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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권상우

4년이란 공백은 톱스타 권상우도 초조하게 만드는 법. 권상우는 두 자녀의 아빠로, 배우 손태영의 남편으로 충실히 삶을 사는 것과는 별개로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싶어 했다.

On October 26, 2015



공백기가 있기는 했지만 권상우가 연예인으로서 활동을 아주 중단한 건 아니었다. 판위안량 감독의 <그림자 애인>(2012)으로 중국 관객과 만났고, 매년 일본 팬들과 팬 미팅도 진행해왔다. 스스로도 “공백이 길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막상 한국 영화로 관객과 만날 생각을 하니 거리가 멀게 느껴지더라”고 고백했다.


그래서일까? 한국 영화 복귀작인 <탐정: 더 비기닝>(이하 <탐정>) 홍보차 만난 권상우는 기대와 긴장감을 동시에 보였다. 오랜만의 복귀에 대해 그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세월이 금방 가더라”며 “새삼 열심히 더 뛰어야겠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영화 뒤풀이나 관련 술자리에 잘 나가지 못하다가 영화 <쎄시봉> 뒤풀이에 참석했어요. 다들 함께 어울려 술도 먹고 대화도 나누는데 묘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나 혼자 이방인 같은 느낌이랄까? 구석에 앉아 음식을 먹는데 왠지 소외당하는 기분이었죠. 자리에 함께 있던 김정훈 감독(<탐정> 연출자)과 ‘우리 진짜 영화 잘 찍어보자’고 결의까지 했어요.(웃음) ‘나 혼자 영화인이라고 생각한 건 아닌지’ ‘어쩌면 생각보다 멀리 돌아가고 있구나’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12년 전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권상우에게 <탐정>은 전공 분야다. 미제 사건 전문 탐정을 꿈꾸지만 현실은 만화방 주인이자 아내를 내조하는 유부남 ‘강대만’(권상우 분)이 베테랑 형사 ‘노태수’(성동일 분)를 만나 진짜로 사건을 함께 해결한다는 게 영화의 줄거리인데 코믹 연기와 함께 애 딸린 유부남으로서 생활 연기까지 가미했다. 팬들에겐 종합 선물 세트다. 유부남 설정은 연기랄 게 없었다. 그 역시 “가정이 있는 남자라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라며 “아내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남편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다 비슷할 것”이라 말했다.

“만화와 탐정 놀이에 빠져 생업을 등한시하는 ‘대만’에게 아내가 타박하는 장면이 있어요. 사실 그건 실제 저와는 좀 다르고, 우리 와이프(손태영)와도 차이가 있지만 실제로 ‘대만’이 같은 남편이라면 누가 가만히 있겠어요.(웃음) 제 와이프요? 워낙 부지런해서 주방에도 못 들어오게 해요. 음식이든 뭐든 자기 손이 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죠.”

자신의 일상을 살짝 공개하면서 권상우는 가장으로서의 무게감도 함께 갖고 있다고 전했다. “먹고사니즘”의 문제는 스타라도 피할 수 없었다. 우스갯소리처럼 “출연 작품이 흥하면 웃으며 잘 살 수 있는 거고, 그게 아니면 다작을 해야지”라고 했지만 결혼 이후 자신의 가족을 꾸리면서 분명 권상우는 연기에 대한 관념과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더 진중해졌다.

“<탐정> 이전까지 저는 과도기에 있었어요. 일단 해외 활동에 주력하게 되면서 주변 선배나 동료 배우들과도 단절감이 생겼고, 스스로도 좀 위축된 면이 있었죠. 답답한 마음에 여기저기 이렇게 가는 게 맞는지 물어보기도 했어요. 제 나이 때에 다 거치는 일이라더라고요. 지금 제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던 찰나 <탐정>을 만났고, 작품을 통해 저의 현재를 유쾌하게 돌파하려 했어요. 아빠 권상우가 스크린에서 어떤 연기를 할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말죽거리 잔혹사>(2004)나 <포화 속으로>(2010) 등 남성미를 내세운 작품도 해왔지만 남자 배우, 그것도 중년 배우와 단둘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관객 입장에선 김하늘(<동갑내기 과외하기>), 최지우(<천국의 계단>), 정려원(<통증>) 등과 함께 만든 로맨스, 멜로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그가 웃는다. “오히려 남자끼리 주고받는 연기라 더 기대됐다”며 “사실 남자 배우와 하는 게 심적으로 더 편한 것도 있고, 와이프도 그걸 더 좋아한다”고 답했다.

