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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소녀 김자옥의 마지막

믿기지 않는다. 언제나 꽃처럼 싱그러웠던 배우 김자옥이 세상과 이별했단다. 늘 소녀 같던, 그래서 사랑스러웠던 김자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On December 01, 2014


너무 갑작스럽다. 지금 당장이라도 TV를 켜면 특유의 애교 넘치는 웃음소리를 들려줄 것만 같은 김자옥(63세)이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폐암으로 인한 합병증. 고인은 지난 2008년 대장암을 발견하고 수술을 받았다. 이후 금세 훌훌 털고 활발한 활동을 해왔던 그녀는 지난해 암이 재발하며 폐와 임파선 등으로 암세포가 전이돼 항암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 와중에도 김자옥은 꿋꿋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밝은 모습을 보여왔다. 올해 초에는 드라마 <세 번 결혼한 여자>에 출연하며 연기 열정을 불태웠고, <꽃보다 누나>에서는 암 투병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밝은 모습으로 매 순간 여행을 만끽하며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5월에는 악극 <봄날은 간다> 무대에 올라 고운 목소리를 뽐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작고 가녀린 몸으로 지독한 암세포를 이겨내기란 역부족이었을까? 지난 11월 14일 김자옥은 병세가 급속히 악화돼 병원에 입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이틀 만에 숨을 거뒀다. 고인은 사랑하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하게 눈을 감은 것으로 전해진다.

조용한 일요일 오전 전해진 그녀의 사망 소식은 잔뜩 추워진 날씨만큼 팬들의 마음을 시리게 했다. 지난 40년간 고인과 함께 일해온 동료, 선후배들은 슬픔을 넘어 비탄에 빠졌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수많은 동료, 선후배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아 고인이 얼마나 사랑받던 언니이자 누나, 동료였는지 짐작케 했다. 배우는 물론 가수, MC, 개그맨 등 연예계 각계각층의 사람이 고인을 기리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

그리고 이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고인의 영정 앞에서 눈물을 쏟으며 갑작스러운 이별을 아쉬워했다. 가장 최근 여행을 함께하며 그녀와 긴 시간을 보낸 <꽃보다 누나>의 김희애, 이승기 등도 빈소가 차려지자마자 조문했다. 고인이 “우리 아들 같다”고 했던 이승기, 얼마 전까지 문자로 안부를 주고받았다던 김희애는 침통한 얼굴로 눈물을 쏟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고인은 하나뿐인 아들의 결혼식을 코앞에 두고 눈을 감아 많은 아쉬움을 사고 있다. 아들 오영환씨가 내년 3월 오랜 연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것. 김자옥은 평소 아들의 여자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낼 정도로 예비 며느리를 예뻐했다. 고인과 절친한 성우 송도순은 “얼마 전 통화하는데 기침 나온다고 통화 말고 문자로 하라더니 이렇게 빨리 가게 될지 몰랐다”면서 “아들 결혼시킨다고 이야기하며 웃으면서 좋아했었다. 임종 전에 ‘6개월만 더 있었으면’이라고 했다더라. 자기가 가는지 알았던 거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배우 윤소정 역시 “지난번에 만났을 때도 며느리가 마음에 든다며 자랑했는데, 내년 3월에 날을 잡았는데 그걸 못 보고 가서…”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어떤 이가 인생의 반려자였던 남편 오승근보다 마음이 아플까? 게다가 오승근은 연예계 대표 애처가로도 유명하다. 김자옥이 암 투병을 시작한 뒤 전국 팔도 유명하다는 의사들을 찾아다니며 병수발을 한 것도 그다. 아내 김자옥의 남편 사랑도 대단했다. 그녀는 오승근이 사업에 실패하고 수십억을 손해 봤을 때도 남편을 탓하지 않았던, 바가지라고는 모르는 배려심 깊은 아내였다. 빈소에서 어렵게 말문을 연 오승근은 “아직도 아내가 집에 있는 것 같고, 병원에 누워 있는 것 같고…. 참 아쉽습니다.


저희 아들이 3월에 결혼을 합니다. 결혼 날짜를 받아놨는데 그 결혼을 보고 싶다고 했는데 참석하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간 게 너무 안타깝고 아직까지 실감이 안 나요”라며 눈물을 삼켰다. 이어 “집사람을 마지막으로 보내면서 하고 싶은 말은 넓은 곳에서 편안히 쉬라고…. 항상 천국을 생각했기 때문에 아마 천국에 가리라 믿어요. 온 가족과 여러분의 많은 사랑과 마음을 받았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이렇듯 그는 먼저 떠나가는 아내 김자옥의 마음이 혹여 불편할까 봐 마냥 슬퍼하기보단 고인의 편안한 휴식을 기도했다. 이것은 고인의 뜻이기도 했다. 김자옥은 암이 재발한 뒤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이런 말을 남겼다. “세상의 많은 죽음이 갑작스럽게 일어나요. 하지만 그중 암은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병이죠. 슬퍼할 필요가 없어요.” 담담했다. 하지만 소녀 같던 그녀를 잊는 게 그리 쉬울까? 가족, 팬, 동료 모두 꽤 오래도록 슬플 것 같다.


눈물 속의 발인식
배우 김자옥이 영원히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11월 19일 오전 8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추운 날씨에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강부자, 윤소정, 강석우, 조형기, 이경실, 이성미, 송은이, 박미선, 김지선 등 많은 동료들이 자리해 깊은 우정을 나타냈다. 특이 이성미는 조문객들에게 발인지 순서지를 손수 나눠주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챙겼다.

남편 오승근은 기독교식으로 진행된 발인 예배 마지막에 침통한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 “오늘 10시에 분당에서 집사람과 헤어지려 한다”고 먹먹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다행스럽게도 집사람이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거의 모두 다 본 것 같다. 가족들이 외국에 많이 사는데 다들 먼 길을 와주셨다. 3일 동안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아내의 마지막 길을 든든히 지켜준 조문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발인 예배가 끝나고 고인의 유해가 운구 차량에 실릴 때는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눈물을 참고 있던 이성미, 이경실, 박미선 등 절친한 동생들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고인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남편 오승근은 솟구쳐 오르는 눈물을 꾹 참으며 이별의 슬픔을 감췄다. 고인과 애틋한 우애를 자랑하는 남동생 SBS 김태욱 아나운서는 누나의 마지막 길에 비통함을 나타내며 슬픔을 토해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이날 고인의 유해는 화장을 거쳐 분당 메모리얼파크에 안치됐다.

CREDIT INFO

취재
이현경
사진
오혜숙
2014년 12월호

2014년 12월호

취재
이현경
사진
오혜숙