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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SORROW

달달한 목소리로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남성 보컬 그룹 스윗소로우가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평생의 친구’ 인호진, 송우진, 김영우, 성진환. 네 남자의 달콤한 아카펠라.

On June 1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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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의 허름한 뒷골목에서 4명의 아티스트를 만났다. 각자 휴가를 보내고 2주 만에 모인 그들은 서로 안부를 묻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치 기분 좋은 노래 한 곡을 듣는 듯 촬영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스윗소로우에게 올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해이다.

‘스윗소로우’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지 10년, 친구로서 함께한 지 20년이 되었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 시절, 합창곡을 공연하는 음악 동아리 ‘글리 클럽(Glee Club)’에 들어가면서 처음 만난 네 사람은 한정된 장르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아카펠라 음악을 하고자 했다. 음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들어간 합창 동아리가 네 남자의 인생을 바꾼 셈이다. 8인조 아카펠라 그룹인 ‘더 워커스(The Wackers)’를 만들어 본격적인 공연 활동을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 음악에 대한 입장이 갈리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일과 돈을 버는 일 사이에 놓인 것이다.

2002년 마침내 4명으로 구성된 ‘스윗소로우’가 탄생했다. 재개발 직전 아현동 거리의 반지하 작업실에서 데모를 만들었다. 원하는 음악을 원 없이 할 수 있게 된 스윗소로우는 2004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2005년 소속사 전속 계약을 맺었고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그들의 노래가 세상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 후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네 남자의 목소리는 짙어지고 음악의 색은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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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 휴가를 다녀온 것으로 안다. 어떤 시간을 보냈나?

호진 그동안 라디오 DJ를 하면서 휴가를 떠난 적이 거의 없어요. MBC <나는 가수다>가 종영돼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휴식기를 갖게 됐죠. 2박 3일 정도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다 왔어요. 멤버들은 휴가 계획을 세우느라 신났지만, 전 덤덤했어요. 현재에 만족하자는 주의라 원래 여행을 잘 안 가는 편이거든요.(웃음)

우진 부모님, 조카들과 함께 일본 후쿠오카에 다녀왔어요. 성인이 되고 첫 여행인 것 같아요. 5박 6일 동안 먹방을 찍었죠. 어린 조카들과 다니는 게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나이가 들었는지 이제 조카들이 귀엽더라고요. 힐링하고 돌아왔어요.

영우 저도 일본에 다녀왔어요. 돌이 갓 지난 아들과 아내와 함께요. 아이 때문에 멀리는 못 가고 가까운 일본을 택했죠. 비행기에서 잘 자기에 안심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륙하자마자 울기 시작했어요. 저희 부부의 목표가 아이에게 디즈니랜드를 보여주는 거였는데 막상 도착했더니 잠만 자더라고요. ‘휴가’가 아닌 즐거운 ‘휵아(휴가+육아)’를 즐기고 돌아왔어요.(웃음)

진환 전 아내와 2주 동안 유럽 투어를 다녀왔어요. 이번 여행은 최고였어요. 아내와 맛있는 음식도 먹고 대화도 많이 했거든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블로그에 여행기를 게시하고 있어요. 지금도 업로드 욕구가 불타오르네요.(웃음)
 

스윗소로우에게 라디오란 어떤 의미인가?

우진 저희 세대는 매일 라디오를 듣는 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특히 <별이 빛나는 밤에>가 인기 절정이었죠. 라디오를 들으면서 DJ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영우 사실 라디오를 시작한 건 저희 선택은 아니었어요. 목소리로 먹고사는 직업이니까 자신있게 시작해봤는데,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죠. 저희 프로그램을 꾸준히 들어주신 청취자분들은 저희 한 명 한 명에게 애착을 가져주세요. 일반 가수와 팬의 관계가 아니라 정말 친구 같은 느낌이죠. 팬들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진환 TV는 4명이 한꺼번에 나가서 각자의 장점을 다 보여줄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라디오는 멤버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저희는 충분한 시간이 지나야 매력이 드러나는 스타일인데 라디오에서 유감없이 발휘됐죠.(웃음) 4명이 모이다 보니 각자 역할이 있어요. 저는 ‘뻘소리’, 우진이는 ‘남자답게’, 진환이는 ‘귀엽게’, 영우는 ‘진지한 상담’ 이런 식으로 분담했어요. 4명이 동시에 말하면 누가 말하는지도 모르겠고 시끄러우니까 각자의 장점을 살린 캐릭터를 만들기로 했죠. 그 전략이 통했던 것 같아요.

우진 저희가 TV에 나와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성향은 아니잖아요. 시간을 갖고 지켜보아야 매력이 보이는 사람들이라…. 어느 정도 정이 쌓여야 저희를 멋있게 볼 수 있거든요. 라디오는 청취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잘 맞았죠.

