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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운도 부부

25th Wedding Anniversary

처음 두 사람이 마주했던 순간을 잊을 수 있을까? 부부가 25년 만에 다시 마주 보고 섰다. 이제 그 옆엔 아들 루민도 함께한다.

On January 19, 2015


추위 때문에 숨을 내쉴 때마다 옷가지를 더욱 여미어야 했다. 그럼에도 흰 눈이 덮인 이태원 거리는 낭만이 넘친다. 거리는 새해를 시작하려는 들뜬 사람으로 가득했다. 그 거리 끝에서 작은 파티가 열렸다. 설운도·이수진 부부와 아들 루민의 따뜻하고 행복한 홈파티.

까만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설운도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데뷔 3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 사람들 앞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그다.

“긴장을 놓아본 적이 없어요.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죠. 방송에 나가서도 억지로 사람을 웃기려 들거나 말을 많이 하진 않는데, 그 이유는 대중에게 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예요. 그러려면 살짝 긴장하는 편이 좋죠. 제 표정과 말투 때문에 가끔 완고한 성격이 아니냐고들 하지만 전 의외로 굉장히 유머러스한 남자예요.”

꽉 다문 입에 가지런히 정돈된 머리, 흐트러짐 없는 옷차림이 완고해 보이는 탓에 가끔 화났냐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고.

“작가들이 종종 물어요. ‘화나셨어요?’ 그럼 나는 ‘아니요’라고 짧고 굵게 대답해요. 전 굉장히 행복한 상태인데 말예요. 그렇게 있다가 방송 들어가서 재밌는 얘기를 한번 던지면 사람들이 아주 넘어가요.”

<가요무대>뿐만 아니라 예능에서도 설운도만 나오면 시청률이 빵빵 터진다는 건 이미 방송업계에선 상식이 된 지 오래. ‘시청률 제조기’라는 말은 그에게 딱 맞는 별명이다.

 


“시청자분들이 절 잘 봐주시는 것 같아요.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건 사람들이 제게 관심이 있다는 뜻이거든요. 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제 모든 것을 보여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최근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제가 작곡한 노래를 성악가가 부른 적이 있어요. 그때도 시청률이 대박을 쳤는데, 아마도 트로트 가수가 성악곡을 만들었다는 게 신기했나 봐요. 이런 새로운 모습을 통해 신비감을 계속 유지하는 거죠. 트로트 가수들은 날라리고 빵 뜬 노래 하나로 내내 먹고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주고 싶었어요. ‘설운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말고 의외의 것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인터뷰하는 아빠 옆에서 순진무구한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는 루민.
“뭔가 오늘 아빠 같지 않아요. 아, 어색해!”

짓궂게 놀리는 아들에게 대꾸도 안 하고 심드렁하게 넥타이를 고쳐 매는 설운도. 부자의 대화는 항상 이런 식이다. 크게 관심 없다는 표정에 조금만 목소리 톤이 높아도 살벌한 경상도 사투리가 더해지니 시크한 남자가 따로 없다. 루민이 상처받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재잘대는 걸 보니 이게 이 부자의 대화법인가 보다. 이미 네티즌 사이에선 ‘현실의 부자지간’이라는 키워드가 붙을 정도로 가식 제로다. 거침이 없다.

“아이~ 머리는 만지지 마세요. 요즘 탈모 같단 말예요.”
질색하는 아들 모습을 보고도 기어이 한 번 더 만져보는 아빠다. 카메라 앞에서도 쫓고 쫓기는 입씨름은 계속됐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두 사람이 카메라 앞에 서서 반복되는 셔터 소리에 자연스레 포즈를 취한다. 앵글에 담긴 부자는 꼭 닮아 있었다.

 


그사이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아내 이수진씨가 들어왔다. 서구적인 이목구비에 글래머러스한 몸매, 거기에 블랙 롱 드레스와 풍성한 숄을 걸치니 영화배우로 활동했던 예전 모습이 그대로 재현된 것만 같다. 그런 아내의 등장에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마음이 요동친다.

“25년간 아내와 살아왔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에요. 오늘 너무너무 예쁜데요? 젊었을 때는 높은 코에 도톰한 입술, 예쁜 이마, 웃을 때 반달이 되는 큰 눈까지 모든 게 완벽했어요. 정말 그렇게 예쁜 여자는 처음 봤다고 할 정도로요. 근데 결혼하고 나서는 한 아이의 엄마로, 설운도의 아내로 살다 보니 수수한 차림을 주로 했었거든요. 그러다 이렇게 차려입은 모습을 보니 그동안 이 예쁜 여자를 꽁꽁 숨겨두고 있었구나 싶어요. 오늘은 정말 할리우드 여배우보다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남편의 반응에 수진씨가 웃는다. 보드라운 미소를 지닌 수진씨는 가냘프고 사랑스러운 외모와 달리 강한 여자랬다.

