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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내요 주원씨

성실하다, 진중하다, 순수하다, 올곧다, 깊다, 아름답다. 이 형용사들은 모두 주원을 향하고 있다. 6년 차 대세 배우 주원을 만났다.

On November 13, 2015

흰색 니트 셔츠에 흰색 슬랙스를 매치한 배우 주원은 그날따라 유난히 빛나 보였다. 큰 눈을 끔뻑끔뻑하는데 두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그는 SBS 드라마 <용팔이>의 촬영이 강행군으로 진행되는 탓에 엿새째 제대로 잠을 못 잤다고 했다. 힘겹게 발걸음을 떼며 걸어 들어오는 모습에선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이야기를 이어가면서는 몸에 힘이 없는지 벽에 기대어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꼭 누나들의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한 마리 ‘백사슴’ 같았다고나 할까? 그는 촬영을 하다가 잠시 들른 것이고 또다시 촬영장으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늘자(20일) 방영분을 오늘 아침까지 촬영했어요. 거의 생방송 수준이죠. 일정이 빠듯해서 육체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에요. 보통 한 회당 60신 정도 찍게 되는데 제가 등장하는 부분이 많아 매회 56~57신 정도씩 찍는 것 같아요.”

주원이 출연하는 <용팔이>는 고액의 돈만 준다면 어디든 가서 누구든 수술해준다는 최고 실력의 외과의사 ‘용팔이’가 병원에 잠들어 있는 재벌 상속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하는 작품마다 대박을 터뜨려 ‘주원 불패’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주원과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 배우로 손꼽히는 김태희가 호흡을 맞춰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그가 이렇게 짬을 낸 것은 매회 방송 때마다 상승하는 시청률에 보답하고자 하는 차원이었다. <용팔이>는 1회 때 11.6%의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회가 거듭될 때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해나갔다. 그리고 지난 8월 19일 방영된 5회에는 ‘꿈의 시청률’이라고 불리는 20%를 넘어섰다. 15%를 넘기기 힘든 요즘 드라마치고는 상당히 좋은 성적표다.

“아침에 촬영을 마치고 조금 긴장을 풀려고 하는데 시청률 조사 알림이 오더라고요. 20%를 넘어선 것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웃음) 제게는 시청률 조사 결과만 한 각성제가 없는 것 같아요. 드라마 제작발표회 때 시청률 18%를 넘으면 기자들과 함께 소풍을 가겠다고 공약했는데 그것도 조만간 꼭 지키려고 해요. 오늘 아침에도 다른 출연진과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다 왔어요.(웃음)”

상대 배우인 김태희가 첫 회부터 4회까지 줄곧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역할이다 보니, 자연스레 주원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서의 촬영과 야외 스턴트 촬영을 오가며 동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주원의, 주원을 위한, 주원에 의한’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선 드라마 <용팔이>를 두고 ‘주원의 원맨쇼’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영화 <그놈이다>를 촬영하면서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 (유)해진 형에게 많이 배우기도 했고,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법 등을 영화에서 습득하게 된 것 같아요. <용팔이> 현장에서도 감독님과 많은 스태프들이 나를 굉장히 믿어주세요. ‘너 하자는 대로 할게’ 이런 식으로 해주시니까 책임감도 느끼고요. 누군가 믿어준다고 생각하니까 더 자신 있게 표출해내지 않았나 싶어요.”

드라마가 순항 중이니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사실 드라마 <용팔이>와 관련된 잡음은 1회 때부터 끊이지 않았다. 여자 주인공의 연기력 논란, 제작진의 편집 실수, 극 중 대사 논란 등 웬만한 구설에는 다 오른 것 같다. 여러 논란 중에서도 주원의 상대 배우인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은 호사가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거론됐다.

“어떤 배우든 연기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은 있을 수 있다고 봐요. 누나도 여느 연기자들처럼 굉장히 열심히 하는 배우예요. 태희 누나의 연기력 논란이 거론됐을 때, 저도 파트너로서 굉장히 마음 아팠고, 한편으론 미안했어요. 누나가 상처받을까 봐 전화를 걸어 위로도 했고요. 어제 방영된 5회에서 드디어 누나가 깨어났는데, 그 신을 찍을 때 굉장히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혹시 자기 때문에 시청률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냐고요. 다행히 시청률이 굉장히 잘 나와서 ‘역시 누나 효과’라고 했어요.”

