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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 봄, 붐

오랜만에 라디오 DJ로 돌아온 붐을 만났다. 유쾌한 에너지와 단단함이 함께 느껴졌다.

On May 1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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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봄, 붐은 라디오 DJ로 대중 앞에 다시 섰다. 떨리고 조심스럽다. 한때 연예계를 잠식한 ‘불법 도박’이란 키워드에 연루된 후 3년 만의 첫걸음이라 그렇다. 그러나 동시에 인생에서 가장 좋은 친구였던 라디오로 복귀할 수 있기에 설렌다. 붐은 몇 년 전 이미 <붐의 영스트리트>의 DJ로 라디오의 매력을 경험한 바 있다. 대중 앞에 차마 나설 수 없던 지난 시간에도 그는 라디오를 들었다.

“라디오는 제 인생에서 가장 좋은 친구예요. 고등학생 때에도 마치 DJ가 라디오를 진행하는 것처럼 혼자 떠들면서 공부했거든요. ‘임진왜란이 지나고 이제야 좀 전쟁이 끝나 살 만해졌나 싶었는데, 아뿔싸!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말았네요. 노래 들으면서 다음 전쟁 이야기를 이어 가죠~’ 이런 식으로 ‘멘트를 치면서’ 역사 공부를 했다니까요. 얼마 전에는 제가 누군지 밝히지 않고 노사연, 이성미 선배님들이 진행하는 라디오 코너에 전화를 걸었죠. 퀴즈 대결에서 2연승을 거두며 상품도 받았어요. 노사연 선배가 저더러 ‘이분 되게 특이하시네? 혹시 개그맨 지망생이세요?’라고 물었을 정도로 차진 입담을 선보였지요. 하지만 끝까지 제가 붐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어요.(웃음)” 지금 붐과 함께 하는 팀은 몇 년 전 그가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붐의 영스트리트>에서도 함께 했던 멤버들이다. 그야말로 드림팀, 눈빛만 보고도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사이다.

“PD님은 저를 그냥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내버려두세요. 아직까지 대중에게 방송으로 인사드리는 건 조심스러운데, 라디오를 진행할 때만큼은 편한 옷을 입은 느낌이에요. 그렇게 청취자들과 맘껏 놀다가 다른 녹화를 하러 가면 멘트가 잘 나와요. 입이 풀려서 그런가 봐요. 라디오 부스는 저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이에요.”

평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붐이 진행하는 SBS 러브FM 〈DJ 붐의 드라이빙 클럽〉은 ‘나른한 오후 청취자들의 마음을 청량하게 깨워주는 클럽 같은 방송’을 콘셉트로 잡았다. 기자회견에서도 붐은 ‘청취자의 자동차 안에 클럽을 구현하겠다’고 야심만만하게 밝힌 바 있다. 그래선지 이미자와 백설희가 함께 부른 ‘닐리리 맘보’ 라이브 버전부터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최신곡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령대가 함께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음악이 이어진다. 진짜 클럽 DJ가 된 듯한 붐의 현란한 추임새도 백미다.첫 기획부터 그날그날의 선곡까지 어디 하나 붐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이 없다.
 

“제작진과 회의를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해야 우리만의 고유한 개성을 지닌 라디오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동시간대에 방송하는 <두시탈출 컬투쇼>라는 거대한 산에 짓눌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하고 말이죠.(웃음)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결론은 ‘라디오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자’였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듣는 그런 라디오 말예요. 그래서 음악도 다른 라디오의 몇 배 분량인 15곡 정도 틀어드리고요.”

‘맛있는 라디오’를 위해 붐은 음향 장비를 다루는 법까지 따로 배웠다. 그의 열정이 청취자들에게 먹힌 걸까? 을 듣는 이들 중에는 유난히 임신부가 많단다. 몸을 많이 움직일 수 없어 라디오를 즐겨 듣는 임신부들이 붐의 방송을 그렇게나 좋아한다고.

