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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의 완전한 나날

모델 이현이는 똑똑한 여자다. ‘이대 나온 여자’라는 프로필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학도에서 톱 모델로, 아내에서 엄마로, 인생의 매 순간 영리하게 다음 챕터를 준비해왔다. 출산 후 엄마라는 이름으로 더욱 완전해진 모델 이현이의 지금.

On August 09, 2016

 


아이보리 니트 풀오버 엠유.

 

아이보리 니트 풀오버·하이웨이스트 와이드 팬츠 모두 엠유.

 



언밸런스 헴라인 슬리브리스 니트 톱 데무, 베이비 핑크 컬러의 와이드 크롭트 팬츠 푸시버튼, 스웨이드 블랙 브레이슬릿 먼데이에디션. 

 

‘범생이’의 인생 전환

이현이는 언제나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공부만 하던 명문대생(그녀는 이화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이 2005년 모델로 데뷔해 각종 화보 촬영을 했고 파리·밀라노 등 유명 해외 컬렉션에서 한국 모델의 파워를 입증하는 톱 모델로 활동했으며, JTBC <속사정 쌀롱>과 <마녀사냥>, tvN <오늘부터 출근> 등 TV 프로그램에서 방송인으로도 활약하고 있는 그 모든 것이 그렇다.

“어릴 때 꿈이 대학 가는 것 말곤 없었어요. 막상 대학에 들어가니 앞으로 뭘 해야 하나 막막해지더라고요. 그즈음 대학 친구가 밴드 공연을 한다고 해서 보러 갔다가 막연히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즉흥적으로 연극부에도 들어갔지만 키가 크다 보니 매번 남장 역할만 하더라고요. 연극 무대나 밴드 공연이 아니더라도 무대에 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모델이라는 답을 찾았죠.”

호기심 많고 열정적인 여대생 이현이는 재미 삼아 추억도 만들 겸 포털 사이트에 ‘모델 되는 법’을 검색했다. 줄줄이 이어진 답변은 한 달에 2백만~3백만원 하는 모델 학원에 등록해야 한다는 것.

“대학생이 돈이 어디 있겠어요. 근데 때마침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공지가 난 거예요. 대회에 나가면 무료로 모델 교육을 시켜준다고 해서 바로 지원했죠.(웃음)” 그렇게 2005년 슈퍼모델 선발대회 본선에 진출한 이현이는 꿈에 그리던 모델 수업을 받기 위해 학교를 휴학하고 합숙에 들어갔다.

“부모님께는 본선에 붙고 나서 말씀드렸어요. 걱정이 많았겠지만 제 꿈을 응원해주셨죠. 감사했어요. 두 달간 합숙하면서 몸은 힘들었지만 정말 재밌더라고요. 푹 빠졌죠. ‘이 길이 내 길이다’라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로요.(웃음)”

그녀는 정말 운 좋게도 본선에서 협찬사 상까지 받고 무대를 내려오면서 모델 기획사와도 계약했다. 이후 잡지 화보부터 광고 촬영까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삶을 살았다.
 

톱 모델의 걸음마

지금이야 알아주는 패셔니스타지만, 과거의 이현이는 사실 ‘패션 테러리스트’였다. 옐로 티셔츠에 레드 팬츠를 매치하거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 공주’가 되거나. 지금도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네가 어떻게 모델이 됐느냐?”며 의아해할 정도다.

“모델 일도 책으로 시작했어요. 직접 몸으로 경험한 것이 아니라 잡지 스크랩을 하거나 모델 서적을 보면서 ‘청바지를 입고 찍을 때는 팔을 이렇게 들어라’ ‘A라인 스커트를 입을 때는 다리를 X자로 교차하라’를 공식처럼 외웠죠.(웃음)”

그랬던 모델 이현이에게 변화가 시작된 건 조선희 작가와 만나고부터였다. “모델 데뷔 후 얼마 안 됐을 때 리바이스 카탈로그 광고에 뉴 페이스 모델을 찾는다는 공고를 보고 회사에서 저를 조선희 작가님께 보냈어요. 그때 의욕만 앞서서 지금도 생각하면 부끄러운 포즈를 취했죠. 책으로 배운 대로 열심히 했지만 작가님은 계속 셔터를 누르지 않으셨어요.