외모만 훈남인 줄 알았는데 마음까지 훈훈하다. 사실 주원은 ‘무결점 배우’로 연예계에선 정평이 나 있다. 반듯하고 성실하고 겸손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배우. 그를 형용하는 수식어가 이렇게나 많다. 쉬지 않고 작품활동을 해 근면 성실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지는 오래고, SNS상에서는 촬영장에서 다소곳한 자세로 쪽잠을 자는 주원의 모습이 여러 차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주원은 고요하다. 스타라면 응당 가져야 할 것 같은 화려함이나 요란함이 없다.

“물론 배우의 수명을 생각했을 때 ‘스타’와 ‘배우’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면 가장 좋을 거예요. 하지만 두 가지 중 무엇을 고를 거냐고 묻는다면 두말없이 배우를 선택할 거예요. 저는 일상의 저와 연기하는 저의 모습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가장 기분이 좋아요. 그만큼 캐릭터에 몰입했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다. 주원의 현재 위치는 분명 스타이자 배우다. 하지만 기자의 기억 속에서 주원은 스타보다는 배우의 모습에 더 가깝다. 과거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도 자신을 화려하게 치장하기보다는 묵묵히 열심히 하는 그런 배우였다. 가령 딸기밭에서 딸기를 따는 신을 촬영하면 정말 묵묵히 딸기만 따는 캐릭터. 이것만 봐도 그가 어떻게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지 자명해진다.

그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운명 같은 거였다. 소심한 성격을 고쳐보려고 지원한 방송반 모집이 마감돼 연극부가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예술고등학교에서 학교 극장을 책임지는 극장장이 되었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연기를 업으로 삼는 직업을 택한 것이다.

말하자면 주원은 ‘떡잎부터 다른 나무’였다. 데뷔작 <제빵왕 김탁구>(2010)에서 배우 윤시윤에 맞서는 악역으로 강렬하게 눈도장을 찍은 이후, 줄곧 드라마의 주인공 자리는 주원에게 돌아갔다. 데뷔작에서 자신밖에 모르고 승부에만 집착하는 ‘구마준’은 <오작교 형제들>에서 예의 바르고 순진한 ‘황태희’가 되었다.

이후 <7급 공무원> <각시탈> <굿닥터> <내일도 칸타빌레> 등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 역시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다. 그의 도전은 영화와 뮤지컬로도 이어졌다. 모든 장르를 주름잡는 배우는 흔치 않다. 주원은 그렇게 꼬박 6년이라는 시간을 쉼을 모르는 사람처럼 성실하고 묵묵하게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리고 그 내공이 이번 드라마에서 터진 것이다. 일각에선 KBS에서 신인상, 우수연기상, 최우수연기상까지 거머쥐었으니 이번 드라마 <용팔이>로 ‘SBS 연말 연기대상은 주원의 차지가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솔솔 들린다.

“지금 시청률이 이렇게 잘 나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요. 이미 시청자께서 상을 주신 것이나 다름없잖아요. 대상 못 받아도 배부릅니다.(웃음) 솔직히 받으면 무척 기분 좋을 것 같아요. 한편으론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대상을 받고 나면 다음 작품 고를 때 지금보다 훨씬 신경 쓰이지 않을까요?”

주원이 방긋 웃어 보였다. 그런 상상이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상대 배우인 김태희가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났으니 이제는 둘의 멜로 라인이 그려질 차례. “영화를 봐도 멜로 라인만 보일 정도로 멜로에 약하다”고 말했던 주원이기에 앞으로의 연기가 더욱 기대된다.

“태희 누나가 깨어나 말을 하고 있다는 게 기쁘고 행복했어요. 이제 좀 나눠서 촬영할 수 있잖아요.(웃음) 촬영 중간중간에 제가 누나를 많이 업었어요. 제발 좀 뛰어다니는 역할을 하라고 속으로 생각 했었죠.(웃음) 누나가 움직이기 시작하니까 현장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어요. 스태프들도 예전보다 더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 같고, 전보다 훨씬 분위기도 밝아진 것 같아요.”

 

주원은 이제 다음 주 촬영분을 녹화하러 가야 한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황송하다”는 것. 자신을 믿어주는 스태프에게 그렇고, 재미있게 봐주시는 시청자분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의 나이는 이제 고작 스물아홉. 10년 뒤, 20년 뒤, 아니 노년의 모습까지도 궁금한 배우 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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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취재
정희순 기자
사진
황혜정, 에드윈 제공
2015년 09월호

2015년 09월호

취재
정희순 기자
사진
황혜정, 에드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