“그러고 보니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이후 시간이 벌써 이만큼이나 흘렀네요.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2년이 지났어요. <탐정>을 보신 관객들 중 그때 분위기가 난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기분 좋더라고요. 제 입장에선 익숙한 이미지로 어필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천국의 계단>(2003)을 찍은 최지우와는 <유혹>(2014)이란 작품에서 다시 만났다. 막역한 사이는 아니더라도 일 년에 한두 번 연락하던 그녀가 올해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걸 보면서 반가움에 소리치기도 했다는 권상우.

“같은 작품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파트너인데 그가 한물갔다는 소리는 듣기 싫잖아요. 일종의 동료애 같은 거죠. 얼마 전에 만난 자리에서 ‘이러다 10년 뒤에 우리 부부 연기를 해야 하는 건 아니냐’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어요.” 동료 배우와 작품에 대한 소회를 전하는 그는 담담했다. 지난 4년간 한국 작품을 섣불리 못 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바로 직전 영화의 흥행 실패가 영향을 주더라”라고 말했다. <통증>이었다. 비(非)연영과 출신으로 끊임없이 연기력 논란과 싸워오면서 자신을 던져온 그에게 회심의 도전이었던 <통증>의 실패는 쓰린 아픔이었다.

“연기 전공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열정 하나로 시작한 작품이었는데 그로 인해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됐고, 이제 출발선에 다시 선 느낌이에요. <탐정> 시나리오를 받아 들고 그간 뜸했던 연기 선생님, 김지수 선생님을 여러 번 찾았어요. 기술적으로야 크게 배울 단계는 지났다고 하지만 선생님에게 조언을 듣고 캐릭터를 파악해가면서 마음의 위안도 되고 안정도 얻게 됐죠.”


말이 나온 김에 권상우의 데뷔 무렵을 짚어봤다. 별 생각 없이 학창 시절을 보내던 그의 심장을 울린 게 영화였다.

“남들보다 군대를 일찍 다녀와서 대학 때 1년의 시간이 남았어요. 처음엔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으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일한다고 얼마나 벌겠나 싶더라고요. 차라리 그 1년을 내가 품고 있던 꿈을 위해 써보자고 결심하고 휴학계를 냈죠. 그리고 고향인 대전을 떠나 서울에 올라왔어요. 모델 활동을 하며 연예계를 전전하는데 연예 기획사 매니저들 사이에서 제 이름이 오갔다더라고요. 한 곳에 발탁돼서 영화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그 작품이 바로 <화산고>(2001)였어요.”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권상우는 “매년 신작 출연 기사가 나는 황정민 선배나 하정우씨가 부러울 때가 있다”며 “내 행보를 스스로 예상할 순 없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해나가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영화로 치면 <동갑내기 과외하기> <말죽거리 잔혹사> <통증>이 내 포인트라고 할 수 있어요. 성향 자체가 완벽한 캐릭터보단 뭔가 부족한, 결핍이 있는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이 작품들에 나온 인물들이 그렇거든요. 나약하거나 열등의식에 빠져 있거나, 사랑하기를 어색해하고 낯설어하는 캐릭터잖아요.”

일상 이야기를 더 해볼 필요가 있었다. 권상우가 바라보는 아내 손태영은 풋풋한 소녀다. 집에서 손태영을 두고 즐겨 부르는 별명 중 하나가 ‘고삐리 여고생’이란다. 발랄하면서도 감성적인 손태영의 성정을 권상우 식으로 해석한 결과다.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상처를 아기자기하게 극복하고 있었다.

