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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을 만드는 사람들

On July 02, 2015 1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차고 넘치는 시대, <복면가왕>이 화재의 중심에 섰다. <복면가왕>의 히어로 3인을 만났다.


박원우 작가

Q. <복면가왕>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실력으로만 평가받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어요. 기존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실력보다 인기로 출연자의 당락이 정해졌던 것 같아요. ‘실력이 출중한데도 인기가 덜해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친구들을 위한 무대를 만들자’ 싶었죠. 계급장 떼고 평가받을 수 있는 음악 프로를 기획하다 탄생한 게 <복면가왕>이에요.

Q. 3년간 방송가를 떠돌던 기획안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제작이 가능했나요?
처음 기획안을 본 방송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했던 말이 있어요. 가수들이 굳이 얼굴을 숨겨가며 출연하려 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더라고요. 섭외가 어려우면 프로그램 자체가 오래가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죠. 그러다 지금 <복면가왕>을 같이 하고 있는 민철기 PD를 만났어요. 코미디 프로를 했던 민 PD가 기획안을 보고 가면의 희극적 요소를 높이 산 것 같아요.

Q. 하필 복면을 쓰고 노래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획 초기부터 가수의 얼굴을 가려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했어요. 얼굴을 가릴 색다른 방법을 모색하다가 우연히 미국 예능 프로를 접하게 됐죠. 남성 출연진이 똑같은 가면을 쓰고 노래를 하면 여성 패널이 목소리만으로 키스하고 싶은 남성을 고르는 프로였어요. 가면 뒤에서 할아버지가 나오기도 하고, 추남이 나오기도 했죠. 우리 프로에서도 가면을 쓰고 노래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Q. 복면은 누가 만드나요?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서 가면 디자인 분야 우승을 차지한 황재근씨요. 아이디어 회의 때부터 녹화하는 날까지, 전 제작 과정에 참여하세요. 출연진 얼굴에 맞게 즉석에서 가면 수정도 하는 등 섬세하신 분이에요. 저희 프로그램의 숨은 히로인이시죠.

Q. 가면과 재미있는 닉네임이 연일 화제예요.
제작 과정에서 제일 재미있는 단계가 가면 이름 짓기예요. 민철기 PD도 자신의 코미디적 감성을 가면 이름에 녹여내고 싶어 해요. 믿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가면 이름 짓는 것만으로 새벽 서너 시까지 회의를 합니다.

Q. 시청률을 선방하고 있어요. 소감은요?
잘될 줄 알았어요.(웃음) 제가 작가 경력이 19년이에요. 이 정도 연차가 되면 ‘어떤 프로가 잘되겠구나’ 하는 것이 보여요. 지난주 <복면가왕> 최고 시청률이 14.9%였어요. 처음 제작할 때는 12% 정도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더 좋죠. 하지만 시청률이 잘 나와 <복면가왕>이 오래갈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좋아요. 아직 보여드릴 것이 많거든요.

Q. 촬영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작가 대부분이 전에 함께 일하던 친구들이에요. 그런데 의외로 촬영장 분위기는 굉장히 무섭습니다. 실수로라도 출연자의 본명을 이야기할까 봐 다들 노심초사해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더 엄격하고 딱딱하게 일하죠. 특히 막내 작가들은 보안 유지를 위해 출연진 이동 과정에 함께하며 보안요원 역할을 도맡아요. 정말 살벌한 분위기예요.

Q. <복면가왕>의 유통기한은?
많은 분들이 회의적으로 이야기하시더라고요. 2주에 8명의 가수가 나오니까 1년이면 180명은 출연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희는 섭외에 자신이 있어요. 이제는 먼저 전화 걸어 출연 의사를 표명하는 분도 있고요. 개인적인 바람은 <복면가왕>이 <전국노래자랑>처럼 장수하는 거예요. 김성주씨가 송해 선생님처럼 될 때까지 계속하고 싶어요.

