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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재의 살림 풍류

On February 01, 2016 0

소소한 일상의 지혜를 마치 ‘생활 예술’과도 같은 시선과 감각으로 전파해온 효재. 그런 그녀가 충북 제천에 새로운 ‘효재 공간’을 마련하며 서울과 시골을 오가는 유쾌한 이중생활을 시작했다. 효재 고유의 감각 그리고 제천의 자연에서 얻은 감성으로 새롭게 느끼고 터득한 소소한 일상 이야기.

성북동 살림 날라다 만든 제천 시골집

제천 집은 땅에 금 긋고 노는 아이처럼 찬장으로 금을 그어 거실과 주방을 나누었다. 예전 시골집에서는 싱크대에서 돌아서면 손에 잡히는 거리에 높고 큰 그릇장을 두어 좁은 기찻길 부엌을 만들었는데, 그러고 보니 제천 집은 그때의 기찻길 부엌 미니 버전이다. 찬장 길이만 한 작은 통로에 서면 과거를 추억하게 되는 정이 깃든 집이다.

집 뒤편 후미진 공간에는 이끼 정원을 만들었다. 본래 이곳은 해가 들지 않아 버려진 손바닥만 한 땅이었다. 이끼 정원을 만들기로 작정한 후 집 뒷산에서 이끼 골짜기를 찾아내어 치즈 칼로 이끼를 살살 걷어 비닐봉지에 담아 왔다. 담요 덮듯 이끼를 깔아놓고 물을 주니 어둡기만 했던 공간에 아름다운 초록이 살아났다. 이끼가 피우는 꽃은 아름답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들며 나며 이끼 정원에 물 주는 게 제천 집에서 누리는 낙이 되었다.

거실에서 마당으로 바로 나올 수 있는 베란다 창에는 흉물처럼 보이는 철 난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철 난간을 없앨까 고민하다가 담쟁이덩굴을 올렸다. 담쟁이가 자기들이 알아서 타고 올라가는 것 같아도 얽히고설키게 해놓아야 길이 만들어져 원하는 모양대로 올라간다. 흉물도 노력하면 언제든지 자랑이 될 수 있다.

 

더덕꽃은 꽃받침까지 있어 쥐기도 편하니 영락없는 술잔이다.

더덕꽃은 꽃받침까지 있어 쥐기도 편하니 영락없는 술잔이다.

더덕꽃은 꽃받침까지 있어 쥐기도 편하니 영락없는 술잔이다.

생강나무 꽃가지는 초록이 귀한 이른 봄 찻자리에 생기를 준다.

생강나무 꽃가지는 초록이 귀한 이른 봄 찻자리에 생기를 준다.

생강나무 꽃가지는 초록이 귀한 이른 봄 찻자리에 생기를 준다.

계절 있는 나라에서 계절을 느끼며 살아야지, 제철 꽃놀이

잎도 없이 노란 꽃부터 피는 생강나무 꽃은 이른 봄, 꽃이 귀한 계절에 핀다. 추운데도 향이 요동치니 요 때는 너무 반가워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다. 가지치기 핑계 삼아 가지를 꺾어 집 안에 들여서 이틀을 애지중지 꽃을 보다가 비들비들해지면 나무젓가락으로 따내어 차를 우린다. 맞춤하게 놀러 오는 이 있으면 이 생강나무 꽃차를 내는데 눈을 감고 입꼬리를 올리며, 향기에 집중하며 마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 난 이맘때가 되면 생강나무 꽃차 나눌 손님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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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한 바퀴, 뒷산을 오르내리면 제비꽃 몇 송이가 손에 들려 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물에 담가놓아야 꽃이 팔팔하다.

마당 한 바퀴, 뒷산을 오르내리면 제비꽃 몇 송이가 손에 들려 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물에 담가놓아야 꽃이 팔팔하다.

이른 봄 감동을 주는 것은 또 있다. 겨울 끄트머리 이른 봄에 누구나 기다리던 꽃으로 만든 꽃떡이다. 얼마나 꽃이 반가웠으면 이름도 강남 갔다 돌아온 제비꽃이랴. 덕분에 이 계절엔 마당의 제비꽃이 남아나질 않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꽃떡을 쪄내니 말이다. 꽃떡을 열심히 찌다 보면 어느새 봄이 간다. 그리고 다시 내년 봄을 기다린다. 떡국을 먹어야 한 살을 먹듯 꽃떡을 먹어야 봄을 맞이한 기분이다. 그래서 내겐 꽃떡이 한 해의 시작이자 끝이다.

