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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빙수 리포트

여름이 무르익을수록 빙수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지금 빙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대전 중이다.

On August 0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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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이토록 다양한 빙수가 격돌한 적이 있던가?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성장해온 빙수 시장의 올해 규모가 2천3백억원에 달한다 하니, 그 인기를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덕분에 슬러시 제조기, 팥빙수 제조기 매출도 해마다 증가 추세란다. 빙질이 눈처럼 고운 눈꽃빙수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일본에서 수입한 빙삭기에 의존했는데, 이제는 국산 빙삭기가 개발돼 빙질이 고운 빙수를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여름철 불볕무더위만큼 뜨거운 빙수 시장의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편의점도 빙수 열전에 가세했다. 망고 25% 빙수, 악마빙수, 녹차빙수, 우유빙수 등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형태의 빙수를 만날 수 있다.

2015년 빙수 시장은 3M(Mango, Money, Mini)이 키워드였다. 애플망고나 망고를 통째로 올린 망고빙수부터 망고를 곁들인 과일 빙수까지 그야말로 ‘망고빙수 전성시대’였다.

‘Money’라는 키워드는 무척 비싼 프리미엄 빙수가 큰 인기를 얻은 것에서 기인한다. 고급 샴페인 돔페리뇽 2004로 만든 셔벗 위에 식용 장미꽃잎과 금가루를 뿌린 금빙수는 8만원이라는 가격으로 주목을 끌었다.

‘Mini’라는 키워드는 2~3인이 즐길 수 있던 넉넉한 분량에서 오롯이 1인이 즐길 수 있는 미니 빙수의 등장을 뜻한다.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에 이어 ‘혼빙(혼자 빙수 먹기)’의 시대가 도래했다.

말 나온 김에 빙수의 역사를 차근차근 훑어보자. 빙수의 조상을 꼽으라면 역시 팥빙수일 것이다. 서걱거리는 얼음과 팥과 젤리와 떡, 미숫가루가 조화를 이루는 팥빙수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팥빙수 마니아라면 현대백화점 ‘밀탑’은 이미 알 것이다.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과일 주스 코너에 오픈한 이래 밀탑은 마니아층을 확고히 구축해왔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대기표를 받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정도이니 그 인기를 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 한때 밀탑처럼 고운 얼음, 맛있는 팥, 그리고 말랑한 떡이 든 담박한 팥빙수가 여름 디저트 시장을 주름잡았다. 그 인기에 자극받아 팥과 얼음에 충실한 동빙고, 옥루몽, 담장밑 국화꽃 등 팥에 충실한 빙수들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다양한 고명을 얹은 빙수가 등장했다. 정성 들여 매일 삶은 팥과 찹쌀떡을 고명으로 올린 옛날식 팥빙수를 넘어 망고, 멜론, 수박, 블루베리 등 과일을 사용한 빙수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뿐인가. 녹차, 캐러멜, 초콜릿, 솜사탕, 벚꽃앙금, 오레오 쿠키 등을 곁들인 보기에도 화려한 빙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빙수 토핑 시장에서는 한국식 재료도 선전하고 있다. 유자, 감귤, 오메기떡, 인절미, 검은깨, 고구마, 대추 등을 올리고 얼그레이와 청포도 폼을 얹은 거품빙수까지 그야말로 빙수 토핑의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하지만 빙수 맛을 결정짓는 것은 다양한 토핑보다도 얼음의 맛과 질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하는 바다.

2016년의 빙수 트렌드를 ‘G,I,C’라고 말한다. 자몽(Grapefruit)의 G, 1인용 (Individual)빙수의 I, 케이크(Cake) 빙수를 의미한다. 자몽의 강세는 빙수 시장에도 유효할 전망이고, 여기 하나 더 추가한다면 ‘얼음의 다양화’를 꼽는다. 홍차얼음, 연유얼음뿐 아니라 최근 제주에서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종달리 당근으로 즙을 내어 만든 당근빙수, 성이시돌 목장의 유기농 우유를 얼린 우유빙수 등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얼음의 결도 다양해졌다.

과거 거걱거리던 얼음 역시 해가 갈수록 눈처럼 질감이 고르고 부드러워지고 있다. 우유얼음을 곱게 갈아 올린 눈꽃빙수의 등장이 첫 신호탄이었다. 일명 대패빙수, 면빙수, 프릴빙수, 드레스빙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대만식 빙수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빙수는 얼음을 대패질한 듯 혹은 포를 뜬 것처럼 결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옛날 빙수는 비빔밥처럼 한데 섞어 여러 가지 재료가 어우러지는 맛으로 즐겼다면 이제 얼음 입자가 곱고 부드럽기 때문에 스푼으로 자르듯 떠먹어야 더 맛있다. 대만식 빙수는 빙질이 입속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레이스 나풀거리는 드레스 자락같은 비주얼로 시선을 한껏 사로잡는다.

케이크빙수도 대박을 칠 예감이다. 딸기치즈케이크, 요거트생크림케이크빙수, 망고치즈케이크빙수, 티마리수케이크, 레드벨벳케이크빙수 등이 그것이다. 달콤한 케이크를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데 그 누가 거부하겠는가. 이처럼 올여름은 다양한 식감의 얼음과 토핑,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비주얼까지 저마다 차별성을 내세우며 뛰어든 각양각색의 빙수들로 숨 돌릴 틈이 없다.

빙수는 지금 식품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여름 한철에만 먹는 시즌 디저트를 넘어서 사계절 메뉴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러다가 마치 패션처럼 S/S, F/W로 나누어 시즌별로 새로운 빙수를 선보이는 트렌드가 자리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CREDIT INFO

취재
문경옥(푸드 칼럼니스트)
사진
서울문화사 DB
2016년 07월호

2016년 07월호

취재
문경옥(푸드 칼럼니스트)
사진
서울문화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