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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영보다 예지원

매니저 없이 택시를 타고 터덜터덜 촬영장에 도착한 이 여자는 특별했다. 분명한 건 예지원은 한두 단어로 형용할 수 없는 여자라는 것.

On July 07, 2016

빨간색 상의와 꽃무늬 스커트 모두 에스카다.

빨간색 상의와 꽃무늬 스커트 모두 에스카다.

빨간색 상의와 꽃무늬 스커트 모두 에스카다.

예지원이 혼자서 스케줄을 소화하는 이유는 단순 명료하다. 편해서. 옆에서 시중들 듯하는 매니저나 스태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혼자 움직이는 게 더 편하다고 했다. 화보 촬영장에 오롯이 혼자, 그것도 택시를 타고 온 여배우는 처음이었다.
“당황스럽죠?(웃음) 드라마와 영화, 광고 촬영장에도 종종 혼자 가요. 어릴 때부터 의상부터 헤어, 메이크업까지 혼자 해버릇해서 불편함을 못 느껴요.”

이틀 후 인터뷰를 위해 한남동 커피숍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그녀는 혼자였다. 그날 밤, 우리의 대화는 자정이 넘도록 이어졌다.
“표지 모델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이 있는데 인터뷰를 허투루 할 수는 없죠. 촬영이 끝나자마자 달려왔어요. 우리 무슨 이야기부터 할까요?”
드라마 이야기부터 했다. 단언컨대 tvN <또 오해영>은 지금 최고 인기 드라마다. 대사 하나하나가 명대사고, 매 장면이 명장면이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예지원은 느낌이 ‘팍’ 왔다고 했다.
“글에 힘이 있는 박해영 작가와 감각 좋은 감독님이 만났으니 시너지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더구나 <식샤를 합시다>에서 서현진씨 연기를 보고 넋이 나간 적이 있는데 그런 배우가 여주인공이라니, 만세를 불렀죠.”
그녀가 맡은 역할은 ‘주인공의 누나’이자, 까칠한 다혈질 상사 박수경이다. 평범한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건 분명 예지원이기 때문일 테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그녀는 ‘역시 예지원’이라는 찬사와 함깨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스태프들도 뭐라고 정의 내리지 못하는 캐릭터라 고민을 많이 했어요. 동생과 오해영에 대한 연민 그리고 상처를 숨기며 사는 박수경은 쉽지 않은 감정선을 연기해야 했고, 동시에 로코 드라마 조연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야 했어요. 다행인 건 스태프들이 워낙 배테랑에 열려 있는 사고를 가진 분들이라 제가 카메라 앞에서 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어요. 제 과감한(?) 시도를 은쾌히 받아들여줬어요. 로코 드라마는 자유로워야 근사한 캐릭터와 연기가 나오거든요.아닌 게 아니라 산발 머리에 이상한 불어를 하고 이단 옆차기를 날리는 캐럭터잖아요. 스태프 덕분에 결과가 잘 나오는 것 같아 뿌듯해요.”

좌충우돌 로맨스로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김지석과의 호흡은 어떨까?
“말해서 뭐 해요. (김)지석이는 똑똑한 배우예요. 상대 배우로서 제 독특한 연기에 리액션하기가 어려울 텐데도 고민 끝에 그럴듯한 장면을 만들어주더라고요. 그런 배우는 드물어요. 동시에 예의도 바른 친구죠.”

예지원의 극 중 패션도 연일 화제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의상, 한쪽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롱스커트, 호랑이보다 더 호랑이 같은 호랑이 무늬 코트 등은 예지원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킨다. 인터뷰 자리에 입고 온 의상도 드라마에서 본 옷이었다.
“4회까지는 스타일리스트가 있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함께 일하지 못하게 됐어요. 그래서 제 옷을 입었어요.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지인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새로 샀거나 예전에 사둔 옷들이에요. 특이한 걸 좋아해 여행 갈 때마다 사 모은 옷들인데 이 드라마를 통해 입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컬러풀한 무늬의 오프 숄더 투피스 자라.

컬러풀한 무늬의 오프 숄더 투피스 자라.

컬러풀한 무늬의 오프 숄더 투피스 자라.

주름 잡힌 네이비 컬러의 플리츠 롱 원피스 마시모두띠.

주름 잡힌 네이비 컬러의 플리츠 롱 원피스 마시모두띠.

주름 잡힌 네이비 컬러의 플리츠 롱 원피스 마시모두띠.

지금 그녀의 집 거실과 주방에는 소파와 식탁 대신 옷을 진열해 두었다. 스케줄을 마치고 집에 가면 엄마와 함께 내일 입을 의상을 스타일링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명품 의상과 동대문에서 파는 옷을 컬래버레이션하기도 하고, 쉽게 구할 수 없는 지인의 초고급 명품 의상을 빌려 입기도 한다. 드라마 속에선 화려한 디자인을 좋아하지만 정작 입고 다니는 옷은 ‘툭 떨어지는’ 핏이 예쁜 편한 의상을 선호한다. 그 말 끝에 피부 관리 비법을 물어보자, 강남의 고급 피부과보다 집 근처의 ‘손맛 좋은’ 피부과에 10년째 다니고 있단다.

