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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의 이태원 스튜디오

매달 한 곡씩 앨범을 발표하던 윤종신이 어느날부턴가 잡지를 발행하더니 이번에는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팔색조 아티스트다.

On January 1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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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윤종신 스튜디오’에는 윤종신의 색깔이 묻어 있다. 오픈된 입구를 통해 나무로 꾸민 자연 친화적 실외와 심플하게 정돈된 실내가 어우러진 곳. 컬래버레이션을 즐기는 그의 예술관과 닮았다.

윤종신이 서울 이태원의 한 골목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나무로 꾸민 정원이 예쁜 붉은 벽돌 주택이 나오는데, 윤종신은 이곳을 ‘윤종신스럽게’ 리모델링했다. 신진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 2010년 3월부터 지금까지 ‘월간 윤종신’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새로운 아티스트와 곡을 작업해온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다. 그래서 스튜디오 이름도 ‘월간 윤종신 스튜디오’다. 재미있는 건 그가 매달 펴내는 잡지 타이틀도 <월간 윤종신>이라는 사실이다.

음악과 미술을 대하는 윤종신은 꽤나 진지하다. 유명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표출하고자 하는 소신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를테면 ‘루싸이트 토끼’나 ‘제이레빗’ 등 인지도 높은 유명 가수보다 마니아층이 두터운 가수들과의 협업 같은 거. 한창 흥행 가도를 달리는 영화보다 작품성 뛰어난 영화를 소개하거나 아직 주목받지 못한 실력있는 인디 가수와 인터뷰를 하는 행보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작품이나 가수 선정 기준이 온전히 자기 마음대로라서 좋다.

‘월간 윤종신 스튜디오’의 첫 번째 전시 주인공이 ‘여성의 신체’라는 소재에 집중해 작가와 피사체의 감정 교류에 대해 이야기해온 방상혁 작가라는 점도 왠지 이해가 간다. 스튜디오 오픈 소식을 접하고 당장 전화를 걸었다. 단순 예능인이 아닌 아티스트로서의 독자적, 그리고 독보적 행보를 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월간 윤종신 스튜디오’를 오픈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나요?

2013년 1월 아트 커버 컬래버레이션을 시작으로 다양한 예술 분야와의 협업을 진행해왔어요. 다른 분야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면 앨범 재킷이나 포스터같은 음원 이외의 작업물이 계속 생기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리적인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죠. 그렇게 탄생한 작업물을 온라인으로만 보여드리는 것이 싫어서 2014년부터 스튜디오에 대한 기획을 조금씩 해왔고, 2016년에 들어서면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이 스튜디오는 ‘월간 윤종신’이 진행하는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고 홍보하는 공간으로 이용할 예정이에요.

이태원으로 위치를 선정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이태원은 지어진 지 30년 가까이 되는 오래된 주택이 즐비하면서도 구석구석마다 감각적인 카페와 편집숍, 상점이 자리잡고 있어요. 생활 공간과 문화 공간이 구획을 짓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느낌이 무척 매력적인 곳이죠. 우리의 일상생활과 친숙하게 맞닿아 있는 예술을 바라는 ‘월간 윤종신’과 잘 어울리는 동네라고 생각했습니다.

단독주택이라 전시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텐데요, 공간적인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나요?
처음부터 일반 미술관 같은 공간을 기획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쉬움이나 한계를 느끼지는 않아요. 흔히 생각하는 전시만을 목표로 한 전형적인 공간을 기획했다면 다른 지역에 다른 공간을 꾸미지 않았을까요? ‘월간 윤종신’만의 느낌이 담긴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꾸며나가고 싶습니다. 붉은 벽돌의 단독주택, 매력있지 않나요?

스튜디오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이 있다면요?

모든 곳이 애착이 가죠. 자식 같은 공간인 걸요. 1층에선 전시를 하고, 2층은 사무실로 운영 중입니다. 3층엔 이태원 일대가 한눈에 보이는 옥상 테라스가 있고요. 자주 오지는 못하지만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월간 윤종신’이라는 타이틀이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잡지를 발행하면서, 또 스튜디오를 오픈하면서 ‘월간 윤종신’이라는 이름을 고집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2017년이면 ‘월간 윤종신’을 시작한 지 8년째에 접어드는데요. 아는 분들은 잘 알고 있지만 모르는 분들은 그 존재조차 모르는 게 ‘월간 윤종신’입니다. 새해에는 ‘월간 윤종신’이라는 이름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스튜디오를 오픈할 때 다른 이름도 고민해봤지만, 앞으로 해나갈 다양한 활동을 대표하는 이름이 ‘월간 윤종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이름을 고수하기로 했죠. 아직도 ‘월간 윤종신’이 음악만 발표하는 프로젝트라고 아는 분이 많은데, 음악 이외의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월간 윤종신 스튜디오’의 첫 번째 전시자로 방상혁 작가를 선정한 데는 그동안의 ‘친분’이 가장 크게 작용한 걸까요?
포토그래퍼 방상혁은 2015년 <월간 윤종신> 10월호 ‘기억의 주인’과 12월호 ‘탈진’, 앨범 커버 작업을 하면서 알게 됐어요. 방상혁 작가의 작업을 접한 많은 분처럼 저도 그의 작업물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습니다.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이는 대담함과 솔직함, 에너지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방상혁 작가를 많은 분에게 소개하고 싶었고, 그의 첫 전시에 ‘월간 윤종신’이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스튜디오의 목적이 신진 예술가와의 컬래버레이션이라고 들었습니다. 협업의 기준과 아티스트의 선정 기준은 무엇인지요?
특별히 ‘신진’ 예술가와의 컬래버레이션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식적으로 어떤 선정 기준을 미리 세워두려고 하지 않아요. 우리가 컬래버레이션을 할 수 있는 아티스트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기준이 세워지면, 우리의 활동에 도리어 제약이 생기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죠. ‘월간 윤종신’은 매달 진행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그게 또 이 프로젝트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컬래버레이션 역시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것도 있지만 그때그때 이루어지는 것이 더 많습니다.

