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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의 예지

On November 18, 2016 0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랩 ‘미친개’를 부르는 예지에게 반한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대리 만족이랄까. 그래서 그녀에게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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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가 대중에게 각인된 건 지난해 방송된 Mnet <언프리티 랩스타2>에서다. 사람들은 ‘미친개’를 부르는 그녀에게 ‘갓예지’라는 애칭까지 붙여주며 열광했지만 기자는 그녀의 랩에서 ‘간절함’을 느꼈다. 14살 어린 나이에 시작한 연습생 생활을 마치고 걸 그룹 ‘피에스타’로 데뷔했지만 외면당했던 그때 품은 독기 같은 거랄까? ‘이 무대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임한 무대에서 그녀는 완연하게 빛났고, 그때부터 사람들은 예지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예지의 성정이 방송에서 보이는 것처럼 세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기자의 예상은 적중했다. 눈앞에 마주한 그녀는 밝고 명랑하고 순수했다. 진한 화장을 지우고 핑크색 미니스커트를 입혔을 때 드러나는 귀여운 매력이란! “내가 이런 옷을!”이라며 어색해하면서도 이내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녀는 영락없는 스물세 살이다. 이제는 예지를 ‘미친개’로부터 놓아줄 때가 됐다. 


미니스커트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줄 몰랐어요. 방송에선 늘 센 이미지만 보여왔죠?

‘피에스타’로 활동할 때는 여성스러운 콘셉트를 여러 번 시도했어요. 멤버들이 모두 ‘여자여자한’ 스타일이거든요.(웃음) 그래서 혼자 활동할 때는 시크한 콘셉트를 해보고 싶었죠. 지난 1년 동안 원 없이 해봤네요. 그래서 사람들이 제게서 여성스러운 면모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럼 오늘 촬영이 이미지 변신에 큰 도움이 되겠네요?
어색할까 봐 걱정했는데 재미있었어요. 눈에 힘을 풀고 자유롭게 웃어 보일 수 있어 좋았고요. 스타일리스트 언니한테 “화보 찍을 땐 미니스커트도 입겠다”고 했는데 기어코 입히네요.(웃음) 개인적으로 새로운 도전이 된 것 같아요.

다음번엔 보이시한 콘셉트에 도전해보는 건 어때요?
사람들이 제가 여자라는 걸 잊으면 어쩌죠?(웃음) 몰입을 잘하는 스타일이라 보이시한 콘셉트에도 완벽하게 빠져들 게 분명하거든요.

뭔가에 빠지면 푹 빠지나 봐요.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안 할 거면 아예 안 하는 스타일이에요. 예전엔 이것저것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결국엔 제가 더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걸 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찾은 게 랩이고요.

예지 씨 덕분에 예지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이미지가 바뀌었어요.

‘예지’라는 이름은 귀여운 이미지가 있죠. 마치 유치원생 이름 같은. 근데 저로 인해 센 느낌이 됐더라고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착해 보이는 예지라는 이름이 저와 안 어울린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 이름마저도 강하게 느껴진대요.(웃음) <언프리티 랩스타2> 때문인 것 같아요.

제 이름도 예지예요.(웃음) 그래서 오늘 만남을 기대했습니다.
어머, 그러네요! 업계에 예지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이예지 PD님도 계시고, 배우 서예지 씨도 계시고. 또 다른 예지를 만날 때마나 기분이 묘해요.

방송이 끝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미친개’로 통해요.
상관없어요. 방송에서 보인 강한 모습도 결국은 제 일부니까요. 만약 ‘미친개’로 불리는 게 싫었다면 애초에 출연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까를 걱정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죠.

방송 후 누구보다 가족이 깜짝 놀랐을 것 같아요.

욕을 하거나 상대방을 디스하는 딸을 본 엄마들은 모두 놀라지 않을까요? 그래서 방송 전에 엄마에게 귀띔했어요. “내가 욕을 할 수도 있다”고요.(웃음) 미리 예방주사를 놔드린 거죠. 그랬더니 나중에는 엄마가 “잘했다”고 칭찬해주셨죠. 사람들의 반응은 중요하지 않은데 가족의 충고는 한마디 한마디가 신경 쓰여요.

사람들의 반응이 전혀 신경 안 쓰일 수는 없지 않나요?

누가 저에게 “그런 행동은 별로야”라고 백번을 말해줘도 스스로 느끼지 않으면 고쳐지지 않아요. 근데 스스로 ‘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면 절대 안 해요. 잠을 못 자서 뻐근한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표정이 방송된 적이 있어요. 제가 봐도 굉장히 화나 보였죠. ‘다음부턴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어요. 이젠 안 그럴 거예요.(웃음)

사람들의 충고보단 스스로의 판단을 믿는 스타일이군요?
그렇다고 아예 귀담아듣지 않는 건 아니에요. 친한 친구나 가족이 하는 말은 진심으로 저를 위하는 말이니까 백번 수용하죠. 어렸을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배운 건 모든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면 정체성에 혼란이 오겠다 싶은 거였어요. 진심 어린 충고와 질투심을 구별하는 법을 터득하게 됐죠.

그게 구별이 되나요?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알게 됐어요.(웃음) 사람들이 그냥, 쉽게 하는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능력도 갖게 됐죠.

탐나는 능력이네요.