“저는 옷도 가던 숍에서만 사고 식당도 가는 곳만 가요. 커피보다 차를 선호하고, 만나는 사람도 제한적이죠. 화장하기에 까다로운 얼굴이라 저만의 화장법도 있죠. 저는 화장을 아주 옅게 해요. 진하게 하면 있던 개성도 없어지고 더 못생겨 보이는 얼굴이라 속눈썹만 강조하는 정도예요. 어릴 때는 소피 마르소를 닮고 싶은 생각에 성형도 고려해봤지만 수술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저같이 특이한(?) 얼굴이 연예계에 또 없잖아요.(웃음)”

샴페인 향이 감도는 홍차를 들고 다니면서 물처럼 마시는, 이 취향이 확고한 여자의 취향을 저격한 것이 있으니 바로 ‘태권도’와 ‘불어’다. 그녀가 서현진에게 회심의 발차기를 날리던 장면을 기억해보자. 예지원은 이 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태권도를 배웠다. 김지석과 불어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그녀가 불어를 배워두지 않았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예전에는 지인들과 수다 떨고 술 마시는 시간이 많았는데 지금은 많지 않아요. 그 시간에 뭔가를 배우죠. 불어도 운명에 이끌려 배우게 됐죠. 어렸을 때 괜히 있어 보이고 싶어 잘 알지도 못하는 프랑스 영화를 많이 봤어요. 그러다가 연기를 시작했는데 프랑스와 관련 있는 작품이 종종 주어지는 거예요. 프랑스에서 온 여자 캐릭터라든지, 샹송을 부른다든지, 하는 거요. 영화 <귀여워>는 샹송 ‘빠로레 빠로레(Paroles Paroles)’가 주제가였죠. 그때 ‘프랑스는 내 운명이구나’ 하는 생각에 훌적 파리로 갔고 곧바로 어학 학원에 등록했죠.”

제대로 된 여행을 포기하고 불어 공부에 몰두하길 3개월. 돌아오지 않는 그녀를 찾아 소속사 직원이 파리로 오기도 했다.
“그때 여행을 좀 더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후회스러울 정도로 공부만 했어요. 한번은 소속사 직원이 찾아온 거예요. 이제 한국으로가자는 거죠.(웃음) 그땐 연기가 힘들기도 했고 연예계 생활에 지치기도 했고, 또 불어에 완전히 빠져 소속사의 말이 귀에 안 들어왔어요. 하고 싶은 걸 해야 직성이 풀렸죠. 하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도 불어와 관련된 장면을 작가님들이 일부러 넣어주시고, 또 시청자들도 그 장면을 많이 기억하는 것 같아요. 배워놓으면 다 쓸 데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무작정 떠난 여행지에서 그 나라 언어를 배우기 위해 3개월 동안 ‘잠수 탄’ 그녀. ‘4차원 여배우’로 통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제 주변엔 독특한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그들의 행동을 구경하는 입장이었는데, 언제가부터 사람들이 저를 ‘4차원’이래요. 의미가 애매해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저와 함께 4차원으로 거론되는 여배우들의 이미지가 나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깊게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실제로 저를 만나면 의외의 모습에 놀라는 사람이 많아요. 조금은 낯을 가리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조심스러워하는 성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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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오프 숄더 점프 슈트 자라.

빨간색 오프 숄더 점프 슈트 자라.

예지원이 언행을 조심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데뷔 후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을 거쳐왔고 그사이 시시콜콜한 일부터 ‘사건’이라 칭할 만한 일까지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말 많은 연예계에서 오죽했으랴.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소심해졌어요. 괜한 말실수로 오해를 사기 싫었죠. 뜻하지 않게 대중에게, 혹은 상대에게 불편을 끼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무조건 조심하고 보는 성격이 됐어요.”

그녀가 예능 프로그램을 꺼리는 이유도 그 연장선에 있다. 편집에 의해 의미가 왜곡될 수 있는 상황이 부담스럽다.
“무서워요.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 하는데 결국엔 편집에 의해 의미가 왜곡되는 일도 있지요. 나중엔 서로가 불편한 상황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꺼려져요.”

예지원이 선택한 단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은 <정글의 법칙>이다. 낯선 사람들과, 오지에서의 일주일은 그녀를 더욱 성장시킨다고 했다. 힘들어도 지치지 않을 원동력을 얻고 돌아왔다는 <정글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그녀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스케줄이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쪼개서라도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정글의 법칙>이에요. 제가 언제 오지 여행을 해보겠어요. 도망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그동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싶죠. 생각이 정리되고, 그만큼 성장해서 돌아오는 프로그램이죠. 기회만 된다면 또 가고 싶어요.”

그녀는 특별했다. 낯을 가리다가도 카메라 앞에선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 천생 배우였다. 툭 걸쳐 입고 왔지만 빛나는 패션 션스에 놀랐고, 소탈한 성격은 편안했다.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하지만 또 어느 부분에선 자신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만큼 빠져들게 하는 대화 스킬은 지난 20년 배우 생활로 다져진 내공일 것이다.
“유명인이니까 더 바르게 살게 되는 것 같고. 또 제가 걷는 길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문득 행복해질 때도 있어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며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소통함으로써 스트레스도 풀죠.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작품이 끝나면 술 한잔 진하게 해요. 여자들끼리의 수다, 재미있잖아요.”
그녀와의 다음 만남은 술자리가 아닐는지.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인터뷰
이예지 기자
사진
하지영
헤어
윤상아(끌로에)
메이크업
문현진(끌로에)
스타일리스트
박미영, 박경민
2016년 07월호

2016년 07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인터뷰
이예지 기자
사진
하지영
헤어
윤상아(끌로에)
메이크업
문현진(끌로에)
스타일리스트
박미영, 박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