“임신부들이 즐겨 듣는다는 건 아이도 같이 듣고 있다는 거니까 책임감을 느껴요. 제 방송으로 태교하면 아주 적극적인 아이가 나오지 않을까요?(웃음) 한번은 출산이 임박한 청취자 분이 ‘제왕절개 렛츠고!’라고 클럽 디제이처럼 외쳐달라고 요청하셨어요. 무사히 출산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냅다 외쳤죠. 그 덕분에 건강하게 아이를 낳았다고 나중에 문자를 보내셨더라고요.”

DJ 붐의 매력은 여성 청취자들에게만 먹히는 게 아니다. 나이 지긋한 일명 ‘아재’들도 그의 라디오를 즐겨 듣는 주된 청취자들이다. 오후 2시, 점심을 먹은 뒤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집중도 안 되고 졸음이 몰려오는 그 시간, 붐의 라디오는 그야말로 청량음료 같은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오후 방송을 해보니 좋은 점이 많더라고요. 저녁에는 라디오의 위세가 약해져요. TV를 보거나 약속 때문에 밖으로 나가거든요. 그런데 오후 2시에는 많은 분이 듣죠. 사무실에서 라디오를 몰래 틀어놓고 듣는 직장인도 있더라고요. ‘붐씨, 나 좀 깨워줘요. 부장님 몰래 듣고 있어요’라는 문자가 자주 와요. 그런데 부장님뻘 되는 ‘아재’분들도 저희 방송을 들으신다니까요. 제 이름을 종종 ‘봄’ ‘밤’ ‘괌’ 등으로 잘못 보내는 분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아재 청취자분들 사랑해요. 얼마나 귀여우신지! (웃음)”

청취자들에게 더 좋은 음악을 선사하기 위해 붐은 많은 시간을 할애해 새로운 음악을 챙겨 듣는다. 한순간 트렌드를 놓치면 이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라나. “모두 즐겨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선곡하는 건 기본이고, ‘요즘은 이 곡이 핫해요’라고 시청자분들에게 소개해주는 것 또한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양한 음악을 듣고 정리해두고 있어요. 가령 요즘 많은 아이돌이 나오고 있지만 저는 특별히 ‘러블리즈’를 주목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윤상씨가 프로듀싱을 해주셔서 멜로디가 서정적이고 좋거든요. 즉 주부님과 아재분들이 듣기에도 이질감 없는 곡이라는 이야기죠.”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붐은 “기자님, 신나는 음악, 부탁~해요!”라며 늘 소지하고 다닌다는 소형 스피커를 건네주었다. 후렴구를 따라 부르며 흥겹게 촬영에 임하는 그에게 넌지시 “직접 음악을 해볼 생각은 없느냐”고 물으니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젊은 치기만으로 무작정 음악에 도전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고 있습니다.(웃음) 하지만 음악인은 저의 영원한 꿈이죠.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겸손하게 준비하려고요. 하하” 하긴 당분간 붐은 다른 일에 한눈팔 새가 없을 것이다. 해가 떠 있을 때는 DJ, 해가 지고 나면 대학생으로 변신하는 붐은 올해 고려사이버대학교 융합경영학과 16학번으로 입학했다. 일하랴 공부하랴 정신없는 나날이다.

“저녁에는 무조건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수업을 들어요. 하루에 4개 강좌 정도를 2배속으로 빠르게 설정해놓고 들어요. 마치 래퍼 같은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며 새벽을 보내죠. 이제 곧 중간고사인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늦깎이 대학생이 된 붐은 왜 융합경영학과를 선택했을까? 붐은 “재능을 구체화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부끄럽지만 제가 좀 안목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것이 ‘성공할지 아닐지’ 잘 맞혀요. 그래서 제게 조언을 구하는 친구가 많고요. 그런 안목과 아이디어를 좀 더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연결해보고 싶더라고요.” 붐은 생각보다 훨씬 진지하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바쁜 중에 굳이 시간을 쪼개어가며 공부할 엄두를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30대에는 제대로 복귀에 성공하는 게 목표예요. 40대에는 어떤 분야에서든 마음과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고 진두지휘하는 디렉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50대요? 이건 정말 ‘꿈’인데요, 어릴 적 살던 강원도를 진심으로 사랑하거든요. 그래서 강원도 영월 군수로 봉사하면서 살고 싶어요. 정치하고 싶은 애라고 오해하시면 안 되는데…. 그냥 강원도를 사랑하는 청년의 단순한 ‘꿈’일 뿐이에요.(웃음)”