호진 라디오의 가장 좋은 점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일주일 후가 아니라 바로 내일 다시 보는 거잖아요. “오늘 못다 한 이야기는 내일 합시다. 오늘 기분이 별로니까 슬픈 음악 같이 들을까요?” 이런 식이죠. 적어도 잘리기 전까지는 매일 청취자와 만날 수 있잖아요.(웃음)
 

TV에 출연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진환 <무한도전>에 출연한 것은 행운 그 자체였죠. 김태호 PD님이 처음부터 음악을 만드는 사람을 섭외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인디 쪽에서는 10cm와 저희뿐이었죠. 많은 걸 느끼고 몰랐던 걸 배울 수 있었던 방송이었어요. 저희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고요.

영우 팬들도 저희가 MBC <나는 가수다 3>에서 준결승까지 올라갈거라고 생각하지 못하셨나 봐요. 매주 마음 졸인다며, 탈락하면 속상할 것 같다고 하셨죠. 결국 살아남았지만요.(웃음)

호진 맞아요. <나는 가수다 3>에 출연하면서 몇 달간 오전 11시에 나가서 새벽 5시에 들어오는 생활을 반복했어요. 부모님은 제가 고3 생활 하는 줄 알았대요. 그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기존 스타일부터 새로운 모습까지 저희가 가진 모든 걸 보여주려고 했으니까요.
 

‘스윗소로우’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

우진 영문과 출신인 영우가 지은 이름이에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단어인데 직역하면 ‘달콤한 슬픔’이라는 뜻이죠. 사실 그렇게 거창한 탄생 비화가 있는 건 아니에요. 아카펠라 활동하면서 발표할 때 우리 팀 이름으로 쓰려고 가볍게 생각하고 지은 거예요. 만일 프로팀 이름을 짓는 거면 그렇게 짓지는 않았겠죠. 일단 발음하기 어렵잖아요. ‘와 이거다’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 좀 어렵지 않느냐는 반응이 많았죠. 하지만 스윗소로우를 이길 만한 다른 후보가 없었어요. 호진 저희 성향에 잘 맞는 이름이죠. 좋은 것이 있으면 나쁜 것도 있는 거죠. 인생사 새옹지마잖아요. 슬픔 속에서 희망 찾고, 좋은 중에도 나쁜 일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하고. 그런 이율배반적인 성향이 팀 이름과 잘 통하는 것 같아요. 영우 ‘달콤(sweet)한 파트와 슬픈(sorrow) 파트를 넘나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산다는 게 늘 한쪽 면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의도하고 지은 이름은 아니었지만, 10년이 지나면서 그 이름에 맞게 살을 붙이고 음악을 만들고, 이름에 걸맞은 그림을 그려가는 모습이 신기해요. 스윗소로우라는 이름은 신의 한 수죠.

콘서트에 강한 그룹이라 평가되는 소감은?

진환 지금의 스윗소로우가 있는 건 공연 덕분이에요. 저희 공연을 보시고 열광하는 관객들의 환호가 저희를 뭉치게 해주는 원동력이라 생각해요. 아카펠라 그룹 시절, 많은 팀과 컬래버레이션 공연을 했어요. 스윗소로우의 자작곡도 끼워 넣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죠. 저희의 자작곡이 10곡이 넘어갈 때쯤, 콘서트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영우 아카펠라 공연을 할 때도 ‘그녀는 예뻤다’ ‘벌써 일 년’ 등 잘 알려진 노래를 편곡해 부르면서 사람들과 함께 무대를 완성하려고 했어요.관객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공연장에서 저희가 노래를 부를 때, 온몸으로 반응해주시니까요. 크고 작은 공연을 하다 ‘만약 우리의 음악이 관객들에게 통했을 때의 짜릿함은 얼마나 클까’ ‘이제 우리의 노래를 불러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의 자작곡은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서 시작된 셈이죠.

호진 2006년 저희 인생 최초의 콘서트에 도전했죠. 장소는 대학로 질러홀. 포스터에 제 번호를 넣고, 직접 싸이월드 클럽을 만들어 티켓을 판매했어요. ‘과연 사람들이 올까?’ 했는데 결과는 어마어마했어요. 3백50석 모두 가득 차 있었죠. 그동안의 저희 노래를 다 들려드렸어요. 그때 처음으로 가수가 되어도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어요.첫 콘서트 후 저희의 팬클럽인 ‘인 스윗소로우’가 탄생했어요. 아카펠라 공연을 하면서 만났던 친구가 팬클럽 회장이었고요.
 

데뷔 10년째, 음악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발전했나?