저와 저의 스태프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고, 그 시점에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콘텐츠에 어울리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아티스트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협업 제안을 하고 있어요. 그래도 굳이 한 가지 기준을 말하자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꾸준히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아티스트였으면 한다는 겁니다. ‘월간 윤종신’이 그러한 것처럼요.

‘월간 윤종신 스튜디오’가 어떤 방향성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나요.
‘월간 윤종신’을 지속해나가는 이유 중 하나는 여러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제가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저의 가능성과 색깔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그동안 많은 포토그래퍼와 작업해봤는데, 방상혁 작가가 찍은 제 모습을 보고 저에게 그런 얼굴이 있는지 처음 알게 됐죠. 이렇듯 새로운 만남과 협업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세계를 넓힐 수 있어요. 저는 이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참여한 아티스트가 자신도 몰랐던 자기 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것을 동력 삼아 의욕적으로 새로운 작업을 진행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색깔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부지런함과 꾸준함 아닐까요?(웃음)

그럼 가장 색깔이 분명한 아티스트는 누구라고 생각하는지요?

윤상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제 음악과 그의 음악을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내 음악은 이 사람의 음악에 비해 왜 이렇게 기술적으로 투박할까? 왜 이렇게 뭔가 듬성듬성한 느낌일까?’ 하고 고민했죠. 작가로서 좀 더 깊게 파고 들어가야겠다 싶었고, 좀 더 공을 들이고 싶었고,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아, 윤상처럼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있었던 거죠.

김현철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고 활동한 뮤지션들 모두에게 콤플렉스를 안겨준 친구였어요. 직관적으로 굉장히 뛰어나면서도 그 안은 이론적으로 꽉 차 있는 거예요. 윤상이 세련된 아티스트라면 김현철은 천재 아티스트죠.

아티스트로 꼽는 또 다른 가수가 있나요?
이적은 진정으로 창작을 하는 사람 같아요. 진짜 자기 것을 하는 사람. 제가 작가라고 부르고 싶은 몇 안 되는 가수이죠. 이적이 만들고 부르는 노래는 레퍼런스가 없는 것 같아요. 완전히 자기 것을 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거죠. 저는 이적이 성장하는 걸 지켜보면서 ‘아, 이런 사람이 예술을 이끌어가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멋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부럽기도 하죠.

절친 성시경 씨를 평가한다면요?

시경이와 작업하면 ‘궁합이라는 게 진짜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왜 사람끼리도 잘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잖아요. 제가 만든 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래도 어떤 가수와는 잘 맞고 어떤 가수와는 잘 맞지 않는 경우가 있거든요. 시경이는 제가 만든 노래를 잘 소화해요. 워낙 훌륭한 싱어이기도 하지만, 제가 만든 노래와 잘 맞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시경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죠.

2013년에 함께 곡을 만든 적이 있는데, 오히려 제가 시경이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작업했으니까요.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그렇게까지 잘 아는지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 시경이가 제 페르소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데, 그쪽은 또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웃음)

작사가로서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남자 보컬로 성시경과 함께 김연우를 꼽았었죠?

제가 시경이와 함께 작업한 노래들은 좀 더 수려하게 꾸민 제 모습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미사여구도 많고 영화적이죠. 반면에 연우와 함께 작업한 노래들은 리얼한 제 모습이 표현된 것 같습니다. 생활 밀착형 모습이랄까요. 일상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어떤 상황을 묘사하면서 이야기를 소소하게 풀어나가거든요. ‘청소하던 날’도 그렇고, ‘이별 택시’도 그렇고, ‘금단 현상’도 그렇죠. 그게 사실 연우의 이미지와도 무척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웃음)

가수, 방송인, 소속사 대표, 그리고 이제는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잡지를 발매하는 예술인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습니다.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로 보이고 싶나요?
기본적으로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니까 좋은 음악으로 사랑에 보답하고 싶어요. 방송도 열심히 할 거고요. ‘월간 윤종신’의 다양한 활동도 지속할 겁니다. 아티스트로 불리기보다는 부지런하고 꾸준한 윤종신으로 평가받고 싶어요. 후배들에게도 음원 차트 순위에 연연하지 말고 롱런하라고 조언해요.


트렌드를 보는 시각과 예술 앞에서의 경건한 태도, 창작을 즐기는 적극적 마인드. 오늘 윤종신에게 한 수 배웠다.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하지영,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2017년 01월호

2017년 01월호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하지영,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