다른 포즈를 유도했지만 점점 과한 동작만 보여드렸죠. 결국 ‘넌 안 되겠다’며 가라고 하셨어요. 그때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엄청 많이 울었죠. 하지만 그렇게 포기하기엔 제 열정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남들이 하는 걸 보면서 몸으로 직접 따라 하는 방식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책이 아닌 실전으로, 공부하는 방식을 바꿨다. 다른 모델들의 동작을 직접 보기도 하고, 옷을 입어보며 스스로 사진도 찍어보면서 포즈를 배웠다.

 


오버사이즈 크루넥 슬리브리스 티셔츠 노앙, 주름 라인이 돋보이는 와이드 팬츠 빅팍, 서클 실루엣의 골드 메탈에 진주 장식이 더해진 네크리스·골드&진주 브레이슬릿 모두 먼데이에디션.

 



오버사이즈 니트 풀오버 쟈딕앤볼테르, 화이트 와이드 팬츠 빅팍, 스니커즈 컨버스.

 

세계 4대 패션 위크로 ‘가능성’을 찾다

데뷔하자마자 1년간 잡지나 광고 촬영을 많이 한 덕분에 포트폴리오가 꽤 쌓였다. 회사에서 그중 몇 컷을 추려 미국 뉴욕에 있는 에이전시마다 뿌렸는데 역시나 ‘러키 걸’ 이현이에게 바로 러브콜이 왔다. 그렇게 2008년(그러니까 데뷔 후 3년 만에), 이현이는 해외 무대에 진출했다.

“그때만 해도 모델이 마음에 든다 싶으면 뉴욕에서 항공권은 물론 숙소 제공에 매주 용돈도 줬어요. 주저 없이 떠날 수 있는 조건이죠. 당시 뉴욕에서는 혜박과 한혜진 선배가 활동하고 있었어요. 그 선배들처럼 되고 싶어 갔는데,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종일 캐스팅 오디션만 보러 다니는 ‘살인 스케줄’이더라고요. 하루에 20개 브랜드를 돈 적도 있어요.”

현실 속 뉴욕은 꿈꾸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삶이었다.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었어요. 어릴 때부터 공부 잘하는 아이로 칭찬을 많이 들으며 자랐고, 한국에서 모델로 데뷔 후 일이 잘 풀렸던 터라 누군가한테 쓴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전 세계 모델이 한자리에 모인 곳에 가니 모든 게 살벌하더라고요.”

밖에서 2시간을 기다리다 오디션에 들어갔는데 불량품을 체크하듯, 3초 만에 “아웃!”이라 외치는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여기서 회의감을 느끼고 주저앉으면 앞으로의 시간을 놓칠 것만 같았다.

“시즌마다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4대 패션 위크를 돌았어요. 뉴욕에서는 ‘DVF’나 ‘베이비 팻’ 등 굵직한 쇼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요. 하지만 밀라노에서는 한 건도 캐스팅이 되지 않았죠. 근데 또 파리에서는 에르메스, 장 폴 고티에 등 굵직한 무대에 서기도 했어요. 인생의 단맛 쓴맛을 한꺼번에 느낀 것 같아요.” 그렇게 4년을 꼬박 해외 활동에 올인하며 글로벌 톱 모델로서 입지를 굳게 다졌다.
 

아내와 엄마로, 인생 제 2막

가녀리면서 탄탄한 몸매와 이지적인 이목구비를 지닌 이현이의 매력은 대체 불가능하다. 그런 그녀가 2012년 돌연 결혼을 발표했다.

“주위에서 커리어에 지장을 줄 거라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지금 이 사람과 결혼하지 않으면 헤어질 텐데…. 이렇게 좋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앞섰죠. 서른 즈음에 결혼하고 싶었는데 바로 그 시기에 남편을 만났어요.”

2012년 10월, 이현이는 ‘운명의 남자’ 홍성기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남편은 저와 모든 부분에서 잘 맞아요. 취향도, 취미도, 식성도 쌍둥이처럼 똑같거든요. 여가 시간에는 볼링이나 스킨스쿠버 같은 활동적인 걸 즐겨요.”

