 10년이 넘었어요. 미국에 있는 누나들이 옷을 사서 보내주면 입는 식이죠. 해지지 않고 멀쩡한 옷을 왜 버려요?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때요?

가까운 곳에 있는 지인들부터 챙기자는 게 제 마인드죠. 요즘 사람들은 인스타그램 속 지인은 잘 챙기는데 정작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은 안 챙기더라고요. 인스타그램 친구 안부 물을 시간에 자기 엄마한데 전화하는 게 낫지 않나요?

효자네요.
돌이켜보면 속 많이 썩였어요. 뭐 하나 잘하는 아들이 아녜요. 부모님을 아프게 했던 지난날이 후회스러워서라도 효도하려고 해요. 맘처럼 되지는 않지만 말예요. 부모님께는 잘해야 해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자식도 부모를 이기려고 해선 안 되죠. 배 아파서 낳아주신 부모님인데 착한 자식이 되지는 못할망정 말이에요.

최근 활동을 다시 하는 모습을 보고 좋아하시죠?

부모님은 제가 활동을 해도 좋아하시고 안 해도 좋아하세요. 뭘 해도 믿고 응원해주는 유일한 존재가 부모님이에요.

최근 시작한 게 또 하나 있다면서요? 카카오톡이오.

카카오톡 메신저를 다운로드한 지 20일 정도 되었네요.(웃음) 그전에는 시도 때도 없이 ‘카톡’ ‘카톡’ 울리는 게 싫었어요. 특히 미팅 중에 그 소리가 울리면 대화가 끊기잖아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아예 카카오톡을 이용하지 않았죠. 그런데 요즘엔 사회생활의 필수 요소더라고요. 카카오톡을 시작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엄청 반가워했죠. 지금은 슬슬 피해요. 제가 이모티콘 중독자가 됐거든요.(웃음)

쉬면서 한 일 중 가장 잘한 건 뭔가요?
방송에 목매지 않고 이것저것 해볼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어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 꼭 방송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후배들에게도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고 말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힘든 시간을 묵묵히 잘 견디고 타락하지 않았던 건 스스로도 대견해요. 사람답게 잘 산 것 같아요.

그사이에 연애는 좀 했나요?
괜히 부끄럽네요.(웃음) 사랑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아요. 둘이서 불행하고 외로운 것보다는 혼자가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지 제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여인이 나타나주기를 바랄 뿐이죠. 올해는 나타나지 않을까요? 크리스마스 전에는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여자가 이상형이에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적인 느낌이 중요해요. 첫사랑요? 마흔 살이 되면 아무렇지 않게 첫사랑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안 되네요.

결혼 계획은 없나요?

때 되면 해야죠. 독신주의자라든지 결혼 혐오자는 아니에요.(웃음) 늘 커플 사이에서 운전해주거나 고기 구워주는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저도 커플 데이트를 해보고 싶네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제 직업은 계획을 세우는 게 불가능해요. 시켜주는 사람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거든요. 다만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 거예요. 내일은, 모레는, 다음 달에는, 내년에는, 이런 계획을 짜다 보면 기대하게 되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거든요. 잔잔하게 사는 게 목표예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런 하루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훗날이 빛나지 않겠어요?

최민용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가 아닌가 생각해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다만 ‘할 수 있겠다’ ‘이건 역부족이다’ 싶은 걸 확실하게 구별해내죠. 잘하지도 못하는데 욕심만 앞선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맞지 않는 옷을 입어서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고요. 조만간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게요. 잊지 않고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민용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한 성격의 소유자다. 덕분에 들쑥날쑥했던 우리의 대화. 그 끝에 알게 된 건 그가 진한 사골 국물처럼 진국이라는 거다.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하지영
스타일리스트
박경민
헤어
강희(더세컨)
메이크업
정하(더세컨)
의상협찬
IMZ, 지니프, 소윙바운더리스, 지이크 파렌하이트, 페이유에

2017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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