옛날 선비들은 꽃놀이 길에 술병은 가져가도 술잔은 가져가지 않았다고 한다. 더덕꽃을 술잔으로 쓸 요량이었던 것이다. 더덕이 있는 곳은 향기로 알았다지만, 더덕꽃을 뒤집어 술잔으로 쓸 생각은 어찌했을까? 선비들의 지혜를 응용하여 마당의 더덕꽃을 받침째 따다가 포석정처럼 유리 물잔에 띄우고 반주상을 차린다. 꽃은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면 잔이 흥청거리니 마지막에는 꽃째 먹어야 한다. 음식 끝에 반주로 먹는 술인지라 취할 일 없지만, 꽃 술잔에 따라 마시는 풍류에 꽃술 자리는 늘 도연하다.
 

화투 담요는 목 부분에 매듭 단추를 달아 칼라가 있는 망토로도 입을 수 있다.

화투 담요는 목 부분에 매듭 단추를 달아 칼라가 있는 망토로도 입을 수 있다.

화투 담요는 목 부분에 매듭 단추를 달아 칼라가 있는 망토로도 입을 수 있다.

열두 달 자연을 담은 화투에 옷을 입혔다. 주름 넣어 복주머니 모양으로 동그랗게 만든 돈주머니를 달았다.

열두 달 자연을 담은 화투에 옷을 입혔다. 주름 넣어 복주머니 모양으로 동그랗게 만든 돈주머니를 달았다.

열두 달 자연을 담은 화투에 옷을 입혔다. 주름 넣어 복주머니 모양으로 동그랗게 만든 돈주머니를 달았다.

때론 왁자하게, 때론 나 홀로 효재식 풍류놀이

노름과 화투는 다르다. 화투는 놀이다. 열두 달 자연을 노래하는 화투는 서양 카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화투를 늘어놓으면 열두 달 연폭 병풍이 된다. 이름도 화투, 꽃들의 싸움이라. 얼마나 풍류가 있는지. 어느 날 화투에 옷을 입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화투 담요다.

재미있는 놀이로 좀 더 격 있게 즐길 수 있도록 앞뒤로 배색 달리하여 모서리에는 주머니를 달았다. 화투 담요는 설핏 잠드는 오수를 즐길 때 낮잠 이불이 되기도 하고, 추운 날에는 망토로도 입을 수 있다. 여행길 차 안에서 무릎 덮개로 사용하다 휴게소에 내릴 때는 얼른 주머니에 신용카드 한 장 넣어서 어깨에 두르고 나가기도 하니 어떤 물건이든 다 쓰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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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장난이 문화로 발전한 고수레놀이도 효재식 풍류놀이 중 하나다. 누가 주고 간 조니워커 미니 네 병을 5년간 쟁여두다 어느 날 식전주로 내놓으면서 고수레놀이가 시작되었다. 미니 석창포 화분에 돌멩이 하나를 얹어놓고는 “이게 백두산이라고 생각하세요” 했다.

소꿉놀이하듯 미니 술잔에 술을 따르고 백두산 위로 모였다. “우리 조상들은 낭만 있게 산신령이 있다고 믿었답니다. 자, 이제 이 백두산 산신께 소원을 빌어보세요. 각자 소원은 마음속으로 비시고, 입으로는 ‘고수레~’ 하시면 됩니다.” 순식간에 미니 화분 위 돌멩이는 산신이 사는 백두산이 되었다. 그리고 마신 고수레 술 한 잔. 이렇게 해서 그날 나는 신화와 전설을 생활 속에 끌어들인 놀이 하나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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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물에 소독한 나무 도구들을 채반에 널어놓는 이유는 물기 그대로 수저통에 세워두면 바닥 닿는 곳이 시커멓게 변해 손님상에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끓는 물에 소독한 나무 도구들을 채반에 널어놓는 이유는 물기 그대로 수저통에 세워두면 바닥 닿는 곳이 시커멓게 변해 손님상에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이 놀이가 되는, 살림 풍류