“우리 와이프가 겉으로는 가냘파 보여도 심지가 단단한 사람이에요. 뭐 하나 애매모호한 것 없이 딱 부러지죠. 그러니 무뚝뚝한 저도 아내 옆에선 한없이 부드러워질 수밖에요. 한 가지 억울한 게 아이들 교육할 때 야박하다는 소리까지 듣는 저지만 사실은 아내가 아이들 교육에는 한 수 위인걸요.”

부부의 교육 철학은 이미 알 사람은 다 알 정도로 유명하다.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할 것. 부모라면 물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 두 사람의 교육 철학이다. 그래서 아들 루민도 26년을 살면서 뭐 하나 부모에게 공으로 받아본 적이 없다.

“아버지가 유명인이라고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하지만 아버지가 유명한 것과 제가 유명한 것은 별개죠. 돈도 그래요. 아버지 돈은 아버지 돈이고 어머니 돈은 어머니 거예요. 제가 원해서 아이돌 가수가 됐으니 제 앞가림은 제가 해야죠.”

 


부모의 영광을 등에 업고 데뷔하는 아이돌이 많은데 저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특하다. 실제로 아이돌로 처음 데뷔하고 한동안은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유명 트로트 가수 아빠와 영화배우 엄마를 가진 아이돌. 생활고라는 단어와는 선뜻 매치가 되지 않는다.

“제가 뭔가를 찾기 전까지는 많은 걸 지원해주시지만 뭘 하겠다고 결정하면 그 뒤로는 모두 제가 알아서 해야 하죠. 길을 제시해주시지만 금전적 지원은 일절 없어요. 한번은 월세가 3개월이나 밀린 적이 있었죠. 지금도 여전해요. 엄마 아빠를 보면 나도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엄두가 안 나요. 아직 수입이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거든요. 월세에 관리비, 전기세, 수도세, 식비, 생활비까지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죠.”

생활고에 머리가 아프다지만 여러 방면에 재주가 뛰어나 부수적인 사업으로 용돈벌이는 하는 루민이다. 작사·작곡을 공부하며 영화 음악을 만들기도 하고, 디자인에 재주가 있어 휴대폰 케이스나 작은 액세서리도 직접 만든단다. 액세서리가 예쁘다고 하니까 판매 수익금의 5%가 자기에게 들어온다며 빨리 사란다.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넉살이다. 이런 아들을 볼 때마다 표현은 안 해도 마음 한구석이 짠하면서 기특한 생각이 든다는 설운도다.

“남들은 너무 엄하게, 지독하게만 키운다고도 하지만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도와주면 이 아이는 오래 못 가요. 루민이가 지금은 고통스러울지 모르지만, 인생은 한 번이고 이런 때도 한 번이잖아요. 저 또한 그랬어요. 처음 서울 올라왔을 때 돈 한 푼 없어서 노숙 생활을 하기도 했고, 데뷔 후에도 무명 시절을 지냈죠. 힘들고 고생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겁니다. 살아보니 세상은 거짓말하지 않아요. 노력하는 자에게만 보상이 주어지죠. 살아보려고 죽도록 노력하고 절박한 상황을 겪어봐야 없는 사람 심경을 알고 돈 만원을 어떻게 쓰는지도 알죠. 부모가 살아서 힘이 되어줄 수 있을 때 자식들이 고생해봐야 합니다. 안주하게 되는 것, 그게 가장 무서운 겁니다.”



수진씨가 와인과 싱싱한 샐러드, 먹음직스러운 파스타와 피자까지 한 상 가득 차려냈다. 파스타를 선보이고 싶어 직접 레스토랑을 오픈했다는 그녀. 사실 수진씨는 음식 솜씨가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그녀가 김장하는 날이면 너도나도 김치 담을 통을 들고 온단다. 시원시원하고 통 큰 그녀는 주변 사람들을 알뜰살뜰 챙긴다. 그래서 그녀 주변엔 언제나 좋은 사람들이 넘친다.

“김장하는 날엔 지인들이 어떻게 알고 다들 찾아와요. 한 포기 두 포기 내주다 보면 저희 먹을 것도 없을 때가 있지 뭐예요. 그래도 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니 좋아요. 다음번엔 돼지고기라도 삶아 겉절이랑 같이 대접해드려야겠어요.”