영우 데뷔 초에는 그냥 멋있는 걸 하고 싶었어요. 롤모델을 정해놓고 그 뮤지션을 따라가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학창 시절, 고학력 뮤지션의 계보에 끼고 싶어 안달했죠. 하지만 이젠 좀 달라요. 그분들의 대열에 있다고 봐주셔도 감사하고 스윗소로우 자체만으로 봐주셔도 감사해요. ‘멋있는 음악’이라는 게 별게 아니라 결국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뜻하는 거더라고요. 누군가를 따라가는 후발대가 아니라 저의 길을 가려고요. 좋은 멜로디에 좋은 가사를 붙여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좋은 목소리로 노래하고 싶어요. 저와 음악이 하나의 완전체가 되길 바라는 거죠. 이렇게 기준이 명확해진 걸 보면 ‘이제 좀 컸나?’ 싶기도 해요.

진환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파이팅이 넘쳤죠. 그저 멋지면 다 되는 줄 알았으니까요. 아무래도 유명한 뮤지션들을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었죠.지금 생각해보면 다 부질없는 행동이었어요. 태생이 다른 가수들과는 다르잖아요. 각자 다른 공부를 하다가 만나서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듣고 ‘우리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가볍게 시작했으니까요. 일찍이 음악을 했던 천재 뮤지션들에 대한 무한 동경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저만 할 수 있는 음악에 집중하려고 해요.
 

사랑을 노래하는 스윗소로우의 사랑에 대한 정의는?

진환 아내를 보면 하염없이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어져요. 아내를 만났다는 게 제 인생에는 너무나 큰 행운이어서 세상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뿐이죠. 저에게 오지은씨는 연애 상대이기 이전에 아티스트였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밤 12시 집 앞으로 찾아가 놀이터에서 다짜고짜 고백했어요. 멸종한 줄 알았던 순정파가 바로 저였던 거예요. 사랑은 이런 게 아닐까요? 예전엔 상상하지도 못했던 행복을 실감케 하는 거요. 영우 아이를 키우며 많은 걸 느끼고 있어요. 예전엔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이 똥 귀저기 갈아주는 아빠를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전 죽어도 못할 일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 제가 똥 묻은 내 아이의 엉덩이를 따뜻한 물로 정성스레 씻겨줘요. 새벽 두세 시에도 일어나 아이를 돌보고요. ‘우리 부모님도 날 이렇게 키우셨겠구나’ 새삼 깨달았죠. 제가 느끼는 사랑은 어떠한 억울함도 없이 무한대로 퍼주는 희생이에요.

노래하는 ‘뇌섹남’이라 불린다. 인상 깊게 본 책은?

우진 예전에는 ‘똑똑한 가수’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웠어요. 그런 이미지에 가려 저희 음악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까봐 걱정했죠. 이제 그런 별명이 감사할 따름이죠. 오늘 본 책은 미나토 가나에의 <꽃 사슬>. 최근 본 책 중 괜찮았던 건 <역사와 책임>이었어요.

영우 제 인생의 책은 바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에요. 고난이 닥쳤을 때, 왜 누구는 시들어버리고 누구는 그 안에서 꽃으로 활짝 피어나는지 그 차이점을 일깨워주었어요.

호진 사실 저는 책을 잘 안 보는 편이에요. 대신 다큐나 경제 프로그램 같은 걸 자주 보죠. 제일 추천하고 싶은 건 설민식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와 도올 선생님의 강의예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우진 ‘염치’요. 더불어 사는 이 세상에서 남에게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피해 주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요. 단언할 순 없지만 그동안 염치 있게 살려고 노력했고요.

호진 공자님 말씀 중에 “내가 생각해서 싫은 것을 남에게도 권하지 말라”는 말이 있어요. 살면 살수록 와닿는 말이에요. 이런 생각을 하면 남에게 어떤 말을 할 때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돼요. 점점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20주년 때 스윗소로우의 모습이 어떨 것 같나?

진환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20년 동안 꾸준히 음악을 해왔다는 것에 감사하겠죠. 딱 오늘처럼요. 음악을 오래도록 하시는 분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음악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아티스트를 보면 존경스러워요. 변함없는 모습이 제일 아닐까요?

호진 우진이와 비슷한 맥락인데, 저는 야망이 좀 있어요. 더 늦기 전에 해외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낯선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면 멋질 것 같아요. 음악 하나만으로 저희를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거죠. 하지만 가장 큰 꿈은 따로 있어요. 모두의 본보기가 되는 장수 보컬 그룹으로 남는 거예요.

네 남자는 오늘도 함께 노래를 부른다. 당신의 인생을 위로해줄 달콤하고 슬픈 노래를.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_손혜지 객원기자
사진
ㅂ하지영
스타일리스트
송현숙
헤어&메이크업
미희, 선주, 서장원(정샘물 인스피레이션)
2015년 06월호

2015년 06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_손혜지 객원기자
사진
ㅂ하지영
스타일리스트
송현숙
헤어&메이크업
미희, 선주, 서장원(정샘물 인스피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