스테인리스가 편리하고 위생적이라 좋지만, 나는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드는 나무 도구들도 좋아한다. 설거지할 때 제일 먼저 이 아이들부터 씻어서 물이 끓고 있는 커피포트에 넣어 소독을 한다. 채반에 널어 자연 건조한 다음 서랍에 넣어 따로 보관한다. 내일 해야지 하고 게으름을 피우면 썩어 있다. 그래서 나무 도구를 사용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나무 도구를 쓰는 것은 살림에 풍류를 더하는 일이다. 멋이 생기고 통찰력이 생기고 일머리가 생긴다. 불편해도 살림에 풍류를 더하면 여자는 지혜로워진다.

나는 돌을 사랑한다. 우리 집에서의 돌은 살림하는 나를 기도와 명상으로 이끄는 길잡이다. 설거지를 하다 책을 읽다 물을 끓이다 돌을 바라보며 기도를 한다. 또한 눈에 띄는 돌은 하나씩 주워다가 개수대 앞에 늘어놓고 세제도 올리고 수세미도 올려두고 쓴다. 내가 일하는 곳에 돌이나 화분을 두면 공간이 멋스러워진다.

 

개수대 앞의 돌들. 왼쪽의 돌은 도마 받침인데 두부를 올리고 한쪽에 돌을 받치면 자연스레 물이 빠진다.

개수대 앞의 돌들. 왼쪽의 돌은 도마 받침인데 두부를 올리고 한쪽에 돌을 받치면 자연스레 물이 빠진다.

개수대 앞의 돌들. 왼쪽의 돌은 도마 받침인데 두부를 올리고 한쪽에 돌을 받치면 자연스레 물이 빠진다.

후미진 화장실 가는길에 손으로 만든 골목 갤러리.몇 대에 걸친 물건들이 걸려 있는 제일 고급한 공간이 되었다.

후미진 화장실 가는길에 손으로 만든 골목 갤러리.몇 대에 걸친 물건들이 걸려 있는 제일 고급한 공간이 되었다.

후미진 화장실 가는길에 손으로 만든 골목 갤러리.몇 대에 걸친 물건들이 걸려 있는 제일 고급한 공간이 되었다.

특히 부엌일을 하기 전에 돌에 물을 뿌리는데, 싱그러운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 화분에 세제가 튈까 봐 수도도 살살 틀게 된다.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끝내도 곱게 일하니 앞치마가 물에 젖지 않는다. 어느 날 촬영하러 왔던 잡지 기자가 놓고 간 나무판으로 궁리 끝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고 마당 죽은 대나무를 끼워 걸개를 만들었다. 여기에 엄마와 이모가 물려준 노리개며 내가 쓰던 소품들을 걸어 화장실 가는 벽에 걸었더니 우리 집의 역사가 있는 벽이 되었다.
 

<효재의 살림풍류>(스타일북스, 이효재)

<효재의 살림풍류>(스타일북스, 이효재)

쉽고 편안하고, 창조적이되 실용적인 살림 스타일을 선보이며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로 널리 알려진 살림 멘토, 효재. 그녀가 성북동 본가의 살림을 덜어내어 충북 제천에 새로운 ‘효재 공간’을 마련하면서 집필한 또 한 권의 ‘효재 스타일’ 살림 책이다. 제철 꽃놀이, 혼자라도 가능한 풍류놀이, 약초를 이용한 밥상과 자연 음식 레서피, 그리고 다양한 소품 만들기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이미 친숙한 효재식 삶에 ‘풍류’라는 삶의 방향을 녹여냈다. 1만5천원.

소소한 일상의 지혜를 마치 ‘생활 예술’과도 같은 시선과 감각으로 전파해온 효재. 그런 그녀가 충북 제천에 새로운 ‘효재 공간’을 마련하며 서울과 시골을 오가는 유쾌한 이중생활을 시작했다. 효재 고유의 감각 그리고 제천의 자연에서 얻은 감성으로 새롭게 느끼고 터득한 소소한 일상 이야기.

Credit Info

기획
정미경 기자
정리
안소미(프리랜서)
자료협조
스타일북스(02-728-0233)

2016년 02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정미경 기자
정리
안소미(프리랜서)
자료협조
스타일북스(02-728-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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