달콤한 신혼의 시간을 보내고 지난해 12월, 두 사람을 꼭 빼닮은 아들 윤서가 태어나면서 세 식구가 됐다. “윤서는 벌써부터 효자예요. 3.16kg으로 태어나 잔병치레를 한 적이 없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요.(웃음) 아기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셈이죠.”

벌써 ‘아들 바보’가 된 엄마 이현이는 윤서 이야기를 하느라 신이 났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인생의 중심이 아이로 바뀌었어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아이 봐주는 이모님이 오시는데, 그 시간에 화보나 광고 촬영을 하는 식이죠.”

아이가 있어 모델 활동에 시간적인 제약이 생긴 건 사실이지만 결혼할 때와 마찬가지로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얻은 게 더 많아요. 제가 원래 남 일에 크게 관심 없고 저만 생각하는 개인주의적인 면이 강했거든요. 근데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타적인 성향으로 변했어요. ‘저 사람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일 텐데’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배려를 많이 하려고 해요.”

얼마 전 이현이는 tvN <택시>에 남편 홍성기씨, 아들 윤서군과 함께 출연해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공개했다.

“예전부터 남편과 함께 방송에 출연해달라는 제의를 많이 받았는데 여러 차례 고사했어요. 남편이 일반인이라 조심스럽더라고요. 아이 낳고 우리 삶이 조금 안정되면 예쁜 모습으로 방송에 나가고 싶었는데 지금이 그때인 것 같았어요.”
 

다시 태어나도 모델

이현이는 지난 4월, 출산 후 4개월 만에 tvN 로드 토크쇼 <고성국의 빨간 의자>에 출연해 일명 ‘욕망 아줌마’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톱 모델답게 군살 하나 없는 예전 몸매 그대로다.

“임신하면서 20kg이나 몸무게가 늘었어요. 10개월 임신 기간 내내 ‘저 옷은 나중에 못 입겠다’ ‘다시 모델 활동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아이 낳고 모유 수유를 하면서 출산 전보다 더 살이 빠졌어요. 몸무게는 회복했지만 급격히 피부 탄력이 떨어진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다시 필라테스를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모델은 ‘몸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엄마가 돼서도 몸매 관리는 여전히 중요하다. “결혼 전까지만 해도 타고난 몸매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출산하고 나니 이제는 관리해야겠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평생 모델로 활동하고 싶어요. 그만큼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할 생각이에요.”

그녀는 출산 후에도 패션 카탈로그 촬영과 매거진 화보 촬영 등으로 여전히 톱 모델로서의 굳건한 입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방송 활동도 차츰 시작할 계획이에요. 출산 전에 진행한 JTBC <속사정 쌀롱> 같은 토크쇼는 인간 이현이를 보여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아요. 대중의 사랑도 많이 받았고요. 가능하다면 오랫동안 <한밤의 TV 연예> MC를 맡았던 이소라 선배님처럼 프로그램 진행자가 되고 싶어요.”

‘다시 태어나도 모델’이라는 이현이는 톱 모델로서 새로운 분야를 향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맘 같아선 모델 일을 죽을 때까지 하고 싶지만 ‘평생직장’이 될 수는 없잖아요. 예전에 기업 강연을 나간 적이 있는데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에서 모델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물론 그러기 위해 좀 더 공부를 해야겠죠.”

이현이는 언제나 인생의 다음 챕터를 준비한다. 대학에서 꿈을 찾을 때도, 모델로 데뷔해서도, 뉴욕에 가서도, 출산 후에도. 이현이의 열정은 늘 끓는점이었다. 그녀는 인터뷰 내내 “운이 좋았다”라고 말했지만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현이도 없을 것이다.

CREDIT INFO

기획
김은혜 기자
스타일링
홍연
사진
박기숙
헤어
한결
메이크업
박혜령
어시스턴트
김희애
의상협찬
엠유, 데무, 푸시버튼, 먼데이에디션, 노앙, 빅팍, 쟈딕앤볼테르, 컨버스
2016년 08월호

2016년 08월호

기획
김은혜 기자
스타일링
홍연
사진
박기숙
헤어
한결
메이크업
박혜령
어시스턴트
김희애
의상협찬
엠유, 데무, 푸시버튼, 먼데이에디션, 노앙, 빅팍, 쟈딕앤볼테르, 컨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