Q. 다른 음악 프로와 차별화된 <복면가왕>만의 매력은?
가장 큰 매력은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거예요. 노래하는 부분에선 시청률이 주춤하다가도 가면을 벗는 시간이 되면 다시 시청률이 오르죠. 노래도 듣고 퀴즈도 푸는 ‘복합 장르’라는 게 <복면가왕>의 인기 비결인 것 같아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는 누구인가요?
권인하씨요. 프로그램 초창기에 출연하셨는데, 그때만 해도 가수들이 가면을 쓰려고 하겠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클 때였어요. 그런데 한 시대를 풍미한 대선배님께서 선뜻 나와 가면을 써주시니, 후배 가수들도 자극을 받은 것 같아요.

Q. 꼭 섭외하고 싶은 출연자는요?
임재범씨요. 가창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퍼포먼스도 기대돼요. 임재범씨가 가면을 벗는 순간 사람들의 리액션도 궁금하고요. 하지만 아직 섭외를 시도하지는 않았어요. 언젠가 임재범씨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Q.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가 누군지 정말 궁금해요.
그분을 꺾을 수 있을 만한 가수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신 있으신 분은 주저 말고 <복면가왕> 제작진에게 연락주세요.

  • 박원우 작가는…
    <21세기 위원회> <칭찬합시다><느낌표> <일밤 게릴라 콘서트> <스펀지> <1대100> <탑기어> <뮤직뱅크> 등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지금은 감자 크리에이티브 회사 공동대표이자 <복면가왕>의 메인 작가다.



 

임현기 음악감독

Q. <복면가왕>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서 프로듀서들이 자연스레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늘었어요.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 시뮬레이션 영상을 접하게 됐죠. 어떤 여성이 노래를 부르기에 저는 걸 그룹의 누구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신보라씨인 거예요. 신선한 충격이었죠.

Q. 음악감독은 출연자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나요?
그럼요. 편곡을 하려면 출연자의 장단점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하니까요. 초반엔 리허설 도중에 저도 모르게 실명을 부르는 실수를 한 적도 있어요. 요즘은 저만이 알아볼 수 있는 방법으로 콘티에 적어둬요. 백청강씨 같은 경우에는 아주 작게 ‘푸를 청(靑)’이라고 적어놨었죠.

Q. 음악 선곡이나 준비 과정이 궁금해요.
선곡은 대개 출연진이 직접해요. 제 역할은 출연자의 노래가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편곡하는 거예요. 출연진 리스트가 정해지면 그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부터 작업을 시작해요. 직접 통화도 하고 예전에 노래를 부른 동영상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음색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프로그램 콘셉트가 이 사람이 누구인지 시청자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만드는 데 있기 때문에 단점은 최대한 보완하려고 해요. 가수 8명의 노래를 디렉팅하려면 2주 안에 24곡을 준비해야 해요. 거의 초죽음이죠.(웃음)

Q. 음악을 리메이크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나요?
<복면가왕>은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 편성돼 있어요. 주말을 마무리하며 월요일을 준비하는 시간이죠. 그래서 시청자가 듣기 편안한 곡을 선곡하는 데 중점을 두었어요. 원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편곡하는 거죠.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방영되는 다른 음악 프로그램과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해요.

Q. 가장 인상적이었던 가수가 누구인가요?
<복면가왕>을 거쳐 간 가수 한 분 한 분이 모두 인상적이죠. ‘B1A4’의 산들은 출연 당시 저와 동영상 조회 수 1백만 뷰를 약속했어요. 그 목표는 진작 넘었고요.(웃음) 박학기 선배님은 거의 음원 수준의 완벽한 가창을 구사하신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어요.

Q.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와의 작업은 어땠나요?
함께 합을 맞춰볼 때도 제가 따로 할 게 없어요. 방송에서 보셨듯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분이니까요. 제가 그분의 음색에 대해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에요.

