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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를 만드는 사람들

삼시 세끼를 챙겨 먹기가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나? 잘 먹는다는 것에 대해 새삼 감사함을 일깨워준, tvN <삼시세끼>를 만드는 문제적 스태프 3인을 만났다.

On June 05, 2015

그리스에서의 힐링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나영석 PD는 곧바로 KBS2 <1박2일> 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오던 신효정 PD, 김대주 작가와 함께 강원도 정선 옥순봉에 있는 ‘세끼하우스’로 향했다. 일명 <삼시세끼>를 이끄는 어벤져스 군단이다. 이들은 국민 짐꾼 이서진과 국민 짐승돌 옥택연에게 트랙터를 맡겼고 새 호스트 김광규에게는 감자칼을 쥐여주었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을 지나 <삼시세끼>의 정선 편, 어촌 편, 또 한 번의 정선 편까지, 고단한 스케줄이지만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또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삼시세끼>는 지난해 가을 정선에서의 귀농 생활을 시작으로, 겨울에는 전라남도의 작은 섬 만재도에서 어촌 라이프를 담았다. 채소 하나 다듬지 못해 쩔쩔매는 이서진의 모습이나 나흘 내내 생선 한 마리 잡지 못해 분노하는 유해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자 한 건 나 PD의 아이디어였다. 불만 가득한 스타들의 표정을 잡아낸 건 신 PD였고,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낸 건 김 작가였다. 이들은 화려한 빛 속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스타들의 엉뚱하고 모자란(?) 면모를 가감 없이 공개해 시청자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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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편의 높은 시청률이 부담스럽지는 않나요?

나영석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하지 않았던 어촌 편의 시청률이 너무 높아 상당히 부담스러워요. 차승원씨와 유해진씨가 만들어낸 케미스트리 이상의 재미를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김광규씨를 투입했죠.(웃음) 무엇보다도 단순히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보다 많은 사람이 즐기면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김광규씨의 투입은 의외예요.

신효정 단순히 일손이 부족해 모신 거예요.(웃음) 1천 평의 대지에 옥수수를 키우는데, 농사를 하려면 멤버끼리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작년에 ‘세끼하우스’에 모셨을 때 멤버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김광규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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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낚시왕’ 유해진과 ‘차줌마’ 차승원은 한 쌍의 부부 같았다.

자칭 ‘낚시왕’ 유해진과 ‘차줌마’ 차승원은 한 쌍의 부부 같았다.

이번 시즌엔 읍내 출입을 금지한다고 들었어요. 어촌 편의 다이내믹했던 에피소드나 차승원씨의 화려한 요리 실력을 의식한 선택이 아닐까 싶어요.

나영석 빡세게(?)하고 싶었어요. 어촌 편의 반응이 좋은 걸 보고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싶었죠. 그래서 “읍내에 나가지 말고 ‘세끼하우스’에서만 생활하며 100% 자급자족하라”고 지시했어요. 저로선 큰 결심이었는데 그들을 조종(?)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이미 읍내의 매력에 중독되어 있어서 고칠 수가 없어요.

만재도 생활을 마친 후 그리스 여행까지 다녀왔어요. ‘세끼하우스’를 관리할 틈이 없었을 것 같아요.

신효정 만재도에서 겨울을 나긴 했지만 틈틈이 정선에 갔어요. 이서진·옥택연씨와 두 차례 촬영도 했고요. 겨울에는 잭슨의 새끼가 태어나는 장면도 찍을 수 있었어요. 집이라는 게 사람이 가꾸지 않으면 폐허가 되기 때문에 관리하지 않을 수 없었죠. 저희 스태프가 돌아가면서 청소하고 보수도 하며 집을 지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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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PD는 옥택연에게 트랙터를 맡겼다. 엉뚱한 옥택연은 밭을 하트 모양으로 갈기 시작했다.

나 PD는 옥택연에게 트랙터를 맡겼다. 엉뚱한 옥택연은 밭을 하트 모양으로 갈기 시작했다.

지난해 방송된 정선 편과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신효정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차이점은 배경의 변화예요. 지난 시즌에는 낙엽이 떨어졌다면 지금은 꽃이 많이 피었죠. 옥수수 농사를 짓기 위해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것까지 모두 저희가 직접 하고 있어요. 화사한 봄을 배경으로 한 세 남자의 일상이 따뜻하고 재미있게 그려졌으면 좋겠어요.

농사가 결코 쉬운 게 아닌데 멤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나영석 주민들에게 물어보니까 초보 농부가 1천 평의 대지에 농사를 짓는다는 게 쉽지 않겠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객기로 시작했어요. 저희가 힘을 합치면 옥수수 1만 개 정도는 수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서진씨는 의욕이 넘쳐요. 감자나 레몬, 멜론도 키우자는 둥 하고 싶은 게 많아 오히려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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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건 뭐예요?