붐은 40대쯤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은 좋아하는 사람도 연애할 생각도 없다. 피하는 게 아니라 조심스러워서 그렇다. “경솔한 연애를 할 나이는 지났잖아요. 누구와 사랑하든 대중에게 알리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할 것 같아요. 책임 있는 사랑을 하고 싶어요.” 이상형도 바뀌었다. 성향이 같으면 좋겠고 화초를 좋아했으면 한다. 알고 보니 붐은 혼자 사는 집에 40개의 화분을 두고 돌볼 정도로 화초를 사랑하는 남자다. “나무에 물 주고 잎을 솎아주는 일이 즐거워요. 집에서 혼자 그렇게 보낸 시간이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한창 바쁠 때는 키우는 개 ‘쫑쫑이’와 사이가 데면데면했는데 이제는 엄청 친해졌어요. 요즘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우리 쫑쫑이의 남편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직접 만들어 먹는 집밥을 좋아하는 붐은 요리 재료도 강원도 산지에서 직송된 것만 사용한다. 10년 넘은 자취 경력 덕에 요리는 제법 자신 있다. “특히 알리오 올리오 스파게티는 제대로 할 줄 알죠. 유명한 호텔 요리사에게 정석으로 배웠거든요. 김치찌개를 끓이더라도 디테일을 다르게 해서 시도해보죠. 결혼해서도 아내에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줄 거예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얻은 혼자만의 시간, 붐은 사랑하는 것들에게서 위로를 얻었다. 집, 강아지, 화분 40개, 자신을 위해 요리하는 행위, 그리고 가족들. 바쁘게 달리느라 챙기지 못했던 가족을 비로소 돌아보게 됐다.

“생각해보니 가족과 함께 여행 한 번 제대로 못 갔더라고요. 그래서 차 한 대 빌려 부모님과 이모님들 모시고 여행을 다녀왔어요. 전국 곳곳을 일주일간 돌았죠. 다들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기쁘면서도 죄송했어요.” 힘든 시기를 지나며 붐은 일상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됐다. 늘 곁에 있어 의식하지 못한 가족, 매일 반복되어 소홀히 여긴 대본 리딩 같은 것들 말이다. “부끄럽지만 예전에는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지에 연연했고 돈 버는 게 그저 좋았어요. 그런데 이젠 과정 그 자체가 소중해요. 부모님도 제가 아무리 작은 역할을 맡아도 반가워하시고 TV에 나온 제 모습을 캡처해 저장하시고는 해요.”

한창 잘나갈 때만큼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아도, 붐은 지금 행복하다. 그를 사랑하고 믿어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고, 쉴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이 있고, 미래를 향한 꿈도 있다.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그에게 소박한 바람이 하나 있다. “열심히 활동해서 딱 상 하나만 받으면 좋겠어요. 상 자체보다도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늘 미안하고 고맙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마음을 전할 사람이 너무 많아요. 마지막으로 붐의 인생에서 가장 큰 꿈이 뭔지 물었다.

“저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에게 ‘과라나 추출액’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에너지 드링크 성분표를 보면 하나같이 들어가는 성분이에요. 팍팍한 삶에 진한 에너지 농축액 한 방울 전해드리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행복합니다.”
 

이달의 라디오 스타

이달의 라디오 스타

SBS 러브FM 103.5MHz 〈DJ 붐의 드라이빙 클럽〉
월~금요일 오후 14:20~16:00
radio.sbs.co.kr/boomdrivingclub

CREDIT INFO

취재
정지혜 기자
사진
이진하
스타일링
박미영, 박경민
의상협찬
albent, 프레이지, 질 by 질스튜어트, 헤지스맨 선글라스 디셈버스페이스, 세라
2016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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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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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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