수진씨는 사실 재주가 많다. 당대를 풍미한 여배우였으니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디자이너로, 작사가로, 요리 솜씨 좋은 레스토랑 오너로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아마 재주 많은 루민은 엄마를 닮았나 보다.

“루민이를 가지고 만삭으로 쉬기까지 영화배우로 활동했지만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임신해 결국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죠. 소위 잘나가던 시절에 결혼했어요. 당시엔 여배우는 결혼하면 인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결혼을 결심할 때 이미 일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는 각오를 했죠. 많은 사람들이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는데 아니에요. 결혼으로 인해 한 여자로서의 삶이 이렇게 풍요롭고 아름다워진걸요.”

물론 그녀에게도 설운도라는 이름이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했다.

“처음 결혼해서는 어딜 가도 설운도·이수진 부부였어요. 근데 점점 제 이름을 잃어가더라고요. 설운도·이수진 부부에서 그냥 설운도 부부가 된 거죠. 계속 연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물론 내 남편이 설운도라는 자부심은 크죠. 승현(루민)이 엄마라는 이름도 아주 좋고요. 좋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다시 한 번 연기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저를 써줄 곳이 있을까요?(웃음) 그냥 승현이 엄마로 살래요.”

 


루민 역시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이름이 큰 산 같다는 아들은 여전히 그 산을 정복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유명한 사람이라서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어요.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게 가장 서럽죠. ‘설운도 아들이니까 성공할 거야’ ‘당연히 노래 잘할 거야’ ‘아빠 백으로 아이돌 됐겠지’ 하는 시선이에요. 유명인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노력이라는 부분이 배제되죠. 제가 아무리 노력을 많이 해서 성공해도 ‘그래, 설운도 아들이니까 당연한 일’이고, 노력을 안 하면 ‘아빠 잘 만나서’라는 수식어가 붙어요. 아버지란 산이 너무 크니까 넘기가 정말 힘들었죠. 하지만 굳이 이런 고민이나 서러움에 대해 부모님께 털어놓은 적은 없어요. 현실은 바뀌지 않는데 괜히 걱정만 끼쳐드리니까요.”

개구쟁이 같은 외모와는 달리 마음 깊은 아들이다.

이번엔 엄마 차례다. 카메라 앞에 서니 수진씨 눈빛이 금세 변한다. 25년간 잠들었던 배우의 눈빛이 반짝이며 카메라를 응시한다. 두 부자가 나란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본다. 수진씨가 카메라에 빠져들수록 부자의 입도 서서히 벌어진다. 카메라 셔터 소리만 가득한 가운데 루민이 정적을 비집고 들어온다.

“엄마가 다시 배우를 하신다고 하면 아마 아빠가 반대하실 거예요. 아빠가 질투가 심하시거든요.”

촬영하는 아내의 모습을 응시하던 설운도도 입을 열었다.

“저도 하고 싶다면 밀어주고 싶어요. 하지만 좋은 작품이 들어왔다는 전제하에! 그러고 보니 결혼하기 전, 루민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예요. 둘이 할리우드에 갔는데, 가벼운 말다툼을 해서 집사람이 50m쯤 앞장서서 걷고 있었죠. 그때 유명한 영화감독이 아내 옆에서 서행하면서 따라오는 거예요. 그리고 차를 세워 말을 걸더라고요. 캐스팅 제의였어요. 집사람이 어리둥절해할 때 잽싸게 뛰어가서 막아버렸죠. 아내가 그때 캐스팅됐다면 절 아마 안 만났을 거예요.”

사실 두 사람 모두 경상도 출신인 데다 자기주장이 확실해 부딪힐 때가 많았다고 했다. 이렇게 다정다감하고 연애하듯 사는 삶이 오기까지 25년의 시간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힘든 일도 겪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요. 그 세월 동안 남편 성향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잖아요. 젊을 땐 그걸 눈치채지 못했어요. 눈치를 채도 자존심 때문에 양보를 못 하고요. 지금은 그 시기를 지나 온전히 하나가 됐죠. 25년간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꾹 참아준 아내가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의 25년을 위해서도, 치어스(Cheers)!

CREDIT INFO

취재
전유리
사진
박원민,오혜숙
장소
on21
헤어
살롱드 부티크
스타일리스트
김지현
2015년 01월호

2015년 01월호

취재
전유리
사진
박원민,오혜숙
장소
on21
헤어
살롱드 부티크
스타일리스트
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