Q. 리허설 때보다 현장에서 더 잘해 감독님을 놀라게 한 가수도 있나요?
‘비투비’의 육성재씨요. 상대적으로 실력이 저평가돼 있던 친구라고 생각해요. 밴드의 소리를 뚫고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죠. 경연곡 ‘그남자 그여자’를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만지고 또 만져 최고치를 뽑아낼 수 있게 부추겼어요. 현장에서 더 월등한 실력을 보여준 가수예요.

Q. 가수 아닌 분들이 노래를 잘하는 모습도 놀라워요.
사실 가수가 아닌 분이 <복면가왕>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웬만큼 노래를 한다는 거잖아요.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기본기는 있는 분들인 셈이죠.

Q. <나는 가수다 1>과 <복면가왕>을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다른가요?
<나는 가수다 1>은 프로 가수들이 경합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제가 그 프로그램에서 하는 일은 그 가수의 최대치를 끌어내는 거죠. 더 고음으로, 더 색다른 느낌으로 편곡할 수밖에 없어요. 반면 <복면가왕>은 어느 한 출연자가 너무 튀거나 너무 처지면 안 돼요. 출연자의 단점을 보완해 시청자들이 쉽게 알아맞힐 수 없도록 하는 거죠.

Q. 백청강씨 편에서는 정말 여자 가수인 줄로만 알았어요.
음색이 미성인 데다 모창을 굉장히 잘하는 특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여가수의 곡을 해봐도 괜찮겠다 싶었죠. 분명히 다들 못 맞힐 거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연예인 판정단이 헷갈려 하는 모습을 보면 은근히 통쾌하다니까요.

Q. 꼭 출연했으면 하는 사람이 있나요?
고(故) 유재하 선배님이오. 너무 터무니없게 들리나요? 제가 유재하 선배님의 광팬이에요. 앨범 한 장을 내고 돌아가셨는데 지금까지도 그분의 음악은 계속 회자되잖아요. 음악계의 전설인 거죠. 목소리 하나로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은 지금 세대에게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임현기 감독은…
    <나는 가수다 1> <너의 목소리가 보여> <복면가왕> 등 여러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진의 음악을 디렉팅한 주인공이다. 현재 한양여대와 백석예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팻뮤직(Phat Music)에서 프로듀서 겸 작곡가로 활약하고 있다.
노시용 PD

Q. <복면가왕>이 이렇게 잘될 줄 예상하셨나요?
기획안 자체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잘될 거라는 기대는 있었습니다. <나는 가수다>가 프로 가수들이 모여 진지한 분위기에서 노래하는 콘셉트였다면, <복면가왕>은 그보다 훨씬 가볍고 재미 요소가 많이 포함돼 있었거든요.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재미있었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분명히 그렇게 느낄 거라 생각했어요.

Q. 제작진이 생각하는 재미의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가면’이라고 생각해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목소리를 듣게 되는 거잖아요. 그만큼 듣는 이들의 집중도가 굉장히 높아지는 거죠. 사실 가수가 노래를 할 땐 표정이나 분위기 등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이 무대에선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평가받게 되잖아요. 복면을 벗는 순간은 청중이나 가수에게 감동을 주지요.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출연자가 있나요?
누구 한 분을 꼽을 수는 없어요. 모든 출연자가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모두 최고의 무대를 선물해주셨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램 특성상 가왕이 됐다고 해서 그 가수가 주목받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게 우리 프로그램의 장점이기도 하고요.

Q. 앞으로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는 어떻게 되나요?
누군가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보다 많은 수의 득표를 하게 되면 정체도 곧 밝혀지겠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제작진이 어떤 요소를 넣어서 억지로 가면을 벗기지는 않으려고 해요.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의 독주 체제가 계속될지 제작진 역시 결과가 기대되네요.(웃음)

Credit Info

취재
정희순 기자, 이지수(프리랜서)
사진
박원민, 이재희, MBC 제공
스타일리스트
김지연

2015년 07월호

이달의 목차
취재
정희순 기자, 이지수(프리랜서)
사진
박원민, 이재희, MBC 제공
스타일리스트
김지연

1 Comment

블랙홀 2015-07-18

임재범을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 페이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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