나영석 봄에 씨앗을 뿌리면 여름 끝자락에 가서야 수확할 수 있어요. 식물이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전부 보여드리고 싶어요. 수확했을 때의 기쁨도 공유하고 싶고요. 시청자들도 자연의 변화를 궁금해하지 않을까요?

신효정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자연의 변화를 카메라에 담아내는 작업이 의미 있어요. 저는 겨울에서 봄이 되는 자연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경이롭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밍키나 잭슨이 성장하는 모습도 신기하고요. 그런 시간의 변화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장기 프로젝트가 적당하다고 생각해 4개월 동안 방송하기로 했어요.

촬영 현장에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아요.

신효정 일단 동물들이 많이 자랐어요. 밍키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컸죠. 예전에 옥택연씨와 밍키가 그렸던 야릇한(?) 관계와는 달라졌어요. 가장 놀라운 건 이서진씨의 변화예요. 요리의 ‘요’자도 몰랐던 분이 갑자기 요리를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어촌 편의 ‘차줌마’ 차승원씨를 의식하는 것 같아요.

김대주 <삼시세끼>의 가장 큰 특징이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다는 거예요. 스타들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담고자 하는 게 취지거든요. 그걸 지켜보는 게 제작진의 일이고요. 사람이 사는데 매일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 것처럼 옥순봉의 일상도 그래요.

신효정 맞아요. 촬영 현장에서 저희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할 뿐이에요.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어요. 오히려 서울에 돌아와 편집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포인트를 찾아요.

최지우씨가 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여배우의 등장을 기대해도 좋을까요?

나영석 개인적으로는 송혜교씨나 김태희씨를 모시고 싶은데 친분이 없어요.(웃음) 최지우씨는 패밀리로 생각하기 때문에 언제든 오고 싶을 때 오면 되거든요. 최지우씨가 올 때 송혜교씨나 김태희씨를 모시고 오면 좋겠네요.

신효정 만재도는 교통수단이 없어 게스트가 오기 힘들었다면 상대적으로 정선은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곳이죠. 지난 시즌에서는 택연씨가 많이 불편했을 거예요. 이서진씨의 지인 위주로 초대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어르신이 많이 오셨죠. 이번에는 젊은 여배우를 많이 초대할 생각이에요. 고아라씨가 오셨을 때 상의를 탈의했던 옥택연씨를 또 보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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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진씨와 차승원씨의 만남을 기대해봐도 될까요?

나영석 어촌 편과 정선 편은 성격이 조금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차승원씨가 가지고 있는 ‘어촌스러운’ 분위기, 이서진씨만의 ‘농촌스러운 캐릭터’가 있어서 두 사람이 만나면 색다른 재미를 유발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이라 만나는 게 어렵지는 않겠지만 우선은 정선 고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정선 편이 색깔을 찾고 나면 추진해볼게요.

어촌 편에서 활약한 동물들을 또 볼 수 있을까요?

나영석 동물들의 성장이 굉장히 빨라요. 밍키는 사춘기 처녀가 됐죠. 마음만 먹으면 벌이와 산체를 데려올 수도 있겠지만 그들을 배려하고 싶어요. <아빠! 어디가?>에 나왔다고 <붕어빵>에 나와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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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의 새 호스트 김광규. 세 사람이 꾸민 ‘세끼하우스’는 어느 때보다 포근하다.

<삼시세끼>의 새 호스트 김광규. 세 사람이 꾸민 ‘세끼하우스’는 어느 때보다 포근하다.

<삼시세끼>만의 매력은 뭘까요?

신효정 중·장년층이 좋아할 수 있는 모든 요건이 저희 프로그램에 있다고 생각해요. 느리게 사는 것과 같은 어머님 아버님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젊은 감각으로 편집하는 게 주요 인기 요인이 아닐까요? 귀농이나 귀촌에 도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방송에서 대신해주니까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김대주 시골에 대한 판타지는 누구나 갖고 있잖아요. 그런 것이 방송에서 펼쳐지니까 관심 가져 주시는 게 아닐까요?

나영석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서 사람들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대중을 위해서도 만들지만 먼저 연출자가 재미있다고 느껴야 사람들도 재미있어 하거든요.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한가로운 동물들, 익숙하지 않은 삶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재미있는 상황이 좋아요. <삼시세끼>는 일을 하는 건지 노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사랑하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저의 마음이 시청자에게도 통한 게 아닐까요?

내놓는 프로그램마다 승승장구하고 있어요. 성공의 유통기한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나요?

나영석 저도 늘 하는 고민이에요. 지난번에 윤여정 선생님이 “언제든 실패할 수도 있다. 잘되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라”고 말씀하신 것이 큰 가르침이 됐어요. 당장 내일이라도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죠.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프로그램에 억지스러운 설정을 무리하게 넣을 생각은 전혀 없어요. 시청자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일러스트
배선아
2015년 06월호

2015년 06월호

취재
이예지 기자
일러스트
배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