근데 이런 저를 안쓰러워하는 지인들도 있어요. 너무 어린 나이에 사회를 알아버렸다고 안타까워하죠. 친한 언니 오빠들은 “그런 건 몰라도 된다”고 말하는데, 이미 알아버린 걸 어떡해요.(웃음) 

화이트 컬러 스웨터 써틴먼스, 데님 오버올 H&M, 목걸이 먼데이에디션, 레더 스니커즈 드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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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터 어나더에이, 핑크 컬러  스커트 앳더모먼트, 팔찌 먼데이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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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예지는 어떤 소녀였나요?

‘걱정 인형’이었어요.이것도 걱정, 저것도 걱정이었죠. 심지어는 괜히 날씨가 걱정되기도 했다니까요.(웃음) 19살 때쯤부터 걱정을 내려놓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데뷔만 하면 잘될 거라고 믿었는데 생각보다 잘 안 됐을 때였어요. ‘나도 실패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면서부터 걱정이 사라졌죠. 학창 시절의 기억이 없다는 건 조금 아쉽네요.

현실적이네요.
어떻게 보면 너무 부정적이었던 거죠. 최악을 먼저 생각해요.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은 내가 생각한 최악보다 나으니까 기분이 한결 낫죠.(웃음) 일어날 일들은 내가 아무리 막는다고 해도 일어나게 되어 있고, 미리 겁먹어봤자 달라질 게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대학을 안 갔어요.

대학 진학을 포기한 것도 제 선택이었어요. 지금은 랩이 좋고, 노래가 좋고, 춤이 좋은데 혹시라도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또 생길까 봐 잠시 보류해둔 거죠. 네일 아트나 수공예 같은, 손으로 꼬물꼬물 뭔가를 하는 걸 좋아하는데 몇 년 뒤 그런 걸 전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니까요. 뭔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어요.

데뷔 4년 만에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했어요. 기분이 어때요?

다른 직업과 크게 다른 점은 없어요. 불편한 점도 없고요. 대중에게 보이는 직업이라는 것의 차이일 뿐이죠. 근데 이 직업을 선택한 것도 저니까, 즐기려고 하고 있어요.

아마 점점 불편해지겠죠?

이미 편하고 친근한 모습을 많이 보여서 불편해질 일이 없을 것 같아요.(웃음) “욕 좀 해달라”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반응이 재미있긴 해요. 민낯으로 사진도 몇 번 찍혔죠. 근데 ‘피에스타’ 멤버들은 이런 제 모습을 당황스러워해요.(웃음)

평소에는 뭐 하며 놀아요?

한번 놀 때 미친 듯이 놀지만 평소에는 집순이예요. 예를 들어 수요일이 노는 날이다 싶으면 일주일을 집에서 잠만 자죠.(웃음) 그리고 모든 스케줄을 수요일로 몰아요. 아침 일찍부터 미뤄놓은 일들을 하고 밤새워 놀다가 다음 날 아침에 집에 들어가는 식이죠. 그리고 또 일주일을 집에서 보내요.(웃음)

의외의 모습이네요.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냥 제가 좋고 편한 사람들과 소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좋아요.

질색하게 싫은 사람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요. “내가 오래 살아봐서 아는데, 너는 안 돼. 너무 고생하지 말고 빨리 다른 길을 찾아”라는 식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요. 저는 지금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말이죠. 속으로 이렇게 생각해요. ‘니 인생이나 걱정해.’

그럼 좋아하는 스타일은요?

제 기분이 상하더라도 차라리 표정에 다 드러나는 사람이 좋아요. 마음에 없는 말로 가식 떠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그런 사람이 더 순수하죠.

예지의 23살은 어땠어요?

휘황찬란했죠. <언프리티 랩스타2>가 끝나고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쉬었는데 기분 좋은 바쁨이었어요. ‘후회 없이 살자’가 제 좌우명이거든요. 과연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싶었는데 가수가 됐고, 제 이름을 알리는 앨범을 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미친개’로 이름을 알렸죠. 앞으로도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고 싶어요.

너무 열심히 하면 지치기 마련이에요.

지금 하나도 안 힘들어요. 오히려 연습생 시절이 가장 힘들고 지쳤던 것 같아요. 바쁘게 지내는 게 좋아요.

내년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24살이 된다고 해도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나진 않을 것 같아요. 내년의 제 모습이 궁금하긴 하지만 기대했다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심할 테니까 큰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요. 다만 분명한 건,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다 제 선택일 거라는 거예요. 후회만 없었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후회할 선택을 한다면 생각보다 후유증이 클 것 같거든요.

올해 후회했던 일이 있나요?

단언컨대 없어요. <언프리티 랩스타2> 때 목을 많이 써서 성대결절이 왔는데, 그 여파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어요.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오히려 목이 멀쩡했다면 더 후회했을 거예요.

예지 씨의 내년을 기대할게요.

일단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미친개’ 예지가 아니라 ‘피에스타’ 예지로 불리고 싶기도 하고요. 아무렴 어때요. 저는 올해도, 내년에도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할 거예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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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컬러 스웨터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귀걸이 먼데이에디션.

레드 컬러 스웨터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귀걸이 먼데이에디션.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하지영
스타일리스트
주연
헤어
이지(제니하우스)
메이크업
송이(제니하우스)

2016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하지영
스타일리스트
주연
헤어
이지(제니하우스)
메이크업
송이(제니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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