“와이프는 참 풋풋해요. 가끔 사소한 것에 삐칠 때가 있는데 그것마저도 귀여워요. 마음속에 서운함을 쌓아놓지 않고 바로바로 풀려서 그런가 봐요. 장을 본다거나 아이들과 함께 근교 여행을 간다거나 하는 사소한 것도 와이프와 함께 하려고 해요. 우리에겐 그게 일종의 치유죠.“

한때 멋진 청춘으로 기억되던 권상우가 아빠라는 옷을 입었을 때 충돌감이 있었다. 결혼 8년 차지만 여전히 유부남이 됐을 때의 첫 느낌이 남아 있다는 그는 이런 기분이 언제 익숙해질지는 모르겠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가정도 아늑하고, 아이도 좋은데 그에 맞춰 일하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달라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내 자리가 잡힐 거라 믿기 때문에 조급하진 않아요. 요즘 들어 촬영 현장에 있을 때 참 행복하다는 걸 느껴요. 배우 활동을 안 한다고 굶어 죽기야 하겠어요? 다만 연기할 때의 행복감이 사라지지 않도록 여유를 잃지 않고 즐기고 싶은 거죠.”

일과 아내, 그리고 두 아이가 바로 권상우의 삶을 채우는 대부분이었다. 종종 손태영이 자신의 SNS에 올리는 남편과의 데이트, 아이들과 가벼운 나들이를 하는 모습은 팬들 사이에서 늘 화제다. 스타 부부가 건강하게 일상을 꾸려가는 소탈한 행보가 대중에게 좋은 사례로 기억되고 회자된다. 불미스러운 일로 서로 상처주기 십상인 유명인 커플들에겐 부러워할 만한 일이다.

외려 겉모습만 따지면 권상우는 가정생활보다는 사람을 좋아하고 바깥일을 좋아하는 활동형 인간으로 보이기도 한다. 일정 부분 맞지만 결혼 이후 권상우는 많이 바뀌어왔다. “가정이 있으니 친구의 개념도 달라지더라”며 “나이가 같다고 다 친구가 아니고 주변에서 자주 보는 이들이 친구가 되더라. 솔직히 밖에 신경 쓰기보단 주위 사람들을 더 챙기게 된다”고 자신이 깨달은 바를 전했다.

여기에 덧붙여 권상우는 엄마만 따르는 아들을 질투하며, 딸에게는 하루에 뽀뽀 천 번이라도 마다치 않는 딸바보다. 축구선수 아니면 닌자가 되고 싶어 하는 큰아들과 마냥 예쁜 딸을 보면서 “공부를 잘하기보다 성격 좋고 행복을 찾아가는 아이가 됐으면 한다”는 훌륭한 교육관까지 내세우는 아빠다. 분명 귀감이 될 만하다.

“언젠가 아들(룩희)에게 축구를 시켜봤는데 곧잘 하더라고요. 본인도 흥미 있어 하고요. 무엇이 됐든 자기가 원하는 게 있으면 좋은 거잖아요. 장래 희망이 축구선수 아니면 닌자라고 말하는 아이인데 닌자보다는 축구선수가 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겠어요?(웃음) 그저 아이가 흐름에 몸을 맡길 줄 아는 성격 좋은 사람이 됐으면 해요.”

자녀 이야기에 한껏 신이 나 보였다. 미혼인 기자에게 “결혼을 아직 안 했다면 꼭 하라”는 조언까지 잊지 않는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게 권상우가 지닌 인생관의 정수가 아닐까

“연예인이라고 남을 의식하며 사는 게 아닌, 내 삶을 충실히 사는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대단한 건 아니지만 어려운 이웃도 꾸준히 돌아보고 더불어 살아야죠. 당장 앞날을 예측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작품 활동에 더 박차를 가할 거예요. 꼭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뵐게요.”

진짜배기는 오래 지날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다. 권상우가 천천히 자신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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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기획
이예지 기자
취재
이선필(‘오마이스타’ 기자)
사진
서울문화사 DB
2015년 10월호

2015년 10월호

기획
이예지 기자
취재
이선필(‘오마이스타’ 